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서천 산천리 Post & Beam통나무집 내부구경하기

작성자우드맨안성|작성시간21.01.20|조회수427 목록 댓글 1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우체통을 만들어 놓고, 이 집을 위해 따로 외길을 들어온 우편배달부에게 수고하셨다,

고맙다는 인사를 늘 건네고 싶었다. 이는 그에게 작은 위로가 되지 않겠냐? 하던 표정.

우체통 위에 매달린 어설퍼 보이는 나무조각 글씨는 매우 상투적인 인사말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거의 1년 동안 내외분과 어울리고 대접받으며 지낸 소감은,

 

우체통에 쓰인 그대로 집 주인들의 심성이요 진심이 담긴 마음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이 집주인(세실님)의 남편은 ‘金손’을 가진 ‘머슴’이랍니다. 해 달라면 뭐든 다 해 주는.

모두 건축주이신 안주인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에요. 집 안 구경할 때 설명하면 금방

‘오~!’ 하며 고개를 끄덕이실 것.

 

나는 우체통을 이처럼 정성껏 만들지 못하고 그렇게 하지도 않습니다. 최소조건으로

아주 단순하게 만들죠. 여섯 조각 그리고 지붕합판 두 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 이 우체통은 누가 보아도 정성이 덕지덕지 붙어있어요. 게다가 글씨 조각까지...

 

작년에 서천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택배트럭이 우체통과 접촉사고를 낸 적이 있어요.

택배기사는 모른 채 그냥 간 것 같았고, 조각난 지붕과 글씨를 보수하고 있는 ‘금손’을

보았습니다. 어쩐지 루버 자투리 몇 개를 달라더니... 그걸로 지붕을 개량하고 게다가

부서진 글씨조각을 접착재로 붙여 살려내는 정성을 보며 내심 놀라고 또 감탄했네요.

 

 

앞에서 말이 길었지요? 그러니까 집안 구경을 하는 동안은 되도록 침묵하겠습니다. ^^

 

 

 

현관문은 진부통나무집 이후 계속 같은 디자인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계란형이

좀 올드(?)해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모던(?)한 느낌적 분위기가... ^^

 

어떤 분들은 커다란 유리가 어쩐지 방범 상 불안하게 느껴진다며 소위 민자 형 ‘엘더’

현관문을 선호하는데 나는 단순하게 선택의 문제로 봅니다. 진짜 방범이 문제가 되면

창마다 모두 덧문을 달아야겠지요. 그냥 집의 분위기와 어떤 디자인이 더 어울리는가!

하는 게 선택의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현관에서 고개를 들면 보란 듯 2층 발코니 바닥재가... 방부목재 이런 거 사양합니다.

수령 100년 이상인 홍송 제재원목 두께 45mm 두둥~~ 100×120 장선도 그렇고요.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현관을 중심으로 왼쪽 주방과 다용도실, 가운데 욕실 입구, 오른편에 거실과 계단.

 

 

 

주방에 놓인 커다란 아일랜드 형 테이블과 그 앞의 스툴의자.

 

2층에 책장을 짜면서 워밍업을 한 후 너튜브 등을 보며 만들었다는 일명 ‘금손’의 작품.

목공방 근처에도 가 본적 없는 순수한 아마추어의 솜씨랍니다.

 

 

 

세실님의 로망은 시원한 주방.

 

본채에서 만족할 수 없었던 주방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작업대를 겸한 커다란 아일랜드

테이블을 원했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부러워하니 더더욱 대 만족.

 

 

 

주방의 전면 창 아래에 놓인 평상(전에 쓰던 것) 역시 금손머슴께서 조만간 새로 만들어

교체해 주시기로. 지금은 전반적으로 가구제작 중인 시기라고 해야 할지.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거기에 맞추어 살림을 정리하시는 중.

 

 

 

다용도실과 욕실.

 

다용도실은 보조주방과 세탁실 기능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욕실은 건식으로 사용하는 앞부분과 샤워 및 욕조사용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분리하여

설계하고 시공.

 

 

 

건식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을 사용하는 분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습니다. “너무 좋아요”

 

 

 

욕실에서 나와

 

 

 

거실을 바라봅니다. 정면 벽에 뭔가 조금씩 엇갈려 보이는 이유는 제각각이에요.

 

 

 

그건 그렇고 이건... ‘금손’ 머슴의 본격적인 가구 처녀작이랍니다 글쎄... 갤러리장식도

서랍도 싱크경첩으로 작동하는 문짝도요. 모두 처음 만들어 본 거라니. 털썩~ OTL

 

 

우리 일을 마칠 즈음 책장이랑 필요한 소품을 만든다고 목재를 주문해 줄 수 있겠냐는

이야기가 오갔어요. 발코니와 계단 원목을 보고 탐이 났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고정거래처 없이 지방에서 어떻게 목재를 주문할 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내 거래처를

통해 대리구입 해 드렸는데, 좋은 원목이라도 본격적인 가구를 만들기에는 건조가 덜

된 상태거든요. 가구를 만들려면 5년 이상 자연, 인공건조를 거쳐야 하지요. 그러기에

많은 가구재는 변형을 줄이기 위해 합성목재로 만든답니다.

