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집짓기 - 통나무집의 계단

작성자우드맨안성|작성시간20.08.12|조회수88 목록 댓글 0



단층60평과 낮은 다락방으로 출발하여 52평과 2층 다락방으로 조정하고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집입니다. 확정 여부까지는 넉넉한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협의하는 중.





워낙 잘 정리된 도면을 손수 그려 오셨기 때문에 평면도는 단숨에 정리가 되었는데

(변경의 여지는 있어요) 역시 계단의 위치와 형식을 가지고 설왕설래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펼치는 사다리형식만으로도 족하다 하였으나 다락방의 활용도가 변해감에

따라 자연스레 안정적인 계단구조와 위치가 중요한 결정사항 중 하나가 되었지요.






서구식 통나무집은 뾰족지붕을 이용한 2층 구성이 당연한데 우리는 보통 면적제한과

좌식 온돌방문화에 익숙해서 넉넉한 2층 배치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 계단 공간을 어떻게 하면 좁힐 수 있을까를 연구하느라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게 일상이고 그래서 계단작업이 더욱 어렵기만 하답니다. 계단이 차지하는

공간을 여유 있게 잡을 수 있다면, 보다 다양한 계단설계가 가능하여 낭만 가득하고

수준 높은 계단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스태프 생활을 할 때부터 아니 그 이전 통나무교육을 받을 때부터 통나무집을 소개하는

잡지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통나무집 뿐 아니라 그 안팎의 계단과 난간(handrail)

아름다워 보여서 그대로 흉내 내 보고 싶었습니다만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어요.

 

 

처음으로 집짓기 전 과정을 맡은 비봉통나무집은 통나무로 옆판(스트링거 Stringer),

발판은 집성목판재를 이용했고 핸드레일은 자연목을 이리 저리 깎고 다듬어 맞추었지요.

소양통나무집과 구례 조나단도 엇비슷했고 경산통나무집은 집성가공목재로 계단 발판과

핸드레일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경산통나무집 내부 계단과 2층 발코니 난간을 만들면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어요. 통나무집에 어울리지 않는 빈약한 각재가 주는 왜소한 느낌...

 

 

그때는 일하느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으나 지금 되돌아보면 원삼 풀나치통나무집이

행복한집짓기, 행복한통나무집짓기의 전환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집짓는 동안(8개월) 작업장이나 현장에 딱 두 번 방문하신 원삼통나무집 주인. 직장과

종교생활 때문이라 이해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나를 믿고 의지하신 것으로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삼통나무집(Full Log, Full Notch, Full Scribe) 건축 전 과정에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원목작업(Log Wall)부터 마무리까지 공정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지요.





상하좌우 Double Round 4 Point Notch, 개스킷과 양모단열재, 팽창 개스킷(EMSEAL

Gasket)을 활용한 세틀링 스페이스(Settling Space) 및 창호 틀의 기밀시공 등 구조와

관련된 매뉴얼을 정리한 수확 외에 계단과 난간(Stair & Handrail)을 예의 외국 책에서

본 것처럼 만들었다는 것...

 

테논 커터(Tenon Cutter)라는 기구를 발견하여 어렵사리 구입할 수 있었고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보란 듯이 예쁜 난간을 만들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계단에도 심혈을 기울였죠. 발판까지 전부 통나무 원목을 켜서 준비했으며 계단

(Landing) 부재도 홍송 건조목재를 주문해 현장에서 이틀 동안 정성을 들였답니다.

이런 일은 여러 명이 한 번에 달라붙어 속전속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죠.

물론 핸드레일은 그 다음에 따로 설치했어요. 마침 그 시기에 작업장 주변에서 향나무

몇 그루를 얻을 수 있어서 한쪽에 정리해 두었다가 아주 요긴하게 활용했습니다. 마치

이 집 핸드레일을 이렇게 만들라는 주문을 받은 것처럼 말이지요.

 

보다시피 이전과 확연하게 다른 계단과 난간 손 스침이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연달아서 계단실 혹은 매입형(노출형식의 반대)계단을 설치했답니다. 영월운학

그리고 사진으로 보는 완주 용진통나무집의 예인데, 계단은 집의 구조와 필요에 따라

설치하게 되므로 그 규모나 형식에 제한이 있게 마련이지요. 더구나 아무래도 면적을

최소화하게 되는 우리 형편에서는 그 때문에 훨씬 어려운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용진통나무집은 모던이 컨셉이었기 때문에 계단과 난간도 각재를 사용했어요. 별다른

고민 없이 발 디딤판을 집성 계단판재로 놓았더니... 역시 아래의 원목 계단 판재와는

질감과 품격에서 확연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원목, 원목 하는 모양이지요?






철이와 정말 많은 땀과 정성을 쏟았던 서천 화양통나무집(Log Home)...

 

과감하게 사선방향 핸드레일 만들기에 도전! “대한민국에서 안 돼는 게 어디 있니?”

성공적으로 설치하고 나니 그간의 고생에 보답을 받은 듯 후련하고 뿌듯했습니다.

 

계단 원목부재와 그보다 훨씬 일이 많았던 집 안팎의 원목 핸드레일을 트럭 한 가득

싣고 갔죠. 게다가 그 집이 있던 자리에서 나온 은행나무를 이용한 포치 핸드레일까지...

순간순간의 기억이 여러 개의 정지화면으로 내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속리산통나무집. 여긴 핸드레일 부재가 화양통나무집보다 훨씬 더 많았고요.






운학 포스트&빔 통나무집처럼 아래층에 출입문까지 둔 양평통나무집의 매입형 계단.

