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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격수기] ★

2012 5급공채 일반행정 전국 합격수기(스압)

작성자듀크|작성시간12.12.08|조회수36,203 목록 댓글 76

Ⅰ. 들어가며

  처음 고시공부를 시작하기 전, 밤새 합격수기들을 읽으며 이 공부를 시작해도 될까 고민했던 그날 밤이 떠오릅니다. 솔직히 저는 그렇게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지도 못했고 남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수험생활을 하지도 못했기에 수기를 써도 될까 고민도 됩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특이한 이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제가 그날 밤 수기를 읽으며 고시 도전의 각오를 다질 수 있었던 것처럼, 어떤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용기를 내보았습니다.

  그렇기에 공부방법론보다는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수기를 쓰겠습니다. 공부방법론은 다른 고득점자 분들께서 많이 써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본격적으로 수기를 시작하기 전에 제가 고시공부를 하며 합격하기까지 정신적으로 가장 중요했다고 느낀 점을 강조하고, 간략한 제 스펙(?)을 적겠습니다. 보시면 저를 알아보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부끄러우니 모르는 척 넘어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부연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첫째, ‘왜 고시를 보려고 하는가?’에 대한 답을 마음에 깊게 새기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둘째, 불합격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합격에도 자만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셋째, 결단력을 가지고 선택했고 선택한 공부방법론이나 삶의 양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인문대생으로 고시와는 무관한 전공입니다. 건강, 특히 위장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대학생활 내내 놀면서 술을 많이 마시고 밤을 밥먹듯 지새우다 보니 위장이 완전히 맛이 가서, 한 번 입원한 뒤 2차 기간에도 자주 짧게는 사흘에서 길게는 보름 넘게 공부를 못하고 집에서 끙끙대곤 했습니다. 학교 고시반 생활은 전혀 하지 않았고 주변에 고시하는 친구나 선배도 없어서 무작정 신림동에 혼자 들어와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1차 합격, 2차 불합격, 선택과목 정책학. (24세, 1년 휴학)

2011년: 1차 합격, 2차 불합격, 선택과목 정보체계론. (상반기 휴학)

2012년: 1차 합격, 2차 합격, 최종합격, 선택과목 조사방법론. (상반기 휴학)


