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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넥시 오즈 사용기

작성자공룡|작성시간19.11.26|조회수870 목록 댓글 6

진짜 늦었지요.
오즈가 나온 게 언젠데..ㅎㅎ
넥시의 히노끼ALC 블레이드인 오즈는 히노끼 단판 펜홀더를 사용하다가 셰이크로 전향하면서 단판 펜홀더의 느낌과 특성, 특히 한 방의 파워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중국식 펜홀더로만 우선 만들어졌던 특별한 아이였지요.
후에 셰이크 유저들을 위해 셰이크로도 만들어 나온 거구요.
오즈 중펜 출시 때 저는 칼릭스를 주력으로 쓰면서 그보다 힘있다 해도 카보드나 아리랑, 잉카 등을 비교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워낙 컨트롤과 구질 변화와 코스 공략과 타이밍 뺏는 랠리 위주의 변칙적 올라운드 스타일로 즐탁하던 제게는
히노끼 단판의 향수와 한 방 파워라는 개념 자체가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들로 느껴졌었기에
윤홍균선수가 오스카에서 오즈로 갈아타고 또 에이스로 옮겨가도록 이 쪽 라인은 통 관심이 가질 않았었습니다.
저하고는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요.

에이스 발매 직후 시타용으로 에이스를 넥시로부터 무상 지급받아 사용해 보면서도
얘랑 비슷하다면 오즈까지는 굳이 써볼 필요도 없겠다 라고 알게 모르게 단정지어 버리고 여전히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에이스만으로도 그 쪽 라인의 맛보기에는 사실 충분했다고 생각되었고
제게는 많이 과한 반발력으로 인해 충분한 시간 시타하거나 주력 삼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올해 초 심한 테니스엘보를 겪으면서, 또 그동안 즐겨 사용하던 조합들의 ABS공에서의 파워 부족을 절실히 느끼면서
좀 잘 나가는데 사용하기 쉽고
특히 약한 임팩트로 얇게 긁는 스윙에서도 회전이 쭉쭉 잘 끌려오는 블레이드를 찾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런 아이를 찾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익히 알면서도 말이죠.^^
잘 나가는데 살살 끌어도 회전이 좋다.. 하하

며칠 전 카페의 글들을 읽다가
오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갑자기 구입해서 써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습니다.
당장 탁구닷컴에 접속해서 84g ST그립을 하나 주문했죠.
(예전엔 분명 루비였는데 몇 해 전 어느 날 갑자기 서버 오류인지 구매내역들이 싹 사라지면서 아직까지도 사파이어 등급임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늘 10% 할인 받을 수 있는 것만도 충분히 고맙지요.^^)

택배로 도착한 오즈에 늘 쓰는 러버를 조합해 오늘 써봤는데
와우~
얘는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네요.
에이스와 비슷하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써보니 많이 다릅니다.
반발력도 거의 같고 목판 구성도 거의 같은데 어찌 이리 다른 특성들이 숨어있는지
참 용품의 세계는 늘 새롭습니다.ㅎ

에이스는 든든하게 받쳐서 힘차게 튕기며 밀어낸다면
오즈는 부드럽게 받쳐서 징하게 끌어주네요.
무척 잘 나가는데도 표면에서 진짜 잘 잡아 끌어줍니다.
약한 임팩트로 살짝 걸어도 얇게 긁어도 쭉쭉 잘 끌려서 회전이 잘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특히나 더 특별하게 느껴진 건
가변 반발력이나 깊이 안아주는 기분이나 튕겨내는 기분이나 그런 거 다 없고
모든 타구에서 딱 사용자가 주는 힘 만큼만 반응하는 특성입니다.
어제까지 쓰던 아발록스의 J-아라미드는 힘 빼고 대면 내 힘보다 더 짧게 떨어지고 두텁게 때리면 내 힘보다 더 멀리 쏘아 주었습니다.
몇 종류 시타하던 아우터ALC 류들은 힘써 때려도 덜 나가는 기분이고 깊이 묻혀 걸어야만 시원하게 반응했었구요.
자칫 살짝 걸면 딱 얻어맞기 좋은 어리벙벙한 공이 마구 날아다녔었죠.
그런데 오즈는 네트 플레이든 드라이브든 하프발리든 블록이든 스매쉬든..
모든 타법, 모든 각도, 모든 임팩트에서 다 철저히 중립을 지키네요.
끊어치나 끌어치나 얇게 긁으나 두껍게 묻히나 살살 치나 세게 치나
다 제가 한 만큼의 힘과 비거리와 회전과 구질이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애 참 오랜만입니다.
예전에 파이버텍 클래식이 그랬고 테너나 루디악이 그랬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넥시의 컬러도 그렇다는데 걔는 써보질 못했습니다.)
ABS공에서 프리모라츠카본이 또 상당 부분 그렇게 느껴졌었구요.
오즈는 정말 신기하리 만큼 딱 중립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가변반발력에 익숙해 있던 저로서는 처음에는 적잖게 당황스런 공들이 나왔지만 오래지 않아 바로 적응이 가능했습니다.
내가 하는 그대로 결과가 나온다는 건 언제나 예측이 가능하다는 거니까요.
타구하는 순간에 이미 결과까지도 거의 예측이 가능하네요.
앗, 이건 나갔다..
앗, 살짝 짧게 놓으려 했는데 순간 힘이 조금 더 들어간 듯하니 네트 위로 좀 뜨겠다..
이런 거.
그러면서 다른 애들보다 더 좋았던 건
이런 중립적인 성격을 가진 애들은 거의 무난하고 우직하지만 그만큼 심심하고 재미없기 쉬운데
오즈는 타구감이 특별해서인지 시원시원하게 잘 걸리고 잘 나가서 그런지
즐겁게 탁구치게 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나 오즈의 발매 컨셉트였던 한 방 플레이란 말에 걸맞게 역시 잘 걸린 한 방은 참으로 시원하고 기분 좋네요.^^
비교하자면 때릴 때의 쾌감이나 파워는 에이스가 더 좋습니다.
끌리는 감은 오즈가 훨씬 낫구요.
윤홍균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생각하자면 오즈를 쓰다가 에이스를 만든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제게는 오즈가 훨씬 맘에 드네요.^^

