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작가 박창희
■ 유치권의 성립요건
④ 타인의 물건의 적법한 점유
민법 제328조는 점유상실의 원인이 무엇인가는 묻지 아니한 채 '유치권은 점유의 상실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치권을 주장하는 자는 유치권의 「성립요건」이자 「계속(존속)요건」으로서 해당 물건을 계속하여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다만 그 점유는 불법행위에 의하여 시작되지 않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물건을 점유하는 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고(민법 제197조), 점유자가 점유물에 대하여 행사하는 권리는 적법하게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민법 제200조). 따라서 그 점유가 유치권의 성립 내지 존속요건으로서의 점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사정을 들어 유치권을 배척하려면, 그와 같은 사정을 '유치권의 부존재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1966.6.7. 선고 66다600,601 판결).
유치권자의 점유는 직접점유이든 「간접점유」이든 관계가 없다(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1다44788 판결). 다만 간접점유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간접점유자와 직접점유를 하는 자 사이에 일정한 법률관계, 즉 점유매개관계가 필요하며 이러한 점유매개관계는 직접점유자가 자신의 점유를 간접점유자의 반환청구권을 승인하면서 행사하는 경우에 인정된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다61424, 61431 판결등 참조).
따라서 유치권자는 간접점유를 하고 있는 경우에도 점유를 계속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유치물을 임대하거나 담보로 제공한 때에 유치권은 존속한다. 다만, 유치권은 목적물을 유치함으로써 채무자의 변제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을 본체적 효력으로 하는 권리인 점 등에 비추어, 그 「직접점유자가 채무자인 경우」에는 유치권의 요건으로서의 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8.4.11. 선고 2007다27236 판결).
"간접점유"란 점유자와 물건 사이에 타인이 개재하여 그 타인의 점유를 매개로 하여 점유하는 것을 말한다(민법 제194조). 가령, 甲 소유의 아파트를 임차인 乙이 점유하는 경우, 甲은 비록 아파트를 직접 지배하고 있지는 않지만 乙의 점유를 매개로 하여 아파트에 대한 점유를 인정하는 것이 간접점유제도이다.
을가 제2, 4호증의 각 기재, 당심증인 C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피고 A가 1997. 6. 7. C와 사이에서 이 사건 건물 완공 시 공사대금이 미지급될 경우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협조받기로 약정한 사실, C가 이 사건 건물이 완공 이후 피고 A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자 피고 A가 1998. 3. 2. 부도를 낸 사실, 하수급인인 피고 B의 C의 명시적.묵시적 동의하에 1998. 5.경부터 하수급 업체들로부터 공사대금의 수령 등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의 지위에서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기 시작하였고, 피고 A 역시 1998. 5. 8. 피고 B에게 이 사건건물에 대한 유치권행사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여 이를 간접점유하기 시작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광주고등법원 2010. 4. 16. 선고 2009나1954 판결).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위에 성립되는 권리[타물권(他物權)]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수급인의 재료와 노력으로 건축되었고 독립한 건물에 해당되는 기성부분은 수급인의 소유(;원시취득)라 할 것이므로 수급인은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이에 대하여 유치권을 가질 수 없다(대법원 1993.3.26. 선고 91다14116 판결).
이 경우 대지의 소유자와 건물의 소유자가 다르게 되는 경우 대지의 담보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하여 토지만 경락되면, 수급인은 경락인에 대하여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수급인이 경락인의 철거청구에 대항하기 위하여는 건물 건축시 토지에 대하여 약정지상권, 약정전세권, 약정임차권 등기를 하고 건축공사를 진행하거나, 도급인과 도급계약 체결시 그 신축건물의 소유권을 도급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약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 공사대금채권을 원인으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이정엽, 부동산경매와 유치권, 실무자료 제4집 부동산소송, 의정부지방법원, 유로, 394쪽).
1. 점유
「점유」라 함은 물건이 사회통념상 그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속한다고 보여지는 객관적 관계에 있는 것을 말하고, 「사실상의 지배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적·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지배의 배제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된다(대법원 1996.8.23. 선고 95다8713 판결). 나아가 위 규정의 점유에는 직접점유뿐만 아니라 간접점유도 포함된다(2011다44788 판결).
