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비슬산참꽃 전국족구대회 글쓴이-(구리)송한용

작성자두루마리|작성시간14.08.22|조회수1,122 목록 댓글 8

 승합차 한 대가 굉음을 내며 조용한 아침 고속도로를 가로지른다. 승합차 안에는 오늘 대회에 참가하려고 하는 현대파워텍 선수들이 잠을 자고 있다. 만규는 눈을 떴다. 어제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 피곤한 몸이지만 대회를 나갈 수 있는 날은 언제나 설레임과 행복함을 느낀다. 창밖을 바라보니 도착하려면 아직 좀 멀었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며 지난 날들을 생각해본다.

 

 근 2년동안 족구계는 현대파워텍의 천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 대회마다 우승 혹은 준우승을 휩쓸고 다녔다. 그 중심엔 대한민국 최고의 공격수 강만규가 있었다. 강력한 스파이크와 최장 비거리를 자랑하는 그의 공격에 상대팀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어느 덧 족구계에선 ‘족구계가 강만규를 쫒는 시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만규는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공격수였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 앞만 보며 달려와서 그랬을까? 수만번의 뛰어차기를 한 그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무릎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이, 후배들의 무서운 성장은 더 이상 그의 1인 천하를 허락하지 않았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승부의 세계, 정상의 자리는 오르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 어렵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게다가 현대파워텍 팀 내부에서도 큰 변화가 생겼다. 팀의 중심인 공격수였지만 막내였던 그가 흔들릴때 항상 뒤에서 격려해주며 정신적으로 큰 힘을 주었던 선배들의 은퇴가 그것이다. 새로운 얼굴들로 그 자리가 채워지며 만규는 이제 팀의 최고참이 된 것이다. 선배들이 해주었던 정신적 지주의 역할이 이제 만규의 몫이 되었다. 그의 부담감은 팔에 차고 있는 완장의 무게 만큼이나 무거웠다. 그래도 그가 누군가. 족구코트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안 겪어본게 없는 그다. 흔들릴 수도 있다던 주위의 우려를 깨끗이 날리기라도 하듯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훌륭히 통솔하는 멋진 선배가 되었다.

 

 대회장에 도착했다. 벌써 10회째를 맞이하는 비슬산 대회.

 코트마다 휀스를 설치해 옆 코트와 겹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배려를 해줘 경기하기 가장 좋은 운동장이라고 생각되는 곳이다. 다행히 한 여름임에도 날씨가 그다지 덥지 않다. 게다가 복사열까지 더해져 경기하기 힘들게 만드는 인조잔디 구장이 아닌 일반 운동장이다. 오늘 대회 벌써부터 느낌이 좋다.

 

 “형! 안녕하세요?”

 장한빈 선수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어 그래. 일찍왔네. 진혁이는 좀 어떠냐?”

 만규는 직전 대회였던 향수옥천배 준결승에서 부상을 당한 김진혁선수의 안부를 묻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고, 많이 좋아졌어요. 한 달 정도 지나면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애요.”

 “그래 다행이다.”

 자신의 볼을 받다가 다친 김진혁 선수. 제 아무리 만규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함께 경기하는 선수가 다친 것은 마음이 무겁다. 고통스러워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 하니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코트에서는 서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라이벌이지만 라이벌이기 이전에 일과 족구를 병행하는 힘든 길을 함께 선택한 동반자이다. 족구를 한 이후엔 가족들보다 더 많이 얼굴을 보는 사이일지도 모른다.

 

 한빈과 인사가 끝나고, 몸을 풀려고 짐들을 정리하고 있던 찰나 핸드폰에서 카톡 소리가 들린다. 아내다.

 ‘오빠! 우승 못해도 괜찮으니까 제발 다치지 말고 와. 사랑해.’

 결혼한지 몇 년인데 아직도 오빠라고 부르는 아내. 항상 이렇게 만규가 대회 나갈때마다 힘이 되는 문자를 보내주고 그리고 평소에도 말없이 내조해주는 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한국남자인 만규는 그저 씨익 하고 웃으며 문자를 보낸다.

 ‘응 조심할게 나도 사랑해^^’

 

 “자! 다들 모여.”

