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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국역사바로알기

[스크랩] 왜곡된 조마리아(안중근 모친)의 편지

작성자논객거사|작성시간24.03.24|조회수79 목록 댓글 0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raw_pg.aspx?CNTN_CD=A0002997875

 

배우 김경원(金京媛)의 포토에세이 연재 <40>

안중근과 조마리아의 편지

24.03.19 14:47l 김경원(costage)

검토 완료

 

 

▲ 연극 '그대의 봄' 전단 . ⓒ 김경원

     

▲ 연극 '아 안중근!' 포스터 . ⓒ 김경원

              

▲ 안중근 의사의 조형물 . ⓒ 제공:오세훈

 
                  "너의 가슴에 세 발의 총탄을 명중시켜라"
         
                                                          글: 오세훈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내가 대한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위하여 3년간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다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노니, 우리 2천만 형제자매는 각각 분발하여 학문에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끼친 뜻을 이어 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여한이 없겠노라!"

안중근 의사가 순국 직전 민족의 제단에 바친 유언이다. 큰절을 올린다. 조ㆍ중ㆍ러 3국을 포함, 일본의 아시아 지배야욕의 총책 이토 히로부미를 쏘아 죽이고 순국한 이 조선청년은 예수 보다 두 살 아래, 서른 한 살이었다. 중국 하얼빈역. 1909년 10월 26일.

그가 사형선고를 받고 나서 짧은 시간 동안 쓴 '안응칠 역사'와 '동양평화론'은 고품격 인류문화유산이다. 이는 안의사가 총 잘 쏘는 포수만이 아니라, 평화주의 철학의 실천자로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증거다. 순국 100주년이다. 지난 100년을 요약해보자.

해방후 세대는 대부분, 결혼하자마자, 그리고 취직하자마자, 독립군들은 초개(草芥)처럼 내던졌던 자신과 가정, 쌀을 주는 일터에 인생을 걸며 쪼그라든다. 조국과 민족, 사해동포의 평화세상을 중시하는 가치는 사라졌다. 그 소시민적 성실과 헌신은 일면 눈물겹다.

그 덕에 먹거리 풍족해지고, 차림새 남루를 벗어났다. 주거는 현대화 되었다. 문제는 식의주(食衣住)가 좋아지자마자 모두가 탐욕의 짐승으로 변한 것이다. 100년 동안 수명이 두 배로 늘었다. 개인들은 각박하고 사악해졌다. 세상은 험악해졌다. 부익부 빈익빈의 저주는 날로 강화되었다.

자식이 부모를 고소하거나 때로는 죽인다. 형제는 재산싸움으로 원수가 된다. 교사가 제자를 농락하고, 학생이 선생의 뺨을 갈긴다. 어떤 목사들은 예수보다 높이올라가 이젠 못하는 짓이 없다. 상당수 권력자들은 나랏돈을 제 주머니 것처럼 오남용한다.

까놓고 말해보자.
오늘 그 무자비한 부자들과 압도적인 권세가들은, 대부분 이토와 그 졸개들의 개노릇하면서, 동포를 괴롭히고 음해하고 착취하고, 밀고하고 덫을 밟히고, 조국을 배반하여 호의호식하고 축재했던 조상의 후손들 아닌가.

신문과 방송이 전하는 뉴스들은 모두 달리보이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한 가지다. 아니꼽고 더럽고 치사하다. 비열하고 졸렬하고 저급하다. 여기저기서 시도 때도 없이 죄도 없이 죽는다. 이 모두가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이다. 어린이와 노인, 여성과 장애인인 사람들의 '잔혹사' 바로 그것이다.

도대체 이를 어째야 한단 말인가. 이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언제까지 참고 속고 당하고 살아야만 한단 말인가. 좋은 날 정말 오긴 오는가.

그 누구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비지땀 흘리며 쌀을 버는 숨가쁜 시간일지라도 가끔 한번씩 하늘을 바라보며 하얼빈역 안중근의 마음을 가져보자. 그 순간 품위가 높아진다.

"내가 왜 어쩌다가 요모양 요꼴로 작아졌는가. 자부심 없어졌는가.
왜 대를 이어 주인 노릇 한번 제대로 못하는가. 노예살이에 나와 가족의 인생을 거는가. 왜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의 인생을 절망적으로 반복해야 하는가."

