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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대하에 탁월한 부들 꽃가루 (허브에세이)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4.03.06|조회수54 목록 댓글 0

냉대하에 탁월한 부들 꽃가루 (허브에세이)

 

여름철 연못가에 가면 핫도그 같은 부들을 볼 수 있다. ‘꽃이 어쩜 저렇게 피어날까!’ 신기하고 재미나 쳐다보게 된다. 그런데 이 부들을 흔들거나 살짝 스치면 이내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한없이 흩날리는 꽃가루가 얼굴에 한가득 붙어버린다. 하얀 옷에 묻었는데 잘못 뭉개버리면 염색이 돼 조심해야 한다.

부들은 부들과 외떡잎식물 약 30종의 속이다. 잎은 방석을 만들고 화분은 한방에서 포황이라 하여 지혈과 통증경감, 이뇨에 사용한다. / 위키피디아

 

꽃가루 날리는 부들을 보고 “아, 포황(蒲黃)이 흩날리는구나!” 한다면 이미 허브에 도통한 것이다. 부들과에 속한 다년생 초본인 부들의 꽃가루는 한의원에서도 애용하는 약재로 포황이라고 부른다. 노란색 포황 가루를 처방에 넣을 때는 살살 쏟아붓거나 숟가락으로 조심히 퍼넣어야 한다. 한 번 흩날리기 시작하면 탕전실이 온통 노란 가루가 된다.

 

<동의보감>에 “약성이 평(平)하고, 맛이 달고, 독은 없다. 눈·코·입·귀에서 나오는 출혈을 멎게 하며, 어혈을 삭힌다. 주로 혈변과 부인의 불규칙성 자궁 출혈, 질염으로 인한 냉대하에 탁월하다. 산후에 아랫배가 묵직하고 당기면서 아픈 것과 하혈을 치료한다”고 나온다. 포황 가루 그대로 날것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어혈 뭉친 것을 잘 풀어주고, 부종이나 종기가 생긴 것을 치료한다. 반면에 보약으로 쓸 때나 지혈을 할 목적이라면 볶아서 사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임상에서는 자궁 수축작용에 탁월해 자궁 출혈과 산후 처방에 다용한다. 치질이나 위하수처럼 골반 근육의 탄력과 자궁수축력이 약한 경우, 자궁 하수가 되는 경우가 있다. 출산 때 지나치게 힘을 주거나, 본래 복부·허리·골반의 근육이 약한 분들, 변비와 설사, 치질이 있던 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생식기 주변이 잘 밀려나오기도 하고, 부어오르고 따가우면서 염증이 잘 생겨 냉대하와 같은 만성질염이 된다.

 

생리대 중에 가장 작은 사이즈를 라이너라고 한다. 생리량이 점성으로 지극히 적거나 냉대하와 같은 자궁에서 흘러나오는 노폐물을 흡수할 때 쓴다. 생리 마지막 날에 보통 두세 개 정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라이너를 매일같이 하는 분이 왔다.

20대 후반 여성 승무원인 그는 입술 주변에 잔뜩 올라온 여드름을 보여줬다. “입술 주변 트러블은 자궁이 나쁜 것”이라는 정보가 주변에 돌고 있나 보다. 피부약·소염 연고를 발라도 자꾸 올라오고, 생리 전에 극심해진다. 생리통도 심해지고, 냉대하 때문에 매일 라이너를 한 지 2~3년 됐다. 손발과 아랫배가 늘 차갑고, 골반이 아파서 마사지를 주기적으로 받는다. 비행 스케줄이 많을 때는 하혈할 때가 있는데 많이 어지럽고 아랫배가 묵직해서 답답하다고 한다.

 

진맥을 하니 가늘면서도 긴장되어 있다. 또한 불안하면서 빠르게 뛰는 조동(粗動)한 어혈 맥이 잡힌다. 복진을 하면서 서혜부와 아랫배, 고관절 주변을 눌러보면 자지러지게 소리를 지른다. 장시간 서서 일하고, 몇 시간을 긴장 상태에서 보내는 직업 특성인지 골반 주변 근육이 경직되어 있다. 자궁 역시 영향을 받아 어혈이 잘 뭉친다. 환자의 체질과 유형에 맞춘 처방에 포황을 넣어 냉대하와 불규칙한 자궁 출혈을 잡았다. 포황의 성질이 평하다고는 하나 청열(淸熱), 즉 열을 식혀주는 소염제 역할을 하기에 속이 냉한 분들은 조심히 사용해야 한다. 자궁 수축작용을 해 임산부에게는 복용을 금한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출처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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