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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폴트의 지적 ; 위험한 길잡이

작성자이쩜칠|작성시간16.03.29|조회수1,972 목록 댓글 44

사례 1) 나보다 나이가 조금 적은 50후반의 사내. 6부 중.

전형적인 주먹서브를 넣습니다, 후다닥 서비스.

포핸드 랠리를 몇 개 하다가 갑자기 백으로 후려치는 번개타법.

그분과 치다보면 가끔 짜증도 나지만 서글서글하고 착해서 같이 치다가

어느 날 결심을 하고 웃음을 잃지 않으며 서비스 폴트라고 얘기했습니다.

순간 납빛으로 안색이 변하며 슬쩍 나를 스치는 눈빛이 서늘한데

나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계속 주먹서브를 넣더군요.

제가 오히려 무안해져 죄인마냥 눈치 보며 대충치고 말았습니다.

 

그런 분은 구력이 상당하고 자신의 서비스에 대해 이미 숙지하고 있지만

탁구를 때려 치는 한이 있어도 서비스를 고칠 생각이 없는 분이지요.

따라서 서비스에 대한 어떤 말도 서로에게 독이 됩니다.

 

좋은 게 좋다고 그 후론 탁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친하게는 지내고 있습니다만 전혀 같이 탁구치고 싶지 않아

그분이 나나타면 저는 슬며시 구석으로 가서 로봇과 지냅니다.

 

참고로 그분은 정식시합은 거의 하지 않고 그냥 즐기는 분이기에 이해도 되긴 합니다.

 

 

사례 2) 나보다 열 살 이상 적은 40후반의 여자관장, 5.

제가 심판을 보는데 서비스폴트를 계속하였지만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한 게임이 끝난 직후

아주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주의를 줍니다.(관장님이거든요) :

토스를 할 때 손이 테이블 아래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니 주의 하십시오.”

 

찰나 관장의 넓은 얼굴이 돌처럼 굳어지더니 동굴 두 개에서 레이저광선이 뿜어져

내 몸은 타들어 가는데 다시 입술의 활시위를 지그시 당깁니다. :

왜 이쩜칠님은 나만 미워하는 거예요?”

그 문장은 차가왔으며 날카로웠으며 음습하였기에 주위의 많은 분들이 흠칫 하더군요.

 

결국 그 일을 계기로 서먹하였다는데, 어느 날 나와 코치와 관장 단 셋이 있을 때

코치와 내가 올바른 서비스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누어 쉬고 있던 관장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

코치님, 생활체육에서 누가 폴트를 봐요? 실력 없는 것들(사람들)이나 자꾸 폴트를 따지지!”

얼마나 저에 대한 분노가 들끓어 한이 되었으면 둘의 대화에 이방인이 껴들어 판을 깼을까요.

 

그래서 어쨌냐고요? 그 관장을 (입으로) 두드려 패고 당장 보따리 싸고 나왔냐고요?

저는 정석을 회피한 채 3개월을 꾹 참고 바보처럼 지내다가

구장을 옮겨 아주 행복하게 치고 있습니다.

 

그 관장으로 인해 독사나 악어의 삶을 사는 인간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례 3) 40후반의 사내, 6부 강.

엊그제 심판을 보다 서비스폴트라고 지적을 하니

순응하며 어떤 게 잘못 되었느냐고 겸손하게 묻기에

테이블 아래로 손이 한 뼘은 내려가니 테이블의 수평 위에서 넣으라고 했더니

바로 고쳐서 서브를 넣는데 서비스 폼이 깔끔하고 참 예쁘더군요.

지적 받은 후 한 번도 폴트를 하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집념과 열정과 순후함, 그런 아름다운 분이 계세요.

 

제 경험상 사례 3)의 분처럼

대부분의 탁구인들은 지적을 받는 찰나엔 잠깐 어색해하지만

바로 인정하고 수용하고는 고치려 노력을 하더군요.

 

===========================

 

그의 잘못을 지적하는 나의 행위가

그에게 자존심의 상처가 되거나 가끔은 피해의식까지 생기는 분도 있으니,

서비스폴트를 지적하는 일도 매 한가지라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더구나 나처럼 하수의 상수에 대한 지적은 위험부담이 큽니다.

그래도 (좋은 의미에서)나이로 버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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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Earlybird | 작성시간 16.04.10 후르츠 당시엔 저도 어렷고 처음 당한 일이라 경황이 없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부글부글하더라구요. ㅠㅠ 지금은 절대 그렇게 대처하지 않겠죠.
  • 작성자네클 | 작성시간 16.04.10 저도 게시글 올리신 칠님처럼 그런마음이구 그렇게 하구 있습니다
    제실력 5부될랑 말랑 ㅎㅎ,,
    하지만 부수가 중요한것이 아니구 주먹써브넣으면 게임도 아니지만 내용도 없어요
    축구를 손으로 하자는것이랑 다름 없는데(주먹써브롤 개개인 각자 개발하면) 완전 개탁되는데
    그래서 우리나라는 법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다~?라는 이야기가 옛날부터있었는데
    나이가들어보니 곳곳이 법을 안지킨사람이 잘되있으니 그런말이 있나봅니다
    룰은 지키라고 있는것이니 늦게라도 꼭 지키는 성숙한 한국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른말하는 사람칭찬해주고 인정해주는 칠님같으신분 국회로 보내고 싶습니당ㅇㅇ
    파이팅~!!!을 함께 합니당ㅇㅇ
  • 작성자일타십점 | 작성시간 16.04.27 서효원도 테이블 밑으로 손 내려갔다가 올라온다고 지적받았죠.
    전부 그런건 아니지만....부수가 올라갈 수록...인정하고 고치려는 모습들이 더 보이는데...아래로 내려갈 수록 아집과 고집이 세지는...ㅠㅠ
  • 작성자판전동 | 작성시간 16.07.04 어렵네요...ㅠㅠ
  • 작성자바라미스쳐간 미루나무 | 작성시간 16.07.06 훌륭하신 분이네요

    제 성격은

    """~~부르르 ~~! " "" ㅡㅡ' 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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