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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타종교

말벌의 독성크기와 큰 아들의 분노 ----

작성자설송|작성시간21.09.03|조회수38 목록 댓글 0

여름 휴가기간이라면서, 외지에서 직장 생활하는 큰 아들이 농장에 왔다. 그리고 모처럼 농장 일을 돕겠다며 작업복을 입고 나섰다. 여름철 농원이야 처리해야할 일의 종류도 다양하고, 또 작업의 양은 끝이 없다. 하지만 회사 내 일상생활이, 일 년 내내 책상 앞에서 연구의 연속이다 보니, 육체적으로는 매우 문약해졌으리라 여겨졌다. 그런 아들에게 부탁할 농장 일거리 종류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느릅나무를 4년 전에 옮겨와 농장의 지하수 우물가에 심었는데--- 이제 어엿한 정원수로 5미터 가량의 높이로 자랐다. 그래서 주변에 후덕한 그늘을 드리운다. 일을 하다가 그 그늘 밑에 들어서면 어찌나 시원하게 느껴지는지---.

우리 농원 경계 너머로는 야산이 있는데, 우리 땅과 경계를 이루는 산자락 끝 부분엔 큰 소나무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서있다. 높은 지형에 있는 그 나무들에게서 가지들이 울타리 경계를 훌쩍 넘어 뻗어 나와 , 멀리 있는 그 느릅나무 위에서 위압적으로 누르고 있다. 그 결과 누릅나무의 둥근 수형 가운데 상당부분이 기형적으로 이지러진 변화를 가져오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넘어온 가지를 자르도록 했다.

 

그의 노력으로 느릅나무 주변이 잘 정리 되었다. 작업 후 아들과 함께 잘라낸 나무 가지를 화실 겸 농막으로 사용하는 건물 뒤편으로 날랐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처마를 지나는데--- 갑자기 오른 팔 손목이 따끔했다. 그래서 보니 말벌이 잽싸게 침을 놓고 도망쳤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농막 후문 위에 실외 야간 조명등이 있는데, 그 등을 감싸고 말벌이 어른 머리통만큼 큰 벌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아마 집을 지키던 녀석이 그 밑을 지나가니 달려와 쏜 것 같았다. 우선 직장에 출근해야하는 아들이 아니라 나를 쏜 것-- 그리고 머리나 몸통이 아니라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손목을 쏜 것은 고맙게 여겨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벌집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기에 그냥 지나친 사람을, 굳이 4-5미터 넘게 쫓아와 쏘는 행위로, 벌집 위치를 알려준 행위는, 오히려 자신들의 안전을 해치는 우둔한 행동이 아닐까 ?

 

꿀벌에 자주 쏘여 보았기에 이번에도 가볍게 여겼다. 그래서 농막 화장실에 들어가 비누로 쏘인 부분을 여러 번 씻어 냈다. (꿀벌의 독은 산성이기에 알카리성 비눗물로 씻으면 도움이 되지만, 말벌의 독은 알카리 성이기에, 비눗물 세척은, 오히려 독을 강화시킨다는 의견을 인터넷에서 후에 발견했다.) 스마트 폰을 가지고 있는 아들이, 말벌 독침의 위험에 대한 검색이 없었다면, 아마 과거 경험 영향 때문에 , 대수롭지 아니하게 여기고, 그냥 기초 체력으로 독성을 이겨내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말벌의 독성에 대해서 검색해본 아들은 , 기겁을 하며 빨리 병원에 가자고 독촉을 했다. 마침 오늘 저녁 식사는 농막에서 간이식사가 아니라 , 집에 가서 정식 만찬을 하기로 했으니 , 우선 집으로 가는 동안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서 샤워마저도 생략하고 작업복을 걸친 채 출발했다.

