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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에 대해 (사견입니다.)

작성자Oscar|작성시간17.11.13|조회수2,069 목록 댓글 69

최근 들어서 중국 대표팀 선수들이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지요.

이 성적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추측들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많이 언급 되는 문제가 공이 ABS 재질로 변경되어 그런 것 아닌가 하는 것인데요...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선 이하의 의견은 저의 개인적인 사견임을 덧붙이면서 글을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6월 말에 청두에서 개최된 차이나 오픈 ITTF 경기에서 놀라운 일이 있었지요.

바로 중국의 간판 스타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는 마롱, 판젠동, 그리고 슈신 선수가 시합을 거부한 사건입니다.

이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어부지리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지요.


그리고 연달아서 일본 오픈 시합과 어제까지 진행된 독일 오픈 시합에서 중국 선수들은 힘없는 플레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사실 중국 내 탁구계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서 본다면, 일련의 과정은 굉장히 일관성을 가지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상황을 잘 모르는 한국의 탁구인들만 ABS 공과의 연관성을 짐작하고 있을 뿐이구요...


중국 선수들의 보이콧이 있기 직전에 중국 탁구계를 이끌어 왔던 류궈량 감독의 퇴진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또 있었습니다.

류궈량 감독은 지난 2003년부터 중국 탁구팀을 이끌어 왔습니다.

상징적인 역할로서 감독직을 맡아 온 것이 아니고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그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발로 뛰는 코치였지요.


류궈량 감독의 코칭 모습은 찾아 보기가 어렵지 않아요.




류궈량 감독은 중국 선수들의 실력에 많은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스티가와 중국 선수들간의 가교 역할을 해 왔습니다.

스티가사는 류궈량 감독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 왔구요, 그 덕분에 왕리친, 슈신, 궈예, 판젠동 등 유수의 좋은 선수들과 용품 계약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복잡한 정치적인 매커니즘의 결과 류궈량 감독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중국 탁구 협회의 부회장 자리에 오르게 되지요.

부회장이면 꽤 높은 직책 같지만 아주 허울좋은 직책이구요, 실상은 부회장 직책을 가진 사람이 모두 18명이나 됩니다. 그냥 이빨 빠진 호랑이 격으로 물러난 것입니다.


그 내막을 살펴 보면 지난 5월달에 중국 여자 국대팀 감독이 도박 관련 빚 문제로 정직이 되면서 탁구 대표팀을 일신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류궈량 감독까지 물러나게 되었지요. 사실은 류궈량 감독과는 상관 없는 문제이므로, 이 모든 일들이 모종의 정치적 과정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선수들의 갑작스러운 부진한 플레이들이 눈에 띄게 됩니다.

물론 우리 나라 선수들이 놀라운 승리를 거두고 있으므로 이 결과에 대해서 우리 탁구인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를 잘 보세요.

한 경기를 놀랍게 이기고 그 후에 올라가서는 중국 선수에게 힘없이 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경기들이 정말 사력을 다해 중국 선수들이 플레이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 중국의 탁구인들은 이들 선수들이 중국의 정치적인 탁구계 운영에 대해서 항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선수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쪽지들이 붙어 있는 청두 지하 도로의 모습을 보세요.




과거 우리가 독재 정권하에서 대학가 담벼락에 대자보를 붙이듯이, 중국 탁구인들은 중국의 정치적 공작에 휘말리고 있는 탁구협회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항의하는 선수들을 이 벽에 붙은 쪽지들을 가지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현재의 일시적인 중국 선수들의 실력 저하에 대해 일희일비할 일은 아닌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티가의 에이전시이면서 또한 DHS의 에이전시이기도 합니다.

최근들어 중국 선수들이 스티가와 계약이 되어 있으면서도 DHS의 블레이드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잘 알리면 비록 스티가 제품의 매출은 조금 영향을 받겠지만, DHS 제품들을 알리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 옳지는 않다고 봅니다.


아마도 선수들은 강압적으로 용품을 갈아 타게 되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관련해서 DHS에 문의했을 때 그들이 새롭게 계약을 한 일이 없다고 확인 받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 기회를 이용해서 DHS의 용품을 홍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스티가사에도 이런 일들이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DHS 제품이 스티가 제품보다 더 좋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이 선수들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중국 정부의 강압적인 조정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중국 내부의 탁구인들은 그들의 항의가 류궈량 감독의 복귀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류궈량 감독이 좋고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그동안 중앙 정부의 영향을 벗어나서 어느 정도 독립적인 움직임을 이어갈 수 있었던 탁구협회가 중국 정부의 시녀가 되는 것을 좌시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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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논외의 이야기 하나만 할까요?


중국과 한국은 엘리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엘리트 시스템은 강압적인 훈련과 실력에서 뒤쳐진 선수의 방치, 소수의 선수들만 스타성을 누리는 시스템으로 연결되기 쉽습니다.

생활 체육에 기반하지 않은 국가 스포츠로서의 위상에 가려진 그늘이지요.


다행스럽게도 한국 시장에서 탁구는 수많은 생활 체육인들의 호응 속에 대부분의 은퇴 선수들에게 코치로서의 직업을 열어 주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분야들은 선수 생명이 끝나게 되면 당장 생계의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스포츠계를 이끌어 가야 할까요?

결국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참여할 때, 시장이 형성되고 선수들의 생계가 그 시장에 의해 뒷받침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곧 북한을 이기는 것이라고 여겼던 그런 시대가 지난지도 한참인데, 엘리트 스포츠계를 국가 위상과 연계시켜 바라 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중국 선수들이 중국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탁구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다시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류궈량 감독의 복귀는 단순한 선수 몇 명의 염원이 아니고 중국 정부의 국수적, 혹은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스포츠계가 자유로와 지기를 바라는 중국인 전체의 바램과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위의 글은 저의 사견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구요, 관련해서 너무 깊은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 못 드릴 수도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저는 다만 현재의 성적을 공 문제로만 인식하는 것이 조금 안타까와서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글을 적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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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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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요트 | 작성시간 17.11.15 저도 개인적으로 공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문제로인해...중국선수들이 즐겁지 않게 플레이하는거 같은 느낌이고 .. 100%아닌 70~80% 정도로 탁구친다는 느낌받았습니다.
  • 작성자Camel | 작성시간 17.11.18 스웨덴 오픈에서 쉬신이 하리모토에게 힘겹게 이기고 인터뷰한 내용이 ITTF 뉴스 기사에 떴군요. 아직 새 플라스틱 공에 적응하는게 힘들다고...
    “I was prepared for a long match, a hard match; after losing the fourth game I had to make some changes to my play. I had to try to play with more control; I’m still finding it difficult adjusting to playing with the new plastic ball.” Xu Xin
  • 답댓글 작성자Oscar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1.18 예, 그렇군요 ~^^
  • 작성자황부흥 | 작성시간 17.12.28 좋은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이태백 | 작성시간 18.04.10 어디서든 정치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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