슬픔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만큼이다. 그 가슴 늘 시리고 허하다. 수시로 북만주 삭풍이 몰아친다. 그 때마다 나는 내 가슴에 세 발의 총탄을 명중시키고 싶다.


추신:
윗 글은 지난 2010년 안중근 의사 순국100주년 기념연극 '아, 안중근!'의 전국순회공연 때 썼던 걸 약간 손본 글이다. 14년이 지났다. 그 사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점프했던 우리나라가 삽시간에 망국의 위기에 처했다.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 아니면 할 수도, 해서도 안되는 짓들을 일삼는 정부가 들어선 탓이다. '권력'은 극소수의 기득권을 위한 잔인한 폭력단체다. 그래서 오늘 이 나라는 '패륜'이 괴생명체로 변하여 세상을 파괴하고 생명을 죽이는 지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디 선생은 "고난은 생명의 원리"라고 말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그 믿음으로 새해 새날을 맞는다. 설날 아침, 존경하는 독자님들과 함께 안중근 의사를 추모한다. 옛글을 가져온 이유다.

                                      -경기신문 2024.2.8  [오세훈의 온고지신]에서 

 
 

▲ 연극 '그대의 봄' 포스터 . ⓒ 김경원

   

▲ 배우 장재승(안중근 역)과 김경원(조마리아 역) . ⓒ 김경원

 

▲ 배우 박화진(이토 히로부미 역)과 김경원(조마리아 역) . ⓒ 김경원

 

▲ 배우 이계영(일본인 형사 역)과 김경원(조마리아 역) . ⓒ 김경원

   
 

▲ 효창공원에 있는 안중근 의사(義士)의 가묘(假墓) 100년의 세월을 두고 50대의 여배우(김경원, 조 마리아 역)와 32살의 청년, 안중근이 만나고 있다. 그의 가묘를 어루만지는 배우의 표정이 처연하다. ⓒ 김경원

 
2011년 봄, 한국카톨릭문화원 제작으로 故김의경 원작 '대한국인 안중근'이 '그대의 봄'(연출:방은미)이란 타이틀의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성남시민회관 소극장(3월6일)을 시작으로 경주(3월23일) 왕십리 성동청소년수련관(3월26일) 의왕 서울구치소(3월30일) 상주시민회관(4월1일) 영주시민회관(4월2일) 원주영강교회(4월6일) 청주 남녀교도소(4월12,13일) 그리고 대학로 아리랑센터(4월19일~5월 말)에서다.

나는 여기서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을 맡았는데, 극의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아래와 같은 대사를 한다.

"응칠아. 네가 큰 일을 했구나. 만인을 죽인 원수를 갚고, 의를 세웠으니, 장하고 장하다! 옳은 일을 한 사람이 그른 사람들(일본인)한테서 재판을 받는다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구차하게 항소하느니 깨끗이 죽음을 택하거라.응칠아.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걸 불효라 여기지 말~고, 에미가 보낸 흰 옷을 입고, 당당하게 떠나거라!"

이로부터 12년이 흐른 2023년 봄, 역사논문 하나가 세상에 나와 학계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바로 조마리아가 옥중의 안중근에게 보냈다는 편지 내용이다.

"네가 만일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

이와같은 편지내용은 MBC <무한도전>(2013년 5월11일) JTBC <썰전>(2014년 2월13일) EBS Culture <책 밖 역사>(2015년 11월17일) KBS 2TV <해피선데이 1박 2일>(2016년 3월20일) tvN의 <문제적 남자>(2019년 2월25일)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2019년 3월13일) 등에서 낭독 등 방식으로 소개도 되었으며 뮤지컬 영화 <영웅>도 주요 장면으로 처리되었다.
 
 

▲ 『역사비평』142호 (역사문제연구소 2023년 2월 발행) 역사학자 도진순은 논문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의 ‘편지’와 ‘전언’, 조작과 실체>를 발표, 여러 검증을 거쳐 1994년 1월 다이린지(大林寺) 주지스님인 사이토 다이켄(齋藤泰彦)이 펴낸 책, 4월에는 최서면 책에 각각 다른 버전이 만들어져 들어간 사실을 밝혀냈다. ⓒ 역사문제연구소


2023년 2월 『역사비평』 142호 (역사문제연구소 발행) 에 역사학자 도진순이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의 '편지'와 '전언', 조작과 실체>를 발표하며, 1994년 1월 다이린지(大林寺) 주지스님인 사이토 다이켄(齋藤泰彦)이 펴낸 책과, 그해 4월에 나온 최서면의 책에 각각 다른 버전이 만들어져 들어간 사실을 밝힌다.​

