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제 5회)

작성자kimdeoksoo|작성시간22.01.21|조회수156 목록 댓글 4

□ D. -106

놀라기는. 그냥 생각을 말하는 것뿐이야.”

정균의 기대감 섞인 표정이 기찬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목소리는 자신감을 넘쳐나고 있었다.

“WOC 한국체육회에서 맡아서 거야. 우리는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 .”

그래 맞아. 준비를 해야지. 그런데 무슨 준비를 하자는 거야? 준비해야 것들이 둘이 아니잖아.”

그렇지. 내가 여러 번 말했지만 해야 할 일들이 많아. 하지만 하나씩 나간다면 문제없어. 지금 전국단위 대회를 준비 중이야. 그런데 새로운 시스템일 도입해 볼까 .”

새로운 시스템?”

, 새로운 시스템이야. 만약 이게 성공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있다고 자신해.”

기찬은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전국단위 대회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자체가 신선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전은 항상 기대감을 만들어냈다.

자세하게 설명해봐. 궁금하잖아.”

알았어. 들어봐. 지금 전국체전이나 각종 대회 예선전은 엘리트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어. 예를 들어 전국체전도 도에 있는 학교나 단체소속 선수들이 참여하지.”

그래, 맞아. 내가 경기도 출신이더라고 학교가 충청도에 있으면 나는 충청도 대표가 되는 거지.”

그래, 뭔가 이상하지 않아?”

으응, 그러네.”

그게 함정이야. 웬만한 스포츠경기는 엄청난 지원이 필요해. 개인이 감당할 있는 범위를 넘어가지. 경기시설부터 장비 그리고 훈련 등등 모두가 돈이야.”

기찬은 잠시 숨을 고르며 정균의 눈을 바라보았다. 궁금해하는 정균과 자신감 넘치는 기찬의 시선이 교차했다.

나는 진정한 스포츠를 만들고 싶어. 누구나 참여하고 열광할 있는 스포츠 말이야. 엘리트 스포츠도 필요해. 하지만 우리 족구는 엘리트 스포츠가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스포츠로 만들고 싶어. 마을단위 예선전을 생각하고 있어.”

마을단위 예선전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 족구는 누구나 어디에서든 있는 종목이야. 행정구역 최소단위인 동이나 리에서 대표팀을 뽑는 거야. 한마디로 동네 잔치가 되는 거지. 그렇게 뽑힌 대표들이야 말로 진정한 마을대표고. 그들이 겨루면서 최종 승자를 결정짓는 거야. 전국 최대의 스포츠 잔치가 되는 거지.”

그런데 홍 회장, 그게 정말 가능해?”

불가능하지는 않지. 우리 족구협회는 시도별 지방 협회가 있어. 그리고 밑에 지역단위 조직까지 구성되어있어. 충분히 가능해.”

…… 정말 새로운 도전이 되겠는데. 신선한 발상이야.”

그렇지? 지금 기획실장이 준비하고 있어. 그런데 정균아, 내가 이야기를 하는 같아?”

설마~”

맞아. 네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야. 시스템을 세계로 확대하는 거야. 세계가 족구 축제를 벌이는 거야.”

정말이야? 그렇다면 굳이 WOC 승인도 필요 없고 전국체전 종목채택도 상관이 없겠다. 그냥 전세계가 족구축제를 하는 거네.”

그렇지, 바로 그거야. 그리고 그게 정균이 너의 역할이고.”

충격이었다. 엄청난 계획이었고 계획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족구로 전세계를 묶을 있다. 하지만 기대감만으로 이루어 있는 일은 아니었다. 정균의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흔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 보자!”

그래 맞아. 별거 있겠어. 열심히 준비하면 되는 거야.”

자신에 찬 기찬은 흔들림이 없었다.

 

 

□ D. -105

회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체육회장실을 방문한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소속 의원의 목소리였다. 스포츠관련 행사로 자주 찾는 한국체육회였지만 요즘 찾는 이유는 특이했다.

글쎄요, 저야 반대할 이유는 없죠. 그런데 국회를 통과할 있을까요?”

~ 그거야 저도 모르죠.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그런데 제안만 놓고 보면 그렇게 문제될 것도 없는 같습니다.”

아니, 온라인으로 스포츠 도박을 하자는 건데, 문제가 없다고요?”

물론 온라인 스포츠 도박이라면 거부감이 생기지만 제안내용을 보면 다릅니다. 실명제로 운영하면서 본인인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거죠. 건전한 도박을 유도하면서 스포츠를 보다 재미있게 즐기자는데 목적이 있답니다.”

, 의도는 좋네요. 수익금의 50% 한국체육회에 기부하겠다는데 우리 한국체육회야 좋죠.”

, 좋은 조건입니다. 그런데 중국자본이라는 가장 걸림돌이 같습니다. 그리고 기존 스포츠베팅 사업자들도 문제고요.”

의원은 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고는 가볍게 입으로 가져갔다. 중국의 거대 투자회사인 왕인베스트사가 최근 온라인 도박사업을 제안해 왔다. 기존의 스포츠 도박과는 다른 온라인화된 시스템으로 스포츠 종목에 대한 제안이었다.

의원, 왕인베스트인가 하는 회사에 대해서 아세요?”

, 중국에서 꼽히는 투자회사이고 최근 스포츠 특히 스포츠 도박사업에 관심이 많더군요. 얼마 영국 최대 도박 사이트도 인수했답니다.”

그래요……”

조만간 회사 한국대표가 회장님을 만나러 겁니다.”

~ 얘기 전해주러 거군요. 알겠습니다.”

체육회장이 웃음을 보이자 의원도 적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넨 의원은 서둘러 회장실을 나섰다.

