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합격수기] ★

2020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 합격수기

작성자찐빵맨|작성시간20.12.27|조회수18,153 목록 댓글 52

2020년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 합격수기

 

 

[1] 들어가는 글

 

“내가 합격수기를 쓸 자격이 있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당당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잠을 자는 시간 빼고 공부를 한 모범생도 아니고 고득점으로 합격한 우등생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비의 순간마다 선배들의 합격수기를 읽으며 공부 방향을 재설정하고 마음을 다잡았기에 ‘내 경험도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키보드 앞에 앉았다. 아울러 행시사랑에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 합격수기가 드물다는 사실로부터 합격수기의 축적 자체가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모범적 수험생활 및 우수한 성적에 기초한 합격수기는 아니지만 그 대신 최대한 진솔하게 작성하기로 다짐했다. 따라서 이 합격수기를 작성하는 조건으로 어떠한 금전보상을 받지 않았음을 미리 밝혀둔다. 무의식적인 자기검열을 피하고자 조건 없는 선의의 금전적 지원도 거절했다. 나아가 오랜 고민 끝에 내 점수를 모두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남에게 자랑하거나 스스로 만족할 정도의 점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득점이 아니더라도 합격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고시생 신분으로서 (2차 시험을 기준으로) 내 수험기간은 약 1년 5개월이다. 원래 희망하던 진로를 포기하고 2주 정도 고민한 후 신림동 고시촌에 방을 잡은 것이 2019년 3월 초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고시에 도전하게 되어 2020년 합격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정말 감사하게도 운 좋게 그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오랫동안 공부했기에 ‘단기합격’ 또는 ‘초시합격’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아래에서 상술하듯이 국제정치학에 투자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처음 접한 경제학과 국제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로 시험이 연기되면서 2개월 정도의 시간이 추가된 것도 주요했다.

 

본문에서는 1·2·3차 시험의 과목별 공부법을 시간 순서대로 소개하고 실제 시험장에서의 경험을 복기하고자 한다. 이후 수험생활과 관련하여 느낀 점과 조언 등을 덧붙이고자 한다.

 

[2] 1차 시험

 

고시 진입을 가장 망설이게 한 것 가운데 하나가 PSAT이었다. 5개년 기출문제를 풀었을 때 점수가 더디게 올랐고 자신감도 없었다. 시험 삼아 본 19년 PSAT은 풀기보다 찍기에 바빴고 평균 57.5점(합격선 71.6점)을 받았다. 나는 PSAT이 합격의 최대관문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진입 직후인 19년 3월부터 조금씩 꾸준히 공부해나갔다. 다행히 20년 PSAT에서 평균 73.3점(합격선 70.8점)으로 합격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운이 좋았다. 첫째, 1차 시험이 연기되면서 자료해석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비약적인 실력향상이 있었다. 둘째, 극도의 긴장감으로 시험장에서 가장 자신이 있던 언어논리를 망쳤으나 이후 오히려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자료해석과 상황판단을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1) 언어논리 (62.5점)

 

1) 강의

 

# 수강목록: 이정 기본강의, 이나우 기본강의, 이나우 실전모강

 

평소 독서량이 적지 않았고 인문사회 관련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PSAT 가운데 그나마 언어논리가 자신이 있었다. 다만, 논리 관련 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강의를 통해서 습득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정 강사님의 기본강의를 수강했다.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이 좋았지만 지문을 최대한 많이 읽고 문제를 푸는 내 스타일과 맞지 않아 완강하지 않았다. 대신 이나우 강사님의 기본강의를 수강했다. 언어논리 관련 필수적 지식과 스킬을 배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중간 중간 다른 강사님의 특강도 들어봤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모강 시즌에 이나우 강사님의 모강을 들으며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2) 공부법

 

언어논리는 철저하게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했다. 처음에는 20문제씩 끊어서 기출문제를 풀이 및 분석했다. 지문 구조 파악, 정답 근거 찾기, 선택지 구성 원리 등에 초점을 두고 분석했다. 예컨대, 과학기술 분야의 지문에서 일치/추론 유형은 어떤 내용을 주로 문제화하고 오답은 어떻게 만드는지를 정리했다. 인과관계 및 선후관계를 바꾸어 놓는 오답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 때에는 지문의 내용이 떠오르더라도 정답의 근거를 찾는데 집중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지문이 어려워서 해당 분야의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 관련 서적을 읽어보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기출문제 가운데 과학기술 분야의 지문을 모아서 읽고 시각화하여 정보를 정리하는 연습이 도움이 됐다.

 

(2) 자료해석 (80점)

 

1) 강의

 

# 수강목록: 윤진원 입문강의, 윤진원 기본강의, 윤진원 심화강의, 하나산 얼리버드 특강

 

PSAT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자료해석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열심히 했던 과목이기도 했다. 또한 자료해석이 점수 향상이 가장 정직한 과목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PSAT 공부시간의 대부분을 자료해석에 투자했고 강의도 가장 많이 들었다. 윤진원 강사님의 설명이 깔끔하고 실전에서 그나마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껴서 커리큘럼을 따라갔다. PSAT 시즌에 들어서면서 날씨가 추워지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 마침 하나산 강사님의 얼리버드 특강이 개강하여 생활습관을 고치고 PSAT 문제풀이 감을 유지할 겸 특강을 수강했다. 이때 분모와 분자의 차이를 통한 분수비교법을 배웠는데 매우 유용했다. 이미 강의를 많이 들었다고 생각하여 모강 시즌에는 별도의 강의를 듣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문제 푸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자 했다.

 

2) 공부법

 

윤진원 강사님의 강의를 통해 기출문제를 분석했다. 자료해석 문제를 풀기 위해 배워야 할 개념은 생각보다 적었다. 이를 실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체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내게 가장 효과적인 체화 방법은 반복이었다. 다양한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했지만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내는 방법이 큰 도움이 되었다. 기출문제와 윤진원 강사님의 모의고사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2~3회에 걸쳐 반복해서 풀었다. 분수비교, 최소교집합, 가중평균 등 처음에는 난해했던 개념을 묻는 문제를 반복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이고 풀이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특히 윤진원 강사님의 <오뚜기 특강 교재>가 큰 도움이 되었다. O/X 형태로 유형별 문제풀이를 반복해나가면서 실전감각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유지해나갔다.