사이토 다이켄은 책 '내 마음의 안중근(わが心の安重根: 千葉十七・合掌の生涯, 斎藤泰彦, 五月書房, 1994.1)'을 펴냈는데. 여기에 담긴 내용은 1910년 3월 안중근 의사 순국(31세) 당시 감방 담당 간수였던 헌병 치바 도시치(千葉十七)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담았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 25세의 청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조마리아 여사의 발언(편지)과 관련한 자료는 그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사이토 주지는 불문학 전공의 기자출신으로 '내 마음의 안중근'은 기본적으로 소설이라는 것이다. 또 독실한 카톨릭신자였던 조마리아는 아들 안중근에게 "사람(이토 히로부미)을 죽이는 잘못을 저질렀으니 마땅히 죽어야 한다."는 전언이 있었다는 것이 도진순 교수의 주장이다.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다시 만나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 너는 이후 신묘(神妙)하게 형(刑)을 받아 속히 현세의 죄악을 씻은 후 다음 세상에서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세상에 다시 나오너라. 너가 형을 받을 때 빌렘 신부님이 너를 위해 산 넘고 물 건너 먼 길을 가서 너 대신 참회를 올릴 것이니, 너는 그때 신부님의 인도 아래 우리 교회 법도에 따라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나거라."

      

▲ 도진순(都珍淳 역사학자, 창원대 사학과 교수)과 스즈키 다쿠마(鈴木琢磨 마이니치每日신문 도쿄본사 편집위원) 2023. 12.31 시가연(詩歌演) ⓒ 김경원

   

▲ 우측부터 오세훈(吳世勳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김경원(金京媛 작가/배우) 도진순(역사학자. 창원대 교수) 2023. 12.31 시가연(詩歌演) ⓒ 김경원

   
2023년 12월31일 저녁 시간, 또래의 한국인 3명과 일본인 2명이 인사동에서 만났다. 
 
5인이란, 최근 평전에 가까운 시 비평서 '다시 읽는 이육사'<강철로 된 무지개>(창비)로 높은 관심을 받고있는  도진순 교수, 한반도 전문기자 스즈키 다쿠마(鈴木琢磨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 편집위원, 신도 이쿠미(進藤都美 마이니치每日신문 기자), 작가/인문학 칼럼니스트 오세훈(吳世勳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과 김경원(金京媛 작가/배우)이다.

 
- 다음은 이 자리에서 서로 나누었던 대화의 요지를 글쓴이가 희곡형식을 빌어 서술한 것임을 밝힙니다.

김경원 :
스즈키 다쿠마 님.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한국엔 언제 오셨나요?
 

▲ 창작판소리 '녹두장군 전봉준' (2023년12월29일 오후5시 남산국악당) 공연 팜플렛 . ⓒ 김경원

   

▲ 창작판소리 무대 "녹두장군 전봉준" (창본:임진택) 2023년12월29일 오후5시 남산국악당 임진택(광대)과 김학용(고수). 김학용은 국립창극단 판소리꾼으로 창극 "춘향전"에서 방자 역으로 유명. "웬만한 북고수보다도 북을 더 잘 친다."고 임진택은 말한다. ⓒ 김경원

     

▲ 창작판소리 "녹두장군 전봉준"(2023년12월29일 남산국악당) 공연후 기념사진 명창 임진택을 가운데로 앞줄좌부터 신도 이쿠미(進藤都美 마이니치每日신문 기자), 김경원(글쓴이), 스즈키 다쿠마(鈴木琢磨 마이니치每日신문 본사 편집위원. 한반도 전문기자) 등이 보인다. ⓒ 촬영 : 장성하(사진가)


스즈키 다쿠마 :
그저께 도쿄 나리타에서 비행기를 2시간 타고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택시로 남산국악당으로 직진, 3시간 짜리 '녹두장군 전봉준 -창작판소리' 공연을 관람했어요. '동학농민 혁명사'를 임진택 선생이 왕기석, 송재영 명창과 판소리로 풀어냈는데, 그 노래와 리듬이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고 있습니다. "갑오세 가보세..."새야새야 파랑새야 / 녹두밭에 앉지마라~ / 녹두꽃이 떨어지면 / 청포장수 울고간다~~"
난 극장 한가운데에 앉아 "저 나쁜 왜놈들을 죽여라!"는 등 세상의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삿대질도 엄청 받았어요. "그 왜놈새끼 여기 앉아 있다!"라고 외치고 싶었죠. (일동 폭소) 여러분 반갑습니다.

