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位)는 인(仁)으로만 지킬 수 있다 |
◇ 正寶位(정보위) |
▷ 정도전은 <조선경국전>을 쓰면서 <정보위>라는 정치철학의 대 테제를 내걸고 있다. |
- 정보위에서 처음 인용하는 것이 주역 계사 하편에 나오는 것이다. |
주역에서는 다음과 같이 나온다. |
易曰。聖人之大寶曰位。天地之大德曰生。何以守位。曰仁。天子享天下之奉。諸侯享境內之奉。皆富貴之至也。賢能效其智。豪傑效其力。民庶奔走。各服其役。惟人君之命是從焉。以其得乎位也。非大寶而何。天地之於萬物。一於生育而已。蓋其一原之氣。周流無間。而萬物之生。皆受是氣以生。洪纖高下。各形其形。各性其性。故曰天地以生物爲心。所謂生物之心。卽天地之大德也。人君之位。尊則尊矣。貴則貴矣。然天下至廣也。萬民至衆也。一有不得其心。則蓋有大可慮者存焉。下民至弱也。不可以力劫之也。至愚也。不可以智欺之也。得其心則服之。不得其心則去之。去就之間。不容毫髮焉。然所謂得其心者。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亦曰仁而已矣。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行不忍人之政。使天下四境之人。皆悅而仰之若父母。則長享安富尊榮之樂。而無危亡覆墜之患矣。守位以仁。不亦宜乎。恭惟 主上殿下。順天應人。驟正寶位。知仁爲心德之全。愛乃仁之所發。於是正其心以體乎仁。推其愛以及於人。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嗚呼。保有其位。以延千萬世之傳。詎不信歟。 |
▷ 天地之大德曰生(천지대덕왈생), |
천지의 대덕은 말해서 생生이라 하고 |
- 우리가 살고 있는 천지의 위대한 덕성이란 무엇이냐? |
모든 것을 生하게 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
길거리 지나가면서 산천초목을 보면, 내버려두어도 천지는 항상 생명을 부여한다. |
모든 것을 生하도록 하지 죽이지 않는다. |
우리 인간들처럼 서로 죽이려고 하지 않는다. |
- 씨앗이 하나 떨어져도 천지는 어떻게 하면 그 씨앗을 트이게 할지 생각한다. |
이게 천지의 마음이다. |
인간의 마음은 서로 죽이고, 서로 미워한다. |
천지대자연의 마음은 만물을 생(生)하는 마음이다. |
▷ 聖人之大寶曰位(성인지대보왈위): |
인간 세상을 다스리는 성인의 가장 큰 보배는 그가 존엄한 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 왜 옛날에 군주가 위대한가? |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
그런데 우리가 한 명의 대통령을 만드는 동시에 거기에 위(位)가 생기는 것이다. |
그리고 위(位)때문에 세(勢)가 생긴다. 권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게 무서운 것이다. |
위(位) ----> 세(勢) |
▷ 何以守位曰仁(하이수위왈인), |
그 위(位)라는 것을 어떻게 지키느냐, 그것은 인(仁)으로만 지킬 수 있다. |
- 인(仁)이라는 것은 국민들의 마음이 |
항상 천지(天地)의 대덕(大德)처럼 생생(生生)할 수 있도록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
우리 마음이 죽어 가면 성인이 필요 없고, 정치가 필요 없고, 국가가 필요 없고, |
법률이 필요 없다. 다 필요 없다. |
우리 마음이 천지지심처럼 살아갈 수 있을 때,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이 |
바로 우리가 인(仁)해지는 것이다. |
▶ 可以聚人曰財(가이취인왈재): |
어떻게 해서 사람을 모을 수 있느냐? 그것은 돈이 있어야 한다. |
- 그런데 이 문구에서 재미난 것은 당연히 천지가 먼저 오고 성인이 온다. |
이 두 구절은 대구(對句)이다. 다음의 두 구절도 대구(對句)이다. |
정도전은 처음에 이것을 인용하는 방식이 파격적이다. |
天地之大德曰生(천지지대덕왈생)을 먼저 인용하지 않고, |
聖人之大寶曰位(성인지대보왈위)를 앞세웠다. |
정도전은 주역이라고 하는 위대한 중국의 고전을 과감하게 자기 마음대로 칼질한다. |
과거에는 이렇게 하지 못했다. 정도전은 그렇게 기개가 있는 사람이었다. |
- 내(정도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천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
내가 말하려는 조선왕조의 문제는 바로 성인이라는 것이다. |
내가 1차적으로 혁명을 하려는 것은 |
어떻게 우리 조선 왕조를 바르게 건국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
그렇게 하려면, 천지보다 성인이 먼저 와야 한다는 것이다. |
그래서 처음에 聖人之大寶曰位( 성인지대보왈위)를 인용한다. |
이성계!당신이 지금 임금이 되었소.당신은 이런 위대한 위를 가졌소. |
정도전은 天下之大德曰生을 먼저 인용하지 않고 聖人之大寶曰位를 앞세운다. |
그의 문제의식은 천지(天地)보다도 성인(聖人)에 있었다. |
- 그 다음에 인용하는 것은, 위(位)는 인(仁)으로만 지킬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
可以聚人曰財(가이취인왈재)는 빼버린다. |
원래 이런 대구(對句)를 이렇게 막 잘라버릴 수 없는 것이다. |
그리고 天地之大德曰生를 聖人之大寶曰位 다음에 끼워 넣었다. |
- 성인의 대보는 위(位)인데, 그것을 지키는 것은 인(仁)이다. |
어느 누구든지 위(位)를 가졌기 때문에 다스릴 수 있는 것인데, |
그 위를 지키려면 백성들의 인(仁)한 마음을 얻으라는 것이다. |
위(位) --->생(生) --->인(仁) |
Legalistic Confucian |
법가적 유가적 |
- 백성들의 인(仁)을 보장하는 방법은 어떡하냐? |
그것은 바로 천지의 대덕과 같은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
우리가 국가(조선)를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근본은 우리의 모든 문명이 |
인(仁)하게 생생(生生)해야 한다는 것이다. |
생(生)하고 또 생(生)해야 한다는 것이다. |
- 주역에서 역(易)이라는 말을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라고 했다. |
이 천지가 생하고 또 생하면서 끊임없이 생성하는 그 모습이 바로, 역(易)이라고 했다. |
주역에서 역은 천지가 생생(生生)하는 것이다. |
富有之謂大業, 日新之謂盛德, 生生之謂易.(부유지위대업, 일신지위성덕, 생생지위역) |
-주역 계사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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