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한민국 다 족구 하라 그래 (제 11회)

작성자kimdeoksoo|작성시간22.01.31|조회수195 목록 댓글 2

□ D. -90

기획실장인 성민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기찬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회장님, 키오스크가 말만으로 되는 아닙니다. 생각해야 것이 가지가 아닙니다.”

체육회장에게 자신 있게 말을 던지고 나왔지만 성민의 이야기에 기찬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생각과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예선전이 진행 중입니다. 키오스크로 선수등록을 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키오스크 단말기가 필요하지 아십니까? 여기 예선전 일정표를 보십시오. 동시에 수십 곳에서 예선전이 펼쳐집니다.”

알아.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

성민이 건넨 종이에는 예선전 일정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예선전이 펼쳐지는 모든 장소에 키오스크 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많은 키오스크 단말기만 있으면 뭐합니까? 프로그램이 있어야 아닙니까?”

프로그램?”

그렇죠. 단말기끼리 연동되어야 하고 우리 협회의 서버와 연동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인증을 위해선 행정안전부 서버와 연결되어서 본인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적지 않은 자금이 소요되는 작업이었다. 본인 인증이야 출전하는 경기 전에 번만 하면 된다지만 한번을 위해 수십에서 수백 대의 키오스크 단말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행정안전부의 협조와 족구협회 내에 메인 서버를 설치해야 했다. 물론 프로그램 개발은 필수였다.

회장님, 좋습니다. 그런데 한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회장님이야 말로만 하면 되지만 저는 그걸 만들어 내야 합니다.”

성민은 지쳐있었다.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정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열정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기찬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해결책이란 생각에 뱉어낸 이야기였다. 어떤 준비와 과정이 필요한지 생각하지도 않았다.

실장, 그러면 어떻게 해야 ?”

항상 자신만만하던 기찬이었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못했다. 무력감과 함께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체육협회에서 단말기지원은 없을 겁니다. 단말기와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비용은 우리가 만들어야죠. 그런데 우리가 활용할 있는 예산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남아있는 모든 예산을 단말기와 프로그램 개발에 쏟아 부으면 한해 협회 운영은 어떡합니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업의 협찬을 요청하는 것도 무리였다. 예선전이 시작되기 전에 기업의 협찬을 요청할 수는 있었지만 이미 예선전은 열리고 있었다. 키오스크 단말기만 확보된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었지만 확보할 있는 방법이 기찬에게는 떠오르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짜증을 부리는 성민에게 적지 않은 당혹감이 느껴졌다. 아무 없이 항상 자신을 따라와 주던 성민이 갑자기 짜증을 부리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그에 대한 실망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성민에 대한 생각은 나중 일이었다. 무조건 키오스크 단말기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놓아야 했다. WOC에서 설령 현장등록을 허가하지 않더라도 준비는 놓아야만 했다. 아무도 다음 상황을 예측할 없었다.

실장, 알았어. 어떻게든 단말기는 확보해 놓을게. 그리고 미안해. 일은 항상 내가 벌이고, 수습은 실장이 하잖아.”

아닙니다. 사전에 선수등록을 해야 하는지 확인하지 못한 실수가 큽니다.”

성민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기찬의 무모함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없었다. 기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넨 성민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

작은 한숨이 기찬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고비를 넘어가야 하지만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고비를 넘겨줄 지원세력도 지원장비도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다시 한숨이 새어 나오려는 순간 기찬의 전화기에서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 D. -89

회장, 이야기 들었는데 들지?”

이사로부터 예상하지 못한 전화가 걸려왔다.

~ 이사님, 체육회에 갔는데 자리에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체육회장님만 뵙고 왔습니다.”

알고 있어. 아마 그 자리에서 이상한 얘기도 들었을 거야. WOC에서 선수 등록을 문제 삼잖아?”

,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고민 중입니다.”

