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제 9회)

작성자kimdeoksoo|작성시간22.01.27|조회수164 목록 댓글 2

□ D. -94

사무실 벽면이 스포츠와 관련된 사진들로 차있다. 정균은 오늘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손으로는 열심히 무엇인가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스포츠 마케팅 사업은 생각 외로 복잡한 사업이다. 특히 에이전트는 소속된 선수들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또한 스포츠 전반에 걸친 상황을 항상 모니터링 해야만 했다.

정균아!”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찬이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니, 지방에 가야 한다며?”

, 가기 전에 찾아왔지. 오늘도 바쁘네.”

소파에 앉은 기찬은 기지개를 켜며 한숨을 뱉었다. 잠시 정균이 냉장고에서 에너지 드링크 병을 꺼내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에너지 드링크는 기찬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였다. 다른 어떤 음료수보다 에너지 드링크에 집착하고 있었다.

정균아, 미안하다. 생각대로 안되네.”

아휴~ 괜찮아. 예상했던 아니야? 어차피 나는 여기서 일하는 편해.”

에너지 드링크 마개를 돌리는 정균은 아무런 아니란 손에 음료수를 기찬에게 건넸다.

그래, 이해해 주니 고맙다. 당분간 사무실에서 수고 해줘.”

알았어. 그런데 지방에는 무슨 일로 가는데?”

, 지금 예선전이 한창이잖아. 예선전이 끝나면 16강부터 TV중계가 예정되어있어.”

정말? 잘됐네. 예감이 좋아. 그런데 중계하고 출장하고 무슨 상관이야?”

아니야, 생각보다 준비를 많이 해야 . 내가 가지 물어볼게. 축구중계 하면 떠오르는 해설가 있어?”

축구중계? 유명한 해설가야 많지. 안정환도 있고 이영표도 있고……”

맞아. 선수경험이 많은 해설가들이 즐비하지. 그러면 족구는?”

족구?”

정균의 얼굴에 겸연쩍은 미소가 비쳐졌다. 기찬 다운 황당한 질문이었다.

글쎄……”

, 당황해? 족구 전문 해설가가 어디 있어? 없지.”

그래 없어. 그래서?”

, 나는 족구해설 전문가를 만들고 싶어. 이번이 기회라 싶어. 감칠맛 나는 해설이 있다면 훨씬 낫잖아. 전문해설가를 양성해 볼까 하고……”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다른 시도였다. 기찬의 머릿속을 헤집어 보고 싶을 만큼 엄청난 생각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튀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을 없었다.

홍 회장, 아니 기찬아,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려는 아니야? 솔직히 걱정된다.”

걱정?”

예상하지 못한 정균이 걱정한다는 말에 기찬은 잠시 멈칫하며 정균을 바라보았다.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정규이었기에 응원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이라는 단어가 정균의 입에서 나왔다.

맞아. 내가 과하게 속도를 내고 있는 알아. 하지만 지금까지 준비된 하나도 없어. 찾아온 기회를 살리고 싶은 것뿐이야. 명예욕 때문에 족구협회장이 아니잖아. 그건 네가 제일 알잖아?”

손을 펼치며 이야기를 하던 기찬의 눈이 벽면에 걸린 사진에 고정되었다. 정균도 기찬의 시선이 머무르는 사진에 고정되었다.

바랜 사진에는 명의 사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운동복 차림의 그들이었지만 유독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기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정균아, 사진만 보면 묘한 감정이 일어. 너하고 과장, 물론 지금은 이사님이 되었지만 미국에서 함께 족구경기를 하고 찍은 사진이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을 하던 기찬은 아무런 말도 없이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이십 넘게 미국생활을 하며 그곳에서 자수성가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우연히 연락이 닿은 정균이 마침 한국체육회 직원들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을 소일거리로 족구 경기를 하고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지금 한국체육회 이사의 과장시절 모습도 남아있었다.

정균도 묵묵히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로 표현할 없는 아련함이 밀려오고 있었다.

과장이 나보고 미주 한인들 단합을 위해 족구협회를 만들어 보겠냐고 했던 기억나?”

