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제 4회)

작성자kimdeoksoo|작성시간22.01.20|조회수260 목록 댓글 4

□ D. -108

족구협회에 합류한 정균이었지만 정식으로 출근을 수는 없었다. 정식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족구협회 이사회의 승인과 함께 순서와 절차가 필요했다. 정균의 족구협회 임원을 위한 이사회는 다음주에 열리기로 했다.

기찬은 시간을 낭비할 없었다.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을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이상한 기운이 그를 서두르게 만들고 있었다.

커피숍에서 정균을 만난 기찬은 미안함을 숨길 수 없었다.

미안해. 아직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서 이렇게 밖에 시간을 못내 .”

미안하긴. 모든 절차가 필요한 거잖아. 미안해 필요 없어. 아무튼 내가 도와주면 되는 거야?”

앞에 놓인 커피잔에서는 부드러운 갈색의 라떼가 색깔만큼이나 부드러운 향을 조심스럽게 뱉어내며 경직된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정균아, 족구가 전국체전에 참여하지 못하는지 이유를 알아?”

~ 그러네. 전국체전 종목에 족구가 없네.”

그래, 없어. 내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바로 그거야.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족구가 채택되는 거야.”

그래? 그런데 한국체육회에서 승인만 떨어지면 되는 아니야? 별로 어려울 같지 않은데.”

정균은 아니란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었다. 커피 향이 속에 맴돌며 부드러운 액체가 목구멍을 스치며 내려갔다.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유혹은 뿌리치기 어려웠다. 기찬은 커피에는 관심이 없었다. 커피의 부드러움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맞아, 네 말처럼 간단해. 한국체육회에서 승인만 해주면 바로 나갈 있어. 하지만 그것도 절차가 필요해. 전국체전 종목은 WOC에서 채택된 종목에 한정된다는 거야.”

뭐라고? 우리나라 전국체전인데도 WOC 관여한다는 거야?”

글쎄, 관여라기 보다는 한국체육회의 정책이겠지. 물론 이해할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렀다면 우리 고유 스포츠는 우리나라 최대 스포츠 행사인 전국체전에 나갈 없다는 이야기로 들려왔다. 정균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홍 회장, 앞뒤가 맞지만 한국체육회 정책이라니 어쩔 없지.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혹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모여 겨루는 S.E.A GAME(South East Asian Game) 그러니까 동남아시안게임 종목 중에서 가장 인기종목이 뭔지 알아?”

글쎄……”

세팍타크로야. 우리 족구와 유사하지. 그러면 국내 경기도 아니고 동남아시아 십여 국이 참가하는 세계적 대회에 인기종목인 세팍타크로가 WOC에서 채택된 종목일까?”

기찬도 모르는 내용을 정균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정균이 옆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것이 바로 그를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글쎄, 솔직히 나도 그건 모르겠다.”

모르는 당연한 거야. 아무튼 국가마다 정책이 다르다 생각해야지. 그렇다면 전국체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위한 방법은 있는 거야?”

솔직히 한국체육회도 독자적으로 결정할 없는 같더라고. WOC 눈치를 보는 같아.”

, 그럴 수도 있겠지. WOC 눈밖에 나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지.”

우리 대한민국족구협회에서도 계속 한국체육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그리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한국체육회도 WOC 꾸준히 이야기하는 같더라고.”

그냥 한국체육회에서 밀어 부치면 텐데……

아쉬움이 남았지만 지금의 상황은 WOC에서 족구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해 주는 방법이 유일해 보였다. 정균은 자신이 없이 접해온 세계 스포츠계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이해관계가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방향을 바꾸기로 했어.”

뭐라고? 방향을 바꾸다니?”

항상 예상하지 못한 생각을 하는 기찬을 너무도 알고 있는 정균이었다. 호기심과 기대감이 정균을 감싸기 시작했다.

 

 

□ D. -107

하고 싶은 다하는 이사님이 존경스럽습니다.”

늦은 시간 스위스에 위치한 WOC 본부근처 호텔로비에 있는 위스키바였다. 이사는 비슷한 나이또래의 중국체육회 총괄경리를 만나고 있었다.

경리, 그런 얘기 그만합시다. 피곤해 죽겠습니다.”

중국체육회의 총괄 미소를 보이며 앞에 놓인 위스키잔을 들이켰다. 안주도 없이 들이킨 독주였지만 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허허, 그러게 그게 말로만 됩니까? 돈이지요.”