Ⅱ. 수험생활

  1. 2010. 1. ~ 2010. 6 :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

저희 아버지는 공무원이시고 항상 제가 행시를 보기를 바라셨기 때문에 막연히 행시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무조건 그 길을 따르긴 싫었습니다. 그래서 2009년 2학기 자아를 찾고 진로를 정한다는 명목으로 휴학을 했지만, 천성이 게으르고 노는 것을 좋아해 놀기만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직에 대한 마음을 세우게 되는 계기가 되는 자극을 받고 밤새 합격수기를 읽은 뒤 행정고시에 도전해야 겠다 결심했습니다. 이 때 겨울에 책방에서 집어든 ‘새행정학’ 책을 한 번 읽으며 서브노트를 만들었고, 양영준 선생님의 거시경제학 수업을 청강하며 조하현 교수님의 거시경제학 교재를 읽고 서브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때 본 새행정학 서브노트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고 이후 다시 보지도 않았습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망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거시경제학 서브노트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보았고 수식이 가득한 어려운 책을 한 번 읽었다는 것은, 전형적인 인문대생으로 경제학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저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정보를 얻으려 학교 인문대 고시반 시험에 무작정 지원해서 PSAT 시험을 보았으며, 운이 좋아서 합격하고 고시반 상견례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생각해보니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 도저히 함께 놀던 친구들을 끊을 수 없을 것 같았고 인문대 고시반이 행정학과나 상경대 고시반처럼 체계적 시스템과 자료가 있을까 의문이 들어 신림동 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되었습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이건 아무것도 몰랐던 당시 저의 짐작이었고, 학교 인문대 고시반은 사실 훌륭한 곳입니다.) 물론 항상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은 가져야 하지만, 고시 공부의 여러 고비에서는 다소 자기중심적이고 수험중심적인 생각과 결정은 피할 수 없는 면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고시반에 죄송하다고 연락을 드리고 바로 신림동으로 방을 보러 갔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보인 건물에 바로 들어가서 방을 보고 그 날 계약을 마쳤고, 2010년 1월 5일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용달차를 타고 이사를 했습니다. 저는 집에서는 절대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역시 바로 보이는 독서실 건물에 등록하고 1차 공부에 들어갔습니다. 이 때 1차 시험이 구정과 사법시험 등과 일정을 조율하다 유독 빨라졌기 때문에 딱 1달을 공부하고 1차 시험장에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때는 막 공부를 시작한다는 마음이 약빨이 들어서인지 정말 집중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기출문제를 다 풀고 검토하니 시험까지 닷새 정도가 남았고, 이 때 어깨너머로 신헌 선생님 책을 사람들이 많이 푸는 것을 보고 기본서를 사서 닷새 동안 빡쎄게 풀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75.8점을 받았는데 처음 90분으로 시간이 늘었던 때라서 합격 컷을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만 무조건 붙을 점수라는 말도 안 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2차 공부에 돌입했습니다. 경제학이 특히 낯설어 김진욱 선생님 예비순환과 변형 3순환을 동시에 듣기 시작했습니다. 변형 3순환은 2순환 강의에 3순환 문제를 푸는 형식인데 너무 모르겠으니 짜증이 나서 모의고사는 첫 날 한 번밖에 보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경제학이 너무도 어려웠고, 더불어 이렇게 공부를 해도 올해에는 붙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공부를 거의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던 중 1차 합격자가 발표되었습니다. 합격 문자를 받고난 후에도 사정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아 금방 2차 시험을 보아야 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2차 시험 장소가 성균관대였는데 근처 오피스텔에서 자취하는 고등학교 선배가 마침 집을 비운다 하여 시험 전주 토요일에 공부할 짐을 싸서 그 오피스텔에 들어갔습니다. 시험 2주 전부터 물만 마셔도 배가아파 음식을 전혀 먹을 수 없었고, 무서운 속도로 살이 빠졌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든 시험을 잘보고 싶은 마음이 비로소 들어서 시험 보는 일주일동안 하루 2시간도 채 눈을 붙이지 않고 책을 봤습니다. 행정법은 총론까지 한 번 읽었고 반 풀었습니다. 경제학도 2/3밖에 못 풀었고, 행정학은 한국행정학 책을 한 번 봤고, 정치학은 전 해 학교 특강 자료를 한 번 읽고 들어갔으며 정책학은 한국행정학 정책 파트 밖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시험을 끝까지 보고나니 몸무게가 10Kg이 빠졌더군요. 어차피 안 될 것을 왜 이렇게 미련하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때 단 일주일이지만 독하게 했던 것이 이후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고도 느낍니다.


  2. 2010. 7. ~ 2011. 12 : 두 번째 탈락

  시험이 끝나고 여름부터는 외롭기도 하고 하여 스터디를 구했습니다. 독서실 벽에 붙어있는 쪽지를 보고 연락했는데, 2차 스터디는 어느 정도 경험이 있고 수준이 맞는 사람을 원한다고 들어서 무척 힘을 주어 연락했던 기억이 납니다. 7, 8월에는 이 스터디에서 김진욱 미시 600제 풀기를 하고 거시경제학 정김저를 읽었습니다. 2010년 겨울까지 행정법 류준세 예비순환, 2순환을 들었고 정치학은 강제명 예비순환, 2순환을 들었습니다. 행정학은 학원 수업은 듣지 않았고 가을에 학교에서 했던 특강을 들었습니다. 행정학의 체계를 잡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특히 하연섭 교수님의 강의는 제게 행정학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신림에서 학교까지 오가며 행정학, 정치학 특강을 듣던 중 2차 발표가 났습니다.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음에도 문자가 오지 않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특강에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점수를 보니 행정법, 정책학은 과락점수였고 정치학이 56점대로 최고점수 였습니다. 형편없는 점수였지만, 공부한 것에 비해 괜찮게 느껴졌고 경제학도 2/3밖에 못 풀었음에도 과락이 나오지 않아 나름대로 희망을 가지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처음 진지하게 선택과목을 생각해보았고 아무래도 정책학보다는 분량에 부담이 적다는 정보체계론을 선택해 강제명 예비순환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낯선 용어가 잔뜩 등장하는데다 공부의 체계를 잡는 것을 중요시하는 제게 어떤 체계도 잡을 수가 없는 과목이라 힘들었습니다.

