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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정원

정원사 김장훈, 모두를 위한 정원을 꿈꾸다

작성자안초공|작성시간23.11.13|조회수42 목록 댓글 0

정원사 김장훈, 모두를 위한 정원을 꿈꾸다

도심 속 자연의 가치를, 겨울정원의 근사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인의 정원사. 정원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그와의 대화.

 

interviewee | 김장훈

서울대학교 응용생물화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산림과학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천리수목원, 평강식물원에서 근무했으며 미국 롱우드가든 국제가드닝연수 수료 후 국내에서는 시민정원사 교육에 앞장섰다. <겨울정원>의 저자이며, 현재는 수원시청 소속으로 수원수목원 조성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www.ohmygarden.kr

“정원 디자이너 마리안네 푀르스터는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의 초봄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봄을 즐길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김장훈 정원사는 여기에 ‘정원을 충분히 만끽하기 위해서는 늦가을에 성실히 준비해야 겨울정원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인다.
모두가, 오래 정원을 즐기는 방법을 고민하는 그를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작은 정원에서 만났다.“

서울숲 오소정원의 봄 풍경. 다양한 정원 식물을 직접 심고 길러보며 가드닝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높이고자 했다.

인터뷰를 하는 이곳은 어린이대공원 내 ‘수요정원’이다. 어떤 곳인가

원래 오래전 허브 정원으로 조성했다가 관리가 잘 안 되어 사실상 방치되어 있던 곳이다. 5년 전, 약 4개월간 매주 수요일 시민정원사 교육용 대지로 활용하면서 나무와 식물들을 심었고, 참여했던 분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관리를 한 덕분에 이렇게 근사한 정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공원 내에서도 구석에 있고 면적이 크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매일 산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호응이 좋은 편이라고 들었다.

수요정원뿐만 아니라 서울숲 내 ‘오소정원’ 역시 수년 전에 교육은 종료됐지만, 관리 커뮤니티가 이어져 오고 있다고 

정원은 디자인하고 식재했다고 끝이 아니다. 알맞은 때에 적절한 손길을 더하는 관리도 정원 교육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심이 필요하고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옳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사후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처음부터 강조했고, 나 역시도 교육이 끝난 후 1~2년 동안은 자원해서 시간이 맞으면 시민정원사들과 함께 관리에 힘을 보탰다.

시민정원사 교육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국내 수목원 근무 이후 미국 정원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롱우드 가든에서 연수를 받았다. 그곳에서 정원 애호가들의 식물에 대한 높은 관심과 그들이 꾸민 정원의 수준, 그에 걸맞게 성장한 정원 문화에 감명 받았다. 이 모든 것들이 유지될 수 있었던 데는 탄탄하고 다양한 정원 교육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고, 우리나라에도 전파하고자 나서게 되었다.

 

수요정원의 초여름 풍경. 가드닝 자원봉사자들이 실습정원 워크숍을 참가하여 직접 디자인 및 시공하여 조성했다.

 

가드닝 실습교육 장면. 관목류 가지치기 교육을 통해 식물이 가진 고유의 수형과 생리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운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당시만 해도 가드닝 교육이라 하면 실내 꽃 작업, 화분 분갈이 정도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서울만 해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도심에서 느끼는 전원생활이나 본격적인 가드닝을 찾는 수요가 분명 있을 거라 여겼고, 마침 서울숲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여 기꺼이 참여했다.

교육 커리큘럼이 궁금하다

교육은 3월~11월까지 매주 하루 오전 3시간은 이론, 오후 3시간은 실습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가드닝을 제대로 배우기에 충분한 기간은 아니지만, 나무 심는 방법, 건강하게 이식하는 법, 채종하고 증식하는 법, 계절별 관리법 등 봄부터 가을 동안 함께 정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교육 강도가 세 마치고 나면 집에 가서 몸져눕기도 했다는데, 정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노동의 즐거움에 중독되어 참여율이 꽤 높은 편이었다. 특히, 땅은 내 것이 아니어도 함께, 직접 땀 흘리며 조성한 정원이라 다들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

보람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원은 건축물보다 더 지속성이 중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에서 진행한 거라 그게 될까 싶었는데, 우려와 달리 교육생들의 커뮤니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함께 정원에 대한 공부도 하고 견학도 한다는 데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의의가 실현된 것 같아 뿌듯했다. 또한, 1년 남짓한 교육 이후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정원박람회에 출품한 시민정원사들도 있었다. 전공자가 아닌데 그렇게 새로운 일에 도전해서 준수한 작품을 만들어낸 것을 보며 예상치 못한 보람을 느꼈다.