~ 기억나지. 정말 오래된 이야기 같은데,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 그렇게 해서 미주 족구협회도 만들고 미국에 족구도 소개하고 하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명예욕도 어느 것도 아니었다. 단지 족구가 좋아서 족구에 미쳐있는 것뿐이었다.

~ 말이 필요 없다. 내가 너를 대강 같아 미안해. 마음 알지?”

웃음을 머금은 정균은 손을 모아 합장하며 머리를 숙이는 과장된 행동을 보였다. 기찬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피어 오르며 웃음이 흘러나왔다.

미안해 하라고 일부러 그런 아닌데, 아무튼 이번에 기회를 확실히 잡을 거야. 스포츠계에서 유명한 인사 분을 만나기로 했어. 그분도 족구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

~ 그분을 족구전문 해설가로 만들려고?”

그래, 있는 일은 봐야지. 그리고 정균아, 지난번 이야기 했던 말이야? 해외에 있는 족구와 유사한 종목단체들 말이야.”

, 이미 시작했지. 족구관련 자료하고 제안서 준비 중이야.”

역시~ 김정균이야.”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는 기찬이 자리를 떠났다. 정균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다시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 자판에 손을 얹었다.

 

 

□ D. -93

이렇게 모셔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늦은 시간 양주 병들로 전면이 장식된 카페에 왕인베스트사의 대표가 한국체육회장을 만나고 있었다.

자주 한국체육회를 방문하니까 시선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휴~ 괜찮습니다. 그런데 국회에서 아직 답이 없나 보죠?”

, 없습니다. 물론 민감한 문제지만 실명인증제를 도입하면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그렇죠. 그런데 하필 한국에서 이런 사업을 준비하십니까? 중국시장이 크지 않나요?”

중국이요? 말도 마십시오. 덩어리만 크지 좋은 개살구입니다.”

? 좋은 개살구라고요? 아니, 한국사람처럼 이야기 하십니다. 그냥 한국사람인줄 알겠습니다. 허허~”

그런가요? 아무튼 한국은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크지 않은 국토에서 세계 모든 프로스포츠가 이루어지는 나라입니다. 매력 있죠.”

, 그런가요? 그렇다면 정말로 스포츠 종목을 대상으로 하실 겁니까?”

그럼요. 모든 스포츠 종목을 대상으로 운영할 겁니다.”

대단한 계획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마담이 포도주 병과 치즈를 담은 접시를 가져왔다. 웃음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대표가 체육회장의 잔에 포도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자신의 잔에도 가득 포도주를 채웠다.

대화가 건조하시죠? 대화는 역시 알코올로 분위기를 조절해야 합니다.”

허허~ 맞습니다.”

사내는 잔을 들어 건배한 잔에 채워진 포도주를 모금씩 들이켰다. 메말라 있던 목구멍이 한결 부드러워짐을 느낄 있었다.

회장님, 국회에서 쉽게 결정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

체육회장은 긴장했다. 무리한 부탁이 들어온다면 서로의 입장만 난처해 득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는 사이 대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장님, 우리는 욕심이 없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목표는 달성됩니다. 제가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왕인베스트는 자금 지원만 하는 걸로 하고 한국체육회에서 운영을 맡아 주십시오. 지분도 51% 드리겠습니다.”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었다. 로비를 달라는 정도의 제안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표의 제안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제안이었다.

우리 왕인베스트는 수익금의 일부분만을 배당으로 받겠습니다. 모든 일체의 권한은 한국체육회에서 가져가시라는 겁니다.”

?”

말도 되는 제안이었다. 한국체육회가 수익사업을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체육회장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대표님, 제안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쉽게 답할 있는 사안은 아닌 같습니다. 이건 왕인베스트가 승인을 받는 것보다 복잡할 있습니다.”

, 압니다. 그만큼 우리는 원하는 것이 없다는 겁니다. 상징적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정부기관인 한국체육회와 함께 한다는 내용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회장님, 수익은 우리가 보장할 있습니다.”

편하게 만나는 자리인 알았다. 하지만 대표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자리에 나온 것이 분명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지만 쉽게 결정할 있는 사안 또한 아니었다.

 

자리를 마무리 짓고 나서는 체육회장은 대표의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지 전혀 알아 차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해결할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할 있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여명(정봉혁) | 작성시간 22.01.27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kimdeoksoo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27 고맙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