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스노우 라이딩....

작성자꿈꾸는할리|작성시간23.12.16|조회수1,278 목록 댓글 12

무슨 날씨가 갱년기 접어든 애인 같아서 더웠다 추웠다 난리를 친다. 며칠전엔 봄날같이 덥더니 어제부턴 겨울 장맛비가 내리고 오늘은 무쟈게 춥다.

바이크도 얼었는지 시동이 안걸린다.

내 그럴줄 알고 예비 밧데리를 사 놓았지.

 

며칠을 굶었더니 몸이 찌부둥하다

남자들은 하여간 발산을 해야 한다.

 

" 프렌드, 오늘 비도 안오는데 점심이나 먹으러 한 라이딩 가야지 ? "

가족들이랑 점심약속 해 놓았다는 걸 파토내 버리라고 유혹을 한다.

그럼 그럼 바이크 매니아에게 라이딩은 무조건 1순위 아니겠는가 ?

풀페이스 헬멧, 버프, 열선자켓, 열선 장갑까지 완전 무장을 갖추고 시동을 건다.

 

"어디로 갈까 ? "

" 오늘 눈 소식 있으니까 해발 낮은 바닷가쪽으로 돌자."

블루투스 페어링을 하고 큰길을 나서 한참을 잘 가다가,

 

"태만장에 가서 커피 한잔 하는게 좋지 않을까 ? "

그렇게 행선지가 바뀌고 나서 계곡을 따라 해발고도 높은쪽으로 유유자적 스로틀을 감는다.

도로옆을 따라 흐르는 개울물이 며칠 내린 겨울비에 제법 많이 불어났다.

한참을 그렇게 중간쯤 갔는데  간간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구조변경된 머플러 사운드,

액셀을 당길때마다 사운드와 더불어 시트까지 전해오는 진동의 묘미가 새로은 맛을 더해준다.

 

칼국수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나오니

식당 주차장에 제법 쌓인 눈이 미끄러워서 핸들을 돌리기 조차 조심스럽다.

태백으로 접어드는 길목,

황지교 사거리쯤 들어서는데 굵은 눈송이가 윈드쉴드에 달라붙고 미끌리는 느낌이 든다.

 

"안되겠다. 여기서 그냥 돌아가자. 이따가 눈 더 오면 넘어가기 힘들것 같다."

그렇게 선두는 유턴을 했는데, 뒤따르던 바이크가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그냥 가자.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커피 한잔은 하고 가야지."

 

태만장,

바이크소리를 듣고 젊은 사장님이 얼른 문을 열고 나오신다.

"아니, 날씨가 이런데 오늘 바이크를 타고 오신거예요 ?

와... 정말 엄청나시네요."

 

카페 옆에 세운 바이크 위로 눈이 내린다.

" 오우, 이거 완전 인스타각인데요 ? 찍어서 올려야 하겠습니다."

 

진한 커피향이 참좋다.

카페 사장님과 안면을 좀 있는지라 커피도 취향에 맞게 진하게 내려주신다.

바이크와 카페 그리고 커피,

별 내용도 없는 대화지만 어린 아이처럼 중년의 머스마들은 그렇게  떠들어댄다.

네이버 일기예보를 보니 현재 영하 5도, 

"안되겠다. 눈이 더 오면 큰일 나니까 일단 넘어가자."

 

신호 받으려는 교차로에 경찰차와 나란히 섰다.

"아이고 저 미친넘들 이 추운데, 눈까지 오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싸돌아 다닐까 ? "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까 ?

창문이라도 내리고  "길 미끄러우니까 조심해서 다니세요" 라고 한마디쫌 해 주면 좀 안되겄니 ?

감성 말라붙은 경찰아저씨는 신호 바뀔때가지 문을 내리지 않았다.

 

갔던 길을 다시 돌아온다.

밤부터 추워진다더니 돌아오는 길엔 칼바람까지 불어 삼사백 키로씩 하는 바이크가 휘청거린다.

 

염화칼슘에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온 너를 그냥 두기 안쓰러워서 세차를 한다.

마눌차를 한번이라도, 이런 추위에 세차를 해줬다면 아마도 바이크 한대는 더 사주지 않았을까 ?

 

[칼국수집 마당 주차장]

 

 

[태만장(태백 만남의 광장)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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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할리포스 | 작성시간 23.12.17 드릴말씀이 없읍니다.대단하심니다..전 이제 육학년인데 추워도 그렇고 겁도 많아서요 ^^
  • 답댓글 작성자꿈꾸는할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2.17 ㅎㅎ
    어제는 가다보니 눈길로 들어간겁니다.
    바이크는 조심하는게 최우선이죠^^
  • 작성자둘이서함께 | 작성시간 23.12.18 저도 이정도의 열정은 있어야 되는데...
    젊을때 그 열정이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네요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 답댓글 작성자꿈꾸는할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12.18 낼 모레면 환갑인데
    친구들은 치매라고 합니다 ㅋ
  • 작성자실버라이더 | 작성시간 24.01.01 열정에 박수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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