 

(3) 상황판단 (77.5점)

 

1) 강의

 

# 수강목록: 하주응 기본강의

 

여러 강사님의 맛보기 강의를 들으면서 내 스타일과 가장 적합하다고 느낀 것이 하주응 강사님의 강의였다. 사후적인 문제풀이법 또는 지나치게 현란한 풀이법은 내가 실전에서 적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주응 강사님의 강의는 정석풀이와 공부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교재 역시 매우 상세하고 꼼꼼한 해설을 담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2) 공부법

 

상황판단 역시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했다. 법조문의 경우, 선택지를 중심으로 빈출 오답 유형을 정리했다. 예컨대, 선택지에서 서술어에 ‘신고’가 나오면 지문에서는 ‘허가’라고 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했다. 퍼즐(또는 퀴즈)의 경우, 풀이법을 분석하고 정답을 도출함에 있어 핵심이 되거나 단초가 되는 아이디어를 한 두 문장으로 정리했다. 예컨대, “1등과 2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최종 1등이 배출된 조의 2등과 각 조의 1등을 비교해봐야 한다.”의 형식이었다. 정리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읽고 숙지함으로써 비슷한 유형 및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문제가 나왔을 때 적용하고자 했다.

 

언어논리와 자료해석도 마찬가지이지만 상황판단은 무엇보다 풀 문제와 그렇지 않을 문제를 구별하는 ‘선구안’을 갖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문제를 분류하고자 했다. 풀어야 하는 문제(A유형), 풀 수 없는 문제(B유형), 풀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C유형). B유형은 첫눈에 보아도 어렵거나 일단 풀 자신이 없는 문제였다. C유형은 대략 20~30초 이내에 풀이법이 떠오르거나 문제를 읽었을 때 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되지만, 실제로 정답을 도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문제였다. B유형은 과감히 넘겼고 C유형은 A유형을 풀고 남는 시간 내에서 최대한 해결하는 것이 전략이었다.

 

(4) 헌법

 

# 수강목록: 김유향 기본강의, 강성민 진도별 모의고사, 강성민 부속법령 특강

 

시험일이 아직 여유가 남은 상황에서 헌법은 PSAT 및 2차 공부를 하다가 지치면 강의를 통해 공부했다. 김유향 변호사님의 교재와 강의가 마음에 들어 수강했다. 처음 기본강의를 들을 때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기출문제를 풀고 다시 강의를 들으면서 법률용어에 익숙해지고 어느 부분이 포인트인지를 알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1차 시험에 집중할 때 메가피셋 파이널패스를 결제했다. 다른 과목의 강의는 크게 도움을 받지 못해 듣지 않았다. 다만, 강성민 변호사님의 진도별 모의고사 강의와 부속법령 특강은 매우 도움이 되었다.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헌법을 정리할 수 있었고 변호사님께서 이해하기 쉽게 포인트만을 잘 짚어주셨다. 1차 시험이 연기된 후에는 다시 강의를 듣지 않고 조문 암기와 7급 헌법 O/X 교재를 풀면서 최종 정리했다.

 

(5) 시험장에서

 

1교시 언어논리가 그나마 가장 자신이 있었지만 실제 시험장에서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글이 제대로 읽히지가 않았다. 그러한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대처법을 익혔지만 실제 시험장에서 받는 중압감을 견뎌내지 못했다. 문제를 풀면서도 좋은 점수는 고사하고 평소 받았던 점수보다 훨씬 아래의 점수를 받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커져갔다. 결국 연습했던 페이스가 완전히 무너졌고 문제를 풀기보다 끌려가는 형국이 되었다.

 

전의를 상실한 채 점심식사를 했다. 운동장을 거닐며 어떻게든 다시 의지를 잡아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과목은 언어논리보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수험생활 내내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자’를 모토로 삼아왔던 만큼 남은 시험에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적어도 ‘최선을 다해서 찍기라도 하자’는 심정이었다.

 

마음을 비웠던 덕분이었을까. 언어논리는 정답에 확신을 가지지 못해서 계속 선택지를 붙잡고 있다가 시간 관리에 실패했지만, 자료해석과 상황판단은 연습 때보다 더 과감하게 문제를 넘겼다. 이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에 쓸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나아가 선택지를 읽으며 ‘답이 될 것 같은 선택지’를 과감하게 찍었다. 실제로 언어논리와 달리 자료해석과 상황판단에서 찍은 것이 많이 맞았다. PSAT에서는 찍는 것도 중요한 실력이기 때문에 정답률을 높일 수 있는 나만의 찍기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굳이 선택지 5개의 정오를 모두 판단하지 않더라도 2개 정도를 판단한 후 찍는 것도 정답률을 20%에서 33%로 높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3] 2차 시험

 

(1) 경제학 (80.66점)

 

1) 강의

 

# 수강목록: 김진욱 예비순환, 윤지훈 1·2·3순환, 윤지훈 국경 예비·1·3순환, 황종휴 거시 1순환, 황종휴 국경 예비·1순환

 

수험경제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강의에 많이 의존했다. 또한 강의로부터 도움을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과목이 경제학이기도 했다. 김진욱 강사님의 예비순환으로 경제학을 시작했다. 예비순환 기간에는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었다. 이준구 교수님의 <미시경제학>(3회), 김진욱 강사님의 <거시경제학 입문>(2회), 정운찬 교수님의 <거시경제학>(2회), 주상영 교수님의 <거시경제학>(1회)을 완독했다. 국제경제학은 김신행 교수님과 김인준 교수님의 교과서를 모두 2회씩 읽었다. 이때 기본 개념과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예비순환을 듣고 김진욱 강사님의 <STEP 1>을 풀려고 했으나 잘 풀리지 않았다. 미시경제학은 꾸역꾸역 풀어봤지만 거시경제학은 거의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예비순환 기간 마지막 과목이 국제경제학이었는데 당시 윤지훈 강사님께서 이적 기념 무료로 강의를 열었다. 재경직에 최종합격한 후배의 추천도 있었기에 해당 강의를 수강했다. 강사를 환승하면서 기호나 설명방식에 익숙해지는데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곧 적응할 수 있었다. 기본 개념과 그래프 등을 중시하는 윤지훈 강사님의 강의가 마음에 들어 커리큘럼을 따라가기로 결심했다. 아울러 수업이 끝난 후 강사님께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질문을 직접 받아주신 것도 내 공부법과 잘 맞았다.

