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박필령
교회에서는
원수도 사랑하라 합니다.
나는 원수를 만나
44년을 함께
웃고 울며 살아 왔습니다.
내 편이면서도
남의 편이기도 했지만
넘어졌을 땐 손잡아주고
아플 땐 업어도 준 사람
사랑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울기도 했지만
늘 등 뒤에서
그림자처럼 나를 지켜주고
행복 이어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원수를 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하자며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또 하나의
원수를 만났습니다.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는 나 자신
내가 이겨 내야 할 세상 원수
바로 나였습니다
남의 탓도 아닌
내 탓이라고 고백하게 하는 원수는
나 자신이었습니다.
그래도
나 살아가는 동안
두 원수를 껴안고 사랑으로
걸어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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