으음~ 쉽지 않을 거야. 나도 백방으로 확인 중인데 WOC에서 그 내용을 철회하지는 않을 거 같아. 그런데 현장에서 선수등록을 받겠다고 했다면서? 키오스크를 사용할거라고?”

, 맞습니다.”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이사는 이미 체육회장과 기찬이 나눈 대화내용을 훤히 알고 있었다. 기찬을 없이 도와온 이사도 족구협회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적어도 수십억은 있어야 할걸. 프로그램이야 얼마 걸리겠어. 하지만 걱정이네. 그래 방법은 있어?”

방법이요? 별수 있나요 기업들에게 협찬요청을 해야죠. 다른 방법이 없더라고요?”

기업협찬 이라고?”

.”

그래? 잠깐만……”

잠시 대화가 중단되었다. 이사는 갑자기 오른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기찬도 기업협찬을 받겠다고 했지만 떠오르는 기업이 없었다. 협찬을 줄만한 기업들은 이미 다른 종목에 협찬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족구협회는 오로지 체육회에서 나오는 운영자금과 기찬이 운영하는 미국회사의 지원으로만 운영되고 있었다. 솔직히 답이 보이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회장, 기업협찬이라고 했잖아? 그러면 한국기업만 생각하고 있는 거야?”

기찬도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기업협찬만이라는 생각을 했지 한국기업인지 외국기업인지는 생각할 틈도 없었다.

…… 아직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왕이면 한국기업이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 한국기업이면 좋겠지. 그런데 자네도 알겠지만 웬만한 기업은 이미 다른 종목에 협찬을 하고 있어. 족구협회에서 협찬을 요청하면 쉽게 응하지 할거야. 꼭 구걸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그렇죠. 보기에도 좋죠. 분명히 기업에 구걸하는 것처럼 보여질 겁니다.”

맞아. 그래서 말인데, 외국기업은 어때?”

외국기업이요? 외국기업도 물론 괜찮죠. 그런데 제가 선이 닿는 외국기업은 오르지가 않네요.”

그래, 그럴 거야. 그런데 말이야, 지금 우리 체육회하고 선이 닿는 외국기업이 있어.”

? 정말입니까?”

줄기 줄기가 보이는가 싶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중요한 정보였다. 기찬은 호흡을 가다듬으려 심호흡을 하고는 얼굴에 전화기를 가까이 가져갔다.

그렇다면 저나 우리 족구협회가 거부할 이유가 하나고 없죠? 도대체 어떤 기업입니까?”

~ 그러니까 관계가 애매해. 한국에서 스포츠 관련사업을 하겠다는 중국기업이야?”

? 중국기업이요?”

중국이라는 단어에 갑자기 기찬의 말문이 막혔다. 예상하지 못했던 중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없는 거부감이 느껴졌다. 문화 분야에서 한국과 대립하는 중국이었다. 모든 것이 중국에서 발원되었다면서 김치, 한복 거기다가 한글까지 자신들이 원류라는 주장을 하는 중국이었다.

회장, 중국이라는 그렇지?”

, 솔직히 그렇네요. 하지만 건전하게 협찬에만 응해 준다면야 거부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그래……”

그런데 이사님, 저에게 회사를 소개 시켜주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겁니까? 체육회와 다른 일로 엮여있는 회사인데 협찬을 요청하면……”

괜찮아. 회장이 누군데. 나는 무조건 회장 편이야. 그래 그러면 결정한 거지?”

.”

알았어. 우선 회장 의도를 알았으니까 내가 회사에 물어볼게. 물론 장담은 수는 없지만 그쪽에서도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조금만 기다려보자. 그리고 힘내!”

, 알겠습니다. 이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소식을 이사가 전해왔다. 물론 기대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기찬은 조용히 전화기를 내려놓고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이 하나 기억 속에 올랐다. 희망과 절망 모든 것이 섞인 편의 드라마가 머릿속에 그려지며 기찬의 눈은 서서히 감겨가고 있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여명(정봉혁) | 작성시간 22.01.31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kimdeoksoo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1.31 고맙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