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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레카 3(원본)

유레카3. 23장 미래 4 (64/73)

작성자하늘바다|작성시간14.12.08|조회수222 목록 댓글 0

유레카 3 -예순네번째이야기

 (현재는 유일한 현재이고, 현재의 나는 유일한 나이고, 현재의 우주는 유일한 우주이다. 그래서 현재의 나와, 나의 삶이 소중하고, 현재의 우리 지구와, 우주가 소중한 것이다)

 

3부. 길

 

23장. 미래 4

 

이 글은 전체의 64번째 글이며, 앞 글의 연장이기 때문에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읽어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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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4. 인터스텔라의 모순

 

    인터스텔라가 우주 과학 영화라 하여 개봉되자마자 보고 싶었지만 도대체 예매를 할 수가 없어 개봉 후 거의 한 달 만에 겨우 볼 수 있었다. 모두들 잘된 영화라고 칭찬하는 것을 내가 짓궂게 잘못된 영화라고 우기기도 참 야릇하지만 몇 가지만 집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인터스텔라 메인 포스터)

 

   첫째, 인류는 지구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했다. 지구는 인류에겐 어머니이다. 다 쓰면 버리고 떠날 수 있다는 상상은 종교적 언어를 빌리면 불경(不敬)이다. 옥수수가 끝없이 펼쳐진 밭이 있을 정도이고, 중력법칙을 발견해 어마어마한 우주선을 우주에 띄울 수 있는 과학 기술이라면, 그 기술로 지구의 문제를 파악해 고치는 편이 낳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설정이니까 인정해 보자.

 

(식물이 자라는 지구를 포기하고 온도, 공기, 중력, 방사능의 위험이 가득한 우주를 찾아나서는 것은 지구에 대한 모독이다)

 

   둘째, 중력의 문제이다. 첫 번째 행성은 바다별이고, 두 번째 행성은 얼음별이다. 끝에 살짝 나오지만 세 번째 행성은 지구와 비슷한 환경인 것으로 보인다. 설정은 이 행성들이 태양과 같은 빛을 발산하는 항성이 아니라, 빛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어마어마한 속도로 공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블랙홀의 중력 때문에 이 행성에서의 1시간이 지구시간 7년으로 계산되었다. 중력은 인력이다. 즉, 잡아당기는 힘이다. 지구상에서 지구와 태양 중 누구 중력이 더 셀까? 당연히 지구 중력이 더 세다. 태양도 나를 잡아당기고 지구도 나를 잡아당기는데 내가 지구에 붙어 있다는 뜻은 지구가 나에게 미치는 중력이 더 세다는 의미이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행성에서 활동 할 수 있는 것은 블랙홀보다는 행성의 중력이 더 세다는 의미이다. GPS위성 이야기를 하면서 지구 중력이 위성에 미치는 시간 차이는 하루에 1천만분의 386초라고 하였다. 지구보다 130% 크다는 설정을 하고 1시간에 7년이라는 설정은 터무니없다.

   혹자는 행성의 문제가 아니라 블랙홀이 공간 자체를 왜곡시켜 시간이 그리 차이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정도로 중력 왜곡을 일으키는 공간에 인간이 멀쩡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터무니없는 상상이다. 해저 1만 미터에 인간이 서 있다면 어찌될까? 짜부가 되어서 살은 찢기고 눈과 내장은 튀어나올 것이다.

   또한 그것조차 인정하더라도 그런 공간이라면 착륙선이 행성에 착륙했을 때 그 위에 떠 있었던 착륙선의 모선도 똑같은 중력 공간에 있으므로 둘의 시간 차이는 거의 없었어야한다. 같은 공간에 있던 착륙선과 모선 사이의 시간 차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중력이 시간을 왜곡한다는 단 한 가지 기준만으로 다른 조건들은 너무 무시한 경향이 있다.