처음 포어핸드 롱을 시작할 때 타구감이 많이 낯익어 깜짝 놀랐습니다.
이건 뭐랑 참 많이 비슷한데?
포어핸드 랠리를 계속 하면서 기억을 더듬으니
바로 한동안 주력으로 잘 썼던 아디다스의 파이버텍 익스트림이었습니다.
히노끼의 맑은 타구감에 부드럽게 받쳐주는 약간 멍멍한 특수소재의 느낌이 더해진 특별한 감각입니다.
어떻게 느끼면 공동감으로도 생각될 수 있지만 코토 표면의 아우터ALC류의 그것과는 다른..
힘의 전달이 명확히 느껴지는 맑은 멍멍함입니다.
손에 지속적으로 명확한 진동이 전해져 타구의 피드백이 상당히 좋습니다.
아무튼 무척 친숙한 타구감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ST그립은 둥근 단면에 매우 두툼하게 잡히네요.
에이스보다 폭이 넓은 것 같고 전체적인 굵기도 굵은 듯하여 제 손에 아주 좋습니다.
에이스는 폭이 살짝 좁은 듯 높이가 느껴져서 약간 동글동글한 기분을 주는데 비해 오즈는 높이는 그만큼 높은데 폭이 더 넓은 것 같이 손에 꽉 찹니다.
윙은 살짝 크게 내려오는 듯하니
조금만 손질해야겠네요.

내가 하는 그대로 결과를 보여주는 너무나 정직한 특성의 블레이드.
어떤 각도로 어떤 임팩트로 타구해도 까탈스러움을 보이지 않고 특성 차이 없이 다 받아주는 포용력 높은 블레이드.
매우 잘 나가는데 무척 쉽게 회전을 만들어 주는 신기한 블레이드.
기본 반발력에만 충분히 적응한다면 참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마법사 같은 블레이드
오즈입니다.

오랜만에 가변반발력 없이 팡팡 잘 나가는 블레이드 써보면서 그게 또 마냥 신기한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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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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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공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1.26 저도 막상 직접 써보니 알겠어요.
    오즈 쓰는 분들은 그 결과적 파워에 비해서 공을 비교적 얇게 맞춰 긁는 스타일일 겁니다.
    제가 그렇거든요.^^
    다른 애들로 그 정도 파워를 내려면 두껍게 묻혀서 때리듯 강하게 걸어야 하는데 얘는 좀 닫힌 각으로 긁기만 해도 힘이 나와 주네요.
    때리거나 두껍게 묻히면 물론 파워가 더 강해지긴 하지만 에이스만큼 듬직하진 못하니 그런 타법에는 에이스나 코토 표면의 아우터ALC가 더 좋겠구요.
  • 작성자왼손짱 | 작성시간 19.11.26 저도 오즈에 MX-S 를 주력으로 사용중입니다. 많이 공감되는 내용이네요. 혹시 어떤 러버쓰시는지 알수 있을까요?
    저는 MX-S가 다른 블레이드에서 느끼던 것보다 부드럽게 느껴져서 당황하면서 잘 쓰고 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루프드라이브(게시판지기) | 작성시간 19.11.26 MXK H를 쓰소서
  • 답댓글 작성자왼손짱 | 작성시간 19.11.26 루프드라이브(게시판지기) MX-S가 마음에 드는데 10%정도 아쉬움이 있네요. K가 대인이 될까요... 테스트해봐야겠네요
  • 답댓글 작성자공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11.26 아우루스를 씁니다.
    얘도 말씀하신 것처럼 더 부드럽게 느껴지네요.
    포어는 괜찮은데 백 쪽에는 - 제 취향대로 - 살짝 더 단단하고 더 뻗어주는 러버를 써야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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