 

농장에서 집까지는 13km 이기에, 신호등에 걸려 지체할 지라도 자가용으로 대략 20여분이 걸린다. 중간 지점 정도에 도달한 점을 고려하면, 대략적으로 벌에 쏘이고 20여분이 흐른 것 같았는데---, 그 동안에 독이 몸 전체에 번져, 신경 조직과 피부에 강한 자극 반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뒷머리가 몹시 가려웠다. 이어서 옆구리 , 엉덩이 , 사타구니 , 겨드랑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갑자기 성대가 상한 듯 목이 잠기며 , 가슴도 천식 초기처럼 다소 답답하게 여겨졌다. 아들 조언을 가볍게 여긴 나머지 아들과 따로 따로 차를 가지고 왔기에, 직접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 다소 염려되었다.

 

집에 도착하자, 저녁 식사가 식탁에 올라와 있었지만, 식사할 여유가 없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얼굴과 눈이 술 마신 것처럼 붉어졌고, 온 몸의 가려움증은 견디기 어려운 크기였었다. 나보다 가족들이 더 불안하게 여기며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급히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가라 입었다.

그 동안 몸에 퍼진 독이 더 강해졌느지--- 머리마저 멍멍해졌다. 급히 병원 야간 응급실에 도착해보니, 얼굴 중 오른 쪽 뺨이 크게 부어올라 입이 비뚤어지고, 오른 쪽 눈이 작아졌다. 독성의 크기로 보자면, 말 벌 독은, 꿀벌이나 개미 벌의 독성을 크게 뛰어넘어 , 아예 비교 대상이 아닌 것 같았다.

 

응급 처치 후 12시간 이상 증세를 관찰한 후 , 알레르기 반응이 가라앉아 퇴원을 하게 되었다. 밤 새워 침대 곁에서 간호를 한 짝은 물론 , 새벽녘에 잠시 집에 들려 휴식을 취한 후 병원에 다시 와서 퇴원 수속을 마친 큰 아들의 말벌에 대한 분노는 매우 컸다.

큰 아들이 옆에서 지켜 본 바에 의하면 ---, 정말 말벌이 매우 잘못한 것 같다. 우선 우리는 말벌에 대한 어떤 적대감도 없이 지나가기만 했었다.

 

게다가 농막을 비롯한 농장 전체는 개인인 내 소유였다. 무단 침입해서, 농막 건물 끝에 불법건물을 지은 주제에, 진짜 주인에게 제 집이니 절대로 가까이 오지 말라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맹독을 쑤셔 넣었다는 것은?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에게서 땅을 강탈한 것만큼이나 , 터무니없는 짓이었다!

 

 

 

큰 아들은 당장에 119로 신고해서 벌집을 제거하자고 했다. 그러나 나는 곧 바로 동의할 수 없었다. 예전에도 현관에 집을 짓고 사는 벌집을 처리하러 119 대원들이 왔었는데--- 그들의 방식은 말벌을 향해서 무차별적으로 살충제를 쏟아 붙거나 화염을 방사해서 전멸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든 준비를 갖추고 벌떼를 박멸을 시작하려는 소방관에게 사과하고 , 그의 도움을 사양한 적이 있었다. 지금 아들이 119에 도움을 요청하자는 것은, 결국 말벌들을 전멸시키자는 것을 의미했다.

 

나에게 그 정도 생명위협과 경제적 피해를 끼쳤다는 것만으로, 생명을 빼앗는 보복을 하자면---, 내 손에 죽어야할 존재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은 질 것 같다! 그리고 모두가 그런 식으로 원한을 간직하고 살다보면 , 이 세상이 아수라장이 될 것 같다.

 

세상살이에서 살생, 도둑질, 간음, 거짓말, 음주를 하지 말라는 5계를 받았는데--- 그 5가지 모두 지키는 일이 나에겐 너무도 벅차게 느껴졌다. 그래서 , 그 중 단 하나로 줄여 철저히 지키자고 맹세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항목은 살생 금지이었다. 그 다짐 이후, 집안에서 모기약을 추방한지 10년이 넘었고, 농사를 지으면서 어떤 살충제나 농약도 사용하지 않은지 벌써 7년이 되어 간다. 또 방안에 무단 침입한 파리나 모기도 반드시 매미채로 생포해서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의식적인 살생은 피하려 애써왔다.