  2010년에 한 달 정도 공부하고 1차가 되었기 때문에 2011년에도 1월부터 PSAT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출분석을 다시 했고 2차 스터디원들과 1차 스터디를 구성해 한상준, 박지윤, 박준범 모강을 풀었습니다. 신헌 기본서를 한 번 더 풀고 시험을 봤습니다. 80점을 받아 컷에 비교적 신경 쓰지 않고 2차 공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기간에 행시사랑을 통해 밥터디를 구해서 좋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김진욱 3순환을 들었는데,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꾸역꾸역 모의고사를 보았습니다. 작년과는 다르다는 자신감이 조금 들었습니다. 류준세 3순환을 듣고나서 행정학은 역시 3순환을 듣지 않았는데 이 기간부터 풀어져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강제명 정치학과 정보체계론 3순환을 들었고 다시 2차 시험이 다가왔습니다. 시험 3주전 남자친구에게 차이면서 뭔가 만신창이가 되어 시험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성균관대가 시험 장소였는데 작년 짐을 싸서 그 근처까지 갔던 것이 오히려 시험을 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판단해 베리타스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닷새 동안 오가며 시험을 봤습니다.

  시험 한 달 전쯤 집에 있던 노트북이 공부에 너무너무너무너무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밥터디 멤버에게 맡겼는데, 하필 이 때 컴퓨터를 하고 싶은 병이 도졌습니다. 경제학 시험을 보고 정치학 시험을 보기 전날 저녁, 조금만 컴퓨터를 하고 싶은 마음에 집 앞 피씨방에 들어갔다가 다음날 아침 그대로 버스타고 시험보러 갔습니다. 왜 그랬는지 지금은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놀고 싶은 마음이 한 번 끈이 풀리면 제어가 되지 않는 성격이 이런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2011년 하반기에는 휴학이 한 학기밖에 안남아 학교에 복학했습니다. 고시동 기숙사에 들어가 학교를 다니며 아침 출첵 스터디와 저녁 답안작성 스터디에 들어갔습니다. 고시공부를 학교공부와 병행하려 했지만 솔직히 학교 공부를 하느라 고시공부를 하긴 힘들었습니다. 어영부영하다 2차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역시 저의 핸드폰에는 문자가 오지 않았습니다. 이때에는 작년에 2차 스터디를 함께했던 사람들 중 두 명이 합격하고, 심지어 학교에서는 저녁 스터디원 중 한 명이 저와 수험 기간이 같은데 합격해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함께 스터디했던 사람들의 답안을 통해 제가 아직 합격권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과, 어느 정도 답안을 쓰면 합격할 수 있다는 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적이 공개되고 보니 합격선과 평균 1점 정도의 차이였습니다. 그 안에 수많은 사람이 있음을 알고 있기에 아쉽지는 않았지만, 작년보다 14점 오른 평균과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는 희망은 너무나도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저를 다시 일으켜 주었습니다.


3. 2012. 1 ~ 2012. 11: 마지막 도전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붙는 모습을 보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친구들을 축하하는 마음은 순수하게 들었지만 나만 이러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정말 휴학은 한 번 남았고 졸업을 해야 한다 생각하니 절박하고 간절한 심정이 되었습니다. 2012년 1월, 예전의 신림 자취집으로 이사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해 시험에서 80점을 받았고 반년 동안 고시 공부는 거의 하지 못했기에 1차는 조금 놓고 행정법을 공부하고 정원준 정치학 2순환을 동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결심을 했는데, 선택과목을 다시 한 번 바꿔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정보체계론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외웠음에도 2차 성적이 21점으로 발목을 잡았습니다. 또 더 공부한다고해서 감이 잡힐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함께 학교에서 2차 스터디를 했던 합격생이 제 걱정을 듣고 조사방법론을 강력히 추천하기에 책을 조금 들춰보고 기출문제를 보았더니 훨씬 저에게 잘 맞겠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마침 박훈 선생님의 강의지원도 있어서 조사방법론 예비순환도 동영상 강의로 들었습니다. 이렇게 2차 공부를 위주로 하면서 제가 2010년, 2011년에 함께 스터디를 했던 분들을 위주로 PSAT 스터디를 구성했습니다. (이 스터디 다섯 명 중 네 명이 1차에 합격하고 한 분을 더해 다섯 명이 2차 직전까지 스터디를 했습니다.) 1차 시험 직전에 다시 기출을 풀고 박준범 법률 문제집과 신헌 기본서를 풀었습니다. 원서 접수를 할 때 문자를 일부러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2차 발표 때마다 오지 않는 문자를 기다리다 확인하고 내 이름이 없는 화면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1차 시험을 채점했는데 73.3점이 나왔습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도전했던 시험에서 합격이 확실치 않은 점수를 받고나자 저도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정말 간절하게 붙여달라고 기도하고 모든 것은 하늘에 맡기니, 어차피 마지막이라 그런지 컷은 정말 거짓말처럼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고 2차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학, 행정법은 김진욱, 류준세 3순환을 동영상강의로 보면서 답안은 돌려 채점하는 스터디를 했습니다. 1차 컷이 제 점수이고 합격한 것을 확인하고는 정말 하늘이 준 기회이니 최선을 다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행정학 3순환 기간에는 행정논총과 한국행정학보에서 적합한 논문을 골라 읽고 정리하고 대화하는 스터디를 하였고 정치학 3순환 기간에도 정원준 순환별 논문집을 읽고 정리하는 스터디를 하였습니다. 이 동안 꾸준히 저녁에는 기출문제 100점 쓰기 스터디를 하였습니다. 조사방법론은 다시 박훈 3순환 동영상 강의를 보며 답안을 써와서 돌려보는 스터디를 했는데 답안은 2번 정도밖에 써보지 못했습니다.

