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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서포터즈-8월리뷰] 살인재능

작성자구분칠초간의고민|작성시간15.08.04|조회수353 목록 댓글 0

[G서포터즈-8월리뷰] 살인재능


(이미지참조 : 영화 홈페이지)

김상민

십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된 민수는 배우자가 될 여자 수진한테도 버림받는다. 수진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민수는 다시 일을 하려고 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낙방을 한다. 대리운전을 시작한 민수는 예전 상사에게 멸시를 받고 나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이때 민수는 자신에게 살인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잠시 죄책감을 느끼지만, 곧 살인에 재미를 들이게 된다. 그러던 중 수진을 죽이겠다는 마음까지 먹게 된다. 이때 수진의 동생이 민수에게 자동차 절도를 제안한다. 보험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까닭에 자동차 사고에 대한 법규를 훤히 알고 있는 민수는 범죄자가 돼야 한다는 것 때문에 갈등한다.

영화는 평범한 시민인 민수가 살인마가 되는 과정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감독은 그것을 극적인 사건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민수가 갈등하는 것을 일상적인 에피소드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감독은 민수가 살인자가 되는 과정을 명확하게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살인동기를 감정적으로 전달해 관객을 설득시키는 데 주력한다.

배우 김범준은 시작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배우가 끌고 가야 하는 부담을 안정된 연기로 떨쳐낸다. 살인재능은 생활밀착형 스릴러를 표방하며 뜻밖의 재미를 준다. 제목처럼 살인을 재능으로 알게 된다는 영화의 설정도 관객에게는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갑자기 실직을 당하고 미래가 없는 살인마가 된 민수는 청년실업 같은 묵직한 사회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현실감이 넘치고 갈등은 증폭된다. 그래서 살인재능을 느끼는 남자를 따라가다 보면 점점 한국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한 남자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사회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감독의 영화재능이 돋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김기덕 감독 영화에서 단역으로 많이 출연했던 배우 김범준은 눈빛만으로도 살인자임을 드러내는 연기를 선보인다. 연극 무대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선보인 배우 배정화가 민수의 애인 수진을 연기한다.

구성도 치밀하다. 초반부는 한 남자가 갑자기 파국으로 치닫다가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을 다르고 있고, 후반부는 살인을 하면 할수록 살인재능을 거듭 확인하는 남자가 살인마로 되는 과정을 덤덤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풍산개를 만든 전재홍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각본과 연출, 촬영까지 혼자서 해결했다. 넉넉하지 못한 독립영화 현실을 고려하면 감독이 애쓰는 손길이 묻어나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즉 최소한의 경비와 인원으로 영화 한 편을 완성한 것이다.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소재를 안정감 있게 잘 표현했다. 제목처럼 영화 전체가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영화가 살인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로 일관하기 보다는 살인을 둘러싼 인간관계, 인간의 욕망과 죄의식 등을 밀도 있게, 감정선을 따라 치밀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될 정도로 눈길을 끌었다. 이 영화에 주목하는 이유가 단지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았기 때문은 아니다. 적은 인원과 부족한 예산문제를 뛰어넘어 인간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심정을 극한까지 몰고 가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감독은 주제를 강요하기 보다는 디테일을 차곡차곡 쌓아가 극적재미를 마음껏 느끼게 만든다. 단번에 격정의 폭우를 쏟아내기 보다는 소나기에 조금씩 젖어들어 마침내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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