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3 - 열한번째 이야기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그 깨달음의 힘으로 새로움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무(無)에서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1부. 우주
4장. 세 개의 우주 시스템 1
* 이 글은 <유레카3>의 11번째 글입니다. 우주와 생명에 대한 철학적 진실을 탐구하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부 우주, 2부 생명, 3부 길로 구성되어 있으며, 26장 73편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글을 접하시는 모든 분들이 제가 깨달은 것을 함께 깨달아, 지성의 즐거움을 함께 만끽하며, 인류와 생명의 진보와 진화의 길을 함께 걸어가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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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쉬어가기
계룡(鷄龍)에 서서
계룡(鷄龍)!
나는 너에게 자유의 이름을 걸지니,
자유!
너는 은선 폭포 천길 낭떠러지에 걸려
천년의 삶을 살아온 소나무 같이 푸르거라.
계룡(鷄龍)!
나는 너에게 사랑의 이름을 걸지니,
사랑!
너는 관음봉 그 가파름 같이
힘이 들어도 꿋꿋이 버티어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한결같이 빛나거라.
계룡(鷄龍)!
나는 너에게 희망을 이름을 걸지니,
희망!
너는 쌀개봉 작은 틈새에 쏟아지는 빛줄기 같이
딛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꿈으로 자라나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멈추지 않는 힘이 되거라.
자연성능.
오르내림은 삶이 굴곡이요,
한 사람 길 빠듯함은 삶의 너비이며
절벽 위 바람은 날고 싶은 유혹이며
철 계단 난간은 소중함의 은총이라.
사람아.
계룡에 서 있으니
크지 않아도 웅장하고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고
힘이 들어도 즐거우니
계곡물에 목 축이고
동학사 부처님께 큰 절하여
그저 맑은 종소리 한번
온 누리에 들려주시기를
감히 청하고자 하노라.
2009년 3월 8일 계룡산에서
29. 번뇌의 계단
동굴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동굴의 시작은 계단이다. 그리 밝지는 않았지만 어디서 나오는지 푸른색 반사광이 은은히 비춰 희미하게 계단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구불구불한 계단 길을 한참 내려가니 '번뇌의 계단'이라 쓰인 푯말이 천정에 걸려있다.
번뇌(煩惱)- 욕심과 얽매임.
인생이 고통스럽고 불행한 이유는 욕심과 얽매임 때문이다. 인생의 시작과 끝은 빈손이고 빈 몸이지만 우리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고, 홀로 와서 홀로 가는 세상에 미련도 많고 정도 많다.
사실 나는 지금 몹시 혼란스럽다.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가짜이다. 허무하다. 사는 것이 의미가 없다. 인생은 구운몽과 같은 한바탕 꿈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영화 매트릭스처럼 환상일지도 모른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용기를 다해 동굴 안으로 들어왔지만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도 안 떠오른다. 이것 또한 얽매임이리라. 가짜인줄 알았으면 가짜구나 생각하고 살면 그만인 것을 무슨 미련으로 허무함을 막고자 하는가? 막막한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조금 더 내려가니 계단 옆에 액자가 있고 글귀가 써 있다.
<색즉시공(色卽是空)>
아! 부처여. 당신은 이미 오래전에 알고 계셨군요. 보리수 아래에서 당신이 본 것이 내가 지금 본 것입니까?
그러고 보니 플라톤도 이미 알고 있었다.
<겉모습은 속임수이다.>
동굴 밖에서 들리던 플라톤의 목소리는 이제는 칼이 되어 나의 폐부를 찌른다.
다리가 풀려 계단에 힘없이 앉아 있는데 문득 '이데아'란 단어가 떠오른다. 하여 플라톤은 진짜는 동굴 속에 따로 숨겨 두었다고 하였나보다. 내가 이 동굴 속에서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다시 힘을 내어 계단을 내려간다.
또 다른 액자가 보인다.
<공즉시색(空卽是色)>
이때 청명한 목탁 소리와 함께 낭랑한 한줄기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 마음이 생겨나니 일체 만물이 생긴다.