 

이런 뜻을 지녔지만 , 나 역시 말벌과 이웃해서 살고 싶은 뜻은 전혀 없다. 뱀에 대해 이웃이 되기를 꺼려하는 이유나 마찬가지이다. 매우 드물지만, 농장에 뱀이 들어와 나와 마주칠 때가 있다. 그 때마다 나는 그들을 잘 타이른다. ‘냉 피 동물이자 습기를 좋아하며 , 이동할 때 기어 다니는 너와 , 온 피 동물이자 마른 장소를 좋아하며 , 온도가 26도 정도인 환경을 좋아하고, 이동할 때 직립 보행을 하는 나는 너무도 다르다. 쾌적하고 편리하게 여기는 내용이 서로 매우 다르다 보니, 자신에 맞는 쾌적한 환경을 상대방에게 따르기를 주장하다보면---, 분쟁 없는 평화로운 이웃 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나가 달라. ’고---. 살모사나 구렁이, 꽃뱀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다.

 

새가 편안하려면 ,앉을 때 자리를 가려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 생활이 편하려면 ,친구와 이웃을 미리 잘 가려야 하고---. 그래서 성미가 나보다 훨씬 급하고 걸핏하면 독을 퍼부어 대는 말벌은 , 기질 상 함께 있고 싶은 내 이웃이 될 수 없다.

 

한 가지 성씨로 집단촌을 이루어 살고 있는 자연 부락 옆에 농장 터를 마련하여 화실 겸 농사를 짓는 농막을 짓고 경험해온 바에 의하면--- 농장 주변에서 마주치는 인물들 가운데에서도, 벌이나 뱀에게 적용하는 규칙을 적용해야하는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 있어 보였다.

 

퇴원하는 즉시 농장에 와서 고추 말리는 작업을 해야 했다. 말벌들은 지금 자신들의 집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활동 영역범위도 확장하려는 뜻을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농막 뒤 면 뿐만 아니라 측면과 앞면에도 나타난다. 이에 짝은 지레 겁을 먹고 아예 농막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말벌을 향한 내 태도를 분명히 정리해야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우선 말벌들이 자유 의지에 의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 좋으련만--- 무단 침입할 때 내 농막을 차지하겠다는 각오가 컸던 만큼 , 그런 심경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주인인 내가 강제 퇴거 시키는 길인데---말 벌 생명에 위험을 주지 말아야한다는 단서 제약이 따르다보니, 퇴거시키는 방법이 매우 제한되며 어려워진다. 우선, 인터넷에서 말벌 퇴치법을 검색해 보아도 , 산채로 몰아내는 방법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갔을 때, 제사용 향을 2 팩을 샀다. 1차로, 향을 피워 그 냄새로 벌을 퇴각 시키는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엔 농막에 혼자 왔다. 제사용 향을 무기로 삼아, 날개를 가지고 여럿이 여러 방향에서 공격해오는 말벌에 대항해서 싸우겠다는 나를 믿고, 위험한 농장으로 따라 갈 수 없다고 짝이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 짝에게, 결혼식장에서 서약한 동고동락(同苦同樂)을 상기시키며 , 함께 가기를 차마 강요할 수 없었다.

 

오자마자 , 컵 정도 크기의 화분 4개에 흙을 담아 그곳에 향을 10개정도 꼽아 불을 피웠다. 그리고 벌집에서 1미터 정도 떨어진 죄 우 창문틀에 2개를 두어 보았다. 향의 연기가 벌집에 도달하기 전에 희석되어 버리기 때문인지--- 벌들은 아주 태연했다. 그 태연한 모습이 은근히 내 성질을 돋우었다. 그래서 이번엔 창문에서 벌집 가까이 까지 이를 수 있는 높이의 스치로폼을 구해서, 그곳에 10여대의 향을 꼽았다. 그리고 벌집에 좀 더 가까이 두어 보았다. 뒤 이어, 온 몸을 잘 막은 후 벌집이 잘 보이는 뒤 산에 올라 15미터 떨어진 곳에서 관찰해 보았다. 집 주변을 맴도는 벌들의 숫자가 평소보다 훨씬 많아 보이는 것으로 보면, 벌들은 다소 동요를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동요는, 연기보다는 스치로품이란 물체거 자신들의 집 가까이 접근하기 때문에 경계심을 보이는 모습인 것 같았다. 결코 허둥지둥 다급하게 이사 가는 절박한 움직이라 여기기엔, 긴장하는 민첩성과 분주함이 묻어나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로 간주했다.