 

책장이나 의자까지는 다소 변형이 있더라도 그리 크지 않으므로 괜찮은데 이처럼 본격

서랍 장식장은... 완전히 건조된 원목이나 합성목재로 만들어야 하지요. 그래도 하여튼

너무 잘 만들었습니다.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

 

 

 

요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계단

 

 

 

디딤판을 밟을 때마다 뿌듯합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계단을 만들게 될지 살짝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2층입니다. 최근 제작 설치한 금손표 원목책장의 위용.

 

 

 

전등 스위치 부분을 부드럽게 오려낸 센스(특히 같이 간 아내가 감탄했어요)

 

 

 

책상과 서랍까지 완전 맞춤가구. 도장하기 전입니다.

 

 

 

동편 발코니로 향한 창과 문

 

 

 

발코니로 나가 드디어 맨 발을 내딛어 봅니다. 단단하게 느껴지는 두툼한 순수 원목

마루를 맨발로 밟아 보기는 나도 처음. 슬리퍼를 신을 수도, 맨발로 다닐 수도 있으나

밟을 때마다 전해지는 든든한 느낌. 역시 원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다시 안으로 들어와 오른쪽 천창 Sky Light 아래 구석에 앉아서 보는 모습

 

 

역시 앞서 설명했듯이 서천통나무집은 1층도 2층도 따로 방을 만들지 않는 원룸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한마당에 본채 한옥이 있고 거기에 구들방을 포함, 이미 두 개의 방이

있기 때문에 통나무집은 독립된 방을 두지 않은 넓은 공간 즉 가족 친지들이 모였을 때

가족실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렇게 본채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설정,

추진하였던 것이지요. 덕분이 이처럼 시원한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것!

 

 

 

동편 발코니 창 앞에서 서편을 바라보면 왼쪽 다락방 오른쪽엔 작은 화장실이 있고요

중앙에 커다란 창이 설치되어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2층 화장실. 키 큰 사람은 일어설 때 머리가 닿아요. ^^

 

 

 

반대편 골방 혹은 기도방? 원래는 창고로 설계했는데 내부 전체를 루버로 마감하고

창까지 설치하고 보니 욕심난 집주인께서 전기패널을 깔아 아예 방으로 만드셨어요.

 

 

 

이 사이에 커다란 창을 배치했는데, 마감공사과정에서 한 번 설명했듯이 여름 서향의

뜨거운 햇살을 각오하고(어떻게든 대처하겠다) 내린 결정이었지요.

 

 

 

사시사철 이 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물론 겨울철에는

지금처럼 따뜻한 햇볕을 오래도록 집 안으로 들일 수 있기도 하고요.

 

 

 

두 개의 창과 거기에 담긴 풍경.

 

 

 

이 집에는 규모에 비해 정말 많은 창을 냈습니다. 집주인인 세실님의 소망이기도 했지만

그게 별 문제없이 가능했던 조건은, 사방 풍경이 다 좋다 그리고 그렇게 창을 내더라도

외부로부터 사생활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집터라는 것이었어요.

 

여기 계단에 앉으면 위아래로 긴 액자 속의 풍경이 보입니다. 언제라도 계단을 내려오다

중간에 한 번쯤 앉고 싶지 않을까요?

 

 

 

동편 전면의 좌우측 대형 창, 주방의 쌍둥이 창, 거실과 계단 앞 상하좌우로 길쭉한 창,

2층 서편 대형 전망 창, 반대편 발코니 창과 두 개의 천창 그리고 남향 들창... 사방에

둔 다양한 모양의 창을 통해 마을 풍경을 거의 다 볼 수 있을 정도랍니다.

 

덕분에 집 구경을 다녀가신 동네 어른 한 분이 창 많은 이 집의 특성을 윤태호의 만화

‘이끼’에 등장하는 이장의 집처럼 집 안에만 있어도 동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

있는 집이라는, 요즘 표현으로 ‘신박한’ 표현을 해 주고 가셨다는 군요. 미리 준비해 온

감상은 아닐 터. 집 구경을 한 후 그런 비유를 할 수 있다는 데 감탄했습니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세실님 부부는 너무 만족스럽다는 표현을 해 주셨습니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집,

구경 들 잘 하셨죠?

 

 

 

 

외부모습은 꽃피는 춘사월에 들른 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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