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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유 게 시 판

경향신문 성차별 사건의 국가인권위 조사결과

작성자dumu|작성시간16.03.04|조회수5,662 목록 댓글 9
1) 국가인권위원회의 경향신문 성차별 사건 조사 결과가 1년 만에 나왔습니다. 2월 29일 월요일에 인권위로부터 등기를 받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 저는 그 결과를 기꺼이 존중하겠습니다. 더이상 논쟁을 이어간다는 건 소모적으로 느껴집니다.
따라서 이후의 글은 박은하 기자님 이하 경향의 여기자들께 드리는 글입니다.  
박기자님께서는 ‘오서님께 응답합니다’라는 글을 통해서 '필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보다 경향신문 여기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겠지만 경향신문 내부에서 구성원들 간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저와 같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의견으로 ‘결정권자'를 압박하여 ‘생산적 결과’를 낳는 과정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경향신문의 편집국장이 직접 나서 제게 설명을 할 정도의 문화는 그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다고도 하셨고요. 
또한 박기자님께서는 그 글에서 <아랑 카페가 대답장소로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전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고, 제 페이스북에서 대답하는 것도 다른 페친들에게 민폐가 되는 것 같아 나름 공유하는 공간인 이곳에서 답하는 점을 양해부탁드립니다>라고 밝히셨습니다. 따라서 제 대답도 아랑 카페에서 하는 게 타당한 수순이라고 판단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꽤나 긴 글이니 경향 여기자가 아닌 분들은 굳이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2) 예의 '경향신문 박래용 편집국장님의 직접 설명'에서는, 경향신문이 전체 언론사 중 여기자 비중이 2위라고 밝히며 <상위권이라고는 하지만 여기자가 전체의 3분의 1에 못미치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자의 능력과 장점을 고려해 볼 때 그 수는 더욱 늘어나야하리라 봅니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곧이어 <매년 정년퇴직자들이 주로 남자이고 신규채용에서 여성인력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구성비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거라고 전망됩니다>라고도 '직접 설명'하셨고요. 그래서 저는 인권위에 진정을 낼 때, 차별이 있었다고 판단했던 2014년 채용면접 뿐만 아니라, 최근 5년간 경향신문 취재기자 채용에서 지속적인 성차별 관행이 있었는지를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제 조사에 의하면 지난 5년 간의 ‘신규채용'에서 ‘여성인력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2010년 남 4 : 여 2 : 성별미확인 1
2011년 남 5 : 여 3
2012년 남 4 : 여 2
2013년 남 5 : 여 1
2014년 남 3 : 여 2

인터넷에서 이름을 검색해서 성별을 구분했고 정보가 안나오는 분은 경향기자님과 친밀한 분을 통해서 간접확인 했습니다. 다만 2010년도의 성별 미확인 인원은 일찍 퇴사한 분인지 확인이 쉽지 않았습니다. 제 개인적 조사만으로는 오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성별 미확인을 제외하고도 지난 5년간의 남녀 합격자 수가 21 : 10으로 추정됩니다. 남녀 성비 격차가 두 배가 넘었습니다. 정년퇴직자들이 주로 남자라고 해도 '신규채용'이 위와 같았다면 ‘구성비가 자연스럽게 높아질 거라 전망’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편집국장님의 주장과는 달리 지난 5년 간 현격한 성비 격차가 있었음에도, '차별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라며 인권위는 제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이미 밝혔듯이 그 결정을 저는 존중하겠습니다. 하지만 경향신문을 대표해 편집국장님께서 ‘직접 설명’하신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수긍할 만한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에 경향의 여기자들께서는 동의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직접 설명’ 행위는 문제제기자인 저 개인만을 향했던 것이 아니라 여기 아랑의 수많은 언시생들과 경향의 독자들, 그리고 성차별을 부당하다고 느끼는 모든 분들을 향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3월 14일부터 2016년 채용이 시작되므로 많은 분들이 경향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볼 것입니다. 지난 5년 간 편중되었던 성비를 상쇄할 만한 의미 있는 비율이 이번에도 나오지 않는다면, 경향신문을 대표했던 편집국장님의 발언은 한번 더 신뢰를 잃게 될 것입니다. 환골탈태의 노력 끝에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낸다고 해도, 그렇다면 그동안은 어떤 이유로 남성에게 편중된 채용이 반복됐는가 하는 질문을 피하실 수 없을 겁니다. 그간 경향이 주장해온 것처럼 차별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면, ‘여기자의 능력과 장점을 고려해 볼 때 그 수는 더욱 늘어나야하리라 본다’고 생각하는 언론사에서, 점수 평가만으로 위와 같은 편중이 어떻게 5년 연속으로 되풀이 될 수 있는 건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가능하시리라 생각됩니다.