 

(착륙선의 모선.  저 모선이 행성 착륙선의 위에 떠 있었는데 행성의 3시간을 모선의 21년에 대응하는 것은 모순이다)

 

   우리 은하의 중심에는 커다란 블랙홀이 있다. 우리 태양이 은하의 중심에서 3만 광년이나 멀찍이 떨어져 공전하는 것은 행운이다. 혹시 공전하다가 다른 블랙홀을 만나지 않기를 바라야겠지만 우리 은하의 공간은 워낙 넓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셋째, 빛의 문제이다. 행성은 태양과 같은 항성이 아니라 블랙홀을 공전한다고 설정했다. 블랙홀은 빛을 발산하지 않고 흡수한다. 우리가 무엇을 보는 것은 태양의 빛이 지구의 어떤 물체에 반사된 것을 보는 것이다. 발광체가 없는 행성의 설정은 대낮처럼 훤하다. 태양이 없는 행성에 낮이 존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설정이다. 그러고 보니 태양의 고마움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두번째 얼음별 모습을 그린 포스터.  태양이 없는데 저리 훤할 수는 없다)

 

   넷째, 바닷물이다. 우주상에 물이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범위는 사실 굉장히 좁다. 빛도 없는 이곳에 액체 물인 바다가 표면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빛이 없으면 지열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목성이나 토성의 위성 중에 유로파나 엔살라두스는 두꺼운 얼음 아래 액체 바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목성과 토성의 중력으로 이 위성들 내부에서는 마찰이 일어나고 자체 중력의 압력과 합쳐 내부에서 열이 발생하고 이 열로 얼음을 녹여 지표의 두꺼운 얼음 아래에 바다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두꺼운 얼음이 아래의 물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터스텔라 포스터. 액체 바다가 표면에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에 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다 양보해서 태양 없이 액체 바다가 존재할 수 있다하여도 블랙홀이 내뿜는 감마선이나 X선은 수소와 산소의 결합인 물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보다 훨씬 힘이 약한 자외선만으로도 물은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다. 산소이야기에서 지구에 바닷물이 온전히 존재하는 건 자외선에 의해 자연분해 되어 지구를 탈출하려는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가 다시 붙잡아 물로 변환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300만 톤의 수소가 지구를 탈출한다고 하였다. 공기 중에 산소가 있을 조건은 식물이다. 식물의 광합성작용에 의하여 산소가 끊임없이 발생해야 공기 중 산소가 존재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활동성이 좋은 산소는 다른 원소와 결합하여 대기 중 산소는 금방 소진 될 것이고 수소의 탈출을 막는 장치는 사라지는 것이다.

 

   1Km의 거대한 파도가 생기는 행성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먼저 물이 표면에 존재하기 위한 조건을 먼저 따지는 것이 옳은 과학적 추론일 것이다. 생명이 살 수 없는 별에 그렇게 많은 바닷물이 지표면에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블랙홀의 감마선이나 X선을 막을 아무런 장치도 없는 별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 태양계는 태양에서 품어 나오는 태양풍이 태양계 안으로 들어오는 감마선 등 생명체에게 해로운 우주선들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1차 방어막인 셈이다. 물론 우주 멀리서 오는 약한 감마선을 말하는 것이지 베텔게우스처럼 400광년 밖에(?) 안 떨어진 별이 초신성 폭발을 할 때 분출되는 감마선이 태양계를 향한다면 태양풍 정도로는 이 힘을 막을 수 없다. 2차 방어막은 지구의 오존층과 대기층, 자기력 등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구의 생명이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블랙홀에서 뿜어지는 감마선, X선을 막을 아무런 장치가 없는 별에 지구 생명과 비슷한 유형의 생명이 존재하기는 불가능하다. 애당초 블랙홀을 공전하는 행성은 생명이 살 수 있는 후보지에서 제외했어야 하는 것이 합당한 결론이다.

 

  다섯째, 시간의 역행에 대한 문제이다.

   영화는 블랙홀에 떨어진 주인공이 5차원 공간에서 과거로 돌아와 딸에게 나사 연구소의 위치도 알려주고 인류를 구원할 중력방정식도 모스 부호로 알려 준다.

   시간의 역행이 가능하여 그것이 현재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나 터미네이터(Terminator) 시리즈에서는 이런 내용으로 영화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이것이 성립할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는 우주의 결정성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는데 과거의 어느 한 시점과 동일하다는 것은 반대로 미래로 가도 원래 결정되어 있기로 한 우주가 존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양자역학을 알기 전까지는 이것은 충분히 가능한 이론이었다. 우주는 처음과 끝이 결정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양자역학의 미시 물질들은 중첩이라는 확률로 표현되고, 생명 의지의 영향도 받는다.  이런 모든 조건을 그대로 거꾸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가 정해져 있는가?'  이 논제가 오늘 우리가 다루어야 할 주제인 [미래]의 핵심 이야기이다.

