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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귀신이야기~?!

작성자빛나는옥|작성시간12.12.01|조회수86 목록 댓글 0

귀신, 살아있는 사람들의 또 다른 그림자

 

김풍기(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귀신 이야기가 인기를 끄는 시대가 있다. 어느 시대든 사람들은 귀신과 같은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해 관심과 재미를 느끼지만, 사회적으로 그 정도가 강한 시대가 있는 듯하다. 조선초기가 그런 시대였다. 조선이 건국되자 많은 지식인들은 귀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해명하려고 애를 썼다. 정도전(鄭道傳)이나 김시습(金時習), 남효온(南孝溫)이 철학적 차원에서 귀신을 설명하려 하였다.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귀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채수(蔡壽)설공찬전(薛公讚傳)에서 저승 이야기를 썼다가 필화에 걸려 관직에서 물러났고, 성현(成俔)은 자신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서 당시 떠돌던 귀신 이야기를 정리해 두었다.

 

성현의 빙모인 정씨(鄭氏)는 양주(楊州)에서 성장하였다고 한다. 정씨의 집에 귀신이 내려 어린 계집종에게서 여러 해 동안 떠나지 않았다. 계집종은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정확하게 알아맞히었는데, 무엇이든 물어보면 즉시 대답을 해주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나쁜 짓을 하거나 자신의 불순한 행동을 숨기지 못했으므로 집안은 아무 탈이 없었다.

 

이웃에 대대로 명문가가 한 집 있었다. 하루는 그 집의 안주인이 귀한 비녀를 잃어버리는 사건이 생겼다. 안주인은 집안의 종을 때리면서 빨리 찾아내라고 요구하였다. 계집종은 너무 힘들어서, 결국 정씨의 집으로 귀신에 들린 종을 찾아와서 그 비녀의 행방을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종에게 붙은 귀신은 말하기 난감하다면서, 네 안주인이 직접 오면 말을 해주겠노라고 하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옆집 안주인이 좁쌀을 가지고 와서 비녀의 행방을 물었다. 귀신은 비녀의 행방을 알고는 있지만 말해주면 그대가 무안해할 것이라며 망설였다. 여러 차례 물었지만 귀신의 대답이 신통치가 않자, 안주인은 마구 화를 내면서 왜 말을 해주지 않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귀신이 이렇게 말했다. “아무 날 저녁, 그대가 이웃집 아무개와 함께 닥나무 밭으로 들어간 적이 있지 않느냐, 비녀는 그 밭에 있는 닥나무에 아직도 걸려있다.”

 

신통하게 맞추는 귀신도 천적이 있었다. 당시 재상을 지내고 있던 정구(鄭矩)와 정부(鄭符) 형제가 찾아오기만 하면 무서워하면서 도망을 쳤다가, 그들이 돌아가면 다시 계집종에게 돌아오곤 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정구는 귀신을 불러서 인가에 머물지 말고 산 속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귀신은 자신이 이 집에 온 뒤로 복을 주었을 뿐 한 번도 재앙을 일으킨 적이 없었는데 왜 가라고 하느냐며 항의했다. 그러나 역시 귀신과 인간의 삶터가 다르니 숲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듣더니, 귀신은 통곡을 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성현은 이 사건 외에도 신통하게 맞춘 사건을 기록하면서, 자신이 빙모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하였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사물에 대해 미묘한 매력과 섬뜩한 공포를 동시에 경험한다. 공포영화를 보면서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주는 매력 때문에 다시 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쩌면 우리 마음 속에는 새로운 것을 탐험하려는 마음과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간에 귀신 이야기는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전승되어 왔다. 그러는 가운데 사람들은 귀신이라는 존재에 우리 자신을 투영하기 시작했다. 귀신이 일으키는 짓을 볼 때마다 어쩌면 저렇게도 인간의 욕망을 닮아있는가 감탄하게 된다. 후손을 도와주는 조상 귀신, 원한 때문에 사람을 마구 해코지하는 귀신, 자신의 원한을 풀어준 사람에 대한 보답, 질투하는 귀신 등 그들의 모습은 인간군상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하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짐승이 인간이라는 말을 어른들에게 들은 적이 있다. 이 넓은 세상을 거의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이 행동하는 인간의 모습 때문에 세상은 점점 황폐해져 가는 듯하다. 먹을 것을 과도하게 구하고, 조금 더 편안하기 위해 몇 평의 집을 넓히는 동안, 본의 아니게 많은 생명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나날이 세상은 황폐해지고 사람들은 각박해진다. 가슴 두근거리며 귀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어쩌면 내가 그 귀신을 형상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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