3) 경향 내부에서 여기자들이 ‘집단의 의견’으로 ‘결정권자’를 압박하여 ‘생산적 결과’를 낳아온 과정에 대한 박기자님의 글은 제게 의미 깊은 자료였습니다. 그동안 파편적인 증언들은 들어왔지만 경향 현직 기자의 증언을 접한 것은 처음이었고, 덕분에 논란이 많았던 2013년 채용 직후의 분위기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 글에서 박기자님께서는 5:1이라는 결과가 <미등록이 있었고 차점자를 올리는 과정에서 벌어진 결과다만 당시 여기자들은 “(성적순 선발이더라도) 남성면접관들의 편견이 은연중 개입될 수 있다. 다시는 이런일 없게 하라”고 엄중 경고했다>고 밝혀주셨습니다. 
공교롭게도 여기 아랑에 2013년 경향신문 남성 합격자의 후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각종후기'방에서 바로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 갑자기 그 글이 사라지거나 내용이 수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요약을 하자면 <운좋게 비교적 짧은 시간에 원하던 결과를 내게 되어 뿌듯>, <서류전형에는 아무래도 영어점수(TOEIC)와 국어점수(KBS) 등 각종 점수는 아무래도 고고익선(?)이겠지요. 솔직히 저는 둘 다 높지 않습니다.>, <운 좋게도 경향에서 최초로 필기를 통과>, <솔직히 이 부분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못받은 것 같습니다. 면접에서 실무평가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일종의 소명(?) 발언 기회까지 주셨을 정도니까요.> 등의 내용입니다.
박은하 기자님께서는 페이스 북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기신 적이 있습니다.
<나는 울 회사 공채가 시작될 때마다 지금도 기분이 좋지않다. 내 언시 생활을 떠올리게 되니까. 떨어졌을 때의 기분과 이 회사 떨어졌더라면의 상상을 하며 괜히 참담해짐. 5년 째에도 여전하네. 고교입시 대학입시 다 겪어봤지만 단연 최악이었던 입사시험… ㅠㅠ 특히 여성이라는 조건을 의식한 첫 시험이었기 때문이었겠지>
아마도 대부분의 여성 언시생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경험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을 수년 간 겪어온 분들께서, 영어점수와 국어점수가 높지 않다는 남성 지원자가 경향신문에서 ‘최초’로 필기시험을 통과해서, 실무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못받았음에도 면접에서 ‘소명기회’를 얻고 결국엔 최종합격하면서 ‘운이 좋았다’라고 자평하는 후기를 읽게 되면 그 참담함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까요? 여성이라는 조건을 처음으로 의식하며 언론사 공채를 준비했던 박기자님 이하 경향의 여기자들께서는 ‘운’이라는 것에 그토록 쉽게 납득이 가는지 의문입니다. ‘(성적순 선발이더라도) 남성면접관들의 편견이 은연중 개입될 수 있다’던 당시 여기자들의 가정이 재차 마음에 걸리고요. 미등록이 생겨서 차점자를 올리게 되더라도 남성지원자들에게 주로 집중되는 ‘운’에 따라 면접과정이 진행된다면, 여성지원자들은 차점자에 포함되기도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경향의 여기자들께서 2013년 채용 때 부사장에게 ‘엄중 경고’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좀 더 조사하고 좀 더 보완을 요구하셨다면 추후에는 유사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바로 2014년 채용 때도 바람직하지 않은 정황이 되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면접 오후조였던 저는 함께 면접에 올랐던 친구를 통해서 오전조에서 면접을 봤던 그녀의 지인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면접 분위기가 화기애애했고 질문도 주량이 얼마냐 좋아하는 칼럼니스트는 누구냐는 류의 가벼운 것들 뿐이었다고요. 한창 긴장되는 순간이었기에 격려가 되고 안심이 되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막상 면접장에서 접한 그 무성의한 태도에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제시된 질문들은 소식을 전해준 남성분과는 달리 꽤나 까다로운 전문적인 내용들이었습니다. 오전조 남성분의 소식을 접했던 여성 두 명과 면접 직후 대화를 나눴는데 저만 그런 경험을 했던 게 아니었고, 그 중 한 명은 훨씬 심한 대우를 받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남성면접관들의 편견이 은연 중 개입될 수 있다’던 2013년 부사장 면담에서의 '엄중 경고'를 경향의 여기자들께서는 다시금 떠올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편집국장님께서는 제게 ‘직접 설명'을 하시며 <면접은 사교의 자리가 아닙니다. (중략) 지원자가 느끼기에는 난처한 질문, 불쾌한 질문, 당혹스러운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면접장은 편한 장소가 아닙니다.>라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충분히 동의합니다. 압박면접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게 왜 면접자에 따라 선별 적용되고, 선별의 기준이 성별에 따라 갈리는 것 같은 의구심을 반복해서 주는지에 대해서, 경향의 여기자들께서 충분히 고민하셔서 2016년 채용 때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요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차별이 표면적으로는 금지된 사회이기에 부득이, 객관적 점수로 우열이 가려지는 시험이 아닌 면접이라는 주관적인 과정을 통해서 면접관들의 태도와 질문에 의해 교묘하게 차별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서로 다 아는 뻔한 비밀일 겁니다. 2014년 면접 이후 '여성이기도 했던 당시 기자협회 지회장 중심'으로 사태를 알아본 결과, ‘면접관 중 여성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 등 지적 중 수용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사측에 전달하셨다는 사실을 박기자님께서는 말씀해주신 바 있습니다. 2016년 면접 때는 2014년 면접 때처럼 면접관 6인이 전원 남성인 상황은 충분히 방어해 주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2013년 남성 합격자 경우처럼 명확하게 후기가 남겨져 있진 않지만, 2014년 남성 면접자가 실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친밀한 질문들만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박기자님께서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도 합격하셔서 현재 후배기자로 일하고 계시니까요.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분이 그런 사실 없었다고 부인을 하신다고 해도, 그 얘기를 전해 들은 당시 여성 면접자들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조사의 필요성만 느낀다면, 부지런히 전화해서 거듭 질문할 수 있는 기자님이 경향에 계시거든요. 


