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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자 작가

자가성형

작성자박희자자희|작성시간21.08.22|조회수79 목록 댓글 0
 자가성형/ 박희자


“대표님! 오늘 유난히 예쁘십니다. 젊어지셨어요.”
“정말! 그렇다면 가만있을 수 없지, 점심 쏩니다!”
예쁘다 젊어 보인다는 말이 상당한 립써비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기분이 좋아져 지갑을 연다. 눈치 없어도 좋다. 육십 중반에 듣게 되는 예쁘다는 말은 나를 춤추게 한다.
2.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 언니 오빠 육남매 모두가 여드름이 왕성했다. 예민한 사춘기 시절이었기에 나는 매끄럽지 못한 피부로 열등감에 사로잡혔다. 상급학교에 진급하기 위해 단발을 했을 때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미장원을 나서다 한무리의 남학생들과 마주쳤다. 길을 멈추고 나를 힐끔거리더니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얼굴에 성게 달린 말 대가리 지나간다!”
놀려대는 말에 나는 불가마니를 뒤집어 쓴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3.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던 언니가 휴가를 맞아 집에 왔다. 언니는 나를 다락방으로 불러 여드름을 짜주며 위로했다.
“우리 형제들은 피부 때문에 예쁘다는 말은 듣기 틀렸으니 너도 마음 비우고 스트레칭을 열심히 해서 몸매관리 해 보렴“ 언니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 내게 주었다. 스트레칭 방법과 얼굴 미용에 관한 내용이었다. 언니는 어린 내가 봐도 스타일이 보기 좋았다.
4. 언니가 해 준말을 생각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스트레칭을 했다. 얼굴 때문에 받은 상처를 보복이라도 하듯 몸의 유연성에 집중했다. 몸으로 하는 것은 반복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갔지만, 위안은 되지 않았다. 점점 퍼져가고 커가는 여드름 자국은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겼다.
5. 세월이 지나, 봄 햇살이 창문을 열고 내려앉던 날,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남편 무릎베개를 빌려 누워있었다. 나를 내려다보던 남편이 말했다.
”당신 얼굴은 아스팔트 같다“
내가 봐도 그랬다. 보통은 결혼하고 출산하면 여드름은 멈춘다는데 나는 여전했다. 여드름 흉터가 아스팔트가 아니라 분화구로 퍼져있었다.
6. 사람들과 대면 영업을 하던 나는 얼굴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어느 날 동화책을 구입한 여섯 살 아이에게 구연동화를 들려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아이는 선생님이 온다는 말에 세발자전거를 타고 집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고 아이 눈높이에 맞춰 앉아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아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울상이 되었다.
”선생님이가 뭐 이러노!“
실망하던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씁쓸한 웃음이 난다.
7. 한번은 바지를 입고 출근하던 길이었다. 바쁜 마음에 택시를 타고 행선지를 말했다. 기사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여자 였어요!?“
나는 출근도 하지 않고 산골짜기 찜질방에서 온종일 숨어지냈다. 그날 이후, 아주 오랫동안 나는 바지를 입지 않았다.
8. 삼십대 중반에 영업실적으로 사례발표를 하러 가기 위해 해운대 버스에 올랐다. 안정된 뒷자리에서 출장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런데 뒷줄에서 남자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앞자리에 여자 혼자였던 나를 보니 장난기가 발동했나 싶었다. 말을 붙여보라고 서로 실랑이하는 중이었다. 나는 코트 옷깃을 세워 입었고, 스트레칭 효과로 허리선이 연출되어 뒷모습이 어려 보였었나 싶다. 순간 일행 중 한 명이 몸을 길게 뻗어 내 얼굴을 훔쳐보고 갔다. 이어서 들려오는 소리는
” 야! 아이다 아이다! 맞이 팍 갔다 갔어!“
그 말을 듣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획 돌아보며 쏘아붙였다.
”팍 가서 미안해요!“
9. 먹고 사는 현실에 메어 앞만 봤다. 굴러가는 바위돌처럼 귀 막고 눈 감고 젊은 시절을 살아내야 했다. 여자로 우선되어야 할 미모에 대해서는 제쳐놓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끼와 열정으로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잦았다. 그러면 뒤에 따라오는 말들도 많았다. ’멋진 여자인데 얼굴이 덕시개(멍석)이고, 아스팔트, 멍게 같아 어쩌냐,고 칭찬 같은 흉도 어쩔 수 없이 웃어 삼켰다.
10. 나도 동료들처럼 얼굴이 작고, 피부가 투명해서 여자로서 단한번만이라도 들어 보고 싶은 말이  있었다. 남들이 다 듣는 ‘예쁘다, 란 말이었다.
