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족구소설] 아내와 족구를(연재3)

작성자저ㄴ◐ㅠ처ㄹ|작성시간07.11.07|조회수341 목록 댓글 6

[족구소설]  

아내와 족구를


전유철(소설가 ․ 평택잔다리족구회장)
 

(연재3)

그리하여, 어느덧 아내와 약속한 날이 다가와 있었다. 아내는 작년 결혼 10주년 때보다 더 설레는 눈치였다. 우리는 점심을 먹은 후 족구장에 가기로 하였다.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니까, 라보떼로 하지요?”

아내가 식탁에 젓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라보떼? 불란서 음식이야?”

“아니요. 라보떼. 라면으로 보통 떼우다!”

 허 참! 우리는 이름만 불란서 음식 같은 라면을 끓여 먹기 시작했다.

“참기름과 라면이 싸움을 했는데, 라면이 경찰서에 불려갔대요. 왠지 알아요?”

“글쎄......”

“참기름이 고소해서요!  얼마 후 참기름도 경찰서에 불려갔대요. 왜 그럴까요?”

“어...... 뭔데?”

“라면이 다 불어서!”

푸하하! 먹던 라면이 튀어나온다. 한 가닥 면발이 아내 얼굴로 튄다. 아내가 쿡쿡, 웃으며 민달팽이를 떼어내듯이 달라붙은 면발을 떼어 식탁 위에 놓고 다시 말한다.

“내가 ‘라면’으로 2행시를 읊을 테니까 운을 떼어 봐요!”

“라!”

“라면에다가 비아그라를 넣었더니.”

“면!”

“면발이 빳빳해졌네!”

“헉, 이 사람이 정말~. 음란시인 다 됐네!”

비아그라가 아니어도 아내의 그 말만으로 곧이곧대로 거시기가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그렇게 아내와 근사한 ‘라보떼’를 한 후, 운동장으로 와서 지금 족구 게임을 하려는 터이었다.

“이제, 연습 그만하고 게임하죠?”

아내가 연습하던 공을 거두고 게임을 제안한다.

“그러지 뭐. 연습이 필요하면 좀더 하던지......”

내 쪽에서 먼저 그만하자고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못이기는 척 아내의 쇼당(?)을 받아들인다. 아내가 한쪽 무릎을 꿇고 신발 끈을 다시 맨다. 이제 보니 아내의 족구화가 바뀌어 있다. 새로 산거야? 언제 샀어? 내가 묻자, 오늘 게임에 대비해서 하나 새로 샀어요, 한다. 허 참, 이 사람이. 멀쩡할 족구화 놔두고 오늘 게임을 위해 새로 샀다고?

“자, 약속대로 5점 접고 시작입니다. 규칙대로 15점 3세트! 약속조건 잊지 않았죠? 오케이?”

아내가 코트 앞으로 다가오며 경쾌하게 말한다.

“오케바리!”

나도 비로소 신바람으로 소리를 지르며 화답한다. 스트레칭에 연습 시간까지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다. 좀 있으면 회원들이 올 시간인데. 가위바위 보 해서 이긴 내가 먼저 서브 태세를 취하며 잠시 생각해 본다.

“자, 갑니다!”

나는 첫 서브를 곱게 넘겨주며 소리쳤다. 아내가 머리로 첫 터치 후, 네트 가까이 띄우고, 발 안축으로 왼쪽 엔드라인 깊숙이 찌른다. 아웃 같다. 아웃이 아니면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다. 순간 당황스럽다. 공교롭게도 공은 엔드라인에 걸쳤다.

“아웃!”

나는 외쳐본다.

“세입! 라인에 걸치면 세입인 거 몰라요! 자, 6대 0!”

헉, 차라리 득점이라고 인정이나 할 걸. 분명 아웃 같았는데 발 안축 드라이브가 걸린 것이다. 제법이다.

이번에는 아내가 서브를 넣는다. 발등 드라이브로 낮게 보내는 공이다. 앞으로 접근하며 왼발을 갖다 댄다. 빗맞는 것 같다. 사이드라인 약간 벗어나 바운드 된다. 이런, 아직 몸이 안 풀렸나?

“아, 실수! 7대 0!”

나는 객쩍은 듯 머리를 쓸며 공을 차 넘겨준다.

“무슨 소리예요! 서브 2득점인 거 몰라요! 8대 0입니다!”  

아내가 다시 공을 잡으며 내 귓구멍에 쐐기를 박는다. 좋아! 나는 고스톱을 칠 때 바닥에 같은 두 장이 깔렸던 패를 슬쩍 가져오다가 들켰을 때처럼 슬그머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훔친 돈을 ‘슬그머니’ 라고 했던가. 그럼 훔친 점수는? 문득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의 서브가 날라 온다. 낮고 짧다. 걸릴 줄 알았는데, 회전이 많아 네트에 맞고 앞에 툭 떨어진다. 뛰어들며 쇼트트랙 스케이트 선수처럼 오른발을 내밀어보았지만 이미 투 바운드다. 아, 또 2실점이다. 이 사람 이거 운이야, 실력이야. 나는 고스톱을 생각하며, 뒷장이 잘 맞는 행운이 거듭  따른다면 교장선생님(?)인들 당할 수가 없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하지 않던가. 오래가면, 결국 실력 있는 자를 당할 수야 없지. 하며 나는 스스로 위안해 본다.

“아, 미안! 이제 10대 0예요!”

아내는 득점할 때마다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생글생글 웃는다. 아내 말대로 스트레칭을 열심히 할 걸. 아직 몸이 안 풀린 거겠지. 스스로 위안하며 흙 묻은 무릎만 자꾸 털어내었다. 10대 0이 뭐야. 5점밖에 안 남았잖아. 이거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제로 게임 당하는 거 아냐?

내 우려대로 첫 세트는 5점 밖에 얻지 못하고 지고 말았다. 아내의 실력은 결코 운이 아니었다. 발 안축, 발 바닥, 발 뒤축 등으로 강타와 연타를 구사하며 나를 당황하게 하기도 하고, 나로 하여금 경이에 찬 시선을 보내게 만들었다.  

‘어떻게 된 거지.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이 여자가 나 회사 있는 동안 족구만 했나? 랠리 연습할 때는 그냥 받아넘기는 공만 제법인줄 알았는데, 공격까지 다양하게 하다니. 이거 여자선수 뺨치잖아......’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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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평택잔다리족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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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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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방글이건태 | 작성시간 08.08.09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 작성자철원태봉 | 작성시간 09.07.09 원본 게시물 꼬리말에 인사말을 남깁니다.
  • 작성자막시무스 | 작성시간 10.02.09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광진연합회에서 도움받습니다.
  • 작성자무시라 | 작성시간 11.04.19 감사 퍼갑니다~~
  • 작성자낼은주전 | 작성시간 13.09.11 젬 납니다 퍼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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