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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제대로 부르기 3

작성자공룡|작성시간24.04.12|조회수488 목록 댓글 29

오늘은 블레이드 편.^^
오늘을 시작으로 몇 편 동안은 우선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어찌 보면 이미 국민 라켓 반열에 오른 버터플라이 누구누구 시리즈를 돌아볼까 합니다.
그 중 오늘 먼저 살펴볼 아이는 히노키카본의 대명사 <프리모라츠카본>입니다.
 
1980년에 첫 출시된 히노키카본 블레이드 게르겔리를 쓰던 크로아티아의 프리모라츠(프리모라치)선수가 자신의 이름과 취향을 반영해 버터플라이에 개선을 요구해 1996년에 만들어졌죠.
우선 그가 예전에 쓰던 게르겔리부터.
 


게르겔리는 헤드가 라지사이즈로 크고 윙이 매우 작으며 완전히 각지고 평평한 원목그립이 특색 있었습니다.
게리겔리도 선수 이름이었는데 80년대 탁구장에서 많은 분들이 죠질리, 죠지리 하고 불렀습니다.
게임 시작 전 상대에게 장난삼아 "이 강력한 빠따로 너를 그냥 조지리!"하면서 말이죠.^^
Gergely 를 져질리도 아닌 조지리라고 부른 건 벌써부터 이상하기 시작하죠. 그렇게 하려면 우선 Gergery 라고 r을 써야 하고 앞의 모음에도 o가 들어가야 합니다.
 
같은 시기에 활동한 선수 중 히노키합판을 썼던 헝가리의 Jonyer(요니에르)선수가 있었고 그 이름을 딴 컴팩트하고 부드러운 히노키 5겹합판 요니에르도 있었는데, 걔를 또 '조이너'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읽을 수 있었는지.. n과 y의 순서를 바꾼 음가인데.. 신기할 따름입니다.ㅋ
 
우리말 자음 표기에는 R과 L의 구분이 없이 ㄹ만 존재하기에 결국 앞 음절에 ㄹ받침을 붙여야 L의 음가를 비슷하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라고 말하는 이유는 서양 언어들 중에는 영어나 프랑스어처럼 복자음의 의미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이태리어처럼 홑자음과 복자음의 발음이 완전히 달라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게르게리 라고 부른다면 이태리어로 쓸 때 Ghergheri, Ghergherri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기며, 게르겔리라고 하면 Gherghelli 가 됩니다.
(R이 두 개 쓰이는 경우나 L이 하나 쓰이는 Ghergheli 같은 경우는 현대 우리말 표기로는 따로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태리어의 특성상 ge는 줴, 제가 되기에 g 다음에 h가 들어가 게를 만듭니다.)
 
아무튼 이 게르겔리도 최소한 L의 음가를 살려 게르겔리라고 발음해야 하죠. 게르게리 Gergery 아닙니다.
 
게르겔리와 프리모라츠카본에 쓰인 카본 직조물은 Tamca5000 입니다.
이게 무슨 특별한 카본인 듯, 이 카본층만의 고유명사인 듯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탐카는 타마수카본의 줄임말이고 타마수는 버터플라이 브랜드를 런칭한 회사의 이름입니다.
버터플라이는 회사 이름 아닌 브랜드 이름이죠. 따라서 버터플라이사의 ㅇㅇ, 나비사 제품 식으로 부르면 틀립니다. 회사를 거론하려면 타마수사의 버터플라이 ㅇㅇ 라고 써야 맞습니다. 버터플라이 뒤에 '사'자를 안 붙이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탐카5000은 타마수사에서 자기들 블레이드에 넣는 직조카본에 그들이 회사 이름 섞어 만들어 붙인 이름일 뿐이고 이 종류의 카본은 대개 3K 카본이라는 명칭으로 거의 대부분의 강력한 카본 블레이드들에 사용됩니다.
참고로 이런 카본들은 흔히 보이는 천처럼 가로세로로 직조한 직조카본이고, 카본섬유들을 한 방향으로만 나란히 늘어놓아 붙인 건 일축카본(ULC), 티슈처럼 얇게 만든 건 플리스카본이라고 부릅니다.
 


프리모라츠카본은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히노키카본의 표상과도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으며 어느 구장에 가도 꼭 볼 수 있지요.
이미 일본에서는 꽤 오래 전에 단종되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들에만 특주처럼 생산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탁구인들은 잘 나가고 힘찬 것 아닌 덜 나가고 컨트롤 좋은 것을 선호합니다. 느린 블레이드와 얇은 스펀지 러버들이 참 많습니다. 지난 번에 언급한 바와 같이 야사카 마크V(파이브)가 아직도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프리모라츠선수의 이름 맨 뒤에 붙은 c는 그 쪽 발음으로 '치' 비슷한 음가를 갖습니다. 러시아나 동북유럽 쪽에서 많이 쓰는 이름 철자죠. (무슨무슨 비치.. 이런 거. 썬오브비치 말구요.)
원음에 가깝게 제대로 쓰려면 프리모라치가 가장 좋고 프리모라츠도 거의 괜찮습니다. 영어처럼 읽어서 프리모락이라고 해도 틀린 건 아닙니다. 읽는 방법이 영어식일 뿐입니다. 
독일의 브랜드 joola 는 욜라인데 영어식으로 줄라라고 통용되기도 하니까요.
발트너나 왈드너나 같은 사람이고.
 
하지만 프리모락! 하고 끝내면 안됩니다.
뒤에 카본을 반드시 붙여야 합니다.
그 이유는 프리모라츠라는 이름의 5겹합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프리모라츠는 긴 세월 동안 유럽 탁구인들 사이에서 최고로 꼽히는 블레이드 중 하나로 완벽한 균형의 5겹합판이라고 인정받은 명품 블레이드입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았기에 (수입됐었다 해도 잘 안 나간다고 거의 팔리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 합판의 존재 자체가 희미해서 프리모라츠카본과 혼용될 뿐입니다.
그래서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그냥 프리모락 해도 프리모라츠카본이라고 이해하지만.. 글로벌시대가 된 지금, 탁구인들도 글로벌 마인드를 재정비해서 최소한 유명한 용품의 이름 만큼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좋겠지요.
 
타마수사의 탁구용품 브랜드 버터플라이에서 만든 <프리모라츠(치)카본>입니다.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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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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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tobefriend7 작성시간 24.04.12 공룡님 린윤주 슈퍼 zlc 튜닝 의뢰 받아 주실 수 있나용~?
    그립 ST에서 FL로 그리고 헤더도 사이버 세이프로용
    연락처 쪽지로 보내드릴게요
  • 답댓글 작성자공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3 아.. 제가 이제 튜닝 의뢰는 받지 않고 있습니다만..^^
    정말 꼭 필요한 건강상의 이유 외에는요.
  •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진만 볼 수 있습니다.
  • 작성자소르 작성시간 24.04.1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공룡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4.1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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