 올해 새로운 감독으로 취임한 민경철 감독이 선수들을 부른다. 작년까지만 해도 만규의 영혼의 짝이며 정신적인 지주였던 그가 이젠 감독이다. 아직도 ‘감독님’이란 호칭이 입에 붙지 않아 사석에선 ‘형’이라고 부른다. 감독의 지시에 맞춰 팀 동료 종세, 동휘, 유빈이와 함께 천천히 몸을 푼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그들이지만 준비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열심히 땀이 날 때까지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몸을 풀어준다.

 

 코트 하나가 비었다. 다른 팀이 차지하기 전에 먼저 들어가 자리 잡는 자가 임자다. 발빠른 유빈이 뛰어가서 코트 하나를 점령, 서로 공을 가지고 주고받기를 하다가 공격진영으로 넘어가 서브 연습을 시작한다. 안축에 맞는 느낌이 최고다. 이 서브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과 땀이 있었던가. 수만번도 넘게 한 서브지만 아직도 가끔 실수를 한다. 역시 족구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각 팀 감독님들~! 감독자 회의하겠습니다.’

 마이크에서 각 감독들을 소집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만규는 천천히 강도를 높여 안축 서브 및 안축 공격을 연습하며 몸을 푼다. 몸에서 서서히 열이 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그렇게 약 10분동안의 연습.

 ‘지금부터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1코트 현대파워텍, 000족구단, 2코트....’

 마이크로 코트배정을 알린다. 현대파워텍 선수들은 1코트로 들어간다. 심판이 들어와 선수명단을 확인하고 이제 경기가 시작된다. 동료들과 엔드라인에 서있는 모습. 셀 수 없이 많이 해봤지만 첫 경기는 항상 긴장된다. 상대선수들과 악수를 하고 이제 경기 시작.

 

 선공은 현대파워텍이다. 만규는 조금 약하게 첫 서브를 넣는다. 공의 감각을 익히고 대회장에서의 느낌을 확인하는 그만의 스타일이다. 예선전이지만 상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최강부의 어느 팀이 만만하랴. 공방의 공방으로 여러 코트에서 경기가 시작된다. 선수들의 화이팅 소리와 공이 바운드 되는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운다.

 

-중략-

 

 점심식사 후 만규는 또 연습을 시작한다. 남들이 보기엔 그렇게 힘든 경기를 치뤘는데도 지치지도 않느냐고 하지만 세밀한 차이 하나로 승부가 갈리는 최강부에선 감각유지는 필수다. 가볍게라도 안축에 감을 익혀야 하기에 힘든 연습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 뒤, 드디어 최강부 대망의 결승전이 펼쳐진다. 상대는 향수옥천배 결승에서 패배를 안긴 한세대학교다. 신예공격수 이태호, 칼날토스 박정철, 날쌘돌이 신진이, 인간방패 박성호까지.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는 전통의 강호다. 지난대회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서라도 상대전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꼭 이겨야 하는 경기다.

 

 만규의 넘어차기 공격이 휀스를 넘어간다. 하지만 그마저도 휀스를 넘어가 받아내는 신진이, 이태호의 화려한 공격은 유빈의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막힌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제대로 눈요기를 해주는 그들의 플레이가 눈앞 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기량을 갖추기 위해 했던 노력이 얼마인지 아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저 이 코트 안에서 뛰는 이들만이 알리라. 매일같이 과중한 업무, 그리고 남들 잠자는 시간에 흘린 땀으로 빚어낸 결과. 이런 이들의 몸이 성할리 없다.

 

 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선택한 길, 이들에게 포기는 없다. 그리고 함께 마주하는 선수들 역시 이런 힘든 길을 함께 걸어 나가는 동반자이다.

 ‘저 선수는 어떻게 저렇게 빠르지? 대단하네.’

 휀스 밖에서 누군가가 옆에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대답한다.

 ‘조용해. 지금은 족구를 봐야하는 시간이야.’

