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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지는 어떻게 땀을 조절하나 (허브에세이)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4.02.26|조회수43 목록 댓글 0

계지는 어떻게 땀을 조절하나 (허브에세이)

 

녹나뭇과에 속한 상록교목인 육계의 어린 가지를 ‘계지(桂枝)’, 나무껍질을 ‘육계(肉桂)’라 한다. 육계는 보통 수정과에 들어가는 것으로, 향이 진하고 성질이 열성(熱性)이라 매우면서 달다. 반면 계지는 향이 은은하고 성질은 열성보다 약한 온성(溫性)인데 맛은 육계와 동일하게 맵고 달다.

녹나뭇과에 속한 상록교목인 육계. 육계의 어린 가지를 계지(桂支)라 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감기 통증 완화와 산후풍 치료에 쓴다./위키피디아

 

<동의보감>에서는 “족태양경(足太陽經)에 작용해 피에 있는 한사(寒邪)를 발산시킨다. 몸이 허해 땀이 절로 나올 때 계지로 그 사기(바이러스)를 흐트러뜨리며 몸을 보호하는 기운을 키워주니 땀이 저절로 멎게 된다”고 나온다. 족태양경은 뒷덜미부터 시작, 척추 라인을 따라 꼬리뼈에서 허벅지 안쪽으로 흐르며 발바닥을 통과, 새끼발가락까지 이어진다. 우리가 흔히 몸살에 걸리면 목·어깨 등이 잘 뭉치고 아픈데, 바로 이럴 때 계지가 역할을 한다.

 

계지의 주요 작용은 발한(發汗)이다. 땀을 내 바이러스로 인한 통증이나 뻐근함을 잘 풀어준다. 감기가 풀릴 때 종종 땀이 나면서 개운한 것을 느끼는데 계지가 그런 작용을 돕는다. 사우나에서 땀구멍을 확 열어젖히듯 땀을 뻘뻘 나게 하는 발한약과는 달리 은은히 부드럽게 내준다. 반면 <동의보감>은 계지가 땀을 멈추게 한다고도 했는데, 이는 기진맥진하고 피곤할 때 올라오는 식은땀을 말한다. 이럴 때는 양기를 키워주면서 땀을 멈추게 한다.

 

계지는 어떻게 해서 땀을 조절하게 되었을까? 실제 사례를 본다면 이해가 더 빠르다. 지난겨울, 환자였던 외교관 한 분이 외국인 부부를 모시고 왔다. 두 분 모두 “너무 춥다, 수족냉증이 심하다”고 호소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왔다면서 겨울을 경험하긴 했지만 직접 사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여름 장마철에 이사와 겨울 초입까지 계속 감기에 걸렸다고 한다. 남편은 평소 덥지도 않은데 발에서 땀이 나고, 밤에는 시려 자다 잠에서 깨어나 양말을 신을 정도라고 했다.

 

부인은 좀 더 심각했는데 출산을 하자마자 한국에 온 상황. 처음에는 몸살을 자주 앓더니 이제는 온몸 근육과 관절이 아프다고 했다. 골반에서 소리까지 나고 꼬리뼈가 아프단다. 건조하고 따뜻한 사막 기후에서만 살다가 습기 그득한 장마부터 겨울까지 ‘냉습(冷濕)’에 당한, 흔히 말하는 산후풍(産後風)이 뒤늦게 온 것이다. 남편분은 하단전(下丹田)의 양기를 보해주는 처방에 계지를 넣었다. 부인은 자궁을 따뜻하게 보하는 약과 함께 계지를 넣었다. 남편에게는 발바닥 땀이 멈출 것이라 말했고, 부인에게는 은은히 몸이 따뜻해지면서 땀이 날 것이라고 했다.

 

계지는 바로 온경통락(溫經通絡), 경락을 따뜻하게 하면서 통하게 하는 약의 대표다. 혈관을 확장해 혈액순환을 도와주니 오장육부, 근육과 피부는 물론 손가락과 발가락 끝까지 온기가 돌게 한다. 계지는 비염과 피부질환 등 다양한 한약치료제에 첨가해 활용도도 높다. 다만 계지는 산후풍에는 효과가 좋으나 임산부에게는 쓰면 안 된다. 생리량이 많거나 코피를 자주 쏟는 혈열망행증·온열병에는 조심히 사용해야 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출처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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