   두 번째 조건은 다중우주(多重宇宙, Multiverse)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우주와 과거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는 우주는 서로 다른 우주이어야 한다. 어느 누가 어떤 우여곡절 끝에 과거로 왔는데 그가 그 과거에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거대한 우주를 통째로 과거로 돌렸다기보다는 현재의 우주는 그대로 진행하고 있고, 과거의 새로운 우주는 별도의 우주이어야 논리적 타당성을 지닌다.

   3차원적인 관점으로 3차원인 우주공간이 시간 축을 흐르며 팽창하고 있는데 이것을 되돌리려면 우주 전체의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전진 하고 있는 자동차를 뒤로 물러서게 하려면 앞으로 가고 있는 힘의 몇 배는 더 필요할 것이다. 더군다나 빛의 속도가 되면 시간은 정지하고 공간은 수축하여 길이는 없어지고 질량은 무한대가 된다. 우리 우주는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 우주론의 정설이다. 이런 우주가 뒤로 가는 방법은 없다.

4차원의 관점인 상대성이론의 결론, 시간=공간=물질=에너지의 관점으로도 시간을 공간과 분리해 별도로 떼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시간과 공간은 원래 한 몸이었다.

 

   양자역학의 확률 해석인 고양이 패러독스에서 코펜하겐 해석과 더불어 잠깐 소개했던 에버렛 해석(8장)을 기억하는가? 확률이 갈라질 때 마다 서로 다른 우주가 생겨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간다는 해석이다. 이런 우주라면 과거의 한 시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수많은 우주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자아(自我)]인 나는 어느 우주에 있는 내가 진짜 나일까? 원래 우주에서의 내가 나일까? 과거로 돌아온 우주에서의 내가 나일까? 그러면 원래 과거에 있었던 나는 어디에 있는가? 한 우주도 감당하기 힘든데 수많은 우주까지 다 감당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결론은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거니와 영화처럼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어 미래를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는 유일한 현재이고, 현재의 나는 유일한 나이고, 현재의 우주는 유일한 우주이다.

   그래서 현재의 나와, 나의 삶이 소중하고, 현재의 우리 지구와, 우주가 소중한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영화의 시나리오로는 가능해도 과학의 이름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므로 5차원이라는 애매모호한 공간에서 신도 아니고 외계인도 아닌 5차원 지적생명체의 도움을 받아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의 지구로 돌아가 딸에게 5차원의 지식을 가르쳐 주는 일은 이 영화의 가장 큰 과학적 모순이다. 그냥 백 투 더 퓨처나 터미네이터처럼 영화라는 개념이라면 모를까, 과학을 모티브로 과학적 논리로 이 영화를 바라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밖에도 몇 가지 더 과학적 논리적 모순이 있으나 여기에서 줄이고자 한다. 이런 모순에도 불구하고 중력과 시간의 문제, 원심력을 이용하여 인공 중력을 만드는 우주선의 모형, 동면(冬眠)의 방식으로 기나긴 우주여행의 시간을 극복하는 등의 우주 과학을 영화 속에서 구현하려는 노력이나, 지구적 재난이 인류에게 닥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준 점이나, 우주 공간을 뛰어 넘는 가족애를 보여 주는 휴머니티 등은 높이 살만한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인공 중력을 만들기 위해 거대한 원형으로 만든 지구 탈출용 우주선)

 

 

(인터스텔라의 중력이론을 설명하는 그림, 중력만을 생각하고 다른 조건들은 등한시한 경향이 있어 아쉽다)

 

 

2014년 12월 2일 기준 850만 명이 이 영화를 보았다니까 볼 사람은 이미 다 보았겠지만 혹시 아직 안 보신분이나 다시 보실 분이라면 위에 내가 지적한 부분을 상기하면서 영화를 관람하시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원문 ; 2014년 3월 19일

수정 ; 2014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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