4) 하지만 상기한 기자님께서는 차별행위에 대한 관심보다는, 차별에 항의하는 면접자의 신상 파악에만 의욕을 보이셨던 것 같습니다. 항의 기간 내내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경향의 태도에 비판 여론이 일자 편집국장님께서는 아래와 같이 ‘직접 설명'하셨습니다.
<아이디 ‘오서’가 누구일까 신원을 파악해서 연락, "그게 아니고 이렇다"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리했다면 어찌될까요. 아마 경향신문이 이의 제기자에게 엄포, 협박을 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을 것입니다.>
마치 무대응이 배려라도 되는 듯 말씀하셔서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역시 품위 있는 중앙일간지라서 항의자에 대한 '신원 파악’ 행위는 저급하다고 생각하시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함께 면접에 올랐던 동료가 갑자기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제 순진한 생각을 전하자 장시간 침묵하더니 뜻밖의 고백을 해주었습니다.
평소 안면이 있던 경향의 기자 한 분이 차별에 항의 중인 이의 신원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셨고, 곤란하다고 거절을 했지만 거듭해서 요청을 하다가, 끝내 거부하자 '특정대학 출신'인지 아닌지만이라도 확인해달라고 하셨다고요. 평소 아는 사이인지라 그것까지 거절할 수는 없어서 확인해 줬는데 그래서는 안되었던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압권이었던 점은, 출신대학 확인요청 후 두 시간 만에 경향 기자께서 다시 연락을 해서, 그날 일들을 함구해달라고 요청 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편집국장님께서는 무대응했던 게 아니라 신원을 파악해서 연락하면, ‘엄포’나 ‘협박’으로 받아들여져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면접자에게 연락해서 2년 간 함께 공부해온 동료의 신원을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거절해도 거듭해서 요구하며 부담을 주다가 끝내 출신대학에 대한 정보라도 털어놓게 만들어 특정인에게 부담감을 느끼게 한 행위에 대해서, ‘엄포’나 ‘협박’이 아닌 어떤 단어로 대체를 해야 편집국장님께서 '할 말'이 있을 것 같은지 경향 여기자님들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설마 이번에는 배려가 아닌 끈질긴 취재력이나 기자정신이라고 포장하시진 않을 거라 믿겠습니다. 그게 기자로서 정상적인 취재였다면, 왜 다시 연락을 해서 그날 있었던 일을 함구해달라고 요청할 필요성을 느끼셨을까요?
위 상황이 기자 개인의 독단적 행동이었다는 변명은 없길 바라겠습니다. 그 기자께서 연락한 날이 3월 4일이었고, 그 직후 3월 10일에 편집국장님의 ‘직접 설명'이 여기 아랑에 올라왔습니다. <신문은 신뢰와 이미지가 자산입니다>라는 발언은 바로 그 설명에서 편집국장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경향신문이 평소 언시생들을 대체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가 의문입니다. 면접 당시 느꼈던 무성의함 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해 항의를 시작한 이후의 무성의한 대응 때문에도 실망감이 깊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아무리 문제제기를 하고 항의를 해도 무려 '넉 달' 동안이나 무대응으로 홀대를 했던 게, 일개 언시생 한 명이 뭘 더 어쩔 수 있겠어? 라며 무시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현직 기자 정도의 지위에 있으면, 미처 언론사에 자리를 잡지못한 언시생이 아무리 곤란하다고 거듭 의사를 밝혀도 결국엔 굴복하게 될 거라는 우월성 같은 게 생기는 건가요? 더불어 자신이 함구해 달라고 요청을 하면, 언시생은 감히 거부 같은 건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 같은 게 생깁니까?
하지만 경향 기자님의 기대와는 달리, 제 동료는 끝까지 제 신원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고, 특정대학 출신인지만을 확인해준 것에 대해서도 깊은 미안함을 느꼈으며, 함구 요구를 거부하고 모든 사실을 제게 고백해 주었고, 추후 다른 언론사와의 인터뷰까지 주선해 주었습니다.
취업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지만 언시생들은 나약하고 비굴하지 않습니다. 미래의 기자들입니다. 아울러 독자들이기도 합니다. 2016년 채용 때는 경향신문의 면접관들이 이점을 꼭 명심하여 최소한의 예의 정도는 갖출 수 있도록, 경향의 여기자들께서 진지한 조언을 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5) 항의자에게 연락해서 해명하면 엄포나 협박이라고 지탄 받을까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변명이나 할 게 아니었습니다. 경향신문의 트위터 공식계정에 항의가 시작됐을 때 관리자를 통해 트위터로라도 제게 해명을 해주셨다면, 추후 관리자 중 한명이 ‘알계정'까지 만들어 제 행보를 감시하게 되는 일은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느날 제 트위터 계정에 알계정 하나가 팔로잉을 했길래 별 생각없이 저도 맞팔로잉을 했습니다. 그러자마자 갑자기 그 알계정에 써있던 사람의 이름이 다른 닉네임으로 바뀌는 것이었습니다. 느낌이 이상해서 원래 있던 이름을 검색해 보았더니 경향신문 트위터 공식계정 관리자 중에 같은 이름이 있었습니다. 동명이인일 가능성도 있기에 다이렉트 메세지로 편집국장님이 제게 ‘직접 설명'을 하실 때 보고가 누락된 부분이 없었는지 문의글을 남기고 반응을 지켜보았습니다. 왜냐면 편집국장님의 글에 <오서님은 다른 지원자가 쓴 글을 내가 봤다. 나중에 지웠더라, 캡쳐화면이 있다. 때가 되면 공개하겠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오서님은 또 다른 지원자의 전언을 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라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 문맥은, 이미 지워진 다른 지원자들의 글들을 캡쳐했고 때가 되면 공개하겠다고 말만 하면서, 지금 당장은 공개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또 다른 지원자의 전언'을 ‘거론’만 하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상황에 대해 말해 놓고는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전해질 위험성이 크고요. 그래서 트위터 계정 관리자들이 상부에 제대로 보고를 안했으니 저런 오류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세 시간 뒤 그 알계정에서 답변이 왔습니다. ‘보고 누락’은 전혀 없었다고 확인해 주셨고, 제가 공개한 모든 글을 ‘편집국장 기획실장 모두 다 보셨다’고도 확인해 주셨습니다. 동시에 그 알계정이 경향신문 공식 계정 관리자 중 한 분이라는 것도 확인해주신 겁니다.
2014년 경향신문 채용면접 직후 이곳 아랑에 여러 여성 면접자들이 불만의 글을 남겼습니다. 경향 여기자들 중에서도 당시에 알고 계셨던 분이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편집국장님의 주장과는 달리 저는 그 내용들을 캡쳐해서 트위터에 '거듭 공개'한 상태였고요. 박은하 기자님의 글에서도 <또 지난해(2014년) 공채 때도 공고 전 노조위원장이 사장을 만나 (2013년 채용 때처럼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것을)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랑카페에서 논란이 다시 벌어져 많은 구성원들이 기겁했습니다>라고 당시 정황을 입증해 주고 계십니다. 
2014년 면접 직후의 정황을 다시금 환기시켜 드리기 위해서, 인권위에는 증거로 제출했으나 그간 아랑이나 트위터에서는 공개하지 않았던 카톡 대화 내용을 일부 발췌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익명으로 처리했음에도 누구인지 인지가 가능할 수 있기에, 당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정황만 정리하는 걸로 수정하겠습니다. 03.06.12 >>