 

 글쓴이: 송한용(강서신화족구단)

 

 *이 글에 등장하는 강만규 선수와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필자의 상상력으로 쓴 글임을 밝힙니다. 경기내용보다는 최강부 선수들의 애환을 그리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워낙에 미약한 글 솜씨에 비위가 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냥 재밌게 읽어주세요. 아울러 최강부 선수들의 노력에 조용하게나마 항상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2편

 이른 아침 아직 동이트기도 전, 간단한 아침식사와 함께 학교 전용버스를 타고 대회장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아무도 말이 없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에선 피곤한 기색들이 역력하다.하루하루 고된 연습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힘든 길이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등 뒤에서 떠밀지 않았다. 바로 자기 자신들의 선택이었다. 때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때로는 몸상태가 좋지 않아도, 때로는 그 좋아하는 족구를 하기 싫을 때라도 이들은 대회가 있는 주말에는 언제나 출전을 해야한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버스가 복잡했던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모두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좌석 깊숙한 곳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는다. 진이는 핸드폰을 켠다. 이리저리 카페를 검색하며 오늘 상대해야 하는 선수들의 공격을 확인한다.

 ‘현대파워텍의 강만규 선수는 비거리가 상당히 길기 때문에 평소보다 한 발 뒤에서 수비해야 한다.’

 ‘세신버팔로스의 장한빈선수는 순간적으로 A,B로 꺾어차는데 능하기 때문에 좌우다리의 무게 중심을 50대50으로 두고 수비해야한다.’

 ‘부천중앙의 전휘진 선수의 B각은 예상 못하는 상황에서 나오기 때문에 역모션에 걸리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하고 높은 타점에서의 페인트 공격이 좋으니 태호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진이는 머리속으로 상대 선수들의 공격 스타일을 일일이 체크해가며, 오늘 경기의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본다. 유니폼에는 ‘한세대학교’라고 적혀있다.

 

 족구의 명문, 권혁진 선수가 이끌던 1기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항상 정상의 팀이었다. 탄탄한 기본기에 톱니바퀴 돌아가는 듯한 최고의 조직력, 화려한 슈퍼플레이까지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그들에게 많은 족구팬들은 열광했고, 족구선수가 꿈인 학생들의 동경의 대상이다.

 

 선수 한 명 한 명 모두 친형제와 같이 친한 사이이지만 그 내부에선 치열한 경쟁이 항상 존재한다. 전국에 족구 좀 한다하는 어린학생들 중에서도 치열한 자체 테스트를 통과한 이들이 모인 곳이기에 실력차이는 종이 한 장.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연습을 소홀히 한다면 가차 없이 주전 선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연습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주전선수들은 주전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비 주전 선수들은 주전선수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끊이지 않는다. 그로인해 단체연습시간 외에도 선수들은 남 몰래 개인연습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고, 연습경기 조차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경기가 항상 펼쳐지는 곳이다. 그리고 그 팀의 주장이 바로 신진이다.

 

 많은 이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이지만 호시탐탐 그 자리를 빼앗기 위해 연일 땀을 흘리고 있는 후배들, 그리고 대회 나갈 때 마다 항상 힘든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대들. 부담감이 결코 적을 리 없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는 독한 자를 이길 수 없고, 독한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오늘 경기 역시 최선을 다하기로 굳게 다짐한다.

 

 창밖을 보니 아직도 먼 거리를 가야한다. 대구까지 2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진이도 눈을 감고 좌석 깊숙한 곳에 몸을 기댄다.

 

 대회장에 도착, 매년 출전해온 비슬산대회장의 풍경은 멋있다. 푸른색 휀스가 코트마다 있고, 다른 여타의 대회장보다 더 넓어 시야가 탁 트인다.

 

 감독의 지시에 맞춰 짐 정리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몸을 풀 준비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누군가 감독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두 명의 낯익은 이들이 양손 가득 음료수를 들고 등장하자 선수들 모두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어 그래 어서와라."

 올해 새롭게 부임한 임종흔 감독이 그 둘을 반갑게 맞는다.

 한세대 전성시대를 화려하게 열었던 선배들, 이광재, 권혁진 선수였다.

 "너네는 시합이 내일인데 왜 벌써 온거야?"

 "오늘 시간이 돼서 후배들 응원 차 이렇게 왔습니다."

 혁진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선후배들간의 훈훈한 장면, 최고의 명문 한세대학교의 자랑이자 타 팀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일 것이다. 후배들을 격려하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멋진 선배의 모습이었다.