김경원 :
스즈키 위원님께서 이렇게 한국말을 잘 하시니 오늘은 일어통역을 굳이 안해도 되겠지요.^^
참고로...한반도 전문기자, 스즈키 타쿠마(鈴木琢磨)씨의 '오사카(大阪)외국어대학교' 졸업논문은 【조선 후기 於(어)조사에 관한 연구 -《첩해신어》를 주된 자료로서 (朝鮮語/-i/型副詞の史的研究 -《捷解新語》を主な資料として)】입니다.

우선, 제가 얼마전 도진순 교수님으로부터 전해받은 안중근 관련 논문을 읽고 정리해 보았습니다.

* 사료의 조작이나 창작이 지극한 호의에 의한 선양이나 선의에 의해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994년 경에 뿌려진 안중근에 관한 조작의 씨앗이 21세기에 들어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윤색되고 전방위로 확대되었다. 이렇게 한국사회가 이제는 일정한 병리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즉 씨를 뿌린 사람과 더불어 대중들이 환호하는 '애국주의'가 배양의 온상이 되어있음이다. 조작된 허구가 '장엄한 역사'로 편입되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호의를 지닌 주제일수록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엄정성, 애국적 주제일수록 비판적 사유가 허용되는 학문적 개방성이 견실하게 확보되어야 한다. *

스즈키 다쿠마 :
안중근은 누구보다도 근대에 대한 열망, 신학문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 그러니까...안중근을 '국가주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 틀 안에만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 지?
 
김경원 :
네에. 안중근은 우리가 굳이 미화를 시키지 않아도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인물인데 말입니다. 스즈키 씨는 대학 1학년 그러니까 18살 때에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읽었다고 하셨죠? 그러니만큼 안중근에 대한 생각의 깊이 역시도 남다르시군요.

오세훈 :(미소) 네. 스즈키 기자는 제가 속해있는 '씨알 공동체'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특별한 친구입니다. 우선, 말이 나온 김에 '씨알의 소리'에 기고를 요청합니다. (스즈키 기자는 함석헌 탄신 123주년 '씨알의 소리' 특집호에 '함석헌의 새종교와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씨알'이란 특별한 글을 기고했다.)

그러니까 안중근이 옥중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 지를 살펴보지 않고, '안중근 의거가 훌륭하다'는 결론에만 매달리는 것은 모친 조마리아의 편지내용이 왜곡되었다는 최근 논란은 개의치 않는다는 반지성적인 태도라 할 수 있겠지요.
 
안중근이 지향한 동아시아 평화를 국제연대로 확대하려면, 조금 전에 하신 도진순 교수님 말씀처럼 10월26일 그의 '죽임'보다는 3월26일 그의 '죽음'이, '전쟁'보다는 '평화'가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도진순 :
그렇습니다. '자기 목숨을 제단에 헌납해서 동아시아 평화를 이루겠다'는 가장 위대한 점을, 우리는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에 가려진 좁은 시야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탕, 탕, 탕!'하는 그 소리만을 기리고 있음이 안타까운 거에요.

스즈키 다쿠마 :
네. 안중근의 의거일과 사형일만 기억하는 한국과 일본 사회의 현실이 불행을 낳고 있는 점, 공감합니다.

김경원 :
저는 소위 '국뽕'이란 단어가 떠오르는데요. (쓴 미소) 그러니..아마도 도진순 교수님처럼 한국사회에서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치고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도진순 :
사형장에서는 깨끗한 한복을 입고 죽고싶다던 안중근이 "내가 주문한 한복이 왜 아직 도착하지 않느냐?"라고 말한 시점에 주목해 봐야 합니다.
만주일일신문(滿洲日日新聞)에 '한복이 도착했다.'라고 게재된 2~3일 후의 날짜에요. 그러길래, 그 신문기사는 오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요.

안중근이 죽을 때 입었던 흰 두루마기 한복은 여순의 형무소장의 부인이 만든 옷이라는 '강력한 증언'이 남아있습니다. 그 옷을 만든 본인도 몇 번이나 언급을 했었건만, 우리에겐 그 말을 귀담아 들을 여유가 없었다는 거에요.