  올해에는 함께 스터디를 한 오빠의 어머님이 한양대까지 스터디원 셋을 태워다 주셨습니다. 제 전략과목은 나름 행정법이었는데 첫 날 행정법 시험을 완전히 망쳤습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분량과 시간 조절에 실패해 마지막 문제에는 손도대지 못하고 나오는데 그렇게 허탈할 수가 없었습니다. 종일 경제학이 손에 안 잡혀 방황하다 저녁 늦게 어머니 전화를 받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 마음이 약하다고 질책을 듣고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경제학을 보았습니다. 이후 시험들은 무난하게 끝까지 답안을 쓰니 어찌됐든 후련하단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닷새 뒤에 친구와 유럽여행을 떠났습니다. 사실 시험을 본 직후에는 행정법 과락만 안 나오면 이번엔 붙겠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유럽까지 가서도 수기를 읽다보니 난 이 사람들 발톱 때만큼도 공부를 못해서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습니다. 여행 후 복학하여 마지막 학기를 다니면서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이 커졌습니다. 졸업학기지만 사기업에 취직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어 원서를 하나도 넣지 않고 대학원 원서만 넣었습니다. 발표 당일 6시까지 수업이 있어서 수업이 끝난 후 빈 교실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계속 새로고침을 하다, 발표에서 제 이름을 보았을 때의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저도 모르게 괴성이 터져나오더군요.

  3차 면접은 학교 스터디에서 준비했는데, 신림에서 신촌을 왕래하며 스터디를 하고 학교까지 다니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고, 2차 시험보다 더 힘든 것이 3차 시험이라는 것이 괜한 소리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기도 했지만 아젠다넷과 각 정부부처 홈페이지에서 조직도를 보고, 주요 사업을 보고, 예산서, 보도자료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공직 지원 동기를 마음에 새기고 제 인생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종합격 발표 후에는 2차 합격 때만큼 기쁘기만 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어떤 일이든 국가를 위해 면접 때 준비했던 많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Ⅲ. 공부방법론

  1. PSAT

    (1) 총론-자세(?)

  피셋의 핵심은 자신감과 당일의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첫 해 한 문제 차이, 세 번째 해엔 컷으로 붙은 것을 보면 저는 절대 피셋형 인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 당시에는 난 피셋형 인간이고 피셋은 무조건 붙는다는 자신감에 충만해서 시험을 보러 갔고 보았습니다. 또 시험 당일 당황하는 일, 실수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모든 것에 만반의 준비를 갖춰 안정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준비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필기구: 모두 두 개 이상 가져갔으며 샤프는 매 시간 샤프심을 새로 끼웠음.

보온과 의자, 책상: 담요를 챙겨가고 일찍 가서 키에 맡는 책걸상으로 교체.

음식과 물: 소화 가능한 음식, 마시는 포도당, 따뜻한 물.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차나 커피는 절대 입에 대지 않았고 화장실 문제를 생각해 물도 조절함.

장소답사: 전 주 토요일에 미리 고사장을 답사.

시계: 두 개를 가져가서 책상에 테이프로 단단하게 고정. 등등등

  모강이나 수업은 듣지 않았고 문제만 구해서 풀었습니다. 그리고 기출분석이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기출이 익숙해지는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며, 단지 문제를 여러 번 풀어서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출문제 정담의 감'을 익혀야 합니다. 이는 철저한 유형분석 등으로 가능할 것입니다. 그래도 저에게도 신선한 기출문제를 실전 직전에 풀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습니다. 저는 입법고시를 한 번도 접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년도 입시는 아껴놓았다가 실전 직전에 풀어보곤 했습니다.