 

 인사를 하고 선수들이 천천히 몸을 푼다. 주장 진이의 구령에 맞춰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선수들이 스트레칭 및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푼다. 빈 코트를 하나 잡아 서서히 연습을 시작한다. 정철이 태호에게 공을 올려주고 태호는 그 공으로 안축차기, 뛰어차기, 넘어차기등을 연습한다. 남들이 볼 땐 가볍게 하는 것 같지만 그마저도 비거리들이 엄청 나다. 진이와 성호는 수비 위치에서 받아 올리며, 공의 감각을 익힌다.

 

 "각 팀 감독님들! 감독자 회의 하겠습니다."

 마이크로 각 감독들을 소집한다.

 선수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연습에 몰두 한다. 서서히 몸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10분 정도 연습했을까?

 

 "지금부터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1코트 현대파워텍, 000족구단, 2코트 한세대, 000족구단, 3코트..."

마이크로 코트 배정을 알린다. 한세대는 2코트에 배정 된다. 상대팀 선수들과 악수를 하고 코트로 들어와 파이팅을 한다. 한세대 특유의 파이팅 모습,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둥글게 원을 만들어 허리를 숙인다. 주장 진이가 선수들에게 말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도 화끈하게 한 번 즐겨 보는거야. 재밌게 하자. (큰 소리로)한세!!!"

 "와~~~!!!!"

 선수들이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한다.

 

 상대가 먼저 서브를 넣는다. 가벼운 서브 진이의 안정된 리시브에 이어 정철의 정확한 토스, 태호는 여지 없이 A킥으로 상대 코트에 강하게 찍어 누른다.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고, 상대 우수비가 따라갔지만 역부족이었다.

 "한세!!!"

 진이의 선창.

 "와~!!!"

 선수들이 크게 파이팅을 한다.

 

 파이팅은 확실하게 목소리는 크게. 경기 중의 분위기를 띄우는데는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성호가 서브하려고 공을 잡았는데, 태호가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다. 감을 익히기 위함이다. 가볍게 안축 서브를 넣는다. 상대 리시브, 토스에 이은 공격, 성호가 헤딩으로 받아냈지만 공은 라인 밖으로 향한다.

 "없어!!!"

 진이가 큰소리로 정철에게 사인을 준다.

 정철의 다이렉트 토스 하지만 공은 네트를 넘어간다. 다시 상대의 찬스 이번엔 발날페인트다. 강공을 생각했던 수비들이 꼼짝을 못하고 당한다. 상대의 파이팅 소리가 들린다.

 "괜찮아. 다시 만들자."

 진이가 모인 선수들에게 이야기 한다. 최강부에서 만만한 팀은 아무도 없다. 대한민국 족구계의 최고수들의 경기가 이렇게 대구에서 막이 올랐다.

 

- 중 략 -

 

 4강전 풀세트 접전 끝 간신히 승리하여 결승에 진출한 한세대학교. 상대는 지난 대회 향수옥천배에 이어 또 최강 현대파워텍이다. 공격의 종결자 강만규, 컴퓨터 세터 김종세,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김동휘, 대지를 가르는 수비 천유빈까지. 빈 틈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다.

 

 경기 시작 전 진이는 가볍게 푸드웍을 한다. 경기 시작 전, 반드시 하는 그만의 의식과도 같은 행위다. 잠시 뒤 결승전이 시작한다.

 코트 안으로 들어오라는 주심의 호각 소리와 수신호에 양팀 선수들이 큰 소리로 파이팅을 한다. 마치 누가 더 크게 소리를 내는지 내기라도 하듯이.

 

 만규가 몸을 날려 뛰어차기를 할 채비를 하자 진이가 2,3미터 더 물러 수비를 준비한다. 만규의 큰 바운드가 휀스를 넘어가려고 할 때 진이가 휀스를 밟고 넘어가 공을 받아 올려낸다. 그리고 이어진 태호의 공격이 유빈과 동휘의 사이를 꿰뚫으려는 순간, 유빈이 몸을 날려 헤딩으로 받아 올린다. 대한민국 최고수들의 대결. 코트 안에선 어느 누구도 지고 싶지 않다.

 

 휀스 밖, 유니폼도 입지 않은 일반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서있다.

 한 사람이 옆 사람에게 묻는다.