위 용진 포스트&빔 통나무집의 집성목계단과 비교하면 예의 질감과 품격이란 표현이

과한 것은 아니지요. 옹이와 나뭇결 그리고 색감까지도... 핸드레일 설치 전입니다.






횡성 강림포스트&빔 통나무집. 계단설계에 따라 옆판(Stringer 세로 보)와 디딤판재가

준비되었고, 아놀드가 심혈을 기울인 계단 참 Landing 구조 그리고 원삼통나무집의

계단 난간 부재와 같은 향나무 한 줄기로 만든 핸드레일은...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가장 쉬운 매입형 일자(Straight)계단. 경량목조주택 계단을 만드는 방법을

거의 그대로 따르며, 디딤 발판만 원목으로 만드는 작업이 약간 까다롭다고나 할까요.

맨 위에서 두 계단 참(Landing)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공을 많이 들여야 했습니다평창 

금당포스트&빔 통나무집.






벽 속으로 들어간 계단. 장성 A프레임 팀버홈(Timber Home/Log Home)






통나무원목 발 디딤판으로부터 받는 느낌은 부드러움, 따스함, 향기로움, 아름다움,

그리고 순수 자연목의 질감...







또 한 가지 북미의 사진들을 보면서 부러웠던 건 원목 골조조립 할 때 계단을 동시에

조립하는 모습. 경북 예천 포스트&빔 통나무집 계단을 스트레이트 구조로 설계하면서

현장 골조조립과 동시에 계단을 통째로 놓는 상상을 하며 가슴 설렜었지요.






육중한 계단을 성공적으로 설치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내부계단은 없고 필로티기초 위 본채 데크로 올라가는 외부계단을 설치한 진부 WRC(

Western Red Cedar)통나무집. 방부목이 아닌 적삼목과 홍송(Old Douglas) 주문재로

구조(Frame)와 계단을 만들었고 핸드레일은 유리와 금속으로...






계단 놓기는 해도 해도 어려운 작업입니다.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집집마다 다르고요.

더더욱 계단의 골격과 디딤판이 그대로 드러나는 노출 계단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며

설계하고 또 모든 부재가공에 세심한 배려를 해야 자연스럽고 보기에도 좋은 계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수정이 불가능하고 루버 등의 치장재로 가려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중간 참에 계단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Landing 역할만 하면 되는) 넉넉한 공간이라면

계산이 쉽고 그만큼 설계하기도 편하지만 계단이 차지하는 공간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중간 참(Landing)에 보통 두세 계단을 더 만들게 됩니다.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반영한 계단구조(Frame)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전에는 기본 부재만 준비하고 현장에서 실측하며 계단 놓는 작업을 해왔는데, 지금은

미리 확인하여 실측한 다음 구상/설계 단계를 거쳐 작업장에서 거의 대부분의 부재를

(디딤판 절단, 스테인 바르기까지도) 준비하고






현장에서는 계획한대로 조립하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ㅎ~








(Straight)형 뿐 아니라 계단참이 있는 구조도 언젠가는 한 방에 현장 조립하는

날이 오겠지요.






계단 참 아래 공간 활용을 염두에 둔 괴산포스트&빔 통나무집






Tenon Cutter를 이용해 만든 자연목 핸드레일은 통나무집과 잘 어울리며 통나무집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장치임에 틀림없지만 집의 컨셉에 따라 금속과 유리를 조합하는

핸드레일 또한 통나무집과의 궁합이 좋다고 봤어요. 이제나 저제나 기회를 엿보던 중

진부통나무집 데크 핸드레일을 유리와 금속 조합으로 설치했으며 이어서 구례통나무집,

괴산 포스트&빔 통나무집 내부 핸드레일 전체를 철 단조 형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핸드레일 원목부재는 주로 국산 낙엽송 간벌목재를 활용해 왔습니다. 낙엽송의

목질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인근 산림조합 등에서 구하기 쉽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죠.

그러나 지금은 수급마저 어려운 상황. 좀 더 적합한 원목을 찾아서 미리 확보해 두고

필요에 따라 원목 핸드레일과 철 단조 및 유리 제품 중에서 선택적으로 제작, 설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통나무집의 노출 원목계단은 계단 자체로서의 임무만큼이나 조형적, 구조적인 측면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계단과 핸드레일이 어떤 모양을 하고 어떻게

놓였는가에 따라 1, 2층 연결부의 실내풍경은 정말 큰 차이가 납니다.

 

그동안 나(행복한집짓기)는 통나무집 골격과 내 외부 마감방식 뿐만 아니라 계단까지도

그 집과 가장 어울리게 만들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왔습니다. 아쉬웠던 경우도

있고 뜻대로 되지 않았던 때도 있었으나, 그냥 오르내릴 수만 있으면 된다! 는 편안한

생각으로 계단 만들기를 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고 장담합니다.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일을 할 때는 처음보다 여러 면에서 보완하며 더 열심히 잘~~~






서천 산천리포스트&빔 통나무집의 스트레이트 계단. 열 세 계단(Step)을 한 몸에...

 

서천통나무집의 계단은 애초부터 일자형(Straight)으로 설계하였습니다. 중간에 잠시

나선형(Spiral)계단을 떠올렸으나 비용이 더 들고 구조와도 일자형보다 적합하지 않아

더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각각 제 몸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 있음입니다.






이 경우는 어떤 계단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더 합목적적인 선택이 필요할 뿐.

내가 보는 관점과 집주인의 공간 활용목적에 따라 그 위치나 형식이 결정되겠지요.






노출서까래와 회전계단이 둘 다 선택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