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하는 산행이야기
수리산의 비
태풍 곤파스에 무너진
수리산에 오르는 길
오르는 산길마다
바람 맞은 푸른 낙엽 깔려있고
백년을 버텨 산
아름 소나무 널부러져 있네.
구월 오일
계절은 가을인데
태양 그 뜨거움은 지치지도 않고
피곤한 육구를 들어올려
땀으로 목욕하며
태을봉을 점 찍다.
다래를 주워먹는 달콤함도
침입자 경계하는 쌍살벌의 위협도
시원한 계곡물 한 줌으로 씻어내고
내리막 가파름을
짜릿하게 만끽하다.
가난한 성인의 무덤을 뒤로하고
내려선 후두미 골짜기
수암천 맑은 물에 빗방울이 듣는다.
하늘의 소리를 느끼려면
비는 고개를 들고 맞는 것이 좋다.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신명을 높여 큰 소리로 노래 부르면
비는 귓전에 속삭임으로 부딪쳐온다.
아이야!
황순원의 소나기는 아니더라도
늘어진 수양 버들 은근히 부추기고
예쁜 계집아이 살며시 손잡으면
까까머리적 설레임에
청춘이 되살아난다.
이천십년 구월 오일 수리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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