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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계와 탁구

작성자Oscar|작성시간17.09.25|조회수672 목록 댓글 10

탁구는 매우 중독성이 높은 운동이지요.

러너스 하이 (Runner's high)라고 하지요?

마라토너들이 계속 달리다 보면, 극한의 한계를 지나는 순간 뇌 속에 쾌감을 일으키는 물질이 분비된다고 말이지요.





저는 탁구를 치면서 그런 것들이 자주 일어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탁구는 엄청나게 힘들지 않으며, 또 힘든 것을 극복하는 시점에서 피로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상쾌해 지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쾌감 자체가, 승부를 떠나서 탁구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인류가, 굳이 이렇게 힘들게 운동하지 않고서도 탁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탁구를 치지 않고 그런 쾌감만 갖는다는 것이 아니구요,

탁구를 실제로 몸으로 치지 않아도, 정신적으로 탁구를 치고, 정신적으로 그만큼의 동일한 보상을 얻게 된다면,

우리 몸의 관절과 근육에 무리를 줘 가면서 인류는 앞으로도 열심히 천년 만년 탁구를 치게 될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우리 문명은 지난 수만년간의 인류사가 유지해 온 어떤 것들이 한계에 다다른 시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과거 지구상의 많은 동물들과 경쟁하면서 생명을 유지해 왔죠.

지구적인 차원에서 보면 인간은 여러 종 중 하나였고, 그 여러 종들과 경쟁하면서 생존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21세기 중반을 향해 치닫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인류는 그 모든 종들을 정복했을 뿐만 아니라,

그 모든 종들의 점유율까지 바꾸어 인간을 위한 지구로 우리가 접하고 있는 모든 세계를 바꾸어 버렸습니다.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대형 동물들 중 90%는 인간이 기르는 동물들이라고 합니다.

소, 돼지, 양 등 인간이 먹고 입기 위해 소비하는 동물들이 가득하고,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던 메머드와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되었죠.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인류는 여전히 생존을 위협 받으며 살았습니다.

하루 세 끼를 먹게 된 것도 극히 최근의 일이라고 하구요, 인류 대다수는 가난과 굶주림 속에 살아 왔죠.


그런데 그런 인류가 이제는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인류사 최초로 굶주려 죽는 사람 숫자가 줄어 드는 놀라운 일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스와 메르스 등 수많은 질병들이 과거 유럽의 흑사병처럼 전 인류를 죽음의 소용돌이로 몰아 넣지 않고,

이제는 단기간의 유행병으로 그치고 있지요.


이 시점에서 인류는 어디를 향해 나아갈까요?

더 이상 정복할 곳이 없어진 인류는, 인간을 위해 어떤 미래를 열어 갈까요?





저는 얼마 전 읽은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라는 책에서, 인간이 영생의 몸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미래 전망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우리는 인간 신체의 일부를 배양하기도 하고, 우리의 유기물 몸에 무기물 기계를 덧붙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은 최초의 치료 목적에서 벗어나, 돈 많은 사람들의 탐욕에 의한 젊은 신체에 자신의 뇌를 이어 붙이는 비도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어갈 가능성도 높습니다.

만약 인간의 "의식"이라는 것이 어디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지만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우리의 의식을 기계 몸에 붙여 영생하는 생명으로 도약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다가 이런 미래의 전망을 탁구에 결합하여 여러 가지 상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는 유전적으로 탁구 선수가 선택, 혹은 배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인간의 모든 유전자가 해독되어, 유전자만 가지고도 인간 배아가 어떤 인간으로 길러질 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만약 탁구 선수로 자녀를 키우고 싶은 부모가 있다면, 여러 수정란을 착상시킨 후 그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분석하여 탁구선수에 적합한 신체적 구조와 정신적 강인함을 가진 유전자만 자녀로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아 단계의 태아를 인간으로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비도덕적인 일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병원과 부모가 연합하여 진행한다고 하면, 그것을 일일히 막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이러한 구상은 히틀러 시대에도 있었던 일이지요.

우성 유전자만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있고, 열성 유전자들은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히틀러는 생각했습니다.

2차 대전을 통해 인간을 선택 배양하는 우생학은 힘을 잃었지만,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좋은 자녀를 얻고 싶은 평범한 부모들에게까지, 이런 시나리오는 매우 매력적인 시나리오가 될 것 입니다.





두 번째는, 우수한 탁구 선수가 되고 싶은 선수가 신체 일부를 개량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이보그처럼 기계화된 신체를 사용한다고 하면, 도핑 테스트와 같은 절차에 의해 걸러질 수 있겠지만,

우수한 신체를 떼어서 자기 몸에 붙이는 방식을 쓴다고 하면 쉽게 잡아 내지 못 하겠지요?

물론 인간의 신체는 타인의 신체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므로 이것이 지금 당장 쉽게 이루어질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이런 뉴스를 봤는데요, 모스크바 인근에 사는 "발레리 스피리드노프"라는 분이 선천성 척수근육위축증으로 하루 하루 죽어 가는 자신의 신체에서 뇌를 분리하여 뇌사 상태의 기증자 몸에 이식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아직 수술이 성공했다고 하는 소식은 없습니다만, 만약 이런 형태의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면, 탁구 기술을 익힌 어떤 선수가 자신의 뇌와 의식을 운동 능력이 뛰어난 어떤 신체에 이식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겠지요?


이런 영화같은 일들은 아니지만,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약물에 의해 자신의 신체 능력을 키우는 일은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도핑 테스트로 인해 그런 문제들을 걸러 내고 있지만, 정말 인간의 신체에 무엇인가가 결합되어서 신체 능력이 향상되는 일들이 일어날 때, 그것을 알아내고 막는 것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가능할까요?