 

윤지훈 강사님의 커리큘럼은 ‘순환’이라는 고시공부의 기본에 충실했다. <Mind> 교재를 1순환부터 3순환까지 계속 사용하며 반복을 할 수 있었다. 2순환에서는 120제 풀이, 3순환에서는 기출문제 풀이가 추가되는 형식이었다. 그에 비해 다른 강사님의 강의는 순환마다 다른 교재를 사용하고 양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에서 내게는 큰 부담이었다. <Mind> 교재가 필수적인 내용을 압축적이고 직관적으로 담고 있었고 그래프를 학습하는데 유용했다. 다만, 윤지훈 강사님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문제 수가 적어서 불안감과 조급함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 개념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문제 수를 늘려나가는 방식의 공부법은 내게 맞지 않았다. 오히려 순환을 거치며 반복을 통해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그래프 활용법을 숙지한 후 문제를 풀면서 응용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실제 기출문제를 보면서 (특히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에 있어서) 그 자체로 난해한 문제보다 기본 개념에 충실하면서 한 단계 응용이 가미되는 문제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윤지훈 강사님의 강의 가운데 가장 큰 강점은 그래프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숙달이었다. 그래프를 정복하면 부가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암기할 양이 줄어들며 무엇보다 응용력을 키울 수 있었다. 미시경제학에서는 ‘불확실성 하에서의 선택,’ 거시경제학에서는 IS-LM모형 및 AD-AS모형, 국제경제학에서는 헥셔-올린모형 등이 특히 그러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전체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설명이 부족했고 답안작성에 활용할 수 있는 문장표현이 깔끔하지 못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보완했다. 우선 경제학의 큰 체계는 황종휴 강사님의 강의를 통해 익힐 수 있었다. (윤지훈 강사님의 2순환 강의를 들은 후 황종휴 강사님의 거시 1순환을 수강했다.) 예컨대, 거시경제학에서 전통적인 IS-LM모형과 AD-AS모형을 배우고 미시적 기초를 강화한 소비이론, 투자이론 등을 배운 다음에 RBC모형을 배우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흐름 파악은 거시경제학 내용을 숙지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접근하는 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됐다.  답안에 현출할 문장은 교과서를 읽으며 따로 발췌하여 정리했다. 어느 정도 답안을 작성한 경험이 쌓인 3순환에 이를 진행했다. 경제학 개념을 키워드를 담아 깔끔하게 서술할 수 있는 문장을 정리하고 암기했다. 특히 논리적 서술이 상대적으로 더 강조되는 거시경제학을 중심으로 정리를 진행했다. 예컨대, 이종화·신관호 저의 <거시경제학>에서 “장기에는 민간이 적응적 기대를 극복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율과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일치하게 되므로 실업률은 자연실업률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라는 문장을 정리하고 암기했다.

 

윤지훈 강사님의 강의로 국제경제학의 기본 개념과 그래프를 반복했다. 강의를 통해 그래프를 숙달해나가면서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던 국제경제학이 점차 쉬워졌다. 아래에서 상술하지만 이번 경제학 제3문에서 처음 보는 그래프임에도 불구하고 해석할 수 있었던 것은 윤지훈 강사님의 강의를 통해 그래프 해석력을 숙달시킨 덕분이었다. 국제경제학은 통합논술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만, 윤지훈 강사님의 강의보다 황종휴 강사님의 강의가 해당 목표를 위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황종휴 강사님의 강의와 교재는 다소 양이 많았지만 그 개념이 왜 중요하며 현실의 어떠한 부분과 접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 공부법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숙지하는 것을 문제풀이보다 중시했다. 경제학은 다른 과목들에 비해 응용력이 난이도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첫째, 경제학을 위한 최소한의 수학적 기초를 다졌다. 둘째,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었다. 문제풀이를 하는 가운데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다시 교과서를 펼쳐보았다. 3순환 시기에는 거시경제학을 중심으로 여러 교과서를 발췌독하며 개념을 확인하고 답안에 작성할 문장표현을 정리했다. 단권화는 윤지훈 강사님의 순환을 따라가면서 <Mind>에 해두었고 3순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하루에 미시, 거시, 국제를 점검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반복했다. (기출문제에 비추어 중요도가 낮거나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과감히 건너뛰었다.)

 

문제풀이는 <120제>와 기출문제를 기본으로 하고 모의고사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풀었다. 잘 이해가지 않는 파트 또는 출제가 예상되는 파트 등은 황종휴 강사님의 <연습책> 가운데 난이도와 중요도를 고려해 선별해서 풀었다. 3순환 기간에는 각 강사님들의 모의고사들을 최대한 많이 구해서 풀었다. 김진욱 강사님과 윤지훈 강사님의 모의고사가 가장 도움이 되었다. 황종휴 강사님의 모의고사는 가끔 지나치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안은 실제 시험처럼 작성하지는 않았다. 100점짜리 모의고사를 풀 때 1시간 동안 약식 답안을 작성하는 형식으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이후 답안에서 수정할 내용 및 추가할 내용 등에 대해서 간단히 토의했다.

 

(2) 국제정치학 (74점)

 

1) 강의

 

# 수강목록: 신희섭 예비순환, 윤정진 3순환

 

국제정치학은 대학에서 관련 수업을 많이 듣고 혼자 공부한 경험도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장 공부의 비중을 낮게 두었다. 다만, 수험국제정치학은 처음이었고 국제정치경제는 아는 바가 없었기에 신희섭 강사님의 예비순환을 들었다. 순환이 넘어갈수록 경제학과 국제법에 쏟는 시간이 많아져서 국제정치학은 따로 시간을 내어 강의를 들을 수 없었다.

 

1차 시험이 연기된 이후에도 프라임 법학원은 원래의 예정대로 순환을 진행했다. 경제학 이후 국제정치학이었고 이때 윤정진 강사님의 3순환을 들었다. 강사님께서 정리한 교재와 자료가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1차 시험일이 재발표된 이후에는 PSAT에 집중하기 위해 수강을 중단했다.

