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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류 단어

순 순 순 순

작성자산들강숲|작성시간21.08.14|조회수198 목록 댓글 1

순 순 순 순

제주섬 밑자락에서 길어올려 널리 내다파는 샘물을

삼다수(三多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물이요, 한자로 옮기면 '수(水)' 예요.

우리말로는 '셋'에 많다'라면,

한자로 옮겨 삼(三)'에 '다(多)'입니다.

 

이 땅에서 수수하게 살아가는 눈길이라면

“세 가지로 많은 물”을 나타낼 '세많물처럼

이름을 붙일 수 있었으리라 생각해요.

또는 새롭게 바라볼 만해요.
무엇이 즐겁거나 아름답게 많다고 할 적에 으레 꽃밭이란 말을 씁니다.

'첫째'를 가리키는 다른 우리말로 ‘으뜸’이나 '꼭두가 있고,

꽃등’도 있어요.

‘꼬’는 ‘꼽다'하고 맞물려요.

손꼽는 길일 텐데, 고’로 말밑을 이으면 '곱 곱빼기'에 '곱다'가 맞물립니다.

'꽃 곱다'로 잇는 말길이에요.

 

이렇게 헤아리고 보면

“세 가지로 많은 물 = 세 가지로 꽃밭인 물” 이니,

'세꽃물처럼 이름을 붙여도 어울리면서 산뜻하고 재미날 만합니다.

 

제주섬에서 태어난 어느 샘물을 가리키는 이름을

굳이 고쳐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린이한테 '이름에 얽힌 속뜻이나 수수께끼를 풀어내 보면서

우리말을 한결 깊고 넓으며 재미있고 새롭게 바라보도록 북돋울 만해요.

 

수수하게 쓰는 말이 눈부시다고 느끼는데,

이 수수하다는 수북하다하고 맞물려요.

수수하다 = 흔하다.= 너르다 = 많다 = 쌓이다'로 얽혀요.

이런 수수 수북'은 '수'가 말밑이요,

이 말밑하고 닿는 순'이란 우리말이 있어요.


순 ← 온전, 완전, 정말로, 진짜, 굉장히, 실로, 초, 심하다, 심히, 심각, 가히, 절대적, 무진장, 과연,

생판, 여지없이, 영영, 순전, 순수(純粹), 순(純), 완전, 전부, 전폭(全幅), 전폭적, 전체, 전체적, 왕(王),
대왕, 여왕, 왕비, 황제, 흡사
우리말 순은

“순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네” 라든지

“우리 집 뒤곁은 순 수박밭이지”처럼 쓸 만합니다.

그런데 한자말 순(純)'이 있어 다음처럼 쓰곤 하지요.


순(純) → 가없다, 곱다, 고이, 곱게, 곱다시, 곱살하다, 곱상하다, 구슬같다, 깨끗하다, 꽃닭, 꽃숨,

꽃숨결, 꽃단지, 꽃답다, 꽃다운, 말끔하다, 멀끔하다, 맑다, 맑음, 말갛다, 맑은, 맑닭, 맑은숨, 맑은숨결,

맑숨맨, 물방울 같다, 보얗다, 순, 숫숫몸, 아름답다, 오로지, 오롯이, 오직, 온, 온빛, 온통, 옹글다.

이슬, 이슬같다, 티없다, 해곱다.

 

영어 '순(soon)'을 쓰는 분이 꽤 돼요.

가게를 새로 열려 하거나 크게 고쳐서 다시 연다고 할 적에

이 영어를 담벼락에 내붙이기도 하더군요.
순(soon) → 곧, 곧이어, 나중, 다음, 담, 뒤, 뒷길, 머잖아, 머지않아,

살살, 슬슬, 앞길, 앞으로, 이제, 이제는
한자말 '순(筒)'은 또 있어 '새순'처럼 쓰기도 하지요.
순(筍) → 눈, 새싹, 싹, 싹수, 느자구, 움

둘레(사회)에서 쓰는 모든 '순'을

어린이가 듣거나 배우거나 써야 할까요?

자리하고 때에 따라서 다 다르고 알맞으며 재미있고 새롭게 쓸 만한 우리말을

어린이한테 들려줄 수 있을까요?

