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곽미영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밤새 강물과 밀어 나누고도
아직 못 다한 말 남았는지
안개는 강 허리를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내려앉는 것인지
피어오르는 것인지
강물도 안개를 밀어내지 않았고
그저 가만히 부둥켜 안고 있었다
마침 아침햇살 마저
자리를 비워 준 강변
바람이 곁눈질로 그 사랑 훔쳐보고 달아나는 동안
멀리 바위 위에 수 백년 저 홀로 자라 온
소나무 한 그루
더욱 마음 적적하여 비스듬히 돌아앉았다
흐르는 것은 흘러야하고
떠나야 할 것은 떠나야 한다며
마음은 쉼없이 말 걸지만
강물과 안개는
오래 오래 서로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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