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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정원

흙과 바람, 고택 어우러진 정원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4.03.22|조회수71 목록 댓글 0

흙과 바람, 고택 어우러진 정원

아산 석순자 씨 정원

한옥에 상록수와 암석원의 정원이 단아한 전경을 자아낸다.
정원은 사랑채에서 바라본 순간, 온전히 보인다. 산에 둘러싸인 푸르른 정원은 바라만 보아도 안식을 준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석순자 씨의 정원은 4950㎡ 규모의 부지에 약 100년 전 지어진 한옥이다.
'ㅁ' 형태의 충청도 지방의 전형적인 한옥 형태다. 집의 입구, 뒤뜰, 한옥의 안채 마당, 옆 마당 등 자연이 자리한 곳에 최소의 손길을 보태 집을 감싸는 정원이 되었다.

한옥에 어울리는 식물의 배치가 돋보이는 정원이다. 집이 주는 고즈넉한 정취에 따라 과하지도 않게 여유를 두 고 식재되어 편안함을 준다.

“처음에는 계절마다 꽃이 꽉 찬 정원이었어요. 조경전문가를 만나고, 이 집에 맞는 정원을 꾸며 볼 생각이 없냐 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재작년 10월에 정원 공사를 다시 했어요. 전체적으로 나무로 식재를 하되, 가능하면 겨울에도 푸른 침엽수를 정원을 재조성하면서 들여왔어요.”

흙과 나무로 빚어진 집에, 바람과 식물이 조화를 이룬다. “보시면 좋은 곳은 집으로 들어가는 돌계단, 우물, 돌 담으로 둘러진 뒤뜰, 사랑채 툇마루에서 바라본 정원의 전경이에요.” 집으로 들어가는 돌계단을 오를 때는 분 홍낮달맞이 향이, 우물가 옆에는 금목서의 깊은 향이, 돌담에는 옥잠화가, 안채 앞에는 은목서의 향이 계절별로 바람을 따라온다.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 풍경의 청아한 소리가 귀에 흐른다. 집으로 들어가는 돌계단 옆에는 암석원이 눈길을 끈다. 큰 돌을 길게 박아 60여 종의 바위솔을 식재했다.

“잘 자라는 식물을 보면, 남부지방의 북방한계선, 해양성 기후에요. 적절하게 따뜻하고 적절하게 추워요. 특히 눈이 많이 내려요. 그래서 금목서·은목서가 잘돼요. 소나무 전정은 전문가를 부르고 나머지는 직접 해요.”

직접 관리하는 만큼, 곳곳에 석순자 씨의 손길이 닿아있다. 특히 정원 곳곳에 항아리 화분이 인상적이다. 못 쓰 는 항아리를 반으로 쪼개서 화분으로 활용하며, 죽은 나무들을 꽂아놓기도 했다. 처음에는 죽은 나무들이 안타 까워 항아리를 활용한 것인데 기와와 잘 어울리는 소품이 되었다. 또한 정원 돌 틈에 둥근잎꿩의비름 등의 야 생화 씨앗을 뿌려 또 다른 미니정원을 만들었다.

석순자 씨는 농촌진흥청에서 오랫동안 야생버섯 분류를 연구했다. 그래서 은퇴 후 자리한 이곳에 버섯 관찰· 체험 학습장을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그 계획을 미루고 정원을 가꾸고 있다. 십수 년을 일하는 동안 야생버섯 수집을 위해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고, 도로 위를 달리며 집에서 머물 시간, 쉴 시간조차 없었다 고 한다. 그런 석순자 씨에게 지금의 집은 머무르고, 쉬며, 매일 꽃을 돌보며, 그 사진을 찍고, 일상을 누리는 곳 이다.

 

“꽃이 가득한 정원이 제가 꿈꾸는 정원이에요. 정원을 재조성하면서 사랑채 앞에서 뽑은 꽃들을 아래 정원에 내렸어요. 꽃은 다알리아를 비롯해 봄이 오면 무스카리, 수선화, 튤립을 특히 좋아해요.” 사랑채 앞 상록수 정 원 아래, 주차장과 이어지는 도로를 지나면 다육이와 초화류가 심어진 정원이 있다.이곳에는 개쑥부쟁이, 백일 홍, 초콜릿코스모스, 홍가시 등 다양한 야생화를 포함한 초화류가 식재되어 있다.

꿈꾸는 정원이 있고, 하루하루 가꿔야 할 식물이 있다. 또한 나무 수형을 잡는 것을 배워야 하는 건지, 전문가들 에게 맡겨야 하는지 고민도 한다. 정원 일을 하다, 힘들면 사랑채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며 잘 구운 고구마와 꽃 차와 함께 잠시 쉬어간다. 그러다 누군가 정원을 왜 가꾸냐고 물어보면, 마땅히 할 대답은 없다.
그냥 해지면 완결, 해 뜨면 미결일 뿐이다. 기쁨을 누린다는 것은, 일상을 행복하게 보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 운 일인지도 모른다.

한옥에는 기둥에 싯구를 연하여 걸었다는 주련이 있어야 한다. 석순자 씨 집의 주련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 이 살라’ 다. 싯구는 흙과 나무로 빚어진 집과 상록수의 푸르른 정원과 공간의 여백과 그 정원주의 일상과 닮아 있다.

한옥과 잘어울리는 항아리화분, 정원 조형물 등 정원 곳곳에 석순자 씨의 손길이 닿아있다

돌담으로 둘러진 뒤뜰에는 옥잠화, 이끼정원, 등골나물꽃등 다양하게 식재되어 있다

겨울전경. 돌담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줘서 남부 수종인 금목서 등 이 지역에서 피기 힘든 수종들도 잘 월동된다.

 

출처 [월간가드닝  글 장은주 기자 / 사진 윤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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