 

2) 공부법

 

강의보다는 교과서를 읽고 요약서를 통해 정리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특히 도움이 되었던 책들은 아래와 같다. 물론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밀하게 읽은 것은 아니었다. (단, *를 붙인 책은 반복해서 완독했다.) 내가 취약한 부분에 관련한 서적을 발췌독하고 정리했다.

 

1. 이근욱. <왈츠 이후>*. 한울.

: 가장 널리 읽히는 수험서로 왈츠 이후 국제정치이론의 흐름을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했다.

2. 함택영, 박영준 편. <안전보장의 국제정치학>*. 사회평론.

: 최근 안보 관련 이론의 출제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기본 교과서로 활용했다.

3. 우철구, 박건영 편. <현대 국제관계이론과 한국>*. 사회평론.

: 다양한 국제정치이론의 내용을 정리 및 소개하고 있다.

4. 김석우. <국제정치경제의 이해>*. 한울.

: 국제정치경제 관련 기본 개념을 쉽게 소개하고 있다.

5. 임혜란, 이영섭. <국제정치경제와 동아시아>. 율곡.

: 2차 시험 이후 출간되어 일독했다. 통합논술 대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6. 구민교, 최병선. <국제무역의 정치경제와 법>. 박영사.

: 국제경제학, 국제정치경제 및 국제경제법 등을 아우르고 있어 난이도가 있고 내용이 많다. 각 과목을 한 번 훑어본 뒤 심화된 내용 및 통합논술을 대비함에 있어 참고가 되었다.

7. 박건영. <국제관계사>. 사회평론.

: 분량이 상당하지만 쉽게 읽혔다. 1차 대전 이후를 다루고 있다. 그 이전의 외교사는 요약서 및 수험서를 통해 공부하거나 EBS 수능특강 세계사를 활용했다.

8. 김명섭 외. <현대외교정책론>. 명인문화사.

: 외교정책론 관련 기본 개념을 소개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의 외교정책을 개괄할 수 있다. 요약서를 읽다가 이해가지 않는 개념을 찾아보는데 활용했다.

9. Andrew Futter. 고봉준 역. <핵무기의 정치>. 명인문화사.

: 핵무기 관련 국제정치이론과 핵전략의 역사를 파악하는데 유용했다.

10. 주펑. 이상원 역. <국제관계이론과 동아시아 안보>. 북코리아.

: 국제정치이론을 어느 정도 숙지한 후 제1장 제1절(약 110쪽 분량)을 읽었을 때 이론의 발전 궤적을 정리하는데 유용했다.

 

위의 책 이외에도 다수의 단행본과 논문, 외국서적 등을 참조했지만 돌이켜보면 수험공부법으로는 적절하지 않았다. 많은 글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험가에서 꾸준히 읽히고 있는 대표적인 교과서의 내용을 반복해서 읽으며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를 위해 단권화는 따로 하지 않고 (윤정진 강사님의 교재가 이미 훌륭한 단권화 노트였다) 교과서를 읽고 단어가 아닌 ‘문장’으로 이론을 정리하는 연습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고 내용을 숙지하는 동시에 작문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정리를 할 때에는 기본가정,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이론의 중요성 및 정책적 함의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단, 실전용 문장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분량을 A4용지 한 장 내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국제정치학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첫째, 내용의 정확성이다. 교과서마다 같은 이론과 개념에 대해서 달리 서술하거나 지나치게 압축적으로 설명해놓아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정말 궁금할 때는 원문을 찾아보았으나 어느 정도의 모호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대신 논리적으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문장으로 내용을 정리했다. 둘째, ‘어디까지 공부할 것인가’ 즉, 공부범위의 한정 문제다. 사실 국제정치학의 모든 범위를 공부하고 시험을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떠한 주제가 나오든지 국제정치학 이론과 개념을 활용하여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완결성 있는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모르는 주제가 나오더라도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 등 포괄적인 이론과 개념 그리고 논리구조를 활용해 어떻게든 한 편의 글을 마무리 짓는 연습을 했다.

 

아울러 외교사를 중시했다. 외교사 문제 자체를 대비하는 차원뿐만 아니라 일반이론 문제에서도 외교사를 자기주장의 근거로 삼기 위해서였다. 국제정치이론이 현실과 무관하게 발전하지 않았고 실험이 불가능한 국제정치학에서 사례의 제시가 가장 설득력 있는 글쓰기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너무 세세한 사실관계에 집착하기보다 전체적인 흐름과 해당 사건이 가지는 국제정치학적 의의를 중심으로 공부했다. 17~19세기 외교사보다 20세기 외교사를 우선 공부했다. 대부분의 국제정치이론이 관심을 갖는 시기이기도 했고 최근 출제경향이 제1·2차 세계대전과 냉전에 집중됐기 때문이었다.

 

(3) 국제법 (59.5점)

 

1) 강의

 

# 수강목록: 정성주 예비·2순환, 정성주 답안특강, 이만복 판례특강, 이만복 기출특강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국제법은 고시를 시작하면서 처음 접한 과목이었다. 정성주 강사님의 예비순환을 통해 국제법의 주요 파트(조약법, 국가책임법, 외교법, 해양법, 전쟁법 등)를 공부했다. 재미있는 강의 덕분에 생소한 내용이었지만 흥미를 갖고 공부할 수 있었다. 예비순환 기간 정인섭 교수님의 <신국제법강의>를 완독했고 김대순 교수님의 <국제법론>은 주요 파트만 발췌독했다.

 

다른 과목과 달리 예비순환 기간에 국제법은 교과서를 회독하지 못해서 1순환은 강의를 듣지 않고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으며 독학했다. 정인섭 저를 반복하고 김대순 저는 1회독했다. 개념과 판례를 이해하는데 정인섭 저가 내게는 훨씬 적합했다. 수험가에서 널리 읽히는 정인섭 저, 김대순 저 이외에 다른 교과서들도 구매하여 참고했다. 방송통신대에서 출간한 <국제법>, 김영석 교수님의 <국제법>, 이석용 교수님의 <국제법> 등을 발췌해서 읽었다. 앞의 서적들은 정인섭 저와 김대순 저에 비해 서술과 내용이 간략하다는 측면에서 짧은 호흡으로 국제법을 복습하기에 좋았다. 또한 같은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설명한 문장들을 통해 이해가지 않았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을 수정할 수 있었다.