먼저 아랑 한줄메모와 댓글에 경향신문 면접시 부당함을 느낀 여성이 많았다고 면접자1이 제게 알리며, 면접자2와 자신은 그 당시 댓글을 달지 않은 상태이지만 동일한 느낌을 받았음을 밝힙니다. 이어서 다른 언론사 면접 때는 그래도 남녀 구분 없이 질문은 골고루 해주었지만 경향은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는 여지의 발언을 하는데, ‘운’이 없었을 뿐이었다고 생각하는 경향 여기자들은 없을 거라고 믿겠습니다.

본인- 00신문 후기처럼 아랑에 신랄하게 후기라도 써볼까 생각 중이다. 이런 것도 개선 못시키면서 앞으로 무슨 사회 부조리에 맞서 기자질을 할지 자괴감이 드네.

제 대답에 이어, 아랑 게시판에 또 다른 여성 면접자께서 증언해 주셨던, 경향 현직기자로부터 남성티오가 더 많게 정해져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내용을 밝혀낼 방법이 없을지를 질문합니다. 

본인- 응 일단 시도라도 해보자. 면접자2와도 의논해 보구. 면접자2야말로 분노할 법한데… 자기인생 걸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 모아놓고 무성실 무관심은 진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 같아. 나 이번에 안되더라도 그 면접관들과 경향신문에 공식적으로 사과받고 싶다. 내 일 아니니 괜찮다고 넘어가면 내가 나중에 무슨 제대로 된 기자가 되겠나 싶구 진짜