물론 돈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먹힐 때도 됐는데……”

이사도 앞에 놓인 위스키잔을 들어 모금 들이켰다. 그의 인상이 일그러지자 모습을 총괄경리는 미소를 보이며 자신도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켰다.

아무리 위스키가 좋다고 하지만 중국의 마호타이에 비교할 있을까요? 그래도 독주라면 60도는 넘어가야 진정한 독주이고 아닙니까?”

카아~ 아무튼 중국 분들은 너무 센걸 좋아하십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이사님이 기획하고 만드신 족구협회는 돌아가고 있습니까?”

아니 갑자기 족구이야기를 하십니까? WOC 관심을 갖지 않는데……”

허허, 그냥 물어봤습니다. 우리 중국도 한국의 족구와 유사한 운동이 있어서요.”

아하. 그런데 한국처럼 체계화된 경기규칙도 없고 그냥 놀이 수준 아닙니까?”

허허, 그렇지요. 하지만 유사하지요. ~ 잊고 있었는데, 족구협회장이 바뀌었다면서요?”

, 얼마 전에 바뀌었지요. 그런데 자꾸 족구 이야기를 하십니까?”

집요하게 족구이야기를 꺼내는 총괄 얄미웠다. WOC 족구를 정식으로 채택해 달라는 요청이 올해에도 무산되었다. 최 이사는 사실을 알고 있는 총괄경리가 자신을 올리고 있음을 뻔히 알고 있었다. 가끔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이였지만 항상 사람을 약 올리는 습관은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허허, 죄송합니다. 올해에는 WOC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걱정 마십시오. 신임 족구회장이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가시적인 결과가 곧 만들어질 겁니다.”

총괄경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늦은 시간인지 바에는 자신들 외에 다른 하나만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이사의 미간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

이사님, 이제 중국과 한국이 스포츠에서 함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놀라긴요, 중국과 한국은 문화권입니다. 비록 아시아가 스포츠 변방이지만 이제는 위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나라가 힘을 합치면 사건을 만들어낼 있습니다.”

?”

이사의 머릿속이 복잡해 졌다. 무슨 제안을 던져올 궁금하기도 했지만 저들을 믿을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을 거래로 생각하는 그들만의 습성은 우리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허허, 경리, 이거 너무 앞서가십니다. 그리고 솔직히 불안하네요.”

굳었던 이사는 오히려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미소에 총괄경리가 오히려 당황하고 있었다.

솔직히 얼마 김치가 중국이 원조라며 바탕 하지 않았습니까? 거기다가 한복도 중국이 원조라면서요?”

?”

당황하며 웃음을 잃었던 총괄경리 목소리가 흔들렸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애써 숨기려 하던 미묘한 문제를 꺼내는 이사에게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문화 운운하면서 아시아의 문화는 중국의 문화다라는 맥락 아닙니까? 그건 아니죠. 그런데 갑자기 이번에는 스포츠에서 하나가 되자고 하니 당황스러워서 그렀습니다.”

맞은편 총괄경리는 대답이 없었다. 당황해 하면서도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며 논리를 만들고 있었다. 역시 그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아하, 오해를 하셨습니다. 김치며 한복은 중국정부의 정식 의견이 아닙니다. 동북공정을 오해한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일 뿐이죠.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는 스포츠에 종사하는 사람입니다. 스포츠를 매개로 양국이 되었으면 한다는 입니다.”

핑계를 대며 이야기를 뱉어내는 총괄경리 다시 미소를 찾았다. 이사는 그의 의도를 전혀 예상할 없었다. 하지만 무슨 수작을 준비하고 있음은 느낄 있었다.

이사님, 시간이 되시면 중국체육회에서 초대하겠습니다. 중국이 준비하는 스포츠의 미래를 보여드리고 한국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괜찮으시죠?”

술잔을 총괄경리는 미소를 보이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어색했던 분위기가 사라지며 이사도 잔을 들어 그의 잔과 가볍게 부딪쳤다. 경쾌한 충돌음이 들려왔다.

, 그거야 가능하지요. 스포츠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화두입니다.”

 

미묘한 문제를 꺼내며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었던 최 이사는 미소와 함께 화답하며 분위기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중국체육회의 총괄경리와 한국체육회의 최 이사는 서로를 탐색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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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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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여명(정봉혁) | 작성시간 22.01.20 잘 읽고 다음편 기대할께요
  • 작성자피노키오 모스크바 | 작성시간 22.01.20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작성자kimdeoksoo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20 고마워요~~
  • 작성자김기환(수원매투) | 작성시간 22.01.20 둘셋팟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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