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제 7회)

작성자kimdeoksoo|작성시간22.01.25|조회수142 목록 댓글 2

□ D. -99

“WOC 반응은 어떤가?”

,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스포츠는 문화의 중심이자 엄청난 부를 안겨주는 분야라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WOC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중국체육회 총괄경리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는 중국체육회장의 표정도 담담해 보였다.

그렇지, 스포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야. 물론 문화의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맞습니다. 당의 선택이 옳았습니다.”

그래, 맞아. 선제적으로 접근해야 . 물론 기존 종목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 하면 안되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지.”

이야기를 나누는 회의실은 계속 자료를 가져오는 직원들로 산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역동적이기도 했다.

그리고 잘 알겠지만 지금 한국에서 왕인베스트가 사업을 추진 중이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지만 결코 쉽게 승인이 나지는 않을 거야.”

,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스포츠 도박을 하는 거죠? 그런데 한국 정서상 그게 가능할까요? 물론 우리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도박을 좋아하는 한국이지만요……”

그래, 하지만 시도는 해야지. 알지만 왕인베스트는 중국 국가펀드가 운영하는 회사야. 한국도 내용은 모를 거야. 이용해야 . 한국에 회사를 차린다는 것이 쉽지는 안잖아.”

, 알겠습니다.”

, 한국체육회 이사는 만났지?”

,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고지식하기는 예전과 변함이 없더군요.”

그래? 아무튼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관리하도록 .”

, 알겠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중국체육회장은 자신의무실로 돌아왔다. 그의 책상에는 중국 공산당 체육위원회에서 작성된 문서가 눈에 들어왔다. 체육회장은 조심스럽게 책자를 펼쳐 내용을 다시 읽어 내려갔다. 매일 번씩 읽는 문서였지만 항상 새로웠다. 그의 얼굴에서는 결연함마저 느껴졌다.

아시아에서 시작하는 거야. 다음은 전세계야.’

체육회장의 입에서는 속삭임처럼 들리지만 단호함이 묻어있는 다짐이 흘러나왔다.

 

 

□ D. -98

회장님,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족구협회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에는 웅성거림과 함께 고성소리가 들려왔다. 회의를 진행하는 기찬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속도를 조절하자고요? 맞습니다, 속도를 내야죠.”

회장님, 이야기가 아니라 속도를 줄이자는 이야기 아닙니까? 지금 지역협회도 새로운 예선전 진행으로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이사를 영입하자고요?”

, 인원이 부족하니 인력을 충원해야죠. 우리는 세계로 향해야 합니다.”

기찬도 뒤지지 않았다. 소리 높여 발언을 하는 지역협회장도 없다는 기세였다.

회장님, 국내에 집중하고 차후에 넓히면 됩니다. 지금은 국내 선수권대회에 집중해야 합니다. 새로운 예선시스템도 도입하지 않았습니까?

회의를 지켜보는 기획실장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새로운 회장으로 취임해 6개월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칠 모르는 회장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새로움을 거부해온 기존 임원들과의 마찰은 점점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었다. 그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기찬도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새로운 예선 시스템을 도입하며 지역협회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시도 협회산하 지역협회는 일일이 마을을 찾아 다니며 예선전을 독려하고 있었다. 물론 지방정부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지만 마무리는 항상 족구협회의 몫이었다.

회장님, 우리 족구협회의 이사진도 유능합니다. 새로운 이사는 필요 없습니다.”

기찬은 이상 말이 없었다. 자신이 무리수를 던진다는 생각을 지울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다급함이 그를 밀어 부치고 있었다. 서둘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 알겠습니다. 기존 임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새로운 이사 선임 건은 폐기하겠습니다.”

실내는 조용했다.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구석에서 시작된 박수소리는 호응을 얻으며 참석한 모두에게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겸연쩍은 표정의 기찬은 단상에서 내려왔다. 임원진이야말로 가장 응원군이자 가족 같은 존재였다. 그들의 충정도 헤아려야만 했다.

힘드시죠?”

단상을 내려오는 기찬에게 기획실장인 성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습니다. 그냥 거수만 하는 사람들보다야 발전적인 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기찬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들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자신의 부족함이 먼저 느껴졌다.

 

 

□ D. -97

여보 그래?”

피곤한 표정으로 어깨가 처진 아파트에 들어서는 성민은 지쳐 보였다. 모습을 바라보는 부인은 마음이 아프기만 했다.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선배의 요청으로 족구협회에서 근무하는 남편은 이미 웃음이 사라진 오래였다.

괜찮아. 오늘 피곤한 일이 많아서 그래. 씻을게.’

옷을 벗어 던진 성민은 곧장 샤워실로 향했다.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잦은 출장에 오늘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사회를 지켜봤다. 없는 만감이 교차했다.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자리였지만 자신이 배제된 사실이 달갑지는 않았다. 자신은 일개 직원일 뿐이었다. 모든 일을 자신이 처리하지만 직원이라는 한계는 항상 그를 막고 있었다.

잊자!’

가을로 들어서며 제법 날씨가 서늘해졌다. 따뜻하게 내리꽂는 물줄기가 피로를 조금이나마 상쇄시켜줬다.

여보, 얘기 하자.”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성민에게 부인은 식탁을 가리켰다.

정말 괜찮은 거야?”

뭐가?”

성민은 시큰둥하게 부인의 말을 받아 쳤다. 쉬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부인도 힘들어 하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니, 당신이 너무 힘들어 하잖아. 정말 힘든 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내는 평소와 달랐다. 무슨 일이든 성민을 믿어주던 아내였다. 하지만 오늘 분위기는 분명히 예전 같지 않았다. 성민이 머뭇거렸다.

빨리 말해봐. 족구가 당신 인생하고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거야? 당신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

대기업은 생리에 맞지 않았다. 열정을 바치고 얻는 것이 밖에는 없었다.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삶의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속물로 변해가는 자신이 싫었다. 때마침 족구회장이 기찬의 제안은 그에게 희망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자기야, 예전에 회사 다닐 하고 달라진 없어. 처음에는 의욕이 넘치고 활기찼던 당신이 지금은 예전 직장인 모습으로 돌아와 있어.”

성민은 말이 없었다. 자신도 찬성했지만 정균에 대한 이사선임을 서두르는 기찬의 모습에서 배신감이 느껴졌다. 함께 해온 자신은 배제되고 새로운 인물을 자기보다 윗자리에 앉히고자 하는 기찬의 모습은 예전 같지 않아 보였다.

괜찮아. 지금 전국대회 예선전이 진행 중이라 그래. 새로운 방법을 시험 중이거든.”

아내에게 이상 불안감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또한 사실도 그랬다. 상황이라 이상한 생각이 오른다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자기야, 솔직해 . 다른 사람 눈은 속여도 눈은 속여. 우리 관두고 조그만 가게라도 열자. 정도 돈은 나도 있어. 점점 지쳐가는 당신이 너무 안쓰러워. 회장이라는 당신 선배만 좋은 거지 당신은 지쳤다고.”

 

성민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오르지 않았다. 쉬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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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여명(정봉혁) | 작성시간 22.01.25 잘 읽고 갑니다
    감사요
  • 작성자kimdeoksoo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26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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