제 대답에 이어, 경향신문 채용과정에서 필기시험에 합격했던 게 정말 기뻤지만, 앞으로도 경향 면접과 같은 일을 계속 겪게 된다면 필기 시험 한번 합격하려고 노력하는 게 소용없는 것 같다는 발언을 합니다. 그동안 차별을 묵과하지 않았던 경향의 여기자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솔직히' 영어점수와 국어점수가 높지 않다는 남성 지원자께서 경향에서 '최초'로 필기시험에 합격해서, 실무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못받았음에도 면접에서 '소명기회'를 얻었던 '운' 좋은 사례를 환기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상기한 카톡대화에 등장하는 세 사람 중에 가장 심한 대우를 받은 것은 면접자2였으며, 그녀의 설명이 없었다면 당시 면접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저와 면접자1은 알 방법이 없었겠지요. 면접자2에 비하면 제가 느낀 무관심과 무성의함은 정도가 극심하지는 않았습니다.
편집국장님은 <이 밖에도 오서님은 또 다른 지원자의 전언을 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 다음에, <여기서 제가 궁금한 대목이 있습니다. 오서님 본인이 경향신문 면접에서 받은 성차별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십니다. 
제가 그동안 일개 개인으로서 거대언론사에 항의를 해온 것은, 제 사적인 이익 때문이 아닙니다. 저와 같은 여성 지원자들이 받은 차별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편집국장님께서 ‘탈락자’라고 호명하신 바대로 채용탈락에 불만을 품어서도 아닙니다. 이 점은 상기 카톡대화 중  <나 이번에 안되더라도 그 면접관들과 경향신문에 공식적으로 사과받고 싶다. 내 일 아니니 괜찮다고 넘어가면 내가 나중에 무슨 제대로 된 기자가 되겠나 싶구>라는 대목에서 가늠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면접 직후 평소 알고 지내던 면접자들과의 대화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공유했는데, 사적인 교류가 전혀 없던 여러 여성 면접자들도 동일한 의혹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며 숙고 끝에 항의를 시작했던 겁니다. 왜냐면, 기자를 지망하며 공부해온 사람으로서, 그것이 언론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라고 판단했거든요. 그동안 경향신문은 자신과 사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만 취재할 사람들만을 채용해왔던 건가요?
앞서 '아랑 게시판에 또 다른 여성 면접자께서 증언해 주셨던, 경향 현직기자로부터 남성티오가 더 많게 정해져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내용’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정작 편집국장님께서는 ‘직접 설명'의 자리에서 그에 대한 해명 한마디가 없었습니다. 언시생들의 카페인 아랑에 그런 심각한 증언이 제기되었고, 트위터에 제가 캡쳐자료들을 올렸다는 것을 담당자에게서 모두 보고 받고 파악하고 있으셨으면서도 말입니다. 편집국장님께서는 ‘남성 티오’ 같은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백을 주장하는 방식을 선택하신 게 아니라, 그런 문제제기 자체가 존재한 적도 없었다는 듯 대응하시며 <신규채용에서 여성인력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구성비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거라고 전망됩니다>라는 말씀이나 하셨습니다. 박기자님이 증언해주신대로 경향 여기자들에 의해 '면접관 중 여성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 등 지적 중 수용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까지 사측에 전달되었던 문제제기에 대해서, 그저 제3기관의 조사에 해명의 부담을 미루시면서, 의문을 품었던 다수의 여성 면접자들을 투명인간으로 만드신 겁니다.
박기자님의 글을 보면 <'누군가 절실하게 얘기하는데 어떤 방식이든 대답하는 게 맞다’는 여론이 있어서 편집국장 직접 해명까지 오게 된 겁니다>라고 설명하고 계시는데, ‘어떤 방식이든’에 위와 같은 왜곡과 호도의 방식이 포함되어서는 안된다고 경향의 여기자들께서는 판단해 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이제 와서 뒤늦게 진심을 담아 '남성 티오' 같은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결백을 주장하신들,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연상시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신규채용에서 여성인력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구성비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거라고 전망됩니다>라는 편집국장님의 발언과, 지난 5년 간 경향신문 '신규채용'에서의 현저한 남성편중 비율을 비교해 보며, '남성 티오'의 실재를 UFO 목격담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분들은 더이상 없게 된 것 같아 경향신문 측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6) 박은하 기자님께서 트위터를 안하신다니 잠시 설명 드리자면, 트위터 내에서 ‘알계정’이란 특정단체의 금전적 지원을 받고 알바 역할을 하는 계정입니다. 목적과 사안에 따라 수시로 계정을 만들었다가 없애기에 자기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질 의사가 없음을 전제로 해서 생성되는 계정을 칭하는 단어이고요. 활동 내내 계정 생성시 제공되는 알 모양의 썸네일을 방치하며 활동한다고 해서 ‘알계정’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박기자님께서는 <물론 오서님이 신문사 내부 일을 알리가 만무하고, 프로 저널리스트도 아닌데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도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론했던 일부 경향 여기자들과 관련된 사안들이 '신문사 내부의 일'이라는 거라면 앞으로도 저는 영원히 알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상기했던 경향 여기자 분들의 행동은 과연 '프로 저널리스트'다웠는지 경향 여기자 일반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경향신문에 건의할 점이 있는 독자들이 트위터 공식계정으로 연락을 취하면 그에 적합한 응답을 하는 게 아니라, 담당자가 익명계정을 만들어 독자들의 행보를 감시하도록 하는 게 경향의 운영 방침입니까. 앞으로는 무대응이라는 배려를 하면서, 뒤로는 문제제기자의 신상을 파악하기 위해 그 주변인에게 부담을 주는 게 경향의 방식인가요.
제게 안걸렸으면 문제가 안됐을 텐데 '어쩌다 걸린 게 문제’이지, 그 정도로는 경향의 ‘많은 구성원들이 기겁’할 사안은 되지 않는다고 하시면 더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넓은 아량이 있으시다면, 항의 중에 제가 실수한 부분들이 있더라도 그다지 엄격하게 지적하지는 않으셨을 거라는 아쉬움은 남을 겁니다. 
경향 공식 트위터에 아무리 문제제기를 해도 무대응으로 일관했기에 경향 여기자들은 자존심도 없냐는 류의 도발들을 한 적이 있습니다. 편집국장님의 말씀을 인용하자면 <경향신문 여기자들은 왜 아무 말도 않고 있느냐, 그렇게 부끄럽게 살지마라, 그런 기사 쓸 자격이 있느냐>는 내용입니다. 그 질문의 취지는 성차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이토록 홀대할 수 있나,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트위터 관리자 3인이 전원 여성이었고 당시 저와 접점이 있었던 경향측 관계자는 그들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본인들도 뻔히 다 알고 겪었을 언론계 여성차별에 대해서, 아무리 사측에서 무대응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들 그토록 없는 사람 취급을 할 수 있나 속상해서였습니다. 
박은하 기자님의 글에는 제게 무척 뼈아픈 대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서님을 위해 노력했을 수도 있는 경향신문 여기자들이 오서님의 몇가지 트윗 내용으로 상처받았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에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라는 대목입니다. 제가 항의하는 동안 물론 실수도 있었을 것이고, 저 때문에 상처 받은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제게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는 이 기회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오늘 거론된 분들도 분명히 상처가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부각하려는 노력 만큼, 제가 느꼈다는 차별에 대해서도 조명하려던 시도가 경향의 여기자들을 통해서 가시화 됐던 적이 있었던가요? 하물며 앞서 열거한 편집국장님의 여러 발언들의 심각한 헛점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분이라도 있었나 궁금합니다. 외려 박은하 기자님께서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밝힌 공식입장을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밝히셨을 뿐이니, 지난 5년 간의 '신규채용'에서의 남성편중 등등 '신문사 내부의 일'을 뻔히 잘 알았던 '프로 저널리스트'들로서,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자부하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경향신문 여기자들은 왜 아무 말도 않고 있느냐, 그렇게 부끄럽게 살지마라, 그런 기사 쓸 자격이 있느냐>는 발언에 상처 받았음을 강조하며 저를 비난만 할 상황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 
항의 초기부터 여기 아랑과 트위터에서 제가 여기자들을 공격한다는 인상을 부각시키려는 시도는 종종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차별 행위에 대해 해명하라는 문제제기에 넉달 간 무대응했던 게 일종의 배려였다면, 문제제기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들 무대응을 했던 게 일관성이 있어 보였을 겁니다. 그래서 박기자님의 선의를 의심않는 그 글에서, <오서님을 위해 노력했을 수도 있는 경향신문 여기자들이 오서님의 몇가지 트윗 내용으로 상처받았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에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는 대목은 부득이도 아래 문장의 연장선이라고 느껴집니다.