 "저 선수는 어떻게 저렇게 빠르지? 대단하네."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말한다.

 "조용해. 지금은 족구를 봐야하는 시간이야."

 

 태호의 뛰어차기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석양을 가린다.

 "한세!!!!"

 "와!!!!"

 선수들의 파이팅 소리가 대회장을 가득 메운다.

 

 글쓴이: 송한용(서울강서신화족구단)

 

 *이 글에 등장하는 한세대 선수들의 이야기는 절대 사실이 아닌 필자의 상상력으로 쓴 글임을 밝힙니다.


3편

 “성구야! 그럴때는 몸을 좀 낮춰서 머리로 받도록 해봐.”

 감독이 이번에 신입회원으로 들어온 성구에게 조언을 해준다.

 “예!”

 성구가 감독의 조언에 크게 대답하며 수비 자세를 잡는다. 그의 얼굴에는 진지함과 비장함이 묻어있다.

 “저 녀석 곧 우리 대구시를 뒤흔들 만한 선수가 되겠어.”

 회원들이 신체조건이 좋은 성구를 보며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이름 박성구, 나이 24세 갓 제대, 185cm, 80kg의 다부진 몸매와 태권도2단, 특공무술2단. 거기에 중학교 시절까지 축구선수였던 이 젊은 회원에게 00족구단의 회원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이 젊은 친구.

한 달 전,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성구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구들과 운동하기를 좋아했다. 성구는 그 날 친구들과 우연히 족구를 하게 되었다. 키가 큰 성구는 앞 라인에서 공격을 하며 다른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족구를 보여주며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는 군대에서도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린 터였다.

 

 “아! 시시해.”

 한 시간 정도 족구를 하던 성구가 말했다. 성구는 족구를 배나온 아저씨들이나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으로는 어지간한 사람에게 져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족구 역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야! 심심한데 우리 게임방이나 가자.”

 늘상 있는 그의 일상. 친구들과 술 마시고 당구치고 게임방에 다니는 그 또래의 친구들과 별 다를 바 없었던 그였다.

 “오늘 뭐 재미있는 거 없나?”

 성구는 게임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언제나 그랬듯이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검색을 하였다.

 10분 정도 친구들과 별 다른 말이 없다가 갑자기 민호가 말했다.

 “야! 이거봐. 족구도 대회가 있어.”

 “뭐? 그런 운동도 대회가 있어?”

 성구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응! 대구 비슬산참꽃 전국족구대회? 내 참. 대회 이름도 되게 기네.”

 민호가 하나하나 읽어 준다.

 성구는 별 관심 없이 계속해서 인터넷을 검색한다.

 “엥? 최강부는 또 뭐야? 일반부? 40대부? 내 참 별게 다 있네. 어? 야! 우승하면 상금이 100만원이래.”

 별 관심 없었던 성구의 귀가 번쩍 뜨인다.

 “뭐? 진짜? 잘됐다. 대구에서 한다고? 우리 여기 출전해서 100만원 타서 실컷 술이나 마시자.”

 성구가 친구들에게 이야기 한다.

 “8월 16일. 야! 2주 남았어. 선착순 접수래. 참가비가 있네. 7만원.”

 민호가 자세히 설명한다.

 “선수 4명, 감독이 있어야 하네.”

 “그럼. 제일 못하는 근혁이가 감독하고 우리 넷이 나가면 되잖아.”

 성구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이야기 한다. 친구들이 다들 웃는다.

 “그래. 그럼 지금 바로 신청하고 여기다가 송금하자. 근데 팀 이름을 뭘 로 하지?”

 민호가 말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정희가 말한다.

 “대구 라이온스 어때?”

 “촌스럽게 그게 뭐냐?”

 친구들이 눈총을 준다.

 “괜찮네. 그냥 그걸로 하자. 우리 대구 야구팀이 라이온스잖아. 그냥 거기 따라가자. 급조된 팀인데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 저 100만원만 타가면 되지.”

 친구들 사이에서 항상 리더 역할을 하는 성구의 말 한마디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렇게 ‘대구 라이온스’라는 그들만의 급조된 팀이 결성되었다.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민호가 참가신청을 하고, 바로 돈을 입금 시켰다.

