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박필령
나는 그 이름이 '원수'인 원수를 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 하자고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랑하기때문에 울기도 했지만
넘어졌을 땐 손 잡아주고
아플 땐 업어도 주고
늘 등 뒤에서
그림자처럼 나를 지켜주어
행복을 이어준 사람
그런 어느날 나는
또 하나의 원수를 만났습니다
내안에 있는 모든 것이
내가 이겨내야 할 세상 윈수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말씀처럼
남은 날 동안
두 원수를 껴안고
사랑으로 걸어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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