세부해양대>스테파니의 몸빼 사건

작성자세부사랑|작성시간16.02.26|조회수158 목록 댓글 0

2012년, 스테파니가 우리집으로 왔다.


그녀는 이국땅 캐나다에서 왔는데,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금발에 눈이 커고  몸은 가날펐지만 발레를 해서 그런지  탄탄해 보였다. 키는 163을 조금 넘을까 했는데, 슬프게 보이는 눈이 유독 커 보였다.


스테파니는 한국을 아주 다르게 사랑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은 우리클럽에서는 인바운드 학생이라 부르는 데  인바운드 학생들 대부분은 한국을 지극히 사랑하며  그 이유는 음악이 좋아서, 드라마가 좋아서 오는 애들이 많다. 스테파니에게도 물어 보았는데 여행을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애는 지구촌 어디든지 갈 수 있는데까지, 오지를 가고 싶은게 꿈이라고 했다. 


취미는 춤이었는데, 우리에게 공연을 보라고 해서 가보니 경성대학 앞 학원에서 친구들과 정말 어울리는 파워풀 댄스를 선보였다. 갸날프고, 조용하면서 우수가 깊은 눈을 가진 애가 힘있는 춤을 추니 존재감이 두드러져 보였다. 한국에 와서 대학 언니 오빠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적응을 해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한 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춤 연습하고 9시 지나야 오니,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걸어본다.

한국이 어떻노? 라고 하면 사람들이 정말 깔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길거리에서 한국 사람을 쳐다보면 머리도 깔끔하게 깍고, 옷도 깔끔하게 입고, 인사도 바르고 모두가 모범생처럼 정말 좋다고 했다. 누구 하나 옷을 더럽게 입거나 머리를 아무렇게나 하거나 한것을 본적이 없다고 했다.


스테파니는 그렇게 우리가 모르는 한국의 멋을 찾아내어 즐길 줄 아는 애였다.


애가 그렇게 한국의 깊은 것까지 좋아하니 아내는 딸처럼 푹 빠지고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시장을 가든 영화를 보러가든 항상 같이 다녔다. 스테파니는 한국말을 잘 못하고 아내는 영어를 아주 잘하지는 못해서 소통이 약간씩 안될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지내는데 거의 장애가 되지 않았다. 나는 모녀간에 그렇게 잘 지내니 부럽기도 하고 애가 한국화 되어 가는 것은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나의 호기심은 항상 가족간에 언제, 어떻게 동화되는지 지켜 보는 것이었다.

새로운 외국학생이 우리집에 와서 우리의 아들, 딸로 완전히 동화되는 것,

스테파니는 춤으로, 한국 사람 관찰로, 아내와 시장다니는 것으로 서서히 동화되고 있었다.


내가 동화시키는 방식은 몇가지 방식이 있다.

교환학생을 처음 받을 때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해가 지나면 점차 방법이 다양해진다.

이게 교환학생을 하는 과정에서 진정 얻고자 했던 것이다.

 

나는 남학생이 오면 야구장, 축구장에 데려가서 치킨먹어가며, 머리에 봉다리 모자까지 써가며 악을 써며 응원하기, 대패 삼겹살 집에 데려가서 소주잔 비우는 연습하기(이 때는 교육상 한잔 먹는 거라며 술잔따르는 법을 배워주고 술한잔도 받아서 먹는 법까지 다 야그해준다, 아버지와 아들간에 술을 먹는 것은 교육이니 흠이 아니다며 한병씩 먹기도 한다, 그러면 애들이 맘을 팍 놓는다), 계곡에 데려가거나 산으로 데려가서 한국의 자연을 만끽하기, 텐트에서 자기, 시골집에 데려가기, 축구하기 등등 아이템이 제법 다양하다. 내가 마음을 열어 두니 애들은 항상 아빠라고 잘 따른다. 공감이 되고 트이면 애가 역이용하기도 한다. 아빠 게임 12시까지 해도 되요?  ㅎㅎ 그래 오늘은 해도 좋은데 다음에는 일찍 자자. 이런 애도 있다. 아빠 용돈이 다 떨어 졌는데요. 클럽에서 한달에 용돈으로 10만원 정도 주는 데 놀다보면 다 써버리고 항상 모자란다. 본가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다가 안되면 나에게 이야기 할 때도 있다. 그 정도로 친해 졌다는 것이니...조심스러운 애들보다는 넉살스럽게 하는 애가 더 정이가서 몇만원 정도 아낄 한국 아저씨는 없다.  


집에서 배려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몇가지는 가져야 된다.

나는 자유를 사랑한다. 방임도 좋고, 하고 싶은데로 하는 게 집이다.

10시까지 귀가한다는 것만 지키면 나머지는 전부 자유다.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바로 친구집에서 자는 것이다.

이것을 제일 많이 써먹었다. 코너야, 아빠는 너가 누릴 수 있는 자유 중에서 제일 큰 것을 주겠다.

