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제 2회)

작성자kimdeoksoo|작성시간22.01.18|조회수384 목록 댓글 2

□ D. -113

십여 명의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여있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번 회의에 한국에서는 누가 참석합니까?”

, 한국체육회 이사가 참석합니다.”

이사요?”

중국의 오성홍기가 정면에 보이며 중국체육회 임원진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들이었지만 이사라는 말이 나오자 회의실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회의를 주재하는 중국체육회장의 표정에서도 웃음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나오겠군요.”

, 맞습니다. 한국체육회에 없던 대한민국족구협회를 만든 인물입니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예상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회의를 진행하던 체육회 회장은 테이블에 놓인 물잔을 입에 가져갔다. 목이 타오고 있었다. 한국이라는 존재가 이제는 버겁게 느껴지고 있었다. 물잔을 내려놓은 회장의 시선이 답을 하고 있는 인물에게 고정되었다.

그런데 우리 준비는 되어가고 있습니까?”

, 모든 준비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중국체육회 총괄경리는 자신 있게 대답을 했다.

좋습니다. 이번에 WOC 공격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스포츠에서 우리 중국의 위상을 반드시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을 확실하게 밟아야 합니다.”

, 알겠습니다. WOC 회장과 별도의 미팅을 가질 예정입니다. 자리에서 우리 의견을 확실하게 전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한국의 이사와 이야기도 나눠 볼까 합니다.”

? 이사하고요? 의미가 있을까요?”

솔직히 아직은 예단할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 정도는 파악할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요……”

체육회장의 머릿속에서는 많은 계획이 나열되고 있었다. 중국 중앙당에서 추진중인 동북공정의 핵심인 아시아의 중국문화화에 획을 그을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항상 한국에 발목을 잡히고 있었다. 한복, 김치 한국문화 대부분이 중국에서 발원되었다는 주장을 펼치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었지만 그들의 주장은 그들만이 외침일 뿐이었다. 세계 어디에서도 주장은 먹혀 들지 않았다.

좋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호랑이를 잡읍시다!”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명이 시작한 박수가 참석자 모두에게 전파되며 회의실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그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 D. -112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서 대한민국족구협회 기획실장인 성민은 컴퓨터의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기찬이 새로운 회장으로 취임하고 부쩍 일이 많아졌다. 십여 년 넘게 기찬을 알고 지내온 성민은 기찬이 족구협회장으로 취임하자 마자 그의 요청으로 족구협회에서 일을 시작했다. 대기업에서 기획업무를 맡아본 경험에 족구협회에서도 기획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자 시작이었다. 너무도 익숙한 족구였다. 하지만 군대 제대한 아저씨들이 심심할 하는 놀이로서의 족구가 모두가 알고 있는 족구의 전부였다. 족구를 변신시키고자 하는 기찬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고정관념이란 벽은 너무 두꺼웠다.

안쪽에서 벽을 깬다면 밖에서부터 깨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많은 계획들이 세워졌다. 물론 머릿속에 그려놓은 계획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윤곽이 그려지는 계획도 하나 나타나기 시작했다. 힘들지만 뿌듯함이 시간의 흐름도 잊게 만드는 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성민의 입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웅얼거림과 함께 등을 의자에 기대고는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내렸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는 다시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었다. 조용한 사무실에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 D. -111

~”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하늘로 치솟으며 뻗어나가는 작은 흰색의 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대낮처럼 조명이 내리쬐는 야구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많은 관중들 사이에서 기찬의 모습도 보였다.

~”

짧은 순간이었지만 기대감이 묻어 나오던 함성은 탄식으로 바뀌었다.

어휴~ 조금만 뻗었어도……”

그게 마음대로 되면 신이지요.”

아쉬워하는 기찬과는 달리 성민은 전혀 아쉬운 내색을 보이지 않으며 차분하게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회장님, 바쁜 하루였습니다.”

식을 모르는 관중들의 함성을 뚫고 성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는가 싶더니 소리를 삼켜버리는 더 큰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관중들은 늦은 밤이지만 작은 야구공 하나에서 하루의 스트레스 털어버리고 있었다.

, 바쁜 하루였어요. 그런데 류 실장, 나는 야구장에서 관중들이 소리를 지르며 야구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대한민국 족구를 이끌어가는 회장의 입에서 나올 있는 말은 아닌 듯싶었다. 성민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기찬의 얼굴을 바라봤지만 깊이를 없는 기찬의 표정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해하지 마세요. 야구가 아니라 족구가 최고입니다. 야구는 보는 즐거움이 많습니다. 관중들이 예상할 있는 많은 작전과 움직임이 관중들을 매료하지요. 하지만 족구는 보는 즐거움이 아니라 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종목입니다.”

기찬과 시선이 마주친 성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알고 있는 성민이었다. 함성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성민은 마른침을 삼켜 목을 적신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하는 사람은 정말 재미있지만 보는 사람은 재미가 없습니다. 그걸 우리 족구협회가 풀어야지요.”

맞습니다. 하는 즐거움을 알려야 하는 것이 우리 임무입니다.”

말을 마친 기찬이 갑자기 상의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냈다. 계속 진동을 하는 전화기에서 발신자를 확인하는 얼굴에는 반가움이 묻어 있었다.

서둘러 전화기의 수신버튼을 밀어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과 통화를 시작했다.

, 알았어.”

통화를 마친 기찬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던 전화였음이 분명했다.

실장님, 이제 준비해야 같습니다.”

전화기를 주머니에 집어 넣은 기찬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성민의 시선이 기찬의 미간을 향하자 기찬은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성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찬과 호흡을 맞추며 진지하게 그의 이야기를 들어나갔다.

, 회장님 생각이 맞습니다. 그렇게 하죠.”

 

성민의 짧은 대답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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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여명(정봉혁) | 작성시간 22.01.18 잘 읽고 갑니다
  • 작성자kimdeoksoo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19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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