모강문제는 그 답이나 점수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모강을 꾸준히 풀었던 것은 실전에서 사용할 전략을 테스트하고, 시간 안배나 문제 마킹 등을 몸에 익게 하여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항상 스탑워치를 누르고 5분 전에는 마킹을 하고 마킹실수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안정감을 얻으면 당일에 실수할까 불안할 일이 없고, 컷에 걸렸을 때 혹시 마킹을 틀리진 않았을까 노심초사할 일도 없습니다.

    (2) 언어논리: 한상준 모강, 논리학 수업

  학교에서 철학과 이중전공을 하려는 생각이 있었을 때 들었던 ‘논리학’ 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쓸데없이 많이 배우므로, 전공수업이 아니라 교양수업 정도만 들으셔도 될 것입니다. 따로 참고한 교재는 없고 모강은 한상준 선생님 문제를 풀었습니다.

저는 언어논리를 항상 90점 이상 받아 다른 과목의 부진을 만회했습니다. 요령보다는 우직한 풀이가 주효했고, 전략이라면 논리, 퀴즈 문제는 무조건 안 풀고 넘어가고 마지막에 몰아서 풀었습니다. 논리는 기계적이라 한 번 익숙해지면 오히려 시간이 덜 걸리므로 저득점층이나 80점 정도의 득점측에서는 조금 시간을 들여 집중 공략해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3) 자료해석: 신헌 기본서, 신헌·박지윤 모강 문제

  남들은 제일 점수 올리기 쉬운 과목이라던데, 첫해 75점 받았던 것이 선방이었고 해가 갈수록 오히려 점수는 떨어져 마지막에는 60점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딱히 제가 도움되는 말씀 드리기가 힘듭니다. 신헌 선생님 기본서를 매년 한 권씩 새로 몰아 풀었습니다. 자료해석은 직전에 감을 날카롭게 갈아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였는데, 점수를 보니 잘못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신헌 선생님 기본서에 분류된 유형중 정답률이 낮고 평균 풀이시간이 긴 유형은 실전에서도 과감히 넘어가면서 찍었습니다. 모강도 신헌 선생님 문제 위주로 풀었고, 시간이 남는 해에는 석치수 선생님, 박지윤 선생님 문제 풀었습니다. (이제 박 선생님은 안계시더군요.)

    (4) 상황판단: 한상준 법률문제집, 한상준 모강

항상 자료해석보다는 점수가 잘 나왔고 일정 점수가 꾸준히 유지되었는데 솔직히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전혀 감은 못 잡았던 것 같습니다. 공부한다고 나아지긴 하는 과목인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박준범 법률문제집을 마지막 해에 보았습니다. 모강도 박준범 선생님 것을 풀었습니다. 퀴즈문제는 안 푼다는 원칙을 세웠고, 실제 올 해 엄청나게 많은 퀴즈문제가 나왔지만 당황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초심을 지켜 모조리 찍었습니다. PSAT은 안 풀 문제를 확실히 넘기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렇게 특정 유형은 안 푼다는 작전도 유효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2. 행정법: 기본서 정저. 강의 류준세. 특강 정하중.

  제 전략과목이었지만, 두 해 연속 최저점수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간신히 과락을 넘어서 과락 넘게 점수 주신 교수님께 감사하다고 기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첫 날 보는 과목인만큼 긴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류준세 선생님 예비순환, 2순환, 3순환 들었고 유일하게 4순환도 들어본 과목입니다. 저는 정말 류준세 선생님 수업 듣고 많이 늘었고, 이 수업을 잘 듣고 공부도 충실히 하면 시험장에서 절대 모르는 논점으로 당황할 일이 없습니다. 류 선생님 수업을 따라갔을 경우 관건은 오히려 분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제 성적이 좋지 않아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그래도 중요판례와 최신판례를 많이 접하고 주요 판례 문구는 외웠으며, 학설은 최대한 간략하면서도 핵심이 들어가게 쓸 말만 정리했습니다. (행정법은 공부하다보면 분량을 못 채워서가 아니라 못 줄여서 고전합니다.) 또 법전도 평소에 자주 보아야 실제 시험에서 당황하지 않고 시간이 절약됩니다.

  책은 정저로 공부했습니다. 정저는 독일 학설 위주이고 학설이 적게 소개되어 있는 것이 단점이지만 어차피 이런 면은 강의로 보완이 다 됩니다. 읽기 쉽고 논리적이며 판례 문구가 녹아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 경제학: 미시 기본서 이준구저. 거시 기본서 조하현저, 보충 정김저. 강의 김진욱.

