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제 1회)

작성자kimdeoksoo|작성시간22.01.17|조회수667 목록 댓글 2

□ D. -115

그래, 그거야!”

대한민국족구협회장인 기찬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에서도 시끄러운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공이 튀어 오르자 네트 앞의 선수가 손으로 땅을 짚고는 반원을 그리며 넘어차기라는 발차기 기술을 시도했다. 정확히 그의 발에 맞은 공은 네트를 넘어 상대방 코트에 정확히 내리 꽂혔다. 수비를 하던 선수는 차분하게 머리로 공을 받아냈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공의 속도가 줄어들며 네트 앞에 있던 세터에서 정확히 전달되었다. 공격이 준비되고 있었다.

환호가 이어지며 경기는 계속 이어졌다. 각본에 있듯 공격과 수비가 일사 분란하게 이루어지며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세트가 마무리 되자 주심의 호각소리와 함께 함께 뛰던 양팀의 선수들이 기찬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좋았어. 조금만 맞추면 완벽해.”

회장님, 이거 미친 입니다. 변수도 많은 스포츠 경기를 드라마처럼 각본에 맞춰 움직이라고 하니. ~”

한숨과 함께 선수의 한탄이 쏟아졌지만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공격과 수비가 일사분란하게 진행되며 볼 거리를 가득 선사한 경기는 각본에 짜인 한편의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감독이 바로 기찬이었다.

우리는 배우야. 족구홍보를 위한 드라마를 찍고 있는 거라고. 족구가 보여줄 있는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 알잖아, 우리는 족구홍보단이야.”

기찬이 기획한 족구홍보단이었다. 태권도홍보단처럼 극적인 요소와 족구의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각본을 짜고 선수들이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양팀은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족구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배우였다. 공격과 수비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좋아, 번만 보자. 파이팅!”

기찬의 기합소리와 함께 선수들은 코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굴과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으며 힘들어 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열정으로 뭉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었다.

회장님, 같았는데, 결국 냅니다.”

기찬과 함께 족구홍보단 구성을 기획한 족구협회 기획실장인 성민의 만족해 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코트로 향하는 선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찬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성민에게 향했다.

실장, 이왕 족구홍보단을 만들었으니까 다른 것도 시도해 볼까 하는데요……

? 다른 것이요? 이것 말고 다른 것이 있습니까?”

, 내가 고민하던 중에 하나가 족구에서 다양한 공격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기에 뭔가가 부족합니다. 배구처럼 후위공격도 나오고 시간차 공격도 나오면서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있으면 재미 있지 않을까요?”

성민도 같은 생각이었다. 직접 경기를 하는 사람들은 족구의 묘미를 흠뻑 즐길 수 있었지만 그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단순한 공격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양한 작전을 펼칠 수도 없었다. 어쩌면 이런 재미요소의 부재가 정기적인 족구 방송 편성을 저해하는 요소일 수도 있었다.

저도 동감입니다. 생각하고 있는 있습니까?

성민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보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한다. 반드시 풀어야 하는 숙제였다.

, 방법은 많습니다. 그리고 간단합니다. 족구가 배구처럼 번의 터치 안에 공을 상대방에게 넘겨야 하지요?”

?”

대답은 쉽게 나왔다.

서브가 넘어오면 공을 받아 세터에게 넘기면 세터가 공격수에게 공격할 있도록 공을 올려줍니다. 그리고 공을 공격수가 상대방에게 날리는 과정이 전부입니다. 비슷한 룰의 배구는 손으로 하기 때문에 섬세합니다. 하지만 족구는 발로 하는 경기 섬세할 없습니다. 배구처럼 세밀한 작전을 구사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말이 맞지 않나요?”

, 맞습니다.”

그래요, 실장님도 공감할겁니다. 그런데 만약 공을 안에 넘기게 규칙을 바꾸면 어떨까요? 공격여유가 생기고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있을 겁니다. 번째 터치에서 넘기는 척하다가 다른 공격수에게 패스할 수도 있어요. 에서 달려온 선수가 배구처럼 어택도 있습니다.”

기찬은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족구에 목숨을 사람이었고 족구가 자신의 전부인 사람이었다. 기찬의 아이디어에 성민은 잠시 당황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회장님 생각이 맞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했습니까? 좋습니다, 제가 그림을 그려보겠습니다. 그리고 홍보단에서 테스트해보지요.”