11. 표정연구가 정연아는 말한다. 우리가 첫 대면에서 첫인상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라 했다. 짧은 시간에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표정이 83 프로, 목소리가 10 프로, 인격이 7 프로라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인격이 83 프로라고는 하지만 나는 직업상 첫인상이 중요했다. 언니가 건네준 오래된 책을 펴들고 지압 포인트로 작은 얼굴과 좋은 인상을 만드는 일에 시간을 쏟았지만, 피부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12. 당뇨 진단을 받고 나는 22년 근무하던 직장을 퇴직하게 되었다. 건강 관리를 할 줄 몰라 생활습관병을 얻었고, 건강을 공부하게 되면서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건강도 회복되었고, 피부도 어느 정도 개선이 되어 하루하루가 보람되었다. 하지만 복병이 생겼다. 사업 시작하고 2년이 지날 즈음, 화장품이 출시된다는 신호가 왔다. 나는 당황했다. 나이가 들어 여드름은 삭아졌고, 식품의 효과로 피부톤도 맑아지기는 했으나, 얼굴이 상품인 화장품 사업을 할 얼굴은 아니었다. 노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나는 애가 탔다.
13. 코로나19로 사업에 제동이 걸려 스트레스 지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여자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음이 슬펐다. 팔자 주름도 주름이지만 볼살이 늘어져 골을 이루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게 나였다. 건강과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사업을 하는 리더로서의 모습이라기에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동안 화장품으로 변화가 입증 되었다고 강조해 왔는데 지금와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아직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고민이 컸다.
14. 우연히 피부과 교수가 펴낸 인상 클리닉이란 책을 김미경 강사가 소개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13년째 얼굴 근육을 연구했고, 근육운동으로 성형이 가능한 방법을 설명했다. 우리 얼굴에는 40개의 근육이 있는데 이 모두는 감정과 연결이 되어 있다고 했다. 눈 위와 턱 아래 근육은 부정 표현에 쓰이고, 가운데 볼살은 긍정 표현에 쓰인다. 볼 근육을 단련해 주면 최대 2 센티미터나 볼살이 올라 붙는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눈가 주름보다는 볼살처짐이 나이들어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이 팔십이 되어도 가능하다는 성형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우리가 어릴 적 즐겨 하던 호랑이 흉내 ‘어~흥,이다. 하루 5분씩 3회를 해 주면 된다. 둘째는 어금니를 맞닿지 않게 하고 혀로 금, 은하는 '은, 발음을 의식적으로 해 주는 것이다. 마스크 속에서 혼자 하는 성형이다. 두 가지 방법으로 입꼬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게 되면 누구나 10년 젊어지는 성형미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5. 나는 마스크 속 성형을 한 달째 진행 중에 있었다. 드디어 오늘 아침 우리 조직 구성원에 의해 내가 했던 성형의 효과를 인정받게 된 셈이다. 요즈음 만나는 사람에게서 젊어졌다는 말과 얼굴에 보톡스를 넣었느냐는 질문도 받았었다. 내가 보아도 변화는 있다. 내 마음이 밝아졌음을 느낀다. 우리 뇌는 어리석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만 있어도 웃고 있는 줄 알고 행복 호로몬 엔도르핀을 마구 선물한다. ’어~흥, '은, 을 하고 입꼬리를 올렸으니 뇌가 주는 선물이 컸다. 마음이 즐거우니 밝아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즐거워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고,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워지는 이치와 같다.
16. 화장품보다, 성형수술보다, 효과가 큰 자가 성형미인이 되는 것을 우리 조직 식구들에게 전수해야겠다. 두가지 팀도 잊지 않아야 한다. 너무 빨리 예뻐지고 싶어서 잠자리에 들어서도 계속 ’어~흥, '은, 으로 입꼬리를 올리면 엔도르핀이 샘솟아 잠을 자지 못한다는 과유불급의 후유증 사례와, 숙면을 취해야 한다는 것도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얼굴 근육뿐만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키워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에너지로 써야 한다. 충분히 시간을 투자하고 간간이 거울에게 물어보면은 답을 얻을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젊고 예쁘니?“
거울의 대답이 들릴 것이다.
”현재 성형 중인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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