<나는 네가 받는 차별에는 별 관심없지만 네가 차별에 대응할 때 흠잡힐만한 행동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많다.>


7) 항의 과정 중 경향 기자들과 관련해 가장 인상 깊었던 사연은 따로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지  남성 기자십니다. 그분께서는 알계정으로 저를 팔로잉했던 분과는 달리 버젓이 트위터 바이오에 ‘경향신문 아무개 기자입니다’라고 적으시고는 제게 그 존재감을 각인시켜 주셨습니다.
<나는 네가 받는 차별에는 별 관심없지만 네가 차별에 대응할 때 흠잡힐만한 행동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많다.>는, 작년에 한창 트위터에서 여성 차별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을 때 나온 문장입니다. 여성들이 그동안 받아온 차별에 대해 언급하면 별 관심 없다는듯 침묵만 지키던 남성분들이, 어느 여성이 작은 실수라도 했다하면 그제서야 집중공격하는 현상을 어느 트위터 유저께서 풍자적으로 적었던 글입니다. 저는 공감이 되어 리트윗을 해서 제 팔로워들과 공유를 했었고요.
그런데 자기 신원을 밝힌 예의 기자분께서 제 계정에 찾아와, 제 계정에 있는 글들을 읽고는 바로 저 문장만을 관심글로 등록하셨습니다.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는 박기자님을 위해 부연설명 하자면, 제가 썼거나 리트윗을 한 글을 누군가 관심글로 저장하면 제 알림창에 그 사실이 바로 전해집니다. 즉, ‘경향신문 아무개 기자입니다’라고 적힌 계정에 의해서, <나는 네가 받는 차별에는 별 관심없지만 네가 차별에 대응할 때 흠잡힐만한 행동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많다.>는 문장이 제게 직설적으로 전해지는 겁니다.
그 기자의 트위터 계정에는 다른 글 하나 쓴 것이 없었으며 그의 관심글에도 단지 위 문장만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태로 유지되고 있으니, 그분은 그저 그 문장 하나를 제게 전해주기 위해서 트위터를 활용하신 분이라고 받아들여도 경향의 여기자들께서는 반박할 말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자기 실명과 소속사까지 내걸고 그 기자 분이 무슨 의도로 제게 그 메세지를 전했는지 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귀사의 채용면접에서 차별이 있었다고 생각해 항의 중인 면접자에게 그런 행위를 하시면 이는 치졸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소속 언론사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동이라는 조언 정도는 경향의 여기자들께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분이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저는 경향신문 공식 트위터 계정 관리자의 알계정 운영도 한층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넉달이나 경향 공식 계정에 문제제기를 해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여론이 들끓으며 문제가 커지니까 알계정으로 감시를 시도하려 했던 정황이 딱, <나는 네가 받는 차별에는 별 관심없지만 네가 차별에 대응할 때 흠잡힐만한 행동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많다.>는 문장을 연상시켰기 때문입니다.
제 신원을 파악하려 했던 기자분께서 예의 남성 기자에게 조언을 해주기 위해, 제게 연락해서 집요하게 질문을 하며 그 기자가 누구냐고 물으실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여 다른 기자들 중에서 조언을 해주실 의사가 있으신 분은 제게 이메일을 주세요. 그분의 채용년도와 전공이 앞서 합격후기를 올린 ‘운’ 좋은 분과 흡사한 것 같아서 동일인물은 아닌지 저도 궁금하거든요.
 
인권위의 조사결과가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기각으로 나왔다고 해서, 쾌재를 부르며 축배나 들만한 분들이 경향 구성원의 대다수라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경향측과 아랑 카페에서 공방을 벌이다가 제3기관의 조사에 응하던 한창 민감하던 시점에, 엘렌 파오 성차별 사건에 대해 기사를 쓰신 기자님 같은 분들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엘렌 파오 사건은 판결 전부터 외신에서는 주목 받던 사건이었는데 우리 언론에서는 판결 이후에도 지면으로 보도된 경우가 드뭅니다. 그래서 굳이 기사화하지 않아도 뭐라고 책 잡힐 이유도 없었을 텐데, 소속 언론사가 한창 성차별 논란을 겪고 있는 민감한 시점임에도 그 기자님께서는 무척 성의 있는 기사를 게재해 주셨습니다. 박기자님의 글에 언급된 바 있는, ‘당시 기자협회 지회장이었던 여성’으로서, ‘면접관 중 여성이 아무도 없다는 점 등 지적 중 수용할만한 부분이 있다’고 사측에 의견을 전달한 분이 그 기자님이 아니신가 저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기자님께서는 외신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셨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10개월만에 패소 판결을 받은 파오는 “패소한 것은 아쉽지만 이번 소송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들었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여성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 큰 의미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오가 밝힌대로 그는 ‘법적으로’는 패소했지만, 실리콘밸리의 성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성공한 패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엘렌 파오는 졌지만 소송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파오가 성차별문제를 끌어낸 후 이미 두건의 성차별 소송이 제기됐다. 페이스북에서 기술자로 일했던 치아 홍은 지난 16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직장에서 수도 없이 차별을 받았고, 왜 집에서 아이를 돌보지 않고 나와서 일하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트위터에서 기술자로 일했던 티나 황도 지난 19일 “트위터는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회사이고 여성들을 의도적으로 승진에 누락시켜 여성 임원의 탄생을 막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실리콘밸리는 이번 소송에서 무엇을 배웠나’라는 칼럼에서 ‘보이캠프’, ‘마초밸리’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문제점을 전했다. 실리콘밸리는 기존의 기업들과 달리 애완견을 데리고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등 새롭고 자유롭고 진보적인 기업문화를 큰 자부심으로 강조해왔지만, 이번 소송을 통해 ‘성차별’이라는 구닥다리 기업문화가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벤처투자사들의 파트너(임원) 중 여성임원 비율은 6% 정도이고, 77%는 아예 여성투자자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성 벤처캐피탈리스트(투자가) 93명 중 절반이 넘는 59명이 성별때문에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위 기사의 '실리콘벨리'를 '경향신문'으로 대체해서 읽는 짓궂은 분들은 없을 거라 기대합니다.
위와 같은 기사를 쓰는 여성 기자들이 멀쩡히 경향신문에 존재하는데, 왜 그동안 그 분들은 면접관으로 참여하지 못했을까 의문을 품지도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위와 같은 기사를 쓰는 여성 기자들이 멀쩡히 경향신문에 존재하는데, 그동안 주요보직과 임원직을 남성들이 독점해 왔을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8) 공부하는 동안 교재가 되어주셨던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의 ‘비판하지 말라는 그 목소리들’이라는 칼럼을 잠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신문, 기자, 지식인 같은 부류에게는 왜 비판했냐고 따지는 것이 아니다. (중략) 신문, 기자가 하는 일은 비판하고 끊임없이 묻는 것이다. 어떤 비판과 물음은 더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지는 물음이 던지는 무게와 깊이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물음은 하찮고, 어떤 물음은 충격적이고, 어떤 물음은 까다롭고, 어떤 물음은 분수를 모르고, 어떤 물음은 불편하고, 어떤 물음은 강압적이라며 물음 자체를 평하고 시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제발 묻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말기 바란다. 신문은, 기자는 허락받고 묻지 않는다.>

