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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생활방사능][ 우리는 춘천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가? ] 방사능이야기

작성자별의정원|작성시간16.06.30|조회수364 목록 댓글 0
정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요
이 글이 나오기까지 힘드셨을 춘천의 방사능모임에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양창모님글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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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춘천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가? ]

'왜 떠나지 않는 걸까?' 처음엔 그게 참 기이했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터졌을 때, 원전 반경 수십 km 이내에 살던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살던 곳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맨 먼저 떠 오른 생각이다.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게 뭐라고 거기를 떠나지 않고 살까... 그때는 정말 몰랐다. 몇 년 후 내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할 날이 오리라고는.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거실 바닥에 둔 방사능 측정기는 계속 400nSv/hr가 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침실에서는 600이 넘어갔다. 권고 수치의 3배가 넘는 수치였다. 얼마 전 TV에서 봤던 후쿠시마 반경 30km 지점에서 잰 수치, 기자가 놀라면서 이런 곳에서 아이들이 살고 있다는 게 끔찍하다며 탄식을 했던 530nSv/hr 보다도 더 높았다. 아파트 후문 근처에서는 900nSv/hr 가까이 나오기도 했다. 내가 전에 살던 춘천의 어느 아파트 얘기다. 깜짝 놀란 나와 아내는 그 이후로 춘천의 다른 주거공간과 거리를 수없이 측정했다. 측정기가 잘못됐나 싶어 서울 지하철에서 측정을 해보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은 107 nSv/hr였다. 춘천 지역이 다른 곳에 비해 훨씬 높은 방사능 수치가 나온다는 건 분명했다. 동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어도 높게 나온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의 활동이 시작됐고 이제 2년이 다되어 간다. 그리고 나는 후쿠시마 인근의 사람들처럼 여전히 춘천에 살고 있다. 이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 내 진료실에서 측정한 수치도 350nSv/hr였다.

최근 의학 저널 랜싯(lancet)은 춘천처럼 저선량의 방사능에 장기간 노출되었던 핵발전소 근무자들을 26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저선량이라 하더라도 노출된 양에 비례하여 백혈병과 같은 고형암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잰 수치들이 틀리지 않았다면 춘천에 사는 건 불덩어리 위에서 사는 것과 같다. 그런데 그 불은 뜨겁지가 않다. 그게 문제였다. 차라리 뜨겁다면 당장에 그 불덩어리 위에서 깜짝 놀라 내려올 것이다. 하지만 이 불은 기이하게도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으며 만질 수도 없다. 그저 무감하게 천천히 타들어갈 뿐이다.

나는 이제 이해한다. 후쿠시마 인근의 사람들은 떠나지 않은 게 아니라 떠나지 못했다는 것을. 사람은 바로 '장소'다. ‘이곳의 나’는 ‘이곳’을 떠나는 순간 ‘나’도 아닌게 된다. 떠날 수 없다면 바꿔야한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어 이런 일이 생겼는지를 밝혀야한다.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에서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 5월 13일(금) 저녁 7시 꿈마루 청소년수련관이다. 방사능 전문가 이헌석(에너지 정의행동 대표)씨를 모시고 토론회를 갖는다. 그동안 측정된 자료들도 공개할 것이다. 많은 춘천 시민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오지 않으면 볼 수 없고, 볼 수 없으면 그 불 위에서 결코 내려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춘천사람들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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