(티바에서 후원하고 있는 창원 남산고등학교 선수들의 경기 모습입니다.)





세 번째 상상은 의식 속에서의 탁구 경기에 대한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인류는 아직 인간의 "의식"이 무엇인지를 밝혀 내지 못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고에 의해 전두엽을 다친 사람이 평생 믿었던 종교를 떠나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례 등을 보면, 인간의 의식이 뇌와 연결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뇌라는 것은 결국 세포로 이루어진 신체의 일부입니다.

즉 자극에 의해 반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물리적인 자극의 대상체가 될 수 있는 뇌 속에 의식이 있다는 것은, 물리적인 자극을 조절하면 우리 머리 속에 실제가 아닌 가상의 세계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결과가 됩니다.


과거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저에게 운동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축구나 농구를 잘 하는 것은 인기 있는 친구가 되는데 꼭 필요했죠.

운동을 못 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저는 주말이면 운동장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신체적으로 발목에 조금 문제가 있어 달리기가 빠르지 않았지만, 주말마다 축구와 농구를 하다 보니 그런 부분도 극복이 되었지요.


대학 생활과 사회 생활을 하면서는 남성적인 승부욕을 풀기 위해 탁구를 많이 쳤습니다.

그리고 탁구를 즐기는 것은 결국 제 직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은 저처럼 운동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아들은 옥시 피해자에요. 그래서 천식이 있어 어릴 때부터 운동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지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만, 꼭 그렇지만도 않더군요.

제 아들 또래의 아이들 중에는 운동을 하는 아이가 반, 운동을 하지 않고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반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게임을 하면서 운동을 못 함에도 얼마든지 친구들과 재밌게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친구들과 재밌게 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네요 ^^)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는 사이버 스포츠가 현실의 스포츠를 대체해 가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들어 우리는 포켓몬고 등 증강현실이 우리 삶 속에 침투해 오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현실과 잇닿아 있지요.

그렇지만 토탈리콜에서 봤던 것처럼, 우리 의식이 완전히 어떤 사이버 세계 속에 들어가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일이 목전에 와 있습니다.

마치 마약을 먹고 의식 속에 인위적으로 쾌감을 불어 넣는 것처럼, 우리 의식을 인위적인 사이버 세계 속에 밀어 넣어 우리가 전혀 현실에서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온 몸으로 체험하게 하는 일이 곧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땀을 흘려 운동하는 것과 똑같은 체험을 우리 의식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슈신, 판젠동과 게임을 하고 이기기도 하겠죠?

 

물론 우리의 신체를 사용해서 실제로 경기를 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지금은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이버 세계가 우리의 일상을 침범하는 수준으로 경첩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현실을 버리고 사이버 세계로 들어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상은 어떠신가요?

우리 의식을 신체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의식을 영생하는 파라다이스에 넣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죽음을 택하겠죠.

현실 세계 속에서의 삶보다 훨씬 더 큰 쾌락이 그곳에 있을 것이니까요...

최초에는 그런 생각 없이 잠시 잠깐 경험해 보자 했을지라도, 마치 마약에 중독되는 것처럼 사이버 세계에 중독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너무 과한 생각인가요?





저는 아직까지 철저하게 아날로그적인 사람입니다.

이런 사이버 세계가 온다고 하더라도 제가 그 사이버 세계 속에 저를 밀어 넣어 버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현실을 보면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너무나 암울한 현실...

과거와 달리 소수의 몇몇 사람들이 기계화된 공장을 돌려 수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고,

아무리 많이 배워도 지식은 순식간에 노후화 되고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지식의 양 앞에 무기력해지는 시대...

이 지식의 폭발과 인간의 신체를 능가하는 로봇의 시대에 인간은 지속적으로 컴퓨터와 기계들을 능가하는 존재로 살아 가려고 발버둥 칠까요?


때때로 저는 머리 속을 비우기 위해서 단순한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것이 제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죠.

아무리 노력해도 무념의 시간을 갖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 손을 컴퓨터와 핸드폰에서부터 떨어 뜨려 놓는 것만 해도, 일상의 복잡한 업무로부터 잠시 뇌를 쉬게 하는 일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의식을 현실과 동떨어진 어떤 셋팅된 세계 속으로 밀어 넣고 싶은 유혹은 매우 강력한 유혹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시대를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진보의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을 추구하는 그런 속성일까요?

만약 무한한 돈, 무한한 권력을 실제로 갖게 하는 그런 사이버 세계에 나를 밀어 넣을 수 있다면....

우리 인간의 의식은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요?





저는 우리 인류가 몸을 쓰면서 땀을 흘리는 이 재미를 잃지 않기를 원합니다.

우리 세대 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 세대에도, 이 노력이 이어지기를 원합니다.

인간의 몸에 변형을 가하거나, 혹은 유전자 선택에 의해 우수한 선수가 길러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인류가 그것을 과연 막을 수 있을까요?


조금 엉뚱한 화제를 던졌네요.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끝 인사가 애매합니다만, 즐탁 하시길 바라구요....

적어도 우리 생명이 우리 몸 안에 있고, 우리 의식이 탁구를 통해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현 시대 안에서,

탁구를 통한 여러분의 성취와 기쁨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넥시와 탁구닷컴을 통해, 그 기쁨과 성취에 참여 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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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9.25 기승전아크라시아~!!^^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9.25 예~^^ 감사합니다 😊
  • 작성자적룡혀니 | 작성시간 17.09.26 마지막 사진 두 장의 기술만 된다면 좋겠네요 ㅎ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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