한국 사람은 친구집에서 자는 게 제일 좋은 우정이니, 너는 친구집에서 자도 좋다고 했다.

거꾸로 너는 친구를 집으로 데려와서 너와 같이 자도 좋다고 했다.

남자애들이 친구집에서 자겠다고 하면 그 집 부모님에게 전화로 확인하고 자게 해주었더니 정말로 친한 친구를 많이 만들었다. 하룻밤을 친구집에서 자면 또 다음날은 우리집에 와서 놀다 자고 간다. 

이러고 나니 어떤 때에는 외국 애들이 아빠 저도 여기서 자도 돼요? 한다. 애들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 외국애들이 토요일에 몰려와서 일요일까지 놀다가 간다.


음식도 배려하는 데, 시장보는 것은 항상 내가 하는 것으로 정했다.4년동안 시장에 가장 많이 간 남자가 바로 나일 것이다. 어떤 때는 애도 시장에 구경시키러 데리고 나가는 데 애가 시장을 보는 게 아니라 도리어 애가 시장 아주머니들의 구경꺼리가 된다.ㅎㅎ

반찬꺼리는 항상 고기를 1킬로 정도 사두고, 고기는 양념갈비를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라면, 짜장 같은 것이 있으면 충분히 준비되었고 과자나 과일 정도면 되는데,

국산 치킨, 피자는 애들이 정말 좋아하는 품목이다. 외국은 한국처럼 아주 가까이 신선한 반찬이나 음식을 구할 곳이 없다. 항상 애들은 신선한 식재료와 맛에 감탄을 했다.

내가 개발한 것 중에 하나가 하나는 핫도그인데 애들이 그렇게 좋아한다. 항상 핫도그를 5개 정도 넣어두면 애가 즐겨 먹는다.  

 

여자애를 공감시키고 동화시키는 방식은 내가 아빠이니 한계가 있다.

가족끼리 찜질방에 가는 것이 그래도 제일 쉽고 효과가 있고, 아내가 해주는 부분이 있다. 

아내는 얼굴팩 같이 붙여서 누워 있기, 마트에 가서 시장봐오라고 시키기, 같이 화장하기, 한국 아이돌 노래 부르기, 드라마 보기 무궁무진하다.


애들이 한국 공감으로 하는 행동도 다양한데, 한국 노래 잘 부르기, 한국 춤 잘 추기는 기본이고 김치 잘 먹는 것-여러가지 김치의 묘미에 빠지며 한국애들이 이쁜 이유가 김치때문이라고 여김, 한국 미용실 가는 것-한국 미용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함, 한국 이름 짓는 것-거의 한국 이름 다 가짐, 한국 친구들 만드는 것- 한국만큼 애들이 외국 친구를 쉽게 사귀고 챙기는 나라는 없음, 심지어 한국 족보를 만들겠다고 하는 애도 있음- 본인이 한국에 시조가 되겠다고 선언함.


스테파니는 춤도 잘추고 노래도 잘하고, 한국에 푹 빠져 사는데, 약간 다르게 동화되고 있었다.

어느날 하루는 아빠, 엄마 보세요 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물방울 무늬가 있는 몸빼를 입고 왔는데, 그 모습이 영판 아줌마였다. 맵씨는 고왔지만 줌마 스타일이었다. 시장에서 파는 5000원짜리 몸빼가 틀림없었다. 우리는 약간 눈쌀을 지뿌렸지만 정작 스테파니는 들떠서 상기 되어 있었다.


본인이 혼자서 스스로 한국인의 위대한 혼을 발견하였고 자신도 이제 완전한 한국인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김치, 한국 아이돌 춤, 노래보다도 완벽히 한국인으로 동화되는 것으로 몸빼를 택한 것이다.

그날부터 스테파니는 어딜가나 한국 아줌마 몸빼를 입고 다녔다. 우리는 애야 왜 그러니? 그거 입고 나가면 외국애한테 몸빼나 입힌다고 우리가 욕들어 먹는다고 해도 생글생글거리며 좋다는데 말릴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말겠지 했는데, 스테파니의 몸빼 사랑은 1주일마다 한개씩 독특한 몸빼를 사는 것으로 도를 더해갔다. 평화를 부르는 물방울 몸빼, 노랑 해바라기 몸빼, 붉은 진달래 몸빼까지 애는 몸빼는 애가 스스로 한국의 멋을 표현하고 있었다. 대학교 앞 댄스 학원에 갈 때도 몸빼를 입고 가고, 클럽 정기 모임에도 몸빼를 입고 가니 스테파니의 별명은 캐나다 몸빼가 되었다.


애가 한국으로, 우리집으로 다시 올때 몸빼 입고 오는 것 아닐까? 기다려지네


언제 한국으로, 우리집으로 다시 놀러 올 때 몸빼를 입고 올 것이다. 기다려지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