저는 여전히 어느 신문사에도 소속된 바 없으며 앞으로도 기자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거부합니다. 지식인 반열에 오를 일도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너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경향이라는 거대언론사를 비판하고 물어봤냐고 질책하신다면, ‘여자'라서 그랬습니다.
여자라는 정체성은 제가 거부한다고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남자와 대등한 존재로 대우 받기 원한다고 해서 타인들이 그 반열에 저를 올려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영향력 있는 신문사의 예리한 기자도 고매한 지식인도, (언론계를 지망하거나 종사하는) 여자들이 겪는 이런 숙명적인 차별에 대해서는 별로 ‘비판’하거나 ‘물음’을 던지려 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제가 했습니다. 이후에는 (언론계에 횡행해온) 여성차별 문제에 대해 '신문, 기자, 지식인 같은 부류’들이 ‘비판’과 ‘물음’을 지속하여 어쭙잖은 언시생이 더는 나설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금 이대근 위원의 글을 인용합니다. 

<진보는 소외된, 너무나 많은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어려운 일을 자기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런 짐을 진 진보라면 보수와 비교할 수 없는 건강성을 지녀야 한다. 진보 역시 비판에 노출됨으로써 단련되어야 하고 자기 치유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라야 진보는 진정 정의를 향해 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대근 위원의 논리에 입각해 경향의 여기자들께서 그간 경향의 행보를 냉정하게 평가해 주십시오. 이 세상 모든 일들에 대해 취재하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권리를 누려왔으면서도, 정작 귀사의 채용과정에서 차별을 느꼈다는 면접자의 ‘비판' 하나 감수하지 못했던 건 아닌가요? ‘소외된 많은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어려운 과제를 지닌 진보' 언론사로서, 우리사회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표적 소외계층인 여성 차별에 대한 ‘물음'을 감당해낼 ‘건강성'이 부족하진 않았던가요? ‘진보 역시 비판에 노출됨으로써 단련되어야 하고 자기 치유력을 가져야 한다’는 문장에서, 경향신문은 예외이며 성역이라 생각하시나요?
차별이 있었다는 주장 하나에 바로 대응하지 못해서 경향신문 측은 의미 없이 시간을 끌다가 사건을 확대시켰습니다. 박은하 기자님께서는 자부심을 드러내셨지만, 저 같은 ‘개인’이 아닌 기자들 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집단’의 의견으로 ‘결정권자’에게 ‘압박감’을 주셔서 ‘생산적 결과’를 낳는 데 무려 넉 달이 걸렸습니다. 박은하 기자님께서 밝혀주셨던 것처럼, 경향의 내부 구성원들에 의해서 ‘면접관 중 여성이 아무도 없다는 점 등 지적 중 수용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사측에 전달까지 된 사안임에도, 그 긴 시간 동안 경향신문은 문제제기자를 무대응으로 홀대하면서 배후에서는 여러 부적절한 행동들을 하셨습니다. 또한 박은하 기자님이 전해주신 대로 넉달 간 '누군가 절실하게 얘기하는데 어떤 방식이든 대답하는 게 맞다’는 내부 여론이 있었다면서, 그 첫 방식은 (제3기관 또는 단체의 엄정한 조사를) '거부하고 일방적인 명예훼손 행위를 지속할 경우 부득이 수사의뢰와 형사, 민사 등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기획실장님의 등장이었습니다. 그런 방식은 편집국장님께서 경향신문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히셨던 ‘엄포’와 ‘협박’이라는 단어와 맥락이 비슷해 보입니다. 경향의 여기자분들이라면 그야말로 ‘비판하지 말라는 그 목소리들’이라는 이대근 위원의 칼럼 제목을 연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제기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또 다시 여기 아랑에서 공방을 벌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문제제기했을 때처럼 경향신문 여기자들께서 객관적으로 조사해서 ‘지적 중 수용할 부분이 있다’면 사측에 '엄중 경고’하며 응당한 조치를 취해주실 거라 생각하니까요. 박은하 기자님께서는 위와 같은 과정에 대해 <밖에서 알 수가 없고, 또 구성원 입장에서 알릴 필요는 없는 일입니다>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경향 내부에서 대체 어떤 노력들이 진행되는지 밖에서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진 것 같으므로, 구성원 입장에서도 알릴 필요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박은하 기자님께서 이미 밝혀주셨듯이 남녀 합격자가 5:1이었던 2013년 채용결과에 대해서, 경향신문 여기자들께서는 <"남성면접관들의 편견이 은연중 개입될 수 있다. 다시는 이런일 없게 하라”고 엄중 경고>하신 바 있습니다. 또한 2014년 공채 직전에도 <노조위원장이 사장을 만나 (2013년 채용 때처럼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것을) ‘반복하지 말라’고 경고>하신 바도 있습니다. 내부에서 그런 치열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지금까지처럼 논란이 계속 되풀이 됐었다면, 경향신문의 자정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거나 기자들의 '엄중경고' 쯤은 사측이 소홀하게 여긴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그만 기자들끼리 내부에서만 쉬쉬하며 외롭게 투쟁하지 마시고, 외부에도 시선을 돌려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도움을 구하시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은하 기자님께서는 <SNS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막힌 사람에게 유용한 수단이지만, 한 조직의 구성원이 그 조직 내부의 문제를 개선하는 수단으로 SNS를 사용한다면 적절하지 않고 때로는 비겁하다 봅니다.