  문과이다보니 가장 약한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했지만, 실제로 두 번째 해에는 73점 가량의 고득점을 획득했고 올해에도 합격생 치고는 낮은 점수지만 발목은 잡지 않을 정도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최근 경향은 핵심 개념 위주로 쉽게 나오고 있으니 두려움을 버리고 담대하게 도전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진욱 선생님 예비순환, 1순환, 2순환, 3순환을 들었습니다. 미시는 이준구 선생님 책을 기본서로 보았습니다. 김진욱 600제를 푼 것이 다양한 유형에 대처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 번 풀어보면 좀 까먹더라도 나중에 다 기억이 납니다. 특히 손이 기억하도록 문제를 정말 많이 풀었습니다. 남들은 목차만 잡거나 계산 위주로 푼다는데 저는 모든 문제를 답안처럼 풀었습니다.

  거시는 조하현 선생님 책을 중점적으로 보고 정김저를 보조로 활용했습니다. 조하현 선생님 책은 새고전학파의 시각이 논리적으로 서술되어 있고 수식이 좋으며, 미시적 기초부터 볼 수 있어 학파의 차이점이 잘 이해된다는 점에 장점이 있습니다. 거시는 문제를 무조건 많이 풀기보다는 두 학파의 시각과 논리적 흐름을 이해하고 따라가는데 집중했습니다. 또 어떤 문제든지 현실에 적용시켜보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4. 정치학: 강의 강제명. 교수님 특강. 청강 진영재.

  올 해 비교적 고득점을 한 과목으로, 전공 과목이 아니라 학교 수업을 듣지 못한 제게 교수님 특강이 특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본적 개념과 흐름은 강제명 선생님 수업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제명 선생님 예비순환, 2순환, 3순환을 들었고 정원준 선생님 2순환 들었습니다. 솔직히 정원준 선생님 수업은 제게는 아무 도움이 안 되었습니다.(아마 어느 정도 공부가 된 후에 들어서 그럴 것입니다. 수험기간 초반에 들으면 좋을 것 같더군요.) 마지막 해에는 강의를 듣지 않고 정원준 선생님 논문집과 제가 나름대로 뽑은 논문들을 정리하며 공부했습니다.

  신림동에서 많이 읽는 정치학 서적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저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만 강제명 선생님이 주도하는 스터디에서 꼼꼼히 읽었을 뿐 다른 책은 하나도 읽지 않아서 뭐라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과가 사학과이고 철학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사회과학, 철학, 사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던 과거의 독서경험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정치학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물론 민주주의론과 정치과정론(혹은 비교정치)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제정치나 정치경제 쪽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학에서 접하는 모든 이론과 모든 틀을 반드시 한국 현실에 적용해보고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고민은 올해처럼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왔을 때 더 빛을 발할 것입니다.


  5. 조사방법론: 기본서 남궁저, 보조 패션 조사방법론. 강의 박훈.

  박훈 선생님 예비순환, 3순환을 들었습니다. 정말 강력히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책 앞뒤를 종횡무진 누비니 이게 뭔가 싶고 정신없지만, 나중에는 구슬이 실에 꿰이듯 모든 것이 체계적으로 쏙쏙 이해됩니다. 조사방법론 답안의 특징으로는 단문 외에도 실험설계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낯선 답안 쓰기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시기도 합니다. 기본서는 남궁저를 보았고 패션 조사방법론 추가로 보았습니다.

  더불어 저는 아직 선택과목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조사방법론을 선택해 보시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입장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정보체계론보다 학문적 체계가 존재해 이해가 쉽고, 시험 전날 암기해야 하는 부담도 적은 편입니다. 작년에 정보체계론이 21점이라서 불합격에 일조했는데, 올해 조사방법론은 공부시간이 현저히 짧고 답안도 몇 번 못써보고 들어갔음에도 고득점하여 합격에 일조하였습니다.


  6. 행정학: 기본서 한국행정학, 보조 새행정학. 수업 나태준. 교수님 특강.

  점수는 합격컷 정도로 평균적이지만, 이 정도로 올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합니다. 역시 교수님 특강과 학교 수업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수험기간 내내 학원 강의는 듣지 않고 홀로 싸우며 조금씩 깨우친 과목입니다. 막판에는 교수님 추천에 따라 행정논총과 한국행정학보의 논문들을 스스로 선정해서 읽고 정리하며 공부했습니다. 논문 보기에는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학계의 최신 이슈를 알게 되고 행정학적 글쓰기의 감을 잡았다는 점에서 괜찮은 공부방법입니다. 저는 3순환 기간에야 이렇게 공부했지만 좀 더 일찌감치 이런 식으로 공부해도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나태준 교수님 수업을 같이 들었고 2차 스터디도 같이 했던 친구와 분담해서 저는 적절한 논문을 고르고 그 친구는 서울신문 주요 기사를 스크랩하여 매일 아침 다른 사람들은 강의 보는 시간에 논문 읽고 토론하고 신문 읽고 토론하고 저녁에는 논문 정리한 것 서로 확인해주고, 이렇게 공부했습니다.