역시, 마음을 알아 주는 실장님밖에 없습니다.”

성민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기찬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이렇게 됐네. 실장님이 여기는 마무리 해줘야겠는데요.”

, 알겠습니다. 빨리 움직여야겠는데요.”

성민에게 인사를 나눈 기찬은 연습중인 선수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보냈다. 자신의 시계를 바라본 기찬은 누구에겐가 전화를 걸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 D. -114

이사님이 고생이 많습니다.”

웃음을 머금은 한국체육회장이었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없었다. 한국 스포츠를 총괄하는 한국체육회였지만 주변에 산적한 문제를 항상 풀어가야만 했다.

뭘요,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데……”

이사는 스위스에 위치한 WOC(세계올림픽위원회)에서 열리는 실무자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매년 열리는 회의였고 의제는 다양했다. 특히 스포츠 중계가 국경을 넘어 지구촌 구석구석에 실 시간으로 전달되면서 세계 모든 국가는 자국의 스포츠를 해외에 알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WOC 승인을 받아야 했다. WOC 세계 스포츠의 절대권력이었다. 스포츠는 이제 국력을 상징하는 문화아이콘이자 성장시켜야 하는 산업의 부분이었다.

체육회장과 이사가 이야기를 나누는 한국체육회 휴게실은 직원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휴게실로 들어서는 낯 익은 사내의 모습이 들어왔다. 휴게실에 모습을 드러낸 기찬은 주변을 살피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어이, 회장! 여기야.”

한국체육회장은 손을 치켜 올렸다. 누군가를 찾는 듯 주변을 살피던 기찬은 체육회장과 시선이 마주치자 미소를 보이며 다가왔다.

여기에 계셨네요. 한참을 찾았습니다.”

그래, 이사와 편하게 이야기하기에는 여기가 최고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기찬도 자리를 잡았다.

회장님 그리고 이사님, 이번에는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일년에 한번 열리는 회의입니다. 이번에도 성과가 없으면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어휴~ 회장 성화에 내가 바를 모르겠어.”

이사는 사래를 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십여 미국에서 생활하던 기찬을 알게 되었고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최 이사는 우연히 미국을 방문했고 기찬을 만났다. 당시 우스갯소리로 미국 교민들 단합을 위해 스포츠가 중요한 역할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던졌다. 기찬은 이야기를 흘려 듣지 않았다. 얼마 그는 미국에 한인 족구클럽을 만들고 전역을 관할하는 미주한인족구협회를 설립했다. 그리고 능력과 열정을 높이 평가 받아 한국에 돌아온 기찬은 대한민국족구협회 회장에 취임하게 되었다.

회장, 우리도 반드시 성사시켜야 되는 프로젝트야. 년째 같은 의제를 던졌지만 WOC에서는 반응이 없어.”

손으로 이마를 어루만지는 체육회장도 이번 출장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WOC회의에서는 이해할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우리 자체적으로 해결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WOC눈밖에 말이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회장도 알잖아?”

체육회장은 기찬을 설득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는 이사는 아무런 말없이 앞에 놓인 커피잔만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사님, 아무런 말씀이 없으세요?”

기찬의 시선이 이사를 향했다. 눈이 마주친 이사는 웃음을 지어 보이기만 했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회장님 그리고 이사님, 이번에도 결과가 없다면 우리 협회 단독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동호인이 200만명입니다. 그들이 결집하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하아~ 그래 회장의 의지는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이번 WOC에서는 분명히 결과가 나올 거야. 매번 결과가 없다면 말이 안되지.”

그래, 회장님 말씀이 맞아. 이전 회의에서는 우리가 기대하던 결과가 나올 거야. 우리 긍정의 힘을 믿어보자고.”

기찬은 이상 말이 없었다. 한국체육회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같은 결과만 반복되는 상황에서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동호인만 200만명이 넘는 족구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가 나오면 우리 협회 자체적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알았어. 내가 어떻게 회장 고집을 꺾겠어. 솔직히 우리도 바라는 거야.”

 

한국체육협회장은 기찬과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사는 자리에 남아 기찬과 그들만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여명(정봉혁) | 작성시간 22.01.17 좋은 글 기대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kimdeoksoo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17 고맙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