 

한자말 '순(筒)'을 써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우리말 '눈·싹·움이 어떻게 다르면서 비슷한가를 찬찬히 밝혀서 들려줄 적에

아름답고 어진 어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싹수'는 언제 달리 쓰고 느자구란 사투리는 어떻게 태어났는가를 보태면 더없이 훌륭하겠지요.

 

영어 순(soon)'을 써야 이웃나라 손님을 받을 만할까요?

우리말 '곧 나중·다음 담·뒤· 머잖아 살살 앞으로 이제’를

어떻게 가려서 신나게 쓸 만한가를 보기를 들며
하나하나 알려주면 멋스러우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한자말 순(純)'을 놓고도 우리말 쓰임새를 낱낱이 밝히고 보면,

우리말 살림살이가 얼마나 푸짐하면서 알찬가를 엿볼 만하구나 싶어요.

우리가 스스로 잊거나 잃은 낱말이 대단히 많지 않을까요?

우리가 스스로 등지거나 따돌린 우리말이 엄청나지는 않을까요?

 

길 길거리 골목 마을

틈 틈새 사이 새 길이·너비

 

입으로 말할 적에는 그냥 거리이지만,

하나는 '길'을 가리키는 우리말 거리이고,

다른 하나는 틈이나 '길이'를 가리키는 한자말 거리(距離)'입니다.

 

요 몇 해 사이에 갑작스레 불거져서 쓰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린이한테 너무 안 어울릴 뿐더러, 생각을 못 키우는 딱딱한 말씨입니다.

우리 어른은 왜 새말을 지을 적에 어린이 삶결이나 숨결이나 눈높이는 아예 안 생각할까요?

 

우리말 '거리는 길을 나타내면서 골목하고 마을을 나타내는 어느 자리를 그리지요.

'책거리 책집거리'가 되고, '옷거리 멋거리 꽃거리가 됩니다.

이런 길마냥 생각거리 입을거리 챙길거리 웃음거리 얘깃거리' 처럼 쓰는 다른 우리말 '-거리'가 있어요.

죽 이어나가도록 묶을 만한 결을 나타내는 '-거리이기에 길을 나타내는 '거리'하고 속내가 닮아요.

두 우리말 거리를 가르려고 '-거리’ 는 - 꺼리' 처럼 소리내기도 합니다.
얼마나 길거나 먼지를 살피는 한자말 거리(距離)'인데

'길이 = 길 + 이입니다. 길이란 낱말이 바탕이 되어 틈이나 사이를 살피는 속내를 나타내요.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이름이 아닌 “서로 틈새두기”나

“알맞게 떨어지기” 같은 이름을 쓴다면, 말뜻이 한결 또렷하기도 하지만,

돌림앓이판인 오늘날 서로 어떻게 어울리면서 마음을 기울이면 좋은가 하는 이야기도 펼 만합니다.

 

오늘날 큰고장 살림(도시 문명)은 너무 빡빡하거든요.
큰고장에 빈터나 빈틈이 너무 없습니다.

큰고장에 자동차가 너무 넘칩니다.

어린이가 뛰놀 골목이나 풀밭은 아예 없다시피 하고,

쉼터(공원)는 몇 군데 없고 좁아요.

어린이가 나무를 타면서 나비를 따라 춤추고 제비 곁에서 활갯짓하듯 뒹굴 빈자리는 얼마나 될까요?

 

틈새두기란 사람하고 사람이 알맞게 떨어져야 한다는 뜻뿐 아니라,

이제는 마을하고 마을 사이에 숲이 있을 노릇이고,

집하고 집 사이에도 나무를 알맞게 심어서 큰고장이든 시골이든 푸르게

숨쉴 겨를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숨쉴틈'하고 숨 돌릴 틈이 있으면 좋겠어요.

수수하게 쉴틈도 있어야겠고, 어린이한테는 '놀틈이 있기를 바라요.

틈을 누리는 하루여야 눈길을 틔우고 생각을 터서 마음이 아름다이 싹틀 만합니다.

틈이 없다면 눈길을 틔우기 까다롭고 생각을 트기 어려우며 마음이 싹트지못한 채 시들어요.

 

먼먼 길도 첫걸음부터 뗀다지요.

아주 조그마한 낱말하나를 마음에 곱다시 심어서 아름답게 가꾸는

참하고 슬기로운 어른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①숲노래(최종규)님은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꾸리는 사람이다. 책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건》,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들을 썼다.
전라도 닷컴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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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산들강숲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8.14 전라도 닷컴
    8월호에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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