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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초보다 더 귀하고 잘 쓰이는 당귀

작성자안초공|작성시간23.10.12|조회수40 목록 댓글 0

감초보다 더 귀하고 잘 쓰이는 당귀

당귀는 한자로 ‘마땅할 당(當)’에 ‘돌아올 귀(歸)’를 쓴다. ‘마땅히 돌아온다’는 뜻은 다소 철학적이지만 약재 이름으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마땅히 돌아갈 곳은 어디일까?

당귀는 참당귀의 뿌리로 원뿔 모양으로 맛은 약간 쓰면서 달다./경향신문 자료사진



당귀가 포함된 처방을 준비하고 있을 때면 한의원을 찾는 분들이 “아, 한약 냄새 좋다”고 하신다. 한의원에서 은은히 퍼지는 향은 당귀가 한몫을 톡톡히 한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인 참당귀의 뿌리를 건조시킨 것으로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 새싹이 돋기 전에 캐낸다. 약간 덜 건조된 당귀를 쭉 뜯어보면 끈적끈적한 질감이 있다. 특유의 휘발 성분의 향을 내뿜는다.

< 동의보감>은 “당귀는 약성이 따뜻하고 맛이 달면서도 맵다. 일체의 풍병과 혈병, 허로병을 치료한다”고 했다. 환자 대부분은 구안와사나 ‘몸의 딱 반만 저리다’, ‘요즘 이상하게 휘청휘청 흔들린다’는 풍병, ‘일어날 때 핑 돌고 어지럽다’는 혈병, ‘자도 자도 피곤하고 팔다리에 힘이 없다’는 허로병을 앓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약에 당귀는 감초보다 더 귀하고 잘 쓰인다.

당귀는 한자로 ‘마땅할 당(當)’에 ‘돌아올 귀(歸)’를 쓴다. ‘마땅히 돌아온다’는 뜻은 다소 철학적이지만 약재 이름으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마땅히 돌아갈 곳은 어디일까? 열심히 직장에서 일하고 결국 집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당귀 역시 결국 집으로 돌아가게 하는 약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당귀의 약효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귀는 기본적으로 혈액의 기능을 정상화해 오장육부에 공급하고, 동시에 뭉친 어혈들을 제거한다. 따라서 혈액순환이 수월해지고 기관들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그러다보니 혈액이 많이 모이는 자궁, 간장, 심장 질환에 많이 쓰인다.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나아가 난임·불임까지도 치료가 된다. 혈액순환을 도와 저림, 안면마비, 두통 같은 중풍 예방과 치료에도 탁월하다. 관절통, 외상으로 인한 상처 치유에도 많이 사용된다.

이제 당귀의 어원을 유추하기 쉬워졌다. 필자가 수집한 내용은 이러하다.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갔는데 생리할 나이가 되어도 초경이 안 온다. 당연히 합방을 못하게 된다. 기다리다가 결국 친정으로 쫓겨나고, 돌아온 딸을 부모는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 당귀가 들어간 한약을 복약하게 한다. 곧이어 초경이 시작되고 다시 시집으로 돌아가 자식을 많이 낳았다는 설이 있다. 이 이야기를 가장 많이 인정하는 것이 워낙 자궁질환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찰과상이나 타박으로 인한 멍, 내부 장기 출혈 치료에도 좋아 전쟁통에도 많이 쓰였다. 이에 전쟁 나가는 남자들의 보따리에 정성껏 말린 당귀를 챙겨주며 ‘다쳐도 꼭 돌아오라’는 간절한 가족들의 마음을 담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금 더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분들은 당귀가 기혈순환을 잘 시켜서 각각의 오장육부로 혈액을 보내주니 이것이야말로 마땅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결국 어디론가 돌아간다. 그곳이 마땅한 곳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여정이다. 당귀를 처방할 때마다 환자분들이 마땅한 상태, 곧 건강한 몸과 맑은 정신으로 돌아가 행복한 생활을 하시길 바란다. 나의 마땅한 곳과 상태는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래줄 당귀차 한 잔을 마시며 8월을 맞이하시면 어떨까.

<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출처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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