한 마음이 사라지니 일체 만물이 사라진다.
이 마음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본래가 이름도 모양도 없다.
입을 열면 모든 것이 나타나고,
입을 다물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생각이 생기면 모든 것이 생기고,
생각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아무것도 집착하지 않는다면 자유롭다.
무엇인가 붙들고 있다면 장애가 된다.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으면 어떤 경계인가?
그러면 모든 것이 똑바르다."
'공즉시색(空卽是色)'
이것이 이 동굴에서 내가 찾아야 할 숙제이며, 세상에 대한 미션이리라.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그 깨달음의 힘으로 새로움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무(無)에서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을 알았으면 공즉시색(空卽是色)하게 하라!'
30. 동굴 광장에서
계단을 다 내려가니 커다란 광장이 나타난다. 위를 올려다보니 천정은 스무 길도 더 되는 듯 높다. 천정과 옆면은 이리저리 구멍이 뚫려있는데, 그 중 한 곳엔 금맥이 흘렀던 곳 이란 푯말과 함께 작은 스크린이 걸려있다. 스크린이 켜지더니 금을 찾은 사람들의 기념사진 영상이 흘러나온다. 모두들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도인들도 있고 스님도 있고 수도승들과 시인과 농부와 철학자들의 얼굴도 보인다. 거지꼴을 한 사람도 있고, 말끔한 슈트에 멋진 담배파이프를 입에 문 신사도 있다. 그 중 아는 얼굴들이 지나가면 왠지 반갑다. 아우구스티누스 주교와 데카르트와 칸트의 얼굴도 지나간다. 그러나 대부분은 모르는 얼굴들이다. 아무튼 이 동굴엔 내가 처음은 아니다.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나의 금도 이 곳 어딘 가엔 있을 것만 같다.
잠시 동굴 안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는데 갑자기 광장 한가운데에 엄청나게 밝은 점이 하나가 불쑥 생긴다. 가까이 가보니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신기해서 손을 뻗어 만져보려 하는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점은 순식간에 커진다. 깜짝 놀라 뒤로 한발 물러섰는데 어느새 나를 지나쳐 커지고 있었다. 동굴 광장은 온통 불꽃놀이이다. 점이 폭발함과 거의 동시에 광장 네 귀퉁이에서 서치라이트가 켜져 동굴 환하게 비춘다. 서치라이트 불빛에 따라 공간이 출렁이다. 공간 안엔 처음엔 붉은색과 푸른색의 점들이 빽빽이 생기더니, 곧이어 노란색 가루가 허공에 가득히 뿌려지고 노란가루들이 합쳐져 녹색 가루들도 군데군데 만들어진다. 잠시 후 붉은 점들과 푸른 점들이 합쳐져 하얀 점들이 만들어졌다. 멋진 게임과 같았다. 점들은 서로 서로 쫒아 다니며 하얀 점들을 만들어냈다. 처음엔 서로가 서로를 쫒아 다니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붉은 점이 푸른 점을 쫒아 다니기 시작한다. 붉은 점이 푸른 점보다 조금 더 많은 것 같았다. 푸른 점이 다 없어질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푸른 점이 다 없어지고 붉은 점만 조금 남아있다. 그러자 하얀 점들이 순식간에 빛으로 변해 온 동굴 안으로 펴져나갔다. 동굴 안은 말 그대로 빛의 향연이었다. 지켜보던 나도 빛이 지나가며 내뿜는 열기를 느낄 정도였다.
빛의 열기와 함께 모든 점들은 동굴 광장 전체에 골고루 뿌려졌다.
4개의 서치라이트가 공간을 헤집으며 입자들을 이리 저리 뒤섞으며 돌아다닌다.
동굴 벽면에 <Y380K>란 글씨가 쓰여 지더니, <END CHAOS, START COSMOS>
란 단어가 나타났다.
원문 ; 2014년 2월 17일
1차수정 ; 2014년 4월 9일
2차 수정 : 2014년 10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