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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서포터즈]리뷰5월-산다

작성자구분칠초간의고민|작성시간15.05.07|조회수152 목록 댓글 0

[G서포터즈]리뷰5월-산다




출처 : 영화 홈페이지

김상민


긴 제목이 유행하는 시대에 제목이 두 글자인 영화가 나왔다. 산.다.?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을 먼저 알아보자. 박정범 감독은 무산일기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탈북자를 다룬 영화로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 등 세계에서 많은 수상을 했다. 이번에는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았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 소외자인 탈북자에 주목한 감독은 이번에도 노동자에게 주목한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어서 아무리 일해도 제몫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변방으로 밀려나는 밑바닥 인생들에게 주목하는 감독은 어떤 목소리를 낼까. 잘못하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로 일관하는 영화가 될 위험도 큰데.

하지만 감독은 진부한 스토리로 흘러갈 영화에서 오늘날의 삶과 인간의 가치를 되묻는다. 그래서 영화가 산.다.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이 영화는 생이 부질없고 덧없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주인공을 통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희망이 우리의 존재를 고귀하게 만든다. 비루한 삶 속에서 죽음을 택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통해 “살아라”라고 외치고 싶다” 고 말했다.

영화의 배경은 강원도 건설현장이다.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청년 ‘정철’이 주인공이다. 그는 산다는 게 고난의 연속이다. 정신이상자인 누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찾아 나서는 조카. 이들을 떠안은 정철은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더 힘들어진다. 이때 사건이 발생한다. 정철이 인부들의 임금을 들고 도망간 팀장과 한 패라는 누명을 쓴 것이다. 건설현장 동료들은 정철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운다. 무죄를 증명하려면 진범을 찾아야 하는 정철. 그는 한편으론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하는 고달픈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 그에게 겨울은 심장과 영혼을 파헤치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그렇다고 쉽게 생을 포기할 수는 없는 그가 어떻게 삶의 고난을 이겨낼까.

그의 전작을 통해 살펴보자. 그의 주인공은 순한 외모와 착하고 성실하지만 삶이 늘 힘든 사람이다. 항상 주변사람들에게 협박을 당하고, 맞기도 한다. 그렇다고 남을 쉽게 미워하는 사람은 못된다. 감독은 전승철이라는 그의 실제 탈북자 친구를 모델로 단편 <125전승철>을 만든 경험이 있고, 이를 발전시켜 <무산일기>를 완성했다. 감독은 열정적으로 주인공까지 맡았다. 자신이 만든 캐릭터는 자신이 제일 잘 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그의 표정과 눈빛하나하나는 그를 야수에 추적당하는 탈북자와 노동자로 보이게 한다. 그는 탈북자의 삶을 몸으로 알게 됐고, 그들이 처한 막장 같은 현실에 정면으로 승부한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비정하리만치 잔인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사회라는 큰 구조 속에서 꿈틀거리는 개인의 삶에 주목함으로써 사회의 모순을 드러낸다. 주목할 점은 그 방법이다. 거대담론이나 도그마에 지배받기 보다는 개인이 그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 주목하면서 양파 껍질을 벗듯이 하나하나 새로운 것에 주목한다. 모든 영화적 표현도 거기에 주목한다. 그래서 매씬마다 긴장이 넘치고 배우들의 연기에는 생생한 칼날이 서려 있다. 그래서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는데 영화가 매몰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박정범 감독의 매력이다. 하지만 동시에 함정이기도 하다. 인물들이 너무 틀에 박힌 것처럼 보이고, 답답한 느낌마저 준다. 많은 영화팬들은 그의 영화에서 이창동 감독의 리얼리즘과 다르덴 형제의 자연스러움을 느낀다. 그렇지만 무산일기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래서 박정범 감독이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이 영화 산다도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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