 

1순환 기간 국제법을 독학하면서 답안을 거의 작성해보지 못했다. PSAT의 압박이 있었지만 정성주 강사님의 2순환을 들으면서 국제법 답안작성의 경험을 쌓아갔다. 아울러 정성주 강사님의 답안특강을 꾸준히 들으며 답안작성 실력을 키우고자 했다. 정성주 강사님은 종강 후에도 이메일과 문자 등을 통해 항상 질문을 받고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다. PSAT에 전념하는 기간에는 조문집을 반복해서 읽으며 조문 내용과 친숙해지고자 했다.

 

3순환은 국제법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만, 강의를 듣는 시간은 최소화하고 답안작성과 자습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했다. 강의는 이만복 변호사님의 기출특강과 판례특강만 수강했다. 강의 횟수가 길지 않아서 부담이 없었다. 해당 강의를 통해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 기출문제를 작성해보고 판례의 사실관계와 논지를 습득할 수 있었다. 기출특강에서 사안을 포섭하는 방법과 답안작성 방법을 중점적으로 배웠다. 변호사님이 쓰신 예시답안을 참고하여 나만의 실전용 답안을 작성했다. 아울러 3순환 기간 공부법과 실전 대처법에 대해서도 유용한 조언을 얻었다. 판례특강은 단순히 판례를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제법의 주요 내용을 확실하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일반론과 조문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변호사님의 판례특강을 통해 판례의 사실관계와 주요 판결내용을 정확하게 숙지할 수 있었다. 특히 판례의 사실관계를 쉽게 요약해서 강의해주셔서 기억에 오래 남았고 기출문제를 풀 때 쟁점 도출에 큰 도움이 되었다.

 

2) 공부법

 

3순환 이전까지는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으며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이때 정인섭 저를 기본으로 삼았다. 김대순 저를 1회독 했으나 내용이 머릿속에 남지 않아서 결국 과감히 포기했다. 시간을 할애해서 열심히 읽어도 그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내 문장으로 답안에 현출할 자신이 없었다. 대신 기출문제를 풀거나 모의고사를 풀면서 관련 주제와 관해서는 김대순 저 및 다른 책을 참고했다. 기출문제는 특강을 들으며 이만복 변호사님의 해설을 참조했다. 모의고사는 정성주 강사님의 해설이 풍부하여 관련 주제를 심도 있게 공부하기 좋았다. 다만, 내용이 너무 많아서 실전 답안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강사님의 답안을 요약 및 정리하는 방법으로 공부했다.

 

교과서를 여러 번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2순환 기간 답안을 실전처럼은커녕 오픈북으로도 작성하기 어려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아는 것이 부족해서 답안을 작성하지 못한다고 ‘착각’하고 이런 저런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3순환 기간 이만복 변호사님의 특강을 들으며 공부법을 완전히 수정했다. 이때가 시험을 약 한 달 앞둔 7월 중반이었다. 이만복 변호사님은 3순환에서는 공부범위를 더 확장시키지 말고 기본적인 내용을 깔끔하게 문장으로 작성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따라 정인섭 저를 바탕으로 교과서의 내용을 정제된 문장으로 정리해나갔다. 암기를 위해 긴 문장은 축약시키고 (최대 3줄) 스스로가 내용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과서의 문단·문장을 재배치하는 작업을 했다. 또한 판례특강에서 자료로 나누어 주신 정리용 문장도 길다고 생각되어 내 문장으로 다시 축약하여 정리했다. 조문도 통으로 암기하지 않고 주요 조문을 선별하여 암기와 답안 작성에 용이하도록 표현과 문장을 정리했다. 8월 10일 즈음 내 표현과 문장으로 정리한 ‘일반론+판례+조문’이 완성되었고 시험일까지 반복해서 읽으며 암기했다. 돌이켜보면 무모할 정도로 시험을 코앞에 두고 공부법을 대폭 수정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국제법에 발목을 잡혔을 것이다.

 

(4) 통합논술 (통합논술1: 62점, 통합논술2: 48.5점)

 

통합논술은 3순환이 되어서야 준비를 시작했다. 스터디를 통해 통합논술 기출문제를 풀어보았다. 스터디에서 답안을 작성하고 출제의도가 무엇인지에 관해서 토론했다. 통합논술만큼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지가 막막한 과목이 없었다. 통합논술을 위해 국제경제법을 따로 공부하지도 않았다. 경제학, 국제법, 국제정치학 등 개별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는 법 이외에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만, 내가 아는 지식과 주어진 제시문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아는 내용이 없으면 제시문을 재진술(paraphrase)하는 형태로라도 답안을 작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론 및 결론은 따로 쓰지 않는 대신 제목을 쓰는 방식으로 통합논술 문제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전달하고자 했다.

 

(5) 시험장에서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2차 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던 요인을 자기평가해본다면 실전 대응력으로 보완했던 것이 주요했다. 따라서 기억이 다소 희미해졌지만 실제 시험장에서 내가 느꼈던 점과 대처를 묘사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2차 시험의 채점기준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복기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것도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

 

(경제학)

 

