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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의지 / 89. [쉬어가기] - 오서산 가는 길

작성자하늘바다|작성시간16.07.31|조회수280 목록 댓글 0

철학이야기 : 다시 쓰는 유레카
(1부. 우주 / 9장.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의지)


    89. [쉬어가기] - 오서산 가는 길
      
    산(山)을 오르는 일은 명상(冥想)을 하는 일과 같다. 도인이나 스님이 아닌 이상 산에 큰 깨달음을 얻고자 오르는 이는 없다. 그냥 즐거움을 얻고자 혹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혹은 건강을 위해서 또는 단풍놀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오른다. 그리고 그 오르는 과정은 힘들다. 그리고 그 힘듬을 통하여 즐거움을 얻는다. 만약 노동을 등산처럼 하라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산이라는 대자연의 일부를 통하여 내가 그 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또한 자연이 우리에게 내어주는 무한대의 베품을 통하여 내가 얼마나 욕심꾸러기인지도 알게 된다. 우리는 산에서 그 욕심을 내려놓고 산이 내어 놓는 순수(純粹)를 가지고 돌아온다. 명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세파에 찌든 일그러짐이 아니라 티 한 점 없이 깨끗한 유리창과 같은 순수한 마음이다. 이 순수를 통하여 우리는 진실(眞實)과 진리(眞理)에 접근한다.
 

오서산(烏棲山) 가는 길

추억 하나 담으려 길을 나선다
충청도 홍성 보령 땅
까마귀 까치가 많이 살았다는
오-서-산(烏棲山)
이제 검은 날짐승 대신해
흰 억새가 장관이라는 산


오서산 입구 상담 주차장
발을 딛어 땅에 접하니
충청도 그 푸근함이
발바닥 아래로 스며올라온다


광천막걸리 눈에 걸리고
길쭉한 잎에 매달린 상큼한 생강 한쪽
날 사 달라 유혹하는데
주차장 한 가운데 커다란 비석하나
초아의 봉사(超我의 奉仕)


몸을 풀고 산에 오르는 길
생강밭 추수가 한참이다
오솔길 따라 오른지 이십분
앞을 막는 정겨운 사찰 하나
정 - 암 - 사



시주는 못해도 부처님 말씀 모신
절 약수(藥水) 한 그릇 공양(供養) 받고
향토 시인 정성 스민 시화전에
눈을 빼 앗긴다
어쩜 그리 예쁜 그림에 예쁜 글을 담았을꼬

돌아서 나오는 길
불자는 조선일보를 보지 않는다는 현수막
저 신문은 부처님과 무슨 원수 지었길래
대자대비 부처님의 눈 밖에 낫을꼬



부처님 그늘 돌아
정상으로 가는 길
길은 젖어 미끄럽고
가파름에 숨은 턱에 걸리고
다리는 자꾸 쉬어가라 성화인데
마음은 억새에 끌려 오르고 싶고
쉬었다 가자 뒤돌아보니
정겨운 마을 한폭 가을 화폭에 펼쳤어라



어느 산인들 깔딱 고개 없냐마는
오서산 능선고개 만만치 않구나
한발 한발 겨우 겨우 올라 선 뒤
한숨을 돌려보니 이제는 능선이다
이쪽도 보이고 저쪽도 보이는데
어이쿠! 산구름 안개 되어
이쪽 저쪽 다 뿌옇다
서해바다 기대했던 바람은 건너가고
산바람만 매섭구나 나무들이 키가 작다 

 


힘들어서 안되겠다
몇몇동행 자리잡아 막걸리 내놓는데
탁주 한사발 한 숨에 들이키니
이 맛이 꿀맛일세 이 맛이 산맛일세
깍두기 안주삼고 서로에게 술권하니
산친구 정겹구나 이래서 산에 오네
 
이제는 정상가자 자리 털고 일어나
바위 넘고 길을 열어 오르고 또 오르니
드디어 보이누나 펼쳐지는
억 - 새 - 밭
아차! 너무 늦었구나
하얀 장관 한 풀 꺽여 누렇게 지고 있네



산구름 희뿌염에 아쉬움을 묻어두고
길 옆 억새 쓸며 가니 나타나는
그림 같은 정자 하나 오-서-정
남는 것은 사진일세 산 동무 모두 모여
안고 서고 자리 잡네


몇 걸음 더 나아가니 오서산 정상비
칠백구십일미터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네
드디어 다 올랐네 오른 힘듬 사라지네
여기서도 한 방 찍자
이번엔 여자 따로 남자 따로



점심 먹자 길옆 공터 자리 잡고
싸 온 음식 펼쳐 보니
진수성찬 따로 없네
이집 음식 저집 반찬 별미구나 진미구나
소주 맥주 막걸리 양주 매실주 복분자 더덕주
온갖 술을 열어 놓고 한잔 두잔 받다보니
하늘이 가까워 기쁨이요 정상주(頂上酒)의 기쁨이라
모두 한껏 배를 불려도 남은 음식 아직 많네
그 옛날 예수님 오병이어(五甁二魚) 이것일세
나누며는 남는 것을 혼자 가지려니 모자라네



점심 먹고 일어서서 늦은 억새 구경일세
비록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장관이네



부족해도 만족하면 행복이고
남아도 욕심내면 불행인 것을
능선 따라 계속 가니 정상 표시 또 나오네
아까 것은 광천 정상 여기는 보령 정상
안내 사진 자세히 보니
이쪽은 대천바다 저쪽은 해수욕장
그러나 어이하리
안개가려 구름 가려 아무것도 안보이고
오늘 산행 아쉬움이 많이 남네



이제는 내리막길 오른만큼 가파르네
한참을 내려오니 아내 무릎 아프다네
내 못난 탓 고생시킨 결과 같아 부끄럽네
한발 한발 조심 조심 살금 살금 아슬 아슬
 
밤밭지나 내린 마을 그 풍경이 예술일세
감나무에 주황감이 주렁주렁
너른 마당엔 벼말리고 고추 말리고
대문 앞에 가지각색 꽃단장이
산행 지친 걸음을 쉬게하네



굴 구이 먹자하고 찾아간 천북항
들물 들어 꽉찬 바다 넘치는 파도
산도 보고 바다 보니 행운중에 행복일세
사십명 모여 앉아 갓 잡아낸 굴을 굽네
통통하고 싱싱한 굴 도시에선 볼 수 없네
이렇게 맛있는 굴 생전 처음 맛을 보내
굴칼국수 입가심하고 아내와 바다에 섰네



바다 - 생명의 고향
언젠가는 바다도 품에 안고 하늘도 품에 안으리
오서산 - 천북 바다 - 그리고 정겨운 사람들
오늘 내가 행복한 것은
내가 그들과 함께 했다는 기쁨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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