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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 결정(決定)과 확률(確率)

작성자하늘바다|작성시간16.07.28|조회수329 목록 댓글 0

철학이야기 : 다시 쓰는 유레카
(1부. 우주 / 8장. 세 번째 프로그램, 세 번째 프로그래머


   85. 결정(決定)과 확률(確率)

   도저히 한 공간에 양립할 수 없는 두개의 규칙이 한 입자와 공간에 공존한다. 하나의 공간인 우리 우주에 거시 우주를 지배하는 결정성과 미시우주를 지배하는 확률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이것은 모순이고 또한 신비이다.

   하여 나는 두개의 프로그램이 한 시뮬레이션 아래에서 함께 중첩하여 공존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우리 우주가 가상공간의 시뮬레이션이라는 나의 전제를 이해한다면 이 모순은 그리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제 1우주의 프로그램은 결정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거시우주에 적용되며 우주의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주어진 규칙을 따른다. 이 프로그램을 나는 제1프로그램으로 정의한다.

   제2우주의 프로그램은 확률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시우주에 적용되며 입자의 미래는 확률로 결정된다. 이 프로그램을 나는 제2프로그램으로 정의한다.

   나의 딸아이가 예전에 즐겨했던 놀이공원 게임 중에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는데, 딸 아이가 하도 재미있게 게임을 하여 나도 이 게임을 유심히 관찰하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 딸에게 물어보았다.  이 게임은 놀이공원이라는 공간 안에 여러 가지 놀이기구를 배치하고 길도 닦고 휴게소도 만들고 요금을 정해 시작을 하면, 시간에 따라 그 놀이공원이 수익이 날 지 손해가 날 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게이머는 중간 중간 계속 조건을 바꾼다. 요금도 조정해 보고, 출입하는 길도 더 넓히고 휴게소에 새로운 상품도 갖다놓고, 부서진 놀이기구는 수리하고, 낡은 놀이기구는 최신형 새 것으로 바꾼다. 그러면 이에 따라 게임속의 손님들이 이리저리 이동을 하고 새로운 수익구조가 생겨난다.

   이 게임은 어찌 진행되는 걸까?

   프로그램은 놀이 공원에 필요한 기본 공간과 재료를 제공한다. 여기서 공간이란 컴퓨터 내부의 가상의 땅을 말하며 재료란 놀이 공원에 필요한 건축재료, 놀이기구 등을 말한다. 물론 가상의 재료이다. 게이머는 이 재료들을 이용해 원하는 장소에 놀이기구를 설치하고 그곳으로 연결되는 길도 만들고, 중간 중간 휴게소와 편의시설도 만들고, 수리공과 청소부와 안내자들을 고용하고 손님을 맞는다. 손님들은 프로그램에 내재된 규칙에 따라 게이머가 만들어 놓은 게임시설이나 휴게소를 이용하며 돈을 쓴다. 처음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으면 손님들이 더 많이 오고 이때 재투자를 하여 놀이공원도 넓히고 시설도 개선하고 인부도 더 고용하고 하는 등의 일은 게이머가 하여야 한다.

   이 놀이공원 게임이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는 결정성, 확률성, 의지성이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공간과 재료, 이것들의 역할과 구조는 결정성과 같다. 여기에 주어진 공간과 재료는 사실 다 프로그램의 종속변수들이다. 컴퓨터에 전원이 켜지고 게임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공간과 재료는 이미 구성되어 있다. 우리 우주도 그렇지 아니한가?


   손님들의 움직임은 주어진 프로그램의 조건에 따라 움직인다. 미세한 차이에 따라 손님A가 1번 놀이기구를 탈수도 2번 놀이기구를 먼저 탈 수도 있다. 또 그에 따라 손님 B, C, D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만족도도 달라지고 수천 명의 손님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결국 이 게임에서 조건에 따른 결과는 확률로 나타날 것이다.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이머이다. 게이머는 자기결정 즉 의지에 따라 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의 기본 규칙을 창조할 수는 없다. 프로그래머가 준 주어진 조건 내에서만 진행할 수 있다. 마치 우리가 우리 우주에 주어진 중력을 벗어날 수 없는 것과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한 가지.

   놀이 공원의 기본 구조인 결정성과 손님들의 움직임인 확률성은 이 게임의 프로그램에 내재되어 있지만, 공원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의지성은 게이머, 즉 게임의 외부에서 제공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굉장히 중요한 깨달음에 도달하여야 한다.

   [의지는 내재될 수 없다.]

(2016년 5월. 안산 노적봉 폭포 공원 김홍도 박물관 야외 전시 조각작품. 저 돌을 갈고 깍아서 예술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은 자연의 결정과 확률이 아니라, 작가의 의지이다. 의지는 시스템에 내재된 프로그램이 아니다. 의지는 외부의 힘이다. 돌에게 의미를 부여한 것은 외부인 작가의 의지이다. 마찬가지로 생명에게 부여된 의지는 내부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것은 외부에서 오는 힘이다. 생명은 그리고 우리는 외부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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