 

완성도 높은 윈터가든으로 유명한 RHS 하로우 카 정원

 

영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겨울정원인 앵글시 애비 정원

요즘 같은 늦가을~초겨울이면 정원이 월동 준비로 바쁠 때다

우리나라의 개인 정원에서 많이 놓치는 것 중 하나가 겨울 경관을 고려하지 않는 월동 준비다. 대개 마른 풀 커팅, 나무에 해충 잠복소 설치, 멀칭재 도포 등 기능에 치우쳐져 있는데, 어떤 정원이든지 그 안에 겨울 경관적인 요소가 있다. 그걸 잘 활용하고 살리는 것 역시 월동 준비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색상을 잃고 말라버리고 잎이 떨어져도 그 모습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마치 드라이플라워로 장식을 하듯 야외에서도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구근 심기 역시 정원생활자들이 놓칠 수 없는 월동 준비 중 하나다

기후를 기준으로 삼으면 우리나라의 정원에서 겨울은 11월~4월까지로 본다. 그래서 정원의 겨울을 더 길다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실질적인 겨울은 12월~2월까지로, 숲에 가보면 2월 중순만 넘어가도 땅바닥에 차오르는 새순에서, 나뭇가지의 통통한 눈과 색깔에서 봄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설강화, 크로커스, 치오노독사 등의 구근을 심으면 이른 봄에 개화해 겨울이 짧아지는 경험을 맛볼 수 있다.

<겨울정원>이라는 책을 쓸 만큼 국내외 다양한 윈터가든을 다녀왔다. 인상 깊었던 곳을 꼽는다면

윈터가든이 가장 유명한 곳으로 영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950년대 처음 만들어져 현재 윈터가든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는 곳들이 곳곳에 있다. 초기에는 겨울에도 푸르른 상록수 정원이 주를 이루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식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진화했고, 화려한 색상을 뽐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자연스러운 겨울 갈색의 멋을 살린 곳도 있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주변 자연을 잘 보존하면서도 겨울의 정취가 좋았던 영국 펜스솔프 자연공원이 인상적이었다. 국내에서는 제주의 식생과 생태를 살리면서 제주만의 겨울을 음미할 수 있는 베케 정원을 추천한다.

 

잘 보존된 겨울 정취와 갈색정원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영국 펜스솔프 자연공원

 

제주 서귀포만의 자연을 오롯이 담아낸 베케 정원

개인주택의 경우 겨울의 황량함이 아쉬워 상록수를 찾곤 한다

우리나라 산에서 볼 수 있는 상록성 진달래인 꼬리진달래는 우리나라 중부지방 추위를 견디는 상록성 관목 중 하나로 여름에 하얗게 꽃이 피면서 겨우내 초록을 뽐낸다. 남부지방으로 가면 교목 중 태산목도 좋다. 가죽질 잎에 뒷면에 갈색 털이 많이 나서 벨벳을 보는 것 같고, 꽃이 목련처럼 커 미국에서는 나무계의 귀족이라고도 부른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자주 쓰이는 침엽수 중에서는 은색 빛깔의 은청가문비나무, 녹색이 진한 구상나무, 노란색을 띄는 황금실화백 등이 있다.

2017년부터는 수원수목원 조성에 투입되었다고. 

정원사는 무슨 일을 하나 수목원은 리빙 뮤지엄, 즉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식물이 곧 재산이다. 식물을 수집하고, 서식지 외 자연 상태에서 식물들을 보존하는 일, 멸종 위기에 놓인 식물을 보호하는 일, 증식하고 연구하고 전시하고 시민들에게 교육하는 일 등 매우 다양하며, 각 분야에 특화된 정원사들이 이를 맡아서 수행한다. 2022년 상반기 개장을 목표로 지역의 생태를 살리면서 도심 안에서의 자연성을 드러내는 지역거점 수목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늦가을의 정취가 그윽한 수요정원 내 벤치에 앉은 김장훈 정원사

이 시대, 도심 속 정원이 갖는 의미란 

최근 주거·상업 시설을 넘나들며 식물을 활용한 공간들이 각광 받고 있다.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이제는 개인적인 감상과 치유를 넘어설 때라고 생각한다. 요즘 정원 트렌드인 자연주의 정원은 단순히 보기에만 자연스러운 정원이 아니라 그 정원을 통해 도시 주변의 자연성을 살려내는 역할까지 확장해 있다. 장소 자체가 가지는 자연성과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고민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주변 사람에게도, 인류에게도, 지구적으로도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은 면적과 상관없다. 동네 풍경에 보탬이 되고, 내가 가꾼 정원에 새와 나비가 찾아오는 작은 일, 개인주택의 정원에서부터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겨울 정원을 빛내는 추천 식물

 

1. 붉은말채나무 ‘미드윈터 파이어’      
이 식물은 유럽과 서아시아가 원산지인 말채나무 종류 중 하나이다. 아래서부터 위로 주황색에서 붉은색으로 가지 색상의 변화를 보여주며, 겨울 정원을 화사하게 밝혀주어 ‘한겨울의 불’이라는 품종으로도 불린다.      

2. 밀사초 ‘백록담’
특별한 상록수를 원한다면, 밀사초를 추천한다. 광택이 나는 초록 잎에 매우 선명한 하얀색 무늬가 들어가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원래는 중부지방에서 반상록 상태로 월동을 했으나, 요즘은 싱그러운 초록의 잎으로 겨울을 난다.

3. 납매
‘동짓달에 피는 매화’라는 뜻의 이름처럼 매화보다 이른 한겨울에 꽃이 피는 나무다. 반투명한 노란 꽃은 밀랍으로 만든 것처럼 여려 보이지만, 엄동설한에도 매우 그윽하고 아름다운 향기를 진하게 뿜어내 겨울 정원을 항기로 채워줄 수 있다.

 

취재_ 조성일  |  사진_ 변종석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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