Ⅳ. 생활측면(*주의! 매우 개인적이고 너무 솔직함!)

  1. 공부시간

  저의 공부시간은 엄청나게 들쑥날쑥합니다. 한 번도 시간 재면서 공부해본 적이 없는데, 그 이유는 너무 좌절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노는 거 좋아해서 펑펑 놀기만 한 기간도 꽤 길고, 절박했던 수험생활 후반에는 몸이 축나서 집에서 누워있던 시간도 깁니다. 아침에는 스터디가 없으면 11시 전에 일어난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3순환 기간에는 억지로 아침 스터디를 잡아서 자신을 채찍질했습니다. 그래도 못나간 날이 꽤 많았습니다. 이렇게 늦게 일어나고 독서실에 1시 넘어서 들어가도 '난 왜 이럴까. 난 정말 쓰레기야.' 이런 생각은 안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대신 긍정적으로 '지금부터 해도 몇 시간이나 할 수 있다. 집중해서 하는 게 중요하지.' 이렇게 생각하려 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난 열심히 안했는데 붙었네ㅋㅋㅋ' 이런 것이 아닙니다. 아마 합격자 분들 중에 열심히 안하신 분은 없으실 것이며,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는 분도 겸손하신 것이지 객관적으로 열심히 안하신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정말 제가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한 번 책상 앞에 앉으면 저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시간이 얼마나 가는지, 누가 때려도 모르게 집중해서 공부했습니다. 밥먹는 것도 잊고 8시간 연속해서 공부하고 시계를 보고 정신 차릴 정도였습니다. 또 아침에 못일어나거나 자주 아파서 쉬는 대신에, 공부가 잘되는 밤시간을 늦게까지 활용했고 평소에 공부시간을 짜투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몸이 안 좋아서 마음먹은 만큼 공부하지 못하고 좌절하시는 분들, 혹은 나약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으로 압니다. 그렇지만 거기에 좌절하고 계속 어제의 일, 지난 시간을 후회하고 있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그 시간에 일어나서 다시 책상 앞에 앉으시고 공부하십시오. 그리고 객관적으로 체력이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남들보다 시간확보에 불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정말 집중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공부하시면 됩니다.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로 공부하시면 됩니다. 누구든지 어떻게든지 붙을 수 있는 시험입니다. 나는 무조건 붙는다, 붙고야 만다 그렇게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이런 자괴감에 빠져본 적이 없으신 분들은 자기가 나태한데 나태한 줄도 모르고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셔야 합니다.)


  2. 스터디

  스터디를 생활측면에 넣은 것은 사실 스터디는 공부방법론보다는 생활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터디 전혀 안하시고 붙으시는 분들도 많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저는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그것이 성공적이었던 편이었습니다.

  스터디를 구성하실 때에는 공부수준이 비슷하면서도 공부방법이나 답안이 다르고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성격이신 분들을 모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몇 번 참여해봐서 불편하다 싶으면 과감하게 그만두시는 것이 낫습니다. 붙는 스터디에서는 몇 명이나 붙지만, 못 붙는 스터디에서는 못 붙는다는 것을 생각하십시오. 스터디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관계입니다. 그래서 스터디에 성실하게 임하고 내가 가진 것을 남들에게 숨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 수험기간 중 고독 등으로 힘들 때 가까워진 스터디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가끔 술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습니다.


  3. 교우관계와 연애

  특히 신림동에 들어와 있으면 밖에서 사귄 친구들과 연락이 단절되고, 내가 공들여 쌓은 인간관계가 너무 허무한 것이었던 것 같고, 밖에 내 자리는 없는 것 같고, 이런 생각에 힘들 수 있습니다. 이 때 명심하셔야 할 것이 비고시생이고 신림 밖에 있는 친구가 나를 잊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고시생인 상대방에게 방해가 될까봐 연락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친구라면 언제든 연락해도 반갑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친구라면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래도 정 힘드시다면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서, 친구들의 생활을 엿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는 시험에 두 번째 떨어지고는 스마트폰을 사서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는 것이 삶의 낙이었습니다. 또 외로우면 주저하지 말고 밖에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뻔뻔하게 고시촌까지 와달라고 하세요. 밥 한끼 사주고 진솔한 대화 나누면 마음이 든든하고 공부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고시생 아닌 친구를 너무 자주 만난다, 혹은 고시생이지만 고시생같지 않은 친구들이 내 주변에 많다 싶으면 과감하게 연락을 끊으셔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연애는 모두들 아는 격언이 있지만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연애하면서 붙은 사람들 제 주위에 많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안정적이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힘을 주는 성숙한 관계는 오히려 수험생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시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뭘 원하고 부딪치는 관계는 독이라는 것입니다.