 "최강부는 등록되어 있는 팀만 한다네. 여기가 제일 잘하는 덴가봐? 우린 그럼 일반부로 하자. 어차피 상금도 똑같네 뭐."

 민호가 말했다.

 "자! 그럼 우리 '대구 라이온스'의 창단을 기념하며 오늘 술이나 마시러 가자."

 성구가 친구들에게 말한다.

 

 다음 날, 간밤에 만취한 성구와 친구들은 동네 운동장에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민호가 어디서 구해 왔는지 족구화를 가져왔다.

 “이거 우리 삼촌이 신던거야. 예전에 어쩌다 하나 구했데.”

 “족구화도 따로 있어? 그냥 난 축구화 신고 나갈래.”

 성구가 말했다.

 “규정에는 족구화를 다 신어야 한다는데?”

 민호가 말했다.

 “아! 귀찮아. 뭐 그런거 까지해?”

 성구가 귀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할 수 없이 인터넷으로 구매하기로 하고, 성구와 친구들은 족구를 했다. 몸이 날렵하고 태권도로 다져진 성구가 공격을 할 때 마다 친구들은 아무도 받지 못하였다. 성구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렇게 대회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1일차 8월 16일. 최강부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성구는 민호와 함께 대회장을 보기 위해 천천히 가보았다. 하늘은 어느 덧 석양을 비치고 있었다.

 대회장에 들어오니 여러개의 코트가 쳐져 있고, 푸른 색 휀스가 여기저기 통로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선수들의 파이팅 소리와 공이 바운드 되는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운다.

 

 “지금부터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양팀 선수 소개가 있겠습니다. 먼저 현대 파워텍 강만규 선수....”

 마이크로 선수들을 소개하는 소리가 들린다. 한 선수 한 선수 호명될때마다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성구는 피식 웃는다. 저런 운동에도 저런 소개가 있다는게 그저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결승전이 시작한다. 성구와 민호는 휀스 밖에서 구경하기로 한다.

 흰 유니폼을 입은 공격수의 넘어차기가 ‘꽝’ 하는 바운드 소리와 함께 크게 넘어간다. 그런데 붉은 유니폼을 입은 상대 수비수가 그 휀스를 밟고 넘어가 그 공을 받아 올린다. 그리고 붉은 유니폼을 입은 공격수의 강공을 상대 수비수는 또 넘어지면서 받아 올린다.

 

 성구와 민호는 할 말을 잃었다. 족구가 이런 운동일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가운데 있는 코트가 작아 보일 정도로 선수들은 라인 밖 10미터에서 공을 받아 올린다. 그리고 그 공을 다시 공격으로 연결한다. 저기 보이는 선수들의 공격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강해보인다. 자신의 공격이 가장 강할 것이라고 착각했던 성구는 자기 자신이 한 없이 초라해 보였다. 그런데 한 없이 초라해 보였던 성구에게 묘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무슨 의미인지는 그 역시 잘 모른다. 그리고 몸이 부르르 떨리고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저 선수는 어떻게 저렇게 빠르지?”

 민호가 말했다.

 성구는 민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말한다.

 “조용해. 지금은 족구를 봐야하는 시간이야.”

 민호는 그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성구의 표정에서 무언가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찾은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석양을 가린다.

 

 글쓴이: 송한용(강서신화족구단)

 

 *1,2편을 보신 분들은 마지막 부분에 일반인들의 대화를 기억하시나요? 그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성구라는 허구 속의 인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성구 일행의 일반부 참가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아마도 처참한 참패였을까요? 아님 새로운 일반부의 강자로 부상했을까요? 독자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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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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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강원홍보(하이트맨) | 작성시간 14.08.22 좋은글 감사합니다~ '' 글에 포함된 스티커
  • 작성자감시우 | 작성시간 14.08.22 글솜씨가 장난이 아닌데요. 족구를 주제로한 무협소설을 쓰셔도 되겠어요. 내공 팍!팍! 실어서 살인 족구 게임를 하는거지요.ㅎㅎ
  • 작성자변기준 | 작성시간 14.08.22 와우 잼나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희처리^*^ | 작성시간 15.02.23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보령이상래 | 작성시간 15.12.08 속편이 기대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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