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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자 작가

동행

작성자박희자|작성시간21.04.27|조회수48 목록 댓글 0

동행

 

코로나 19로 내 사업은 벽에 부딪 쳤다.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져야 할 넓은 사무실에는 정적만 흐르고 있다. 연일 매스컴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대면이 강조되고 있다. 방문판매업인 내 사업은 앞이 보이질 않았다.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싸움이다. 살림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우선 되어야했다. 다달이 지출되는 항목들을 꺼내어 빼고 줄이는 조율을 시작했다.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 고정비 등 손을 델 수 없는 항목이 많다. 인건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 랭킹을 달릴 때 노고를 인정해 올려놓았던 실장 급여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참에 사업을 접는 것도 생각해 봤다. 투입되어있는 자금으로 은행거래를 정리할 수만 있다면 이제는 쉬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스트레스 받지 말고 사업을 접으라는 남편에게 천직으로 믿고 일해 온 뷰티마스터들의 일자리를 잃게 하는 것은 안된다고 막아섰다. 내 현실이 애달팠다.

사무실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도록 교통이 편리한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다. 아쉽기는 했으나 넓은 평수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 이전을 생각했다. 주변 곳곳을 둘러봤지만 작은 평수라고 임대료가 싸지 않았다. 더구나 인테리어 비용이 더 크게 작용할 것 같아 해결책이 아니었다.

이사도 답은 아닌 것 같아 건물주께 착한 임대업자가 되어 달라 요청을 하고 실장에게 근무시간을 두 시간만 줄여 줄것을 요청해봤다. 실장은 하던 대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전념을 다 해 일하는 곧은 성정을 지닌 직원에게 사업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었지만 내 입장을 이해해주지 않는 실장이 섭섭했다.

오전에 몇몇 뷰티마스터들이 서둘러 나가고 나면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고 나 역시 찾아 나설 사람이 없었다. 사무실에는 실장과 나의 침묵만 흘렀다. 갈등을 거듭한 결론은 시내 중심을 벗어나 임대료를 줄이고 인건비도 줄여야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코로나 19가 해제될 때까지 마음을 비우고 지내리라는 판단이 섰다.

처음 사업을 오픈했던 곳이 동구였다. 현재 남아 있는 B/M 대부분이 동구에 거주하고 있다. 동구는 점포세가 저렴했고 그들의 동선을 줄여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다는 설명을 내세웠다. 인테리어 비용이 들지 않을 사무실이 있어 계약했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인건비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장이 울주군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두 시간이 걸려야 할 거리라 출퇴근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속을 모르는 그들이었다. 사무실 이전을 환영하면서 거리가 멀어지는 실장이 함께 해 주지 않을 것을 염려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이 다 되도록 손발 맞춰 불편함이 없도록 업무 처리를 해 주던 실무자였다. 나 역시 실장에게 사무실을 맡겨놓고 활동했었다. 아쉬움도 크고 다가오는 불편함은 더하겠지만 그것도 넘어서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가 섰다. 코로나 백신이 언제 나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지 막연했기에 내가 당분간이라도 실장이 하던 업무를 맡는 것이 지출을 줄이는 것이었기에 뷰티마스터들의 말을 애써 모른척 흘렸다.

이사할 날을 정해 놓고 특별하게 대화를 나누지 않았어도 실장은 인수인계를 준비했고 나도 업무를 익혀 나갔다. 가까이에서 주고 받다 보니 실장 손 끝에 관절이 틀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언제였던가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실장이 걱정되어 관절에 좋은 식품을 내가 안겨 줬던 일이 있었는데 내 코가 석자라 돌아보지 못했었다. 헤어지는 기로에서 손끝이 눈에 띄었다.

이사할 사업장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 동안은 2층으로 무거운 제품을 들어 올리고 내렸었다. 특히 사업의 특성상 월초에는 택배기사 힘만으로 등짐을 져 올리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 힘을 보태는 실장이 안쓰러워 내가 자주 썼던 말이었다. “우리 다음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이사 합시다. 실장님 힘냅시다!”

실장의 틀어진 손끝이 눈에 아른거리며 신경이 쓰였다. 마음이 괴로웠다. 오로지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내가 업무 시간을 단축하자 했을 때 쉬이 승낙하지 못할 형편도 내가 알고 있다. 남편께 이야기를 했더니 내 심정을 모르는 남편이 말했다. “무슨 떼 돈을 번다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을 밀어 낸다는 말인가? 함께 늙어가는 마당에, 섭섭하게 보내지 말라”는 말에 내 의지는 꺾이고 말았다. 이틑날 서로 눈시울은 적셨지만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넓지 않은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좋다. 실장이 옆에 있어 든든하다. 먼 거리를 오가며 전보다 더 밝게 업무에 임한다. 말하지 않아도 척척 해결해 나가는 업무 능력에 신뢰가 더해진다.

코로나 19 초기에는 당장 내 삶이 멈춰 설 듯 막막한 분위기였다. 코로나와의 동행에 시간이 지날수록 정서도 일상도 무디어졌다. 올가미에 묶인 듯 했던 영업 활동에도 별 무리가 없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조직에도 신입이 들어와 새바람을 일으켜준다. 업무량이 늘어도 걱정이 없다. 일이 없어 의기소침하던 사업 파트너 실장이 사업주인 나보다 더 경쾌한 스텝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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