제1문부터 제3문까지 문제를 우선 훑었다. 제1문과 제2문은 평이하다고 생각했다. 제3문의 그래프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접근방향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제1문과 제2문의 답안을 최대한 빨리 작성한 다음 제3문에 시간을 쓰기로 정했다. 20분 정도 초안 작성에 사용했다. 기존의 출제경향과 달라 초반에는 당황했다. 정답 도출만큼이나 논리적인 서술과 경제학적 함의를 답안에 현출하는 것이 득점의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제1문에서는 자본축적 방정식 도출, 균제상태의 의의, 1차 동차의 생산함수에서 완전분배의 성립 등을 작성했다. 나아가 소결에서는 이종화·신관호 저의 <거시경제학>에서 읽었던 내용이 기억나서 “노동소득은 모두 소비하고 자본소득은 모두 저축하면 황금률 균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그래프와 함께 추가했다. 제1문에서 쟁점을 빠트리지 않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서술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제3문에 최소 30~40분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제2문은 매우 빨리 쓸 수밖에 없었다. 제2문의 2)에서 그래프를 하나 크게 그리고 구간을 나누어 답을 작성했다. 3)에서는 소결에 “완전경쟁의 경우와 달리 노동시장이 수요독점일 때 최저임금제의 도입은 사회후생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설문의 경우는 차선의 정리의 한 사례가 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제3문에 도착했을 때 25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그래프를 다시 보니 해석을 할 수 있었다. X재가 자본집약재, Y재가 노동집약재임을 파악했다. 답안에는 이유도 서술했다. 즉, “동일한 임금-임대료 비율 하에서 Y재가 X재보다 노동-자본 비율이 높으므로 상대적으로 Y재는 노동집약재이고 X재는 자본집약재이다.” 그리고 문제를 다시 봤는데 A국, B국이 아니라 *가 붙어있어서 많이 당황했다. 내가 문제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지 2~3번 문제를 다시 읽었다. 기출문제에서도 표현상 오류가 있었음을 많이 봐왔기에 내가 놓친 부분이 없을 것이라고 믿으며 답안에는 *를 B국으로 가정했다. 제3문에서는 시간에 쫓겼기 때문에 제1문과 달리 서술을 최대한 줄이고 그래프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답안을 작성했다. 제3문의 1)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한 그래프는 RS-RD였지만, 자본량이 증가했을 때 최종적으로 RS-RD로 가는 과정에 필요한 그래프를 여럿 그렸다. 단기적으로 재화상대가격은 불변이므로 립진스키 정리를 활용하며 서술을 시작했다. 에지워스상자와 계약곡선도 그렸다. 이후 헥셔-올린정리과 관련된 그래프를 그리며 논의를 전개했다. 제3문의 2)는 다시 고민을 했지만 문제에서 정확히 무엇을 요구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도대체 빈국은 A국과 B국 중 어디이고 원료는 노동과 자본 중 무엇인가? 결국 스스로 가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신 가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이유를 초보적이나마 적시했다. 교역조건의 악화를 키워드로 파악하고 싱거-프레비쉬 가설을 중심으로 답안을 작성했다. 오퍼커브를 활용한 그래프를 첨가했다. 다만, 결과가 싱거-프레비쉬 가설을 지지하는 쪽으로 도출되어 답안을 작성하면서 당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적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원래의 답안을 밀고 나갔다. 소결에 문제의 결론과 별개로 싱거-프레비쉬 가설은 실증분석 결과와 배치된다고 적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국제정치학)

 

시험지를 받고 제1문부터 제3문까지 훑어보았다. 제2문은 비교적 평이했으나 제1문은 생각할 거리가 많았고 제3문은 ‘이걸 출제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제1문이 당락을 좌우할 거라는 판단 아래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하고 제2문을 빠르게 작성한 다음 제3문에 남는 시간을 투자하기로 정했다.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초안에는 각 문제에 넣을 키워드만 나열해놓고 바로 답안 작성을 시작했다.

 

모든 문제에서 서론이나 결론은 작성하지 않았다. 글씨를 쓰는 속도가 느린 편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대신 제1문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을 통해 출제의도와 주제를 파악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1문의 1)에서 신현실주의를 왈츠와 미어샤이머로 나누어서 작성했다. 첫 문단에서 왈츠와 미어샤이머의 기본가정과 주장을 요약했다. 그런데 두 번째 문단에서 왈츠의 신현실주의를 사례에 적용하며 답안을 작성하다보니 배점에 비해 양이 많아지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미어샤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까지 쓸 답안지와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첫 문단의 미어샤이머 관련 5~6줄을 두 줄로 긋고 지워버렸다. 글의 완결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므로 앞에서 던져놓고 뒤에서 수습하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함이었다. 제1문의 2)에서는 정답이 있기보다 논리적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명시적으로 서술하고 독립변수를 중심으로 제1차 대전과 냉전 시기의 동맹 사례를 분석하고자 했다. 이때 알고 있는 외교사 지식을 최대한 동원하여 가급적 많은 사례를 제시하고자 했다.

 

제2문의 난관은 1)에서 묻고 있는 단기적 결과와 장기적 결과가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특히 문제의 문장구조가 양면게임과 반복게임을 대비되는 개념처럼 소개해 출제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국제정치이론의 흐름과 구조를 생각하며 출제의도를 분석했다. 결국 양면게임은 국내정치가 외교정책에 미칠 수 있다는 자유주의 패러다임의 이론이고 신자유주의는 반복게임을 통해 일회성 게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용의자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를 토대로 답안을 작성했다. 나아가 국제경제학과 국제정치경제론에서 배운 스톨퍼-사무엘슨 정리 등을 활용하여 자유무역의 혜택을 둘러싸고 단기와 장기에 국내 이해집단 간 갈등구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덧붙였다. 2)에서는 한국은 제조업(자동차산업)이 FTA를 지지하고 농축산업이 반대하는 반면에 미국은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났음을 지적했다. 참고로 답안에서 윈셋(win-set)을 모두 영문으로 작성했다.

 

제3문은 가지고 있는 외교사 지식을 활용하여 어떻게든 하나의 완결된 글을 논리적 비약 없이 작성하고자 했다. 1)에서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이 성립하게 된 배경을 쓰고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의 전개과정을 상식 수준에서 작성했다. 연합국의 대소련 정책은 다소 상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러시아가 독일과 단독 강화함으로써 전선이 서부로 일원화되고 소련이 혁명을 전 세계에 수출하기 위해 코민테른을 결성하여 미국, 영국 등 연합국은 소련을 불신하게 되었다.”가 요지였다. 2)에서는 세계사와 한국근현대사의 지식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예컨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와 파리강화회의의 개최에 고무되어 일어난 3·1운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한국독립운동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실망하고 레닌의 민족해방론에 경도되었으며 특히 만주와 중국의 무장독립운동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점도 적었고 더 시간을 할애해봤자 득점 포인트를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제법)

 

문제지를 받고 제1문부터 제3문까지 훑어보았다. 제1문은 쟁점 파악이 어려웠고 제2문은 <신국제법 강의>를 통해 제대로 정리해두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제3문은 보자마자 마음속으로 ‘헉’ 소리가 나왔다. 기출문제를 풀다가 ICC의 지도자 범죄와 관련해 논의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ICC가 이미 많이 출제된 바가 있기 때문에 또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쉽게 넘겼기 때문이었다. 가장 자신 있는 제2문에 혼신의 힘을 쏟아 40점 중 적어도 30점 이상 득점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제3문에 관한 지식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빨리 작성하고 남은 시간을 모두 제1문에 투자하기로 정했다.

