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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과 가슴이 답답한 매핵기 증상엔 반하 (허브에세이)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4.02.22|조회수44 목록 댓글 0

목과 가슴이 답답한 매핵기 증상엔 반하 (허브에세이)

 

“무언가 목에 걸려 있는 것 같은데 검사하면 아무것도 없어요. 가래가 있나 싶어서 뱉으려 해도 나오지 않고, 삼키려 해도 내려가지 않아요. 명치부터 목까지 이어지는 무언가가 있어요.”

최근 이같이 호소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증상을 ‘매핵기(梅核氣)’라고 부른다. 매화 씨가 인후 사이를 막아 탁 걸려 있는 느낌을 뜻한다.

반하(半夏)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땅속에 공 모양의 덩이줄기가 있다. 생반하는 독성이 매우 강해 가공해서 약재로 사용한다./위키피디아

 

<동의보감>은 매핵기를 개인의 체질과 유형, 병의 경중에 맞춰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보여준다. 그 처방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약재가 바로 끼무릇이다. 약재명으로는 ‘반하(半夏)’로 천남성과에 속한 다년생 초본인 끼무릇의 코르크층을 제거한 알뿌리 부위를 약재로 쓴다. 여름부터 맺힌 것이 약효가 있고, 이때부터 손질하기에 붙어진 이름이다.

 

40대 여성환자가 대기실에서부터 ‘흠 흠’ 하며 헛기침을 하고 들어온다. 올해 초부터 가슴이 답답해지더니 목 폴라는커녕 목도리도 못 할 정도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봄부터는 상의 속옷도 제대로 못 하겠고, 최근에는 헛기침이 더 심해져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가래를 뱉어내려 해도 나오지 않고, 역류성 식도염처럼 뭔가 욱 올라오는 것 같은데 막상 신물은 아니라고 한다. 자주 체하고 배에 가스가 찰 뿐 아니라 어지럽고, 냄새와 주변 소음에 예민해지면서 짜증이 나며 무기력하다고 한다. 진맥을 해보니 맥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긴장되어 있고, 노폐물 맥상인 활맥이 잡힌다. 오랜 압박감에 전체적으로 침체되고 묶여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혈행이 느려져 이곳저곳에 노폐물이 쌓였다.

 

<동의보감>은 “지나친 감정으로 몸에 열이 쌓이고, 이것이 결국 뭉쳐서 담음(체내 수액이 잘 돌지 못해 만들어진 병리적인 물질), 노폐물이 된다”며 정서적인 요소를 매핵기의 핵심 원인으로 보았다.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걱정과 초조함,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해소되지 않고 누적되면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에 혼란을 일으킨다. 환자가 매핵기로 오면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점의 갈등과 그 해결 과정을 알아봐야 한다.

 

맞벌이 부부인 이 환자에겐 육아를 담당하던 도우미 이모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시어머니는 “불안하니 내가 봐주겠다”며 아이를 돌봐주기로 했다. 며느리인 환자는 안심하고 감사했지만, 한편으로 불편한 면도 있었다. 퇴근하고 오면 살림살이는 물론 가구 배치까지 바뀐 날이 있었다고 한다. 힘들 땐 휴대전화와 과자로 달래주다 보니 아이의 습관이 나빠지는 것 같다고 한다. 어머니가 고생하며 봐주니 말을 못 하고, 혼자 끙끙 앓다 집과 회사에서 휴식을 못 취한 지 꽤 오래됐다. 반하를 중심으로 위장을 부드럽게 하는 처방을 했다. 식도와 인후부의 긴장을 풀고, 복부의 가스를 내려줘 호흡을 편하게 하는 처방도 함께했다.

 

반하는 <동의보감>에서 “명치에 그득 차오른 담열과 이로 인한 기침·가래·구역감·헛트림 등에 효과가 좋다. 비위를 좋게 해 소화 능력을 높이고, 기운을 내려줘 가슴 답답증을 치료한다”고 나온다. 대신 “소갈증, 목구멍이 건조하고 아픈 사람, 장이 메말라 대변을 보기 힘든 사람, 땀이 많은 사람이 쓰면 안 된다”고 금기증도 적어뒀으니 체질과 증상에 맞춘 치료를 받아야 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출처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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