스포츠 도박이라…… 큰 돈이 움직이겠는데……”

한국체육회장은 짧은 말을 뱉어냈다.

 

 

□ D. -104

복잡한 생각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기척이 느껴지며 최 이사가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출발할 당시와는 달리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힘들군요. 아무튼 고생했습니다.”

WOC 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이사를 맞이하는 한국체육회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올해에도 족구가 WOC 채택을 받지 못했다. 이해할 없는 처사였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제가 별도로 족구협회장을 만나겠습니다.”

그래요. 아마 실망이 겁니다. 하지만 강단 있는 친구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사님, 중국이 갑자기 이렇게 서두르죠?”

?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아니 중국체육회도 그렇고 온라인 스포츠 도박 사업을 보겠다는 왕인베스트도 움직임이 활발하고……”

체육회장은 지금의 상황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스위스에서 중국체육회 총괄경리가 이사와 별도의 만남을 가진 것은 이해할 없었다. 불안한 생각이 자꾸만 올랐다.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무차별적으로 접근해 오는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은 그들만의 문화가 없습니다. 문화혁명으로 그들의 문화는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렇지요. 문화가 없는 민족은 절대 선진국이 없지요. 이제야 문화의 가치를 아는 거지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무모함이 가장 무서운 경계대상 아닙니까?”

, 맞습니다 회장님, 특히 왕인베스트는 주의해야 합니다. 느낌이 좋습니다.”

,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족구협회장은 언제 만나 겁니까?”

그래도 연락을 해봤는데, 지금 지방 출장 중이라고 해서 모레 만나기로 했습니다.”

, 설명해 주세요. 아마 다른 생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 알겠습니다.”

인사를 나눈 최 이사는 회장의 집무실을 빠져 나왔다. 열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이 가뜩이나 지쳐있는 그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지만 아직은 버틸만했다. 자신의 책상에 앉은 최 이사는 노트를 펼쳤다. 노트에는 WOC에서 각국 대표들이 발표한 내용이 가득 적혀 있었다. 기지개를 편 최 이사는 노트의 내용을 컴퓨터에 옮기기 시작했다.

 

 

□ D. -103

! 새끼야, 그것도 받으면 어떡하자는 거야. 발을 슬며시 대야지 공이 튀지.”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대방 팀과는 달리 수비에 실패한 팀의 분위기는 살벌함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기찬은 당황했다. 경기 중 심한 욕이 등장하는 장면은 처음 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기획실장은 그 장면을 보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소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기찬이었다.

회장님, 분위기 살벌하죠?”

, 살벌합니다. 전국대회를 위해 처음으로 열리는 예선전이라 해서 왔는데 분위기가 살벌합니다. 그리고 선수들 외모도 살벌하고요.”

허허, 그렇죠.”

살벌한 분위기와는 달리 기획실장인 성민은 살벌함을 즐기는 보였다. 기찬은 이해할 없었다. 숨겨진 이야기가 분명히 있어 보였다.

회장님, 지금 지고 있는 선수들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죠? 동네 건달들이랍니다.”

? 건달이요?”

맞습니다. 그리고 상대편도 같은 건달패거리입니다. 서로 자기들끼리 세력다툼을 한다고 하네요

?”

당황해 하던 기찬의 얼굴에도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지만 기획실장은 전혀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러다가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어떡합니까? 그런데 실장님, 계속 웃는 모습을 보니 다른 내용도 있는 거죠?

, 있습니다.”

갑자기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지고 있던 팀이 연거푸 공격에 성공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환호를 지르며 경기장을 휘젓고 있었다.

그래, 그거야. ! 무조건 생각만 하진 말고 곳을 봐야지.”

경기장 밖에서 다시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실수 때와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이번에는 공격을 당한 상대편 감독의 살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거 전쟁이나 다름없네요.”

경기를 관람하는 기찬은 불안한 감정을 숨길 없었다. 자칫 마을단위로 시작되는 새로운 시스템의 예선전이 난장판으로 변해 버릴 있었다. 그렇다면 시작부터 모든 일이 꼬이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있었다. 지역 언론사에서도 경기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을에서 남자 장년부는 6 팀이 나왔습니다. 건달 팀하고 경찰 그리고 동네 동호인 팀입니다.”

? 경찰도 나왔다고요?”

, 그래서 절대 불상사는 없습니다. 그리고 믿을 없는 이야기지만 경찰도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

점입가경이었다. 어찌 보면 이런 상황이 진정한 마을 축제일 수도 있었다. 하나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경기를 떠나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기획실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자신만 즐기는 보였다.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얼마 건달패거리끼리 싸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싸움은 아니고 사소한 일로 싸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패거리 두목이 다른 패거리 두목의 멀지 않은 친척이었다고 합니다. 시골에서는 아직도 같은 집안끼리는 절대적인 상하관계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나이에 상관없이 상하관계가 있죠. 한참 나이가 많아도 아들뻘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죠.”

, 맞습니다. 결국 패거리끼리도 상하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집안에서 형님 동생 하는 사이에 싸움은 벌일 없고 해서 결국 이번 족구경기로 상하관계를 결정 짓는다고 합니다.”

? 설마?”

믿을 수는 없었지만 기찬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바탕 웃음을 쏟아냈지만 기찬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바탕 웃음과 함께 예선 경기는 말리는 경기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 말고도 이번 예선전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정리해서 전부 다 말씀 드리겠습니다.”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된 예선전은 기대에 부응하며 마을의 축제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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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여명(정봉혁) | 작성시간 22.01.21 헉 넘길다 잘읽었습니다
  • 작성자kimdeoksoo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21 고맙습니다. 주말에는 연재가 없어 조금 길게 남겼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두루마리 | 작성시간 22.01.22 수고 하셨습니다..잘 봤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kimdeoksoo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22 두루마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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