 

제2문을 답안지의 4쪽부터 먼저 작성했다. 제2문의 1)은 문제의 서술어가 “논하시오”로 끝나고 있어 해석선언의 허용가능성에 대해서 내가 판단을 내리고 국제법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출제의도라고 판단했다. 즉, 소위 ‘이런 경우 이러하며 저런 경우 저러하다’는 ‘열린 결말’이 아니라 나의 주장을 명확히 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해석선언이 허용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사안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포섭하며 그 근거를 들었다. 예컨대, “ICCPR과 같이 대다수의 국가들이 가입한 인권조약에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A, B, C국이 체결한 지역적 인권조약은 ‘보편적 인권의 보호 및 보장을 보다 확대·강화하기 위해’ 체결되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D국의 해석선언/유보는 조약의 목적 및 대상과 양립불가능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 덧붙여 <신국제법 강의>에 자세하게 소개된 ECHR의 <<Belilos case>>를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했다. 제2문의 2)에서는 D-A, D-B, D-C, A-B-C로 나누어 각각 설명했다. 다만, 이에 앞서 “논의의 전제”라는 소목차를 달고 “앞서 1)에서 허용불가능하다고 판단했으나 분권화된 국제공동체에서 현실적으로 유보의 허용가능성은 개별 체약국/당사국에게 일차적으로 주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각국의 조약관계를 검토한다.”고 작성했다. 답안의 논리적 일관성과 완결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중심으로 암기하고 나만의 문장 스타일을 만들어 놓은 덕분에 글씨를 쓰는 속도가 느렸음에도 불구하고 제2문을 빠르게 작성할 수 있었다.

 

제3문으로 넘어갔다. 사실 관할권 관련 부분을 중심으로 로마규정을 공부했기 때문에 제3문을 보자마자 무척 당황스러웠다. 지도자 범죄와 관련한 조문들이 얼핏 떠올랐지만 정확한 조문이 기억나지 않아 쓸 수 없었다. 틀리는 것보다 차라리 적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알고 있는 일반 법리로 사안을 포섭하고자 했다. 이만복 변호사님으로부터 배운 실전 대처법이었다. 예컨대, 제3문의 1)은 “甲이 형사책임으로부터 면제되기 위해서는 불가항력 등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해야 하지만 사안에서 甲은 반란단체의 가족의 처리에 대해 상부에 직접 문의를 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시 살해하는 등 범죄행위에 가담했으므로 형사책임이 면제될 수 없다.”고 작성했다. 제3문의 2)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처했다. 시간을 더 할애해봤자 득점 포인트를 올릴 수 없을 것 같아 제3문이 총 20점이지만 답안지 한 장도 안 되는 분량으로 작성하고 과감히 제1문으로 넘어갔다.

 

제1문의 1)에서 쟁점을 강행규범으로 잡을지 또는 사정변경으로 잡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2개를 모두 작성했다. 2)에서는 가분성의 요건을 소개하고 “강행규범 위반에 해당할 경우 ‘가분성 요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절대적 무효사유 이므로 조약 전체가 무효이다”고 암기한 문장을 적었다. 가장 큰 난관은 3)이었다. 1)은 그래도 쟁점이 떠올랐으나 3)은 떠오르지 않았다. 갑자기 C국의 국가책임을 묻는 것이 생뚱맞게 느껴질 정도였다. 초안 용지에 국가책임법에서 쟁점이 되는 사항들을 나열해보고 다시 읽어봐도 무엇이 쟁점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결국 “X조약이 강행규범으로 무효라면 이를 모(母)조약으로 삼은 Y조약도 무효이므로 C국이 이에 근거하여 국가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배점이 20점이었지만 여기에 시간을 더 쏟는다고 해도 득점 포인트를 올릴 수 없을 것 같아 반쪽 정도 작성하고 제3문으로 돌아가 내용을 보강했다.

 

참고로 제1문이 생각보다 길어져 3쪽을 넘어가게 되었다. 4~6쪽은 제2문, 7쪽은 제3문을 쓰느라 사용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3쪽 마지막 줄에 “제1문의 3)은 8쪽에서 이어짐”이라고 쓰고 답안을 작성했다. 자신 있는 문제를 먼저 쓰다가 답안지에서 문제의 순서가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감점되지는 않은 듯하다. 국제법이 마지막 날이 아니었다면 이후의 시험에서 심리적인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통합논술1)

 

문제지를 받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찢어 제시문과 문제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문제를 보는 순간 국제경제법이 나와 ‘망했다’고 생각했다. 국제경제법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 국제경제법을 직접적으로 묻고 있는 제2문은 제시문을 내 표현으로 바꾸어 옮겨 적는 수준으로 작성했다. 사실 다른 문제들도 거의 제시문을 재진술(paraphrase)하고 나의 배경지식을 살짝 덧붙이는 수준으로 작성했다. 워낙 당황하고 시간에 쫓겼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작성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통합논술2)

 

통합논술2는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제1문, 제2문, 제3문의 세부문제들이 무슨 기준으로 묶였는지 조차 감이 오질 않았다. 특히 제1문의 2)와 제2문의 2)가 왜 따로 떨어져있는지 알 수 없었다. 우선 해상난민 관련 문제는 아는 바가 없었으므로 일반론을 활용하여 쓸 수 있는 만큼만 작성했다. 배점이 20점이었지만 반쪽 정도만 작성했다. 대신 유인구조를 설계하는 경제학 문제에 시간을 충분히 투자했다. 제시문이 길고 정보가 많았기 때문에 중간에 실수하지 않고 답을 맞추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사실 통합논술2에서 해상난민을 제외하고 다른 문항은 선방했다고 생각해서 국제경제법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던 통합논술1보다 잘 보았다고 느꼈다. 근데 막상 통합논술2의 점수가 훨씬 낮았다. 통합논술의 채점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제와 굳이 그 이유를 찾자면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오히려 제시문 활용도가 떨어진 것이 통합논술2의 점수가 낮아진 원인이 아니었는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정리)

 

위에서 복기했듯이 실전에서 정말 많은 실수를 범했다. 사실 실제 답안은 더욱 형편없었을 것이다. 무의식중에 그래도 괜찮게 작성한 부분들만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은 기억할 수도 없고 실수는 잊고 싶기 마련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켜보면 3가지 측면이 2차 시험 합격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된다.