>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JTBC 새치기 보도사건 때 박기자님께서 페이스북을 이용해 보여주셨던 기개를 잊지 못합니다. 현직 기자이기에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통로'도 있었고, 기자협회 등 언론계의 '조직 내 조직'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다양했지만, 다른 기자들과는 달리 굳이 SNS를 통해 부당함을 호소했던 박기자님의 목소리가 제게는 가장 절실하게 울려왔습니다. 특히나, <어물쩍 넘어가지 말기 바란다>, <누군가는 직을 걸고 책임을 졌으면 한다>는 마지막 구절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차별에 대해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노력하셨던 경향 여기자들에 대한 글을 접하고서도, 답변이 너무 늦어진 점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권위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사에 제출된 내용들과 중복될 사항들까지 공개하면서 답변 한다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분량이 너무 길어지는 것도 읽는 분들께는 결례일 것 같아서, 트위터에서 경향 관계자임을 주장하며 출몰했던 또 다른 '알계정'의 사연 등등등등은 생략했습니다. 아울러 박은하 기자님처럼 저를 특정하며 당당하게 반론할 성의와 역량이 부족해서였던 건지, 제가 문제제기 하는 동안 트위터 개인 계정으로 주어 없는 저격이나 했던 경향 여기자님의 사례도 생략합니다. 박기자님과 그 분을 하나의 글에서 나란히 거론하는 것 자체가 경향 여기자들에 대한 결례라고 판단해서입니다. 
박기자님께서 제게 보내는 글을 여기 아랑에 공개하셨기에 저도 이번에는 같은 공간에서의 답변을 선택했지만, 저는 더이상 기자직을 꿈꾸지 않게 되었으므로 아랑에 다시 접속하는 일이 아마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글에 제기된 내용들에 대해 혹시 앞으로도 연락할 내용이 있으시다면 이메일을 이용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글에 제기된 내용들에 대해 누군가 또 다시 트위터 개인 계정으로 그 대상을 암시만 하며 부정적인 풍문을 유포한다면, 박은하 기자님 사례처럼 분명하게 상대를 적시하고 '프로 저널리스트'답게 반론하라고 경향의 여기자들께서 직언을 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추후에도 되풀이 될 경우 제 주장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 부득이 여기 아랑에 다시 접속하여 그 동안 캡쳐했던 자료들과 녹음파일 등을 공개할 수밖에 없음을 미리 양해 구합니다.  


9) 저는 경향측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고 제 3기관의 조사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이 글 서두에서 일찍이 인권위의 조사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로써 경향신문의 명예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또한 존중하겠습니다.
'소외된 너무나 많은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어려운 일을 자기 과제로 삼고 있는 진보'언론사의 채용과정에서, 여성으로서 차별을 느낀 이들이 다수였던 정황에 대해 장시간 ‘비판'을 해온 행위를 반성하고 사과하라면 지금 이 기회에 반성하며 사과드립니다.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서 저의 과오에 대해 질책하고 힐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기꺼이 감수하며 살아가겠습니다.


10) 마지막으로, 지난한 시간 동안, 저를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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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통통통통 작성시간 16.03.09 "제가 했습니다."라는 문장이 특히 마음에 남습니다. 정말 지난한 과정이었으리라는 짐작만 갈 뿐 아득하네요. 유의미한 선례를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대지의기운과하늘의기운을모아 작성시간 16.03.11 무엇을 하시든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소중한 선례를 만들어주셔서, 비록 속 시원한 인정과 사과는 받지 못했을지라도 본인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경향도 이번 사태를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이 자처하는 진보언론이라면.
  • 작성자별처럼 작성시간 16.03.15 이번 일로 무엇보다 경향에 진짜 깊은 환멸을 느꼈습니다.. 글쓴이님이 접속 안하신다고 하셨는데 이 수많은 격려 댓글을 못보신다니 안타깝네요 ㅠㅠ 몇년간 경향신문 볼 때마다 그 일이 떠올랐는데, 결국 이런 찝찝한 결과로 끝나다니..ㅠㅠ 근데 인권위에서 인정되는 일이 정말 드무니까요..ㅠㅠ 정말 안타깝지만 모두들 사실을 알고있기에 경향이 이겼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상파악 안한다고 해놓고 뒷조사 한건 진짜 소름이네요...
    정말 무엇을 하시든 잘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ㅠㅠ
  • 작성자아이스라테이 작성시간 16.10.05 이미 기자들보다 더 진정한 의미의 기자십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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