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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엘보가 생각보다 심각하네요

작성자공룡|작성시간19.04.13|조회수1,281 목록 댓글 43

한 달 쯤 전에 연이어 여러 게임을 하면서 이상하리 만큼 공이 너무 잘 맞아 기분 좋은 김에 조금 무리를 했는데^^
그 날 당장 팔꿈치와 하박쪽 근육이 뻐근하고 아프다 싶더니
결국 테니스엘보로 자리잡았어요.
탁구 40년 치면서 손목은 중펜 덕에 몇 번 아파 봤지만 엘보는 처음이라 당황스럽네요.
초반에는 통증이나 증상이 그닥 심하지 않으니 곧 낫겠지 낫겠지 하면서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조심한답시고 가벼운 모디딕과 젤롯을 구입해 슬슬 즐탁하고 있었는데
2~3주 경과하면서 나아지기는 커녕 조금씩 더 심해져서
이젠 라켓을 제대로 들기도 힘들고
백핸드는 거의 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백핸드 주전이 백핸드를 치지 못하다니...
참 답답하네요.ㅎㅎ
열흘 쯤 한의원에 다니며 침을 맞았는데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고
오늘은 결국 마취통증의학과를 찾아가 주사를 세 방 맞았습니다.
주사 맞기 전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그걸 본 의사선생님의 말씀
팔꿈치가 전부터 꽤 아프셨을 텐데요?
전혀 그런 적 없다 했더니 참 이상하다 하시며 팔꿈치 엑스레이 사진을 제 눈앞에 딱~
팔꿈치 뼈 바깥으로 허연 석회가 불쑥 불쑥 솟았네요.
이 정도 상태에서 몇 년 이상 통증을 못 느낀 것도 신기하고
이렇게 심한데 지난주까지 운동을 한 것도 신기하다는...^^
걱정과 잔소리 들으며 주사 치료 받은 후에 일단 운동 금지명령을 함께 받았습니다.
애고..
경과 봐서 운동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치료를 더 하자고.
기적적으로 오늘의 주사 한 번 만에 싹 나을 수도 있을... 수도 있... 을지...
그나저나 걱정이 앞섭니다.
바깥쪽 인대가 많이 상했으니 팔꿈치를 갑자기 쭉 펴는 움직임은 앞으로 절대 하지 말랍니다.
더 심하면 끊어지겠다네요.
제 스타일이 백핸드 주전이고 더구나 자신있게 내세울 주무기가 팔을 쭉 뻗으며 순간 강력하게 쳐내는 백핸드 펀치인데
그걸 이제부터는 절대 하지 말라니요...ㅜㅠ
요즘 엘보 때문에 백핸드에서 그저 안전하게 넘기고 살짝 살짝 느리게 걸거나 코스 보고 밀어주는 정도의 플레이를 하면서 속 터져 죽을 것만 같았는데ㅋ
이젠 빠르고 시원하고 강력하면서 묵직했던 그 자랑스런 백핸드 펀치를 영영 못 한다는 생각에 급 우울해집니다.
아마도 기본 반발력이 상당히 낮은 발트너 센소카본을 더구나 ABS공에 주력으로 쓰면서 저도 모르게 조금씩 더 세게 때려대고 있었나 봅니다.
포어핸드 쪽은 다리와 허리를 써서 무게를 실어주면 괜찮았는데
백핸드는 하체와 복근을 써야 함을 잘 알면서도 저도 모르는 사이 순간 순간 습관적으로 팔로만 세게 쳤었나 봐요.
그러다가 특히 좀 무리했던 그 날 드디어 고장이 난 거겠죠.
어쩐지 치는 공 마다 너무 신나게 잘 들어가더라니...ㅜㅠ
이 팔꿈치가 다 나아도 걱정입니다.
이미 나이가 들어 퇴행성으로 석회화된 관절이라 자칫하면 재발될 게 뻔하니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데
탁구는 당근 계속 쳐야겠고...
결국 탁구치는 스타일을 바꾸어야 하겠지요.
애고...
40년 지속해 온 백핸드 주전을 포기하고 포어핸드 위주로 쳐야 할지(이건 풋웍이 안되니 사실 불가능ㅋㅋ)
백핸드에서 엘보에 무리가 가지 않는 다른 기술과 방법을 찾아야 할지
백핸드에서 때리는 임팩트를 아예 무의식적으로라도 시도도 하지 못하도록 롱핌플이나 안티러버라도 다시 붙여야 할지ㅋ
이면에 러버도 붙이지 않은, 또는 롱핌플OX 정도 붙여 놓은 펜홀더로 회귀해야 할지(이것도 몸이 둔해서 거의 불가능)...
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갑니다.
스타일과 용품 조합과 전체 무게 까지도 싹 다 바꿔야 하는 상황이네요.
아마도 제일 이상적인 건
아주 가볍지만 잘 나가는 힘있는 셰이크 블레이드에
부드럽고 회전 잘 걸리는 가볍고 편한 평면러버들을 양면 조합해서
타이밍과 구질과 코스 등으로 유연하고 영리하게
한편으로는 까다롭고 지저분하게
올라운드 플레이를 하는 거겠지요.
지금도 타점 빠른 누님탁구를 상대할 때 종종 하고 있는 그 플레이가 이젠 주전 스타일로 자리잡아야만 하는...
나이라도 어리면 어떻게 해서라도 이 엘보를 극복하고 재활운동 열심히 해서 옛 스타일을 찾겠다고 애쓰겠지만
어차피 이젠 무리하지 않고 그야말로 건강을 위해 슬슬 즐탁만 해야 할 나이가 되었으니^^
겸허히 받아들이렵니다.
나이들어서 높은 구력의 위엄을 풍기며 유연하고 여유롭게 올라운드 플레이하는 어른들이 늘 보기 좋고 내심 부러웠었는데
이젠 저도 그런 탁구를 싫든 좋든 추구해야 하네요.
목표가 죽기 직전까지 즐탁하는 거라ㅋㅋ
맘 비우고
치료 잘 받은 후에
통증이 사라져 다시 운동 시작할 때부터는
발트너보다는 아펠그렌이 되어 봐야겠네요.
중화권에서는 이렇게 부른다죠, 태극권 탁구?ㅎㅎ
무엇보다 몇 주 또는 몇 개월 탁구를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갑갑~합니다.
여러분도 모두 몸조심 하세요.

앞다리 고장나서 이젠 초식공룡으로 변신하려는
그래도 마음만은 아직 티라노인
늙은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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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임이네 | 작성시간 19.06.04 저도 한동안 안해본 치료가 없어요..엘보이후 완전한 즐탁모드로 바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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