 

이번엔 좀 더 내 뜻이 명확하고 신속하게 전달되는 방법을 택했다. 그것은 벌집의 일부를 잘라내어 , 현재 장소가 불안한 장소이므로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직설법으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높은 가지에 있는 과일을 따거나 가지치기를 할 때 사용하는 길이 3 미터 정도 되는 도구를 이용해서 벌집에 심한 피해를 주기로 했다. 벌 집 가까이 있는 농막 창문을 열고 그 도구를 내밀면, 그 도구 끝에 달린 톱은 벌집까지 닿을 수 있었다. 곧 바로 톱으로 한 번 잡아당기니, 벌집은 힘없이 반 토막이 되었다.

갑자기 기습을 당한 벌들은 사납게 내가 열어 둔 창문을 향해 덤볐다. 재빨리 창문을 닫았지만 2 마리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 중 한 마리는 방향을 내 쪽으로 잡고 곧장 달려왔지만, 손바닥으로 내려치자 방바닥에 떨어졌다가 , 날아오르더니, 나와 반대편에 있는 현관 유리창을 향해 가서 유리에 붙었다. 다른 한 마리는 방에 들어 온 처음부터 , 내 몸집의 크기에 겁을 먹었는지 , 전의(戰意)를 잃고 곧 바로 현관 유리창에 달라붙어 밖으로 나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매미채를 이용해서 두 마리를 쉽게 생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미채 망사에 가두어 놓은 채로 표독스런 포로들 교육을 시작했다. 상대를 가리지 아니하고 함부로 마구 독을 뿜어내는 성깔을 부리는 것은 ,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존재들에게 마저 강한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니, 그런 성깔을 버려야 말벌 종족 미래가 평안해지는데--- 독을 많이 가진 탓에 독을 믿고 거만해진 나머지, 그 급한 성깔을 버릴 가능성이 없어 탈이다. 아예 무기(독)가 없어야 유순해지고 평화 정신이 깃든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그들이 몸에 지닌 독을 모두 소진시키기로 했다. 그래서 장갑을 낀 손으로 포로들의 꽁무니를 계속 자극하자, 마구 침을 쏘아댔다. 하지만, 독소의 무분별한 허비에 불과했다.

 

상당 시간 독을 탕진 시킨 후였다. ‘ 이 농막의 주인인 나는 , 너희들이 이사 가기를 원할 뿐 생명까지 죽일 뜻은 없는 존재이니, 앞으로 나와 마주칠 질지라도 나를 향해 불필요한 독을 뿜지 말라고 했다. 나아가 이제 일단 서로 불편한 이웃으로 판명되었으므로 , 이곳에 사는 것을 허락할 수 없으니 , 24시간 내에 모두가 꼭 떠나라는 내 뜻을 동료들에게 전하라!’ 며 밖에서 풀어 주었다.

말벌 처치에 대해 조바심이 난 큰 아들이 직장에서 짝에게 염려하는 전화를 보내어 왔다. 짝은 아들의 염려와 스님들이 독충들을 제거하는 마음가짐 자세를 들어 , 불살생(不殺生)을 고집하는 내 태도를 바꾸려 애썼다.

 

내가 큰 아들을 다시 한 번 직접 설득하며 안심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듯 했다. 그래서 ‘ 말벌들에게 2가지 방법으로 , 24시간 내에 내 땅에서 퇴거해달라고 강력하게 통고했으니 염려 말라.’ 고 문자를 보냈는데--- .

 

아직 아들에게서 회답이 없는 것을 보니, 내 방법이 성공하리라 큰 아들이 믿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즐거워야할 휴가 시간 중 상당부분을 칙칙한 응급실에서 보내게 만든 말벌에 대한 화가 아직 덜 풀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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