  4. 체력과 글씨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합니다. 이미 저는 다 무너진 뒤였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저는 더 운동에 신경 썼습니다. 어떻게든 하루 1시간은 헬스장에 다녔습니다. 시험 직전까지도 운동은 놓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상황에서 허리까지 아프면 나는 끝장이라고 생각해서 근력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이렇게 체력이 끝장나기 전에 미리미리 꾸준히 운동하시는 것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부모님이 고시생 꼴 보기 싫어하시기 전에, 아직 안쓰러워 하실 때에 보약 지어주실 수 있는지 여쭈어서 드시면 도움됩니다.

또 답안 분량이 안 채워지는 것을 고민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공부가 덜 되어 그런 것이기에 나중에 저절로 해결되지만, 소수의 분들은 정말 글씨 때문일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글씨가 많이 느리고 손은 손대로 아파서 고민이었습니다. 2011년 봄에 1차를 붙고 백강고시체 헌 책을 사서 매일 따라 썼습니다. 연필 잡는 방법에 문제가 있던 것이라 이를 고치니 처음에는 유치원생 글씨 같고 글씨 쓰는 것이 고역이고 하다가 점점 글씨 쓰는 속도가 몰라보게 향상되었습니다. 고시체를 돈까지 내고 배울 필요는 없지만 책이라도 사서 따라쓰면 도움되는 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여가시간과 스트레스 해소

  초반에는 평소 공부시간 확보도 안 되는데 여가를 가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끊고 1년 동안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생활했습니다. 그렇지만 반작용인지 오히려 한 번 고삐 풀리면 확 놀게 되더라구요. 공부 초반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엄격하게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만큼 여가에 엄격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본성을 거스르는(?) 지나친 절제는 그렇지 아니함만 못하다는 것이 지금 저의 결론입니다.

  마지막 6개월 동안에는 친해진 2차 스터디원들과 종종 맥주도 마시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매주 목요일은 고기 먹는 날로 정해서 같이 고기를 먹으러 가니 기다려지는 날이 생겨서인지 힘이 빠질 무렵 힘이 나더라구요. 주말에는 무한도전을 받아서 보고 애인도 만났습니다.

  다만 스트레스 해소를 빙자한 잡기를 즐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야구를 미친 듯이 좋아해서 2010년, 2011년에는 모든 야구경기를 매일 풀버젼으로 보느라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습니다. 그것도 한화팬인데 말입니다. (충청도에서 절 낳으신 빙그레팬 아버지가 밉습니다.) 2010년에는 무적 모드였던 류현진 보는 맛으로 봤고 2011년에는 야왕 신드롬 때문에 봤습니다. 그냥 보는 것이면 다행인데 저는 세이버 매트릭스 기록을 직접 계산해 산출할 정도로 야구광입니다... 제가 올해 붙을 수 있었던 것은 한화 이글스 이 개의 자제와 같으신 분들이 스토브리그에서 기대는 기대대로 키워놓고 시즌초부터 쭉 망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저절로 야구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Ⅴ. 나가며

  많은 분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여기저기에서 온 힘을 다해 공부하고 계신 것을 압니다. 수기를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내가 바로 내년도 합격자라고 생각하시고 자신감을 갖고 공부하시고, 실제로 합격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어머니, 아버지, 고모, 동생, 고시촌까지 찾아와 준 친구들, 마음으로 응원해 준 친구들, 밥터디 멤버들, 1차 스터디 및 2차 스터디 멤버들(올해 못붙으신 분들도 내년에는 다 되실 실력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3차 레전드 스터디 멤버들 모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지혜를 주신 분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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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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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InMyLife | 작성시간 15.05.20 감사합니다!
  •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진만 볼 수 있습니다.
  • 작성자헉떡밥 | 작성시간 16.03.06 ㄷㅅㅂㄱ
  • 작성자문어맛오징어 | 작성시간 18.01.26 감사합니다!
  • 작성자Wilt chamberlain | 작성시간 18.05.0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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