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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돌이 고기와 지서방 고기는 무엇이 다를까?

작성자조희순|작성시간11.06.29|조회수17 목록 댓글 0

젊었을 때 백정 일을 했던 지석돌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 저잣거리에서 푸줏간을 내고 장사를 시작했다.
어느 날, 지석돌의 푸줏간에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다.
그 중 생김새가 뾰족하게 모가 난 젊은 양반이 지석돌에게 고기를 주문했다.
" 석돌아, 고기 한 근만 썰거라!"
" 예, 어르신."
지석돌은 상대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아무렇게나 고기를 잘라주었다.
한눈에 보아도 별로 좋은 부위가 아니었다.
조금뒤 또 다른 젊은 양반이 지석돌에게 다가왔다.
한눈에 보아도 선한 표정의 양반집 자제였다.
그는 지석돌이 아무리 백정이라도 자신보다 마흔은 더 들어 보이는 노인에게 말을 놓기기 머쓱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상대를 위하는 말투로 주문했다.
" 지 서방, 쇠고기 한 근만 주시게!"
" 예, 어르신,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젊은 양반의 뜻밖의 존칭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지석돌은 가게에서 가장 좋은 부위의 고기를 족히 두 근은 되어 보이게 썰어서 내놓았다.
아까부터 지석돌의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먼저 고기를 싼 젊은 양반은 지석돌에게 버럭 화를 냈다.
" 이놈아 ! 한곳에서 똑같이 한 근을 청했는데, 왜 내 것보다 이 사람 것이 훨씬 좋고 많이 썰어준 게냐?"
그러자 지석돌은 별일 다 보겠다는 듯한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느릿느릿 대답했다.
" 아, 그게 그리도 궁금하시오? 손님이 달라고 한 고기는 석돌이 놈이 자른 고기이고, 이 분이 달라고 한 고기는 지 서방이 자른 고기 아니겠소!"

                                                                         - 소설 "갑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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