그런데, 그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안중근(安重根 1879~1910)이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1841~1909)가 도저히 따를 수 없는 훌륭한 경지에 이른 시기, 즉 사형 선고를 받은 3월 26일부터 죽음에 이르는 40일을 우리가 주목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세훈 :
그렇군요!
그 부분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일본인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거니까요. 그가 조선사람이지만, 나는 안중근을 한일대결의 한쪽으로 제한하여 논하는 것은 그 거인을 왜소하게 만드는 것으로 봅니다. 간디를 인도와 영국의 대결에서 인도의 대표선수로 보지말고 인류의 스승으로 보자는 것과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스즈키 기자가 잘 알고 있을 테지요?

스즈키 다쿠마 :
네에. 안중근이 본인의 죽음 앞에서 그렇게 의연할 수 있었던...그러한 그의 죽음에 대한 태도와 인품을 목격한 일본인들은 굉장히 놀라워했다고 합니다....그들의 눈과 가슴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다는 거에요.
안중근은 그러한 평화을 위한 확고한 신념 때문에, 지금까지도 일본인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는 것입니다.

도진순 :
맞습니다. 저는 이 말을 자주 하곤 하지요.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순수하다."
 
김경원 :
그 말의 깊은 뜻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조마리아의 편지에 대해, 또 안중근이 입은 한복에 대해 누군가가 왜곡을 했다면, 그것을 바로 잡는 일은 당연할 것입니다.
 
오세훈 :
그렇지요. 그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실(史實)들이 왜곡되었고, 증거가 있다면, 그걸 바로 잡아야겠지요. 그로 인하여 그 위대함과 역사성이 조금도 훼손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대범하게 바로잡는 일이 오히려 더 의연한 태도인 것이지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2023년 12월31일 저녁. 인사동 시가연(詩歌演)에서
     

▲ 밝아오는 2024년에는 세상이 좀더 나아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2023년의 마지막 날을 인사동에서 함께 했다. 인사동 문화예술카페 시가연(詩歌演) 입구. 우측부터 김경원, 도진순, 스즈키 다쿠마, 오세훈 ⓒ 김경원

 

♣ 한일문화예술인연대 
         

▲ '제6회 대한민국인권대상' 시상식장(프레스센타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좌부터 오세훈, 김경원, 백승렬(白承烈 한국인권신문 발행인), 스즈키 다쿠마, 신도 이쿠미. 제6회 대한민국 인권대상 사회공헌(나눔) 부분에 김경원이 선정되었다. ⓒ 김경원

 

▲ 제6회 대한민국 인권대상 사회공헌(나눔) 부분에 김경원(연극영화배우/작가)이 선정되었다. ⓒ 김경원

 
새해 2024년 1월 5일. 
나는 스즈키 다쿠마, 신도 이쿠미 두 일본기자와 오세훈 선생을 프레스센타 19층에서 다시 만났다.
이 날 4명은 한일 양국의 문화예술인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예술은 물론 역사, 인문학 등을 논하는 모임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일종의 친목단체이기도 한 가칭 <한일문화예술인연대>다.
일단 1년에 한두번 양국을 오가며 모임을 갖기로 했고, 그 활동 내용으로는 미술전시와 영화, 음악/무용/연극 공연 등이다.

 


♣ 종합예술단 '봄날'
 

▲ 종합예술단 '봄날' 단원들 . ⓒ 종합에술단 '봄날'

 

▲ 강릉에서 열린 세계합창대회 경연 현장 (2023.7) . ⓒ 제공:오세훈

     

▲ 종합예술단 '봄날'(대표:최성주. 봉오동 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상임이사) . ⓒ 종합예술단 '봄날'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오세훈은 종합예술단 '봄날'의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봄날'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노동의 존엄 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노래로써 세상의 진보를 이루어가는 시민단체이다.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추모공연을 비롯하여 서부발전 김용균군 사망사고 등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산재사고와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활동을 펼쳐왔다. 
'봄날'은 지난 2023년 7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합창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오는 7월에는 독일의 진보단체의 초청으로 베를린, 튀빙겐 등지에서 공연한다.


 

▲ '씨알의 소리(1970년 4월호)' 창간호 표지 70세 함석헌(주간) 선생이 사재를 털어서 펴냈다. ⓒ 오세훈('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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