 

첫째, 아예 포기하는 문제없이 어찌됐든 모든 문제에 대해서 완결적인 답을 작성했다. 즉, 통째로 날린 문제가 없었고 배점과 분량에 관계없이 모두 ‘끝맺음’은 했다.

 

둘째, 어려운 문제를 풀려고 집착하기보다 기본적인 문제를 정확하고 정제된 문장으로 작성하고자 했다. 시간을 추가적으로 할애해도 득점 포인트를 올리지 못할 것 같은 문제는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선에서 마무리를 짓고 남는 시간을 득점 가능한 문제에 충분히 투자했다. 비슷한 강의를 듣고 교재를 보는 수험생의 공부 범위와 양이 크게 차이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문제는 다른 수험생도 모를 확률이 크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기본적인 사안을 ‘서술형’답게 논리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단순히 주장을 선언하거나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근거를 제시하여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 “~ 때문에” 및 “~이므로” 등 판단의 근거를 나타내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문장에 넣는 연습을 했다.

 

셋째, 항상 출제의도를 염두에 두었다. 문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서 물어보는 것을 쓰려고 노력했다. 출제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개별 과목을 공부할 때, 쟁점이 되는 사항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다만, 이 부분은 암기를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그 목록에 국제법 제1문의 3)의 쟁점이었던 강행규범/대세적 의무 위반에 대한 대응조치가 있었음을 발견했다. 해당 목록을 암기했어야 한다는 때늦은 아쉬움이 들었다.

 

[4] 3차 시험

 

2차 합격 발표 이후 합격생들끼리 스터디를 구성하여 3차 시험인 면접에 대비하게 된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집단토의가 없어져 개인발표 시간에 영어로 발표하고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스터디를 통해 면접을 준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실제로 면접이 변별력이 크지 않다고 느꼈다. 면접관들이 모두 친절했고 예상을 뛰어넘는 압박은 없었다. 따라서 2차 시험 점수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영어면접에 대비하기 위해서 스터디의 조원들과 Jenny 강사님께 그룹과외를 받았다. 혼자서는 영어면접을 위한 시간 투자를 하지 않아서 강제성을 구매하는 정도에서 도움을 받았다. 강의 내용 자체가 면접 준비에 크게 유용하지는 않았다.

 

[5] 수험생활

 

공부시간은 최소 10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적도 많다. 장기간 싸움이었기 때문에 2순환까지 가급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무리를 하지 않았다. 생활습관이 무너질 때면 기상 스터디를 통해 교정하고자 했다. PSAT 기간에는 날씨도 추워지고 멘탈도 계속 무너져 공부시간이 들쑥날쑥했다. 슬럼프에 빠져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나 시험이 연기되고 다시 정신을 차려 공부시간을 회복했다. 자신 없던 PSAT을 통과했을 때 어떻게든 합격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3순환에는 공부시간을 대폭 늘렸다. 스터디카페 이용권을 구매해 독서실이 끝나는 자정 이후에도 공부를 계속했다. 이때는 어플을 활용해 스마트폰 이용을 줄이고 공부시간을 측정하면서 목표시간을 채웠다. 평균 15시간이었다.

 

원칙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공부하고 일요일에는 점심까지 잠을 잔 후 저녁에 다음 주 공부를 위해 예열의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예비순환 때 체력적으로 이상 징후가 있음에도 ‘고시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압박에 짓눌려 쉬지 않고 공부를 하다가 심한 두통을 앓은 적이 있었다. 결국 사흘 정도를 회복에 소모해야 했고 공부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이후 필요하면 중간 중간 휴식을 취했다. 이때 죄책감을 갖지 않고 양질의 휴식을 취하고자 했다.

 

체력관리를 위해 운동을 11월까지 했으나 그 이후에는 사실상 하지 못했다. 대신 각종 영양제로 ‘연명’했다. 특히 비타민B와 오메가3가 내게 큰 힘이 됐다. 갈수록 영양제 종류가 많아져 그 양이 아침을 대신할 정도가 되었다. 3순환에는 속이 편한 음식이 나오는 고시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공부의 효율이 좋아졌다.

 

신체건강만큼이나 정신건강의 관리도 중요했다. 고시생의 하루에서 희망과 절망의 거리는 1시간도 되지 않았다. 문제가 잘 풀리거나 수업이 잘 이해되어 기쁘다가도 모의고사 점수가 낮게 나오면 우울함이 나를 집어삼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계획에 따라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결과적으로 3순환이 충분히 역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주므로 기초를 다지지 않고 조급하게 문제풀이에 목을 매거나 남들의 진도를 따라잡을 필요가 없었다. 불안함과 울적함이 가슴에 차오르는 날이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도림천을 걸으며 기분전환을 했다. 가끔은 구동여지도에서 각 고시식당의 메뉴를 확인하고 ‘시그니처 메뉴’가 나온 식당을 투어했다.

 

[6] 나오는 글

 

처음 기획한 것에 비해 글이 너무 길어졌다. 내용을 줄이는 것을 고민했지만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정보로부터 도움을 받는 분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장문의 글을 게재하기로 결정했다.

 

수험생활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고달픈 시간이었지만 내가 진정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깨닫는 기회도 가져다주었다. 강사님들과 동료 수험생들을 비롯해 가족과 친구들의 지지와 응원이 없이는 이렇게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글을 통해 그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달하고 싶다.

 

공부를 하면서 ‘과연 지금 배우는 과목들이 외무사무관이 되었을 때 실제로 얼마나 유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항상 회의적이었다. 그럴 때마다 수험생으로서 배우는 내용보다 과정이 좋은 공직자가 되기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하며 ‘의심’을 ‘열심’으로 대체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위기 때마다 ‘그래도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긴 수기를 읽어주신 모든 수험생분들도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건강하게 그리고 너무 외롭지 않게 목표하신 바를 이루기를 기원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피치재규어 | 작성시간 22.09.21 감사합니다
  • 작성자돌고래는따따따 | 작성시간 22.12.02 읽고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덴버라이트 | 작성시간 23.03.26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작성자불꽃 매미 | 작성시간 23.04.15 감사합니다
  • 작성자오아시스100 | 작성시간 23.06.07 소중한 수기 감사합니다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