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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드라마

[[한반도]]외세의 논리로 외세를 이기자고? [문답풀이] 평론가들이 <한반도>를 비판하는 이유

작성자개척자.|작성시간06.07.22|조회수118 목록 댓글 0
외세의 논리로 외세를 이기자고? [문답풀이] 평론가들이 <한반도>를 비판하는 이유
[필름 2.0 2006-07-21 19:00]

<한반도> 옹호론 가운데 발췌한 몇 가지 질문을 통해 평론가들이 <한반도>를 맹렬 비판하는 이유를 가늠해 본다.

개봉 2주차로 접어든 영화 <한반도>를 둘러싸고 관객들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격화되고 있다. '민족주의에 기댄 상업영화'라는 비난 여론 못지 않게 영화에 대한 옹호론 역시 만만치 않다. 영화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 관객들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수의 관객들이 <한반도>에 대한 평단의 냉대를 '이유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한반도>를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할리우드의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영화에는 박수를 치면서 우리는 왜 <한반도>같은 영화를 만들어서는 안되는가?', '역사의식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차원에서 <한반도>는 좋은 영화' 등의 주장이 옹호론의 줄기를 이루고 있다. FILM2.0이 최근 각종 영화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한반도> 옹호론 가운데 발췌한 몇 가지 질문을 이 영화에 비판적인 평론가들에게 던졌다.
 

옹호론 ① <한반도>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비판하는 건 역사 의식과 애국심이 없는 것이다.

 

이상용(영화평론가) | 애국심을 고취하는 캐치프레이즈만으로 영화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게다가 맥락에 따라서는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 히틀러에게 충성을 바치자는 내용의 영화가 애국심을 고취시키므로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대영(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 <한반도>의 역사의식은 왜곡돼 있다. '올바른 역사의식'이란 사실에 근거한 냉정한 자기반성이다. 역사를 마음껏 상상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강우석 감독의 자유로운 상상이 영화라는 대중매체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면서, 개인의 자유를 넘어 역사의 왜곡까지 나아가고 있다. <한반도>는 역사에 대한 균형 감각을 상실했다.

 

옹호론 ② 설령 <한반도>가 흥행을 위해 편협한 민족주의를 끌어 들였다 하더라도 한일 관계와 우리의 국익에 대한 논쟁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것 아닌가

 

이상용 | 영화를 통해 역사, 정치, 국내외 정세와 한일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읽을거리와 논쟁, 토론의 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한반도>라는 영화 자체는 한일 축구경기에서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워 이겨야 한다는 의식 수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대영 | 성인용 만화, 혹은 오락 영화를 즐기듯이 <한반도>를 즐겼다면 모를까, 문화적 폐쇄주의를 조장하는 <한반도>를 보고 관객들이 자랑스럽게 역사의식을 배웠다고 말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한반도>는 역사에 자극적인 양념을 넣어 돈을 벌어볼까 하는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 '국력을 키워서 일본을 무찌르자'는 <한반도>의 논리가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다면, 그것은 영화에서 대한민국이 약자의 입장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적들을 무찌르기 위해서 영화 속 적대국들과 같은 논리, 파시즘을 강요한다. <한반도>의 가장 큰 함정은 외세가 주장하는 양육강식의 논리를 그대로 모방하면서, 우리를 공격하는 대상을 똑같은 방법으로 공격하자고 주장한다는 점에 있다.

 

옹호론 ③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가 허구를 담는 것은 당연하다. 왜 사실성을 운운하는가.

최은영 | 맞다. <한반도>는 영화다. 팩션도 아니고 철저한 픽션이다. 허구적 상상력이기 때문에 역사 왜곡 논란 자체도 무의미하고 사실성을 따질 이유도 없다. 그렇지만 <한반도>는 영화를 영화로만 받아들이지 않게 한다. 섣불리 민족주의를 건드린다. 오히려 그게 문제다.

 

옹호론 ④ 영화가 담은 역사적 사실에 얼마나 큰 오류가 있길래?

 

이상용 | <한반도>에는 현재가 없다. 가까운 미래와 과거만 있을 뿐이다. 미래의 사건을 풀어가는 열쇠로 국새가 대두되면서 과거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부분 역시 과거에 관한 장면이다. 그런데 사실을 기반으로 한 과거 장면에서 고종황제와 명성황후라는 두 인물을 그리는 시선이 편향적이다. 두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분분함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낭만적인 시선으로 과거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객관성이 부족하다.

최은영 | <한반도>에서 역사적 사실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선택적으로 삽입되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자신의 의도대로 화면을 재구성해 만든 <화씨 9/11>처럼 말이다. <한반도>에서 팩트와 픽션을 따로 생각할 수 없을 뿐더러, 구분조차 모호하다. 중요한 것은 총체적으로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이다.

 

옹호론 ⑤ <한반도>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재미만 있던데.

 

이상용 | 개인적으로 <공공의 적>이 강우석 감독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의 적>에는 모순된 사회 현실을 돌아보면서도 관객들이 생각할 여지와 공백, 그리고 유머가 여유있게 녹아있었다. 만약 <한반도>에서 <공공의 적>과 같은 유머가 발휘됐더라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하고 딱딱하다. 정색하는 화법이 관객들에게 부담과 억압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대영 | 조재현이 연기한 역사학자 최민재의 태도는 모순적이다. 문화강좌에서 "역사도 모르는 무식한 아줌마들"이라고 소리지를 정도의 성격이라면, 국새를 찾기 위해 문화재를 마구 파헤치는 장면에서는 왜 가만히 있는가. <한반도>의 가장 큰 허점은 등장인물들이 자체적인 생명력을 갖지 못하고 감독의 거대 담론에 굴복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의선 개통시 외교사절단 불참, 일본의 경제적 협박 등 영화상 중요한 전개에 대해 배경 논리와 설명이 전혀 없다. 이것은 감독이 원하는 장면만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연출이다.
송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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