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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드라마

삼족오와 한민족

작성자개척자.|작성시간06.08.23|조회수332 목록 댓글 0
< 다음은 충청신문 7/13일자 임성용 칼럼의 글입니다>



근자에 들어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텔레비전 방송국에서의 역사 드라마 제작이나 편성이 큰 원인일 것이다. 월드컵 기간 중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던 ‘주몽’의 뒤를 이어 ‘연개소문’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지난 주 부터 방영이 되었다


MBC의 ‘주몽’ 이나 SBS의 ‘연개소문’ 은 고구려에 관한 대하 드라마이다. 뒤이어 KBS에서 방영될 ‘대조영’ 역시 고구려의 맥을 이은 발해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중국측에서도 한국의 방송 3사가 고구려사에 관한 사극을 거의 동시에 편성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 정부 차원의 대응이 아닌가 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북공정’은 무엇인가?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인 중국은 이미 ‘티벳’의 독립운동을 잔혹하게 진압하고 그들의 역사를 중국사에 포함시키는 서남공정(西南工程)을 완결하고서 1980년대부터 조선족을 상대로 추진해 온 조선족의 민족성을 말살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조선족의 역사는 중국 소수민족의 역사로서 중국사에 포함된다. 둘째 조선족은 중국의 다양한 민족 중의 하나이다. 셋째 조선족의 조국은 한국과 북조선이 아니라 중국이다. 라고 하는 동북공정의 주된 내용의 이면에는 한민족의 고대사 전체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중국에서 동방 한민족을 지칭한 이(夷)는 중원 대륙에 진출하여 ‘동아문명’을 창시한 한민족에 대한 존칭이었다. 즉 어진 군자의 나라, 신선의 나라, 큰 활을 쏘는 민족(夷=大+弓), 금속 문명을 창조한 민족 (철;&#37525;= 金+夷)의 여러 가지 존칭들로 불렸으나 중국의 한(漢)족이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진, 한에 이르기까지 세력을 확장 함에 따라 동이족이 동북 방면으로 물러나면서 동쪽 오랑캐라는 비하받는 용어로 변질 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다.


중국이 우리 고대사를 왜곡하려는 문화적 배경과 심리적 충동은 그들의 시원 문화가 동이족이라 불리웠던 배달민족에 의해서 시작되었으며 그 후의 새 왕조의 개척사 역시 동이족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역사 컴플렉스’ 가 있기 때문이다.


역학의 시조인 5500년 전의 ‘태호 복희씨’, 농사와 의약의 시조인 5300년 전의 ‘염제 신농씨’, 동아시아 최초의 금속 문명을 일으킨 4700년 전의 ‘치우천황’ 과 그 뒤를 이은 소호, 전욱, 제곡, 요, 순의 5제와 고대 하, 상, 주의 3왕조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통치한 왕조가 배달 조선 민족이 현지에서 건설한 창업의 역사가 아니던가!


‘주몽’처럼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장르를 ‘팩션(faction:fact+fiction)’이라 부른다. ‘주몽’의 극본을 쓰는 최완규 작가는 이미 ‘허준’ 이나 ‘상도’ 등의 작품을 통해서, 그리고 ‘연개소문’의 극본을 쓰는 이환경 작가 또한 ‘용의 눈물’이나 ‘태조 왕건’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훌륭한 작가들이다.


빈약한 역사의 사료 속에서도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들의 뛰어난 능력에 박수를 보내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위한 작가의 상상력이나 잃어버린 역사를 꿰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허구들이 그 본래의 뜻하는 의도와는 달리 역사의 진실과 동떨어져 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극은 역사적 사실성이 뒷받침 되어야 하며 비록 드라마의 연결이나 재미를 위해서라 할지라도 남의 나라 역사에 유리하게끔 구성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시 말해 픽션도 어느 정도 사실성에 근거를 두고 해야 한다. 없는 사실을 기반으로 픽션을 꾸미는 건 역사 왜곡이며 고구려나 발해에 대한 사료의 부족함과 내용에 관한 진위 논란의 여부를 떠나서 우리들이 가려진 역사의 진실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각 방송사의 역사 드라마들이 정밀한 사료 고증으로 역사를 최대한 복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중국 사서에 의해 왜곡되고 폄하되었던 우리의 역사가 후손들의 무지와 안일함으로 인해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고 한발 더 나아가 우리들의 역사가 제 자리를 잡는데 일조를 해야 한다는 사명 의식을 다시 한번 강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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