가령, 재개발조합이 채권 등을 담보하기 위해 아파트의 인도를 거절하고 출입문을 시정하여 열쇠를 보관하는 한편,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아파트의 출입문에 게시하였다면, 그 조합은 타인의 지배를 배제하고 사회통념상 아파트를 사실상 지배하여 점유를 취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징수금 채권 등을 상환받을 때까지 아파트를 유치할 권리를 가진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9. 4. 선고 2009가합49365 판결).
또한, 공장 신축공사 공사잔대금채권에 기한 공장 건물의 유치권자가 공장 건물의 소유 회사가 부도가 난 다음에 그 공장에 직원을 보내 그 정문 등에 유치권자가 공장을 유치·점유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하고, 경비용역회사와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용역경비원으로 하여금 주야 교대로 2인씩 그 공장에 대한 경비·수호를 하도록 하는 한편 공장의 건물 등에 자물쇠를 채우고, 공장 출입구 정면에 대형 컨테이너로 가로막아 차량은 물론 사람들의 공장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하고, 그 공장이 경락된 다음에도 유치권자의 직원 10여 명을 보내 그 공장 주변을 경비·수호하게 하고 있었다면, 유치권자가 그 공장을 점유하고 있었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1996.8.23. 선고 95다8713 판결).
▷ 2009. 1. 3.경 당시에 원고들이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고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 2가 나머지 원고들을 대표하거나 대리하여 이 사건 건물의 2층에 사무실을 두고 직접 점유한 사실, 원고들이 이 사건 건물 정문 및 후문 입구 등에 '원고들이 점유, 유치중인 건물임. 관계자외 출입을 금함'이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부착한 사실, 원고들은 이 사건 건물의 당시 소유자인 인컴유나와 협의하여 소외 1을 통하여 이 사건 건물의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그 중 일부를 임대하거나 임차인들로부터 공과금, 관리비 등을 받아 이 사건 건물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간접점유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은 2009. 1. 3.경 당시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부산고등법원 2011. 7. 5. 선고 2010나7805 판결).
유치권의 성립에는 채권자의 채권과 유치권의 목적인 물건 사이에 일정한 관련이 있으면 충분하고, 물건점유 이전에 그 물건과 관련하여 채권이 발생한 후 그 물건에 대하여 점유를 취득한 경우에도 그 채권자는 유치권으로써 보호되어야 할 것이므로, 반드시 채권 성립당시 채권자가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대법원 2005.1.13. 선고 2004다50853,50860 판결).
2. 적법한 점유
점유자가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그 점유가 불법행위에 의하여 시작되어서는 안 된다. 유치권이 공평의 원칙에 기한 제도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불법행위에 의하여 점유를 취득한 자는 당연히 유치권을 취득할 수 없다(김민중, 핵심정리 민법강의, 두성사, 354쪽).
「점유의 불법개시」란 적극적인 사기, 강박, 침탈에 의한 경우 뿐만 아니라 점유자가 채무자에 대항할 수 있는 권원이 없음을 알거나 과실로 점유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개시된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불법행위로 점유를 취득(☞ 타인의 물건을 절취하거나 횡령한 경우)한 후에 적법한 권원을 취득하더라도 유치권은 성립되지 않는다. 가령,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타인의 부동산을 무단으로 점유한 자는 그 부동산에 관하여 필요비 또는 유익비를 지출한 사실이 있다 하여도 이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55.10.6. 선고 4288민상260 판결).
그런데, 처음부터 불법한 점유가 아니라 처음에는 적법한 점유였는데 이후 불법 점유가 된 경우에는 어떠한가? 예를 들면 건물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점유하여 왔는데, 건물임대인이 적법하게 계약해지의 의사를 표시한 후에도 계속해서 그 건물을 점유하면서 그 해지된 시점 이후에 필요비나 유익비를 지출하는 경우 그 상환청구권에 관하여 유치권이 성립하는가? 점유할 권원을 상실한 후에 지출한 수리비등에 대하여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 즉, 유치권의 취지에 비추어 점유할 권원을 상실한 후의 점유는 민법 제320조 제2항에서 말하는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유치권이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1967. 1. 24. 선고 66다2144 판결).
또한, 점유의 불법개시는 채무자 뿐만 아니라 목적물을 점유하는 제3자에 대하여 발생한 것이어도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96.12.23. 선고 95다25770 판결). 건물점유자가 건물의 원시취득자에게 그 건물에 관한 유치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건물의 존재와 점유가 토지소유자에게 불법행위가 되고 있다면 그 유치권으로 '토지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대법원 1989. 2. 14. 선고 87다카3073 판결).
그리고 소송에서 점유의 불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유치물의 반환을 청구하는 자에게 있다(대법원 1966.6.7. 선고 66다600 판결). 여기에서 「불법행위」란 민법 제750조에 해당하는 불법행위, 즉 고의 또는 과실 있는 위법한 행위를 말한다.
3. 점유의 계속
점유는 계속되어야 한다. 만일 유치권자가 목적물의 점유를 상실하면 유치권은 소멸된다(민법 제328조). 유치권의 성립요건이자 존속요건인 유치권자의 점유는 직접점유이든 간접점유이든 관계가 없으나, 그 물건에 대한 점유를 상실하면 유치권은 소멸하고, 유치권 자체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할 것인바, 원고들이 당심 변론종결일 현재까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점유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원고들의 점유상실이 피고의 불법적인 점유침탈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유치권은 소멸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46215 판결).
甲 유한회사가 乙로부터 택지개발 공사를 도급받았는데, 그 후 공사대상 토지를 비롯한 그 일대의 부동산에 관한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어 丙 유한회사가 위 각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자 甲 회사가 丙 회사를 상대로 乙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준공을 하였으나 공사대금을 변제받지 못하여 乙로부터 위 각 부동산에 관한 점유를 이전받고 유치권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甲 회사가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 타인의 간섭을 배제할 정도로 계속 점유하여 왔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전주지법 2020. 4. 8. 선고 2019가합288 판결, 항소)
甲 유한회사가 乙로부터 택지개발 공사를 도급받았는데, 그 후 공사대상 토지를 비롯한 그 일대의 부동산에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어 丙 유한회사가 위 각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자 甲 회사가 丙 회사를 상대로 乙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준공을 하였으나 乙이 공사대금을 변제하지 못하여 乙로부터 위 각 부동산에 관한 점유를 이전받고 유치권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한 사안이다.
甲 회사가 위 각 부동산의 일부 위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유치권 행사 관련 현수막을 게시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후 위 각 부동산의 분양을 위하여 유치권 행사 관련 현수막 등을 철거하였다가 임의경매절차 개시 이후에 다시 현수막과 컨테이너 등을 설치한 점, 집행관이 임의경매절차에서 위 각 부동산의 점유 현황을 조사하고 작성한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에는 현장에서 이해관계인을 만나지 못하여 점유관계가 미상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유치권과 관련된 기재는 찾을 수 없는 점, 따라서 甲 회사가 설치한 컨테이너와 현수막은, 甲 회사의 계속적⋅배타적 점유가 아닌 단지 일시적으로 위 각 부동산을 점유하는 것과 같은 형식적 외관을 표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점, 甲 회사가 임의경매절차에서 유치권 신고를 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甲 회사가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 타인의 간섭을 배제할 정도로 계속 점유하여 왔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이다.
그러나 유치권자가 물건에 대한 점유를 일시 상실하였다가 후에 다시 같은 물건을 점유하게 된 경우, 점유 상실 당시 유치권을 포기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채권을 위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5.1.13. 선고 2004다50853,50860 판결).
◧ 법 령 ◨
민법 제194조 (간접점유)
지상권, 전세권, 질권, 사용대차, 임대차, 임치 기타의 관계로 타인으로 하여금 물건을 점유하게 한 자는 간접으로 점유권이 있다.
민법 제197조 (점유의 태양)
①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민법 제200조(권리의 적법의 추정)
점유자가 점유물에